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이 추천하는 장르별 공연
MUST GO
국립극단 ‘스카팽’
국립극단 ‘스카팽’
10월 14일~11월 15일 명동예술극장 11월 20·21일 의정부예술의전당 ‘
스카팽’은 프랑스 극작가 몰리에르(1622~1673)의 대표작이다. 짓궂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하인 스카팽이 어리숙한 주변 인물을 통해 지배계층의 탐욕을 조롱한다. 주제의식이 뚜렷한 문제작인 동시에 형식 면에서는 이탈리아 희극 양식인 코메디아 델라르테를 차용했다. 국립극단(예술감독 김광보)이 선보이는 ‘스카팽’은 2019년 국립극단에서 제작 초연된 작품이다. 관객의 호평을 받으며 올해 재공연과 지방 공연을 결정했다. 신체극의 대가로 통하는 연출가 임도완은 원작이 가지고 있는 재기발랄함에 움직임을 더하여 캐릭터의 입체감을 살렸다. 처음부터 끝까지 딱 맞는 옷처럼 극과 맞물리는 음악감독 김요찬의 연주는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올해는 상당수 배역을 새로운 캐스팅으로 영입했다. 특히 아르강뜨 역에는 국립극단 시즌단원 문예주와 권은혜가 더블캐스팅 되어 골라 보는 재미를 준다. 작년 초연에서 중심을 든든히 잡아준 이중현(스카팽 역), 성원(몰리에르 역), 박경주(실베스트르 역), 이호철(옥따브 역) 배우는 올해도 활약할 예정이다. 지난 9월에는 강릉아트센터에서 공연을 진행했으며, 서울 공연 종료 후 11월 20·21일에는 의정부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다.
김효영
김효영 생황 연주회 ‘살 지다’
11월 4일 오후 7시 30분 일신홀
생황은 국악에서 중요한 독주 악기로 자리매김해왔다. 김효영(1974~)은 생황의 다양한 활용도를 선보이며, 악기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는 연주자이다. 이번 공연에서 그는 생황의 특징이 돋보이는 곡을 독주와 앙상블로 관객에게 들려준다. 총 6개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되며, 2곡의 초연곡과 2곡의 개작초연곡이 포함되어 있다. 생황 레퍼토리를 확장하는 데 힘써온 김효영은 이번 개작을 거쳐 화성적인 측면을 보완했으며, 생황의 주요 주법을 활용해 기존에 없던 ‘생황 산조’를 새롭게 구성했다. 초연곡인 안성민의 생황 독주와 4대의 생황 합주를 위한 ‘녹두 꽃이 떨어지면’은 전래민요 ‘새야새야 파랑새야’의 선율을 차용했다. 선율을 구성하는 3개의 음이 서로 맞물리고 엮이면서 파생되는 음이 중첩되었다 사라지는 과정을 통해 소리의 밀도가 다변화되게 작곡했다. 또 다른 초연곡인 장석진의 ‘겨울의 흙’은 여름이면 가을을 기다리고, 겨울이면 봄을 기다리는 변덕스러운 사람의 마음을 표현한다.
임동혁 ©Warner Classics
임동혁 피아노 독주회
11월 2·6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며 피아니스트 임동혁(1984~)이 베토벤의 작품을 중심으로 무대를 준비했다. 대중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소나타 중 하나로 꼽히는 14번 ‘월광’을 비롯해, 격렬한 정열과 비탄, 행복이 넘쳐흐르는 23번 ‘열정’, 그리고 베토벤의 세 개의 후기 소나타 중 첫 번째 작품으로 1악장의 서정적인 선율이 돋보이는 30번을 연주할 예정이다. 세 무대에 앞서 슈만 ‘어린이 정경’ op.15로 문을 연다. 임동혁은 수많은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한국 클래식 음악계에 팬덤 현상을 일으킨 연주자다. 하마마츠 콩쿠르 2위(2000), 롱 티보 콩쿠르 1위(2001)에 오르며 세계무대에 두각을 나타냈다. 이후 2003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3위에 올랐으나 수상을 거부하며 화제를 모았고, 2년 뒤인 2005년 쇼팽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3위에 오르며 다시 한번 주목받았다. 쇼팽·슈베르트·라벨을 담은 데뷔 음반(EMI)으로 ‘황금 디아파종 상’을 받았으며 이후 발매한 음반 모두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현재 베를린에 거주하며, 미샤 마이스키·마르타 아르헤리치 등 세계적인 연주자와 함께 지속적인 협연을 선보이고 있다.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메타 퍼포먼스: 미래 극장’ 11월 6·7일 경기아트센터 소극장 외 ‘21세기 작곡가 시리즈’ 11월 13·14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예술감독 원일)가 남은 하반기에 야심 찬 공연을 연이어 선보인다. ‘메타 퍼포먼스: 미래 극장’은 코로나 시대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작품이다. 원일과 악단은 이번 공연을 통해 기술을 통한 극장의 시·공간적 확장 가능성을 실험할 예정이다. 관객은 경기아트센터 소극장 내 로비와 객석, 무대, 주차장, 야외로 장소를 옮겨 다니며 첨단 기술과 접목한 공연을 관람하게 된다. 극장은 11월 6일 오후 7시 30분부터 11월 7일 오후 6시 30분까지 내내 개방된다. 관객 입장 시각은 6일 7시 30분, 9시 30분, 11시 30분이고, 7일에는 오후 1시 30분부터 5시 30분까지 아홉 차례 입장을 받는다. 관람 시간은 약 한 시간 정도이다. 원일 예술감독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공연예술을 체험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열려있는 극장이 미래 극장의 모습일 것”이라는 생각으로 기획한 공연이라고 전했다. ‘21세기 작곡가 시리즈’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새로운 음향을 발견하는 공연이다. 세계를 무대로 한국음악의 미래를 주도하는 양지선·라예송·장영규·동양고주파가 모였다. 유럽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양지선은 자신의 작품을 소리와 국악 오케스트라를 위해 편곡한 ‘아_에_이_오_우’를 선보인다. 라예송은 제주 무가를 모티브로 한 ‘먼 바당 작은 테우 위’를, 장영규는 궁중아악곡을 바탕으로 한 창작 제례악 ‘수제천’을 연주한다. 국악에 기반한 밴드 잠비나이의 이일우와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단원으로 구성된 공동창작팀 ‘AZIK(아직)’은 정악 선율을 모티브로 ‘평온 속에서 눈을 뜰 때’를 연주하고, 동양고주파의 멤버 윤은화가 작곡한 ‘국악관현악을 위한 사이클’(편곡 동양고주파)을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부지휘자로 재직 중인 장태평의 지휘로 진행된다. 21세기 시대정신을 바탕으로 달라지고 있는 한국창작음악의 현주소를 이들의 무대를 통해 만나보자.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연광철 ©황필주 studio79
연광철·김정원 듀오 리사이틀 ‘향수’
11월 24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묵직한 목소리가 전하는 가을의 ‘향수(鄕愁)’가 11월, 베이스 연광철(1965~)과 피아니스트 김정원의 듀오 리사이틀로 찾아온다. 특히 이번 무대는 독일가곡을 담은 음