피아니스트 루카스 & 아르투르 유센

따로, 또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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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9년 7월 8일 9:00 오전

INTERVIEW

세상에 같은 소리는 없다.

그래서 이들이 그리는 하나의 소리는 더욱 특별하다

 

 

지난 5월 23일과 24일, 롯데콘서트홀은 반짝이는 기운으로 가득했다. 그 빛의 주인공은 바로 루카스 유센과 아르투르 유센. 서울시향과 모차르트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을 연주한 네덜란드 출신의 두 피아니스트는 젊은 나이지만, 함께 호흡을 맞춰온 시간만큼은 여느 연주자 부럽지 않은 형제 피아니스트다.

루카스(b.1993)가 8세, 아르투르(b.1996)가 5세 때부터 함께 피아노를 배우며 연주했으니, 두 사람의 듀오 경력은 벌써 20년 가까이에 이른다. 함께 좋은 연주를 선보이기 위한 각자의 노력 또한 멈추지 않았다. 루카스는 2001년 로테르담 피아노 페스티벌의 결선까지 올랐으며, 아르투르는 2004년 음악 영재 재단 콘테스트에서 ‘올해의 음악 영재상’을 받았다. 이듬해에는 그들의 가능성을 본 피아니스트 마리아 주앙 피레스의 초대로 포르투갈과 브라질에서 함께 공부했고, 이후 메나헴 프레슬러, 드미트리 바시키로프 등 세계적인 거장을 사사하며 음악적 역량을 키웠다. 2011년에는 콘세르트헤바우 신인상의 첫 수상자로 선정되었고, 2013년에는 메를렌부르크포어포메른 페스티벌에서 관객상을 받았다. 이후 네덜란드 전역의 오케스트라는 물론 세계 굴지의 단체들과 따로, 또 같이 무대를 만들며 연주자로서의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다. 각자가 지닌 개성만큼 그들이 내는 음색은 분명 다르다. 하지만 서로 다른 이 두 소리는 함께하는 무대에서만큼은 하나의 매력적인 소리로 피어난다.

서울시향과 첫 번째 무대를 마친 두 사람과 마주했다. 무대에서만큼이나 빛나고 진지했던, 그들과의 대화를 시작한다.

 

먼저, 두 사람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루카스 난 26세이고, 아르투르는 나보다 세 살 어리다. 하지만 동생의 키가 더 커서 많은 사람들이 아르투르가 형인 줄 안다.(웃음)

지난밤 서울시향과 함께 모차르트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K365을 연주했는데.

아르투르 지금까지 50번도 넘게 연주했는데도 여전히 흥미로운 작품이다. 두 대의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함께하는 협주곡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모차르트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K365는 모차르트가 누이와 함께 연주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기쁨과 즐거움, 그리고 드라마가 모두 담겨있어 연주할 때마다 행복하다.

이 작품은 며칠 전 국내 발매된 음반에도 수록되어 있다.

루카스 앨범에는 K365와 함께, 또 다른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인 K242, 그리고 네 손을 위한 피아노 소나타 K381이 담겨있다. K242는 본래 세 대의 피아노를 위해 작곡되었던 것이나 이후 모차르트가 2대의 피아노를 위한 버전으로 편곡했다. 세 곡 모두 연주자에게 큰 즐거움을 주는 만큼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작품이다. 장난기 가득한 모차르트의 유년 시절부터 어두운 부분까지, 그의 삶을 따라가는 듯하다.

국내 발매는 며칠 전이었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2015년에 출시된 음반이다. 처음 음반을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아르투르 당시 모든 것이 완벽하게 잘 맞아떨어졌다. 피아노 듀오에 있어 핵심적인 레퍼토리인 모차르트 K242와 K365를 오케스트라와 꼭 함께 녹음해보고 싶었는데, 마침 지휘자 네빌 마리너와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드와 함께할 기회가 마련되었다. 지휘자 네빌 마리너는 모차르트의 수많은 작품을 지휘해온 분으로, 영화 ‘아마데우스’의 사운드 트랙을 맡았던 거장이다. 이 모든 만남이 더해져 엄청난 플러스가 되었다.

그와의 작업은 어땠나?

루카스 모든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지금은 세상을 떠나셨지만, 네빌 마리너는 아주 훌륭한 음악가였고, 음악뿐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존경받을 만한 분이셨다. 그와의 첫 만남이 아직도 기억난다. 녹음하기 이틀 전 런던의 한 피아노 샵에서 그를 만나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을 선보였다. 우리가 어떤 해석과 스타일로 연주하는지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는 이전에 만났던 지휘자들과는 달랐다. 연주를 마치고 그에게 “어떻게 연주하면 좋을까? 어떻게 하길 원하는가?”를 묻자 “너희가 원하는 대로 연주해라. 그러면 내가 너희를 중심으로 오케스트라를 지휘할 테니.”라고 하더라. 덕분에 믿음을 가지고 자유롭게 연주할 수 있었다. 실제로 오케스트라가 나를 따뜻하게 감싸 안는 담요처럼 느껴졌다. 너무나 멋진 경험이었다! 네빌 마리너는 이미 세계적으로 존경받고 유명한 음악가였으나 함께 작업하는 동안 그런 위치에 대한 자만심이나 권위 의식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는 동등한 음악가라는 것을 항상 느끼게 해주었다.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피아노 작품이라 하면 모차르트나 슈베르트가 가장 먼저 떠오르고, 생상스와 라벨이 그 뒤를 따른다. 하지만 두 사람이 첫 음반으로 선택한 레퍼토리는 베토벤이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아르투르 첫 음반에서는 듀오 연주뿐만 아니라 솔로 피아니스트로서의 면모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피아니스트에게 하나의 관문과도 같은 베토벤을 선택했고, 솔로와 듀오 연주를 모두 담았다. 듀오 연주도 피아니스트에게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지만, 함께 연주하는 것만으로는 발전하기 어렵다. 각자의 시간을 가지고 개개인의 실력을 발전시킨 다음 다시 함께했을 때, 듀오 연주도 더 발전해나갈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함께 연주하는 것을 기대하지만, 우리에게는 듀오가 아닌 솔로 피아니스트로서의 나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첫 앨범부터 지금까지 듀오뿐 아니라 솔로 연주도 함께 수록하고 있다.

음반으로 남기고 싶은 또 다른 레퍼토리가 있다면.

루카스 사실 지금 또 다른 음반의 작업 중에 있다. 최근 앨범(2017)에서 생상·풀랑크·사이 등의 현대적인 작품을 선보였다면, 이번엔 다시 클래식 음악의 시작점으로 돌아가 보려 한다. 우리는 레퍼토리에 큰 변화를 주는 것을 즐긴다. 계속해서 같은 것만 연주한다면 지루해질 뿐만 아니라 음악성과 예술적 영감을 찾는 데도 좋지 않다. 그래서 레퍼토리에 어떤 한계를 두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너무나 많은 젊은 음악가이므로 모든 것을 시도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휘자 네빌 마리너와 함께 ©Peter van der Heyde

 

아직은 더 많은 색깔을 칠해가야 할 때

음악가로서 자신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아르투르 다른 사람이 나를 묘사하는 것보다 내가 나를 표현하는 게 더 어렵다. 매일 함께하는 특별할 것 없는 자연스러운 존재이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바라보기가 쉽지 않다. 마찬가지로 ‘루카스는 어떤 음악가인가’에 대한 질문도 답하기 어렵다. 매일 보고 듣는, 존재 자체가 자연스럽고 익숙한 형제이기 때문에 특정한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내가 루카스를 감성적인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해도, 누군가는 그를 이성적인 연주자라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한 어떤 경험이 있었나?

아르투르 한 번은 공연을 마치고 나왔는데, 어떤 관객이 다가와 “루카스, 당신의 연주에서는 이성적인 시선이 느껴졌어요. 아르투르, 당신은 정말 로맨틱한 연주자군요!”라고 말했다. 그런데, 10분 후 같은 공연의 또 다른 관객이 다가와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더라. 그는 오히려 내 연주가 이성적으로, 루카스의 연주가 감성적으로 다가왔다고 했다. 이처럼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서 다르게 다가가는 것 같다.

사실 바로 다음 질문이 ‘음악가로서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였다.

루카스 우리는 종종 무대에서 완전히 다른 색깔의 피아노를 만난다. 어떤 경우에는 아르투르가 굉장히 부드러운 음색을 내는 피아노를, 나는 굉장히 선명하고 밝은 음색을 내는 피아노를 연주하게 되는데, 때로는 이를 통해 관객이 우리의 캐릭터를 결정하는 것 같다. 이처럼 피아노가 지닌 음색도 우리의 스타일을 표현하는 데 있어 하나의 요소가 될 수 있다. 우리 연주는 항상 변화하기 때문에 서로를 하나의 캐릭터로만 표현하기는 어렵다.

서로 지닌 색깔이 달라 함께 연주하기도 쉽지 않을 텐데.

아르투르 듀오의 궁극적인 목표는 두 사람이 마치 한 명의 피아니스트인 것처럼 연주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모든 순간을 서로에게 맞추고 조절해나가야 한다. 어떤 피아노를 만나든지 큰 프레이즈 안에서 서로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맞춰나가고 있다. 함께 연주하고 있다는 것에도 항상 집중해야 한다. 이를 잊고 자신의 연주에만 취해버리면 서로의 연결고리가 끊어지고, 그 순간 음악에 두 명의 다른 연주자가 드러나 버린다.

누가 어떤 파트를 연주할지는 어떻게 결정하나?

루카스 완전히 랜덤이다. 이번 앨범에서 K242는 내가 퍼스트를, K365는 세컨드를, 그리고 K381은 다시 퍼스트를 연주했다. 항상 바뀐다.

솔로에 비해 듀오 레퍼토리는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듀오 활동에 있어 어떻게 레퍼토리를 확장해나갈 계획인가.

아르투르 아직 우리가 배워야 할 듀오 레퍼토리는 많이 남아있다. 잘 알려진 작품뿐만 아니라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보물 같은 작품도 많다. 작곡가들에게 피아노 듀오를 위한 새로운 작품도 위촉할 것이다. 새로운 작품을 계속해서 공부하고 연주하는 것 또한 기존의 레퍼토리를 익히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다. 물론 새로운 작품이 항상 좋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그것은 시도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지 않나. 그러므로 항상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작품을 찾고 경험해보고 싶다. 아직은 이르지만, 언젠가 직접 작곡을 해보고 싶기도 하다.

 

이미라 기자 사진 박진호(studio BoB)·유니버설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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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_피아니스트 루카스 & 아르투르 유센, 따로 또 함께-2
지휘자 네빌 마리너와 함께 ©Peter van der Hey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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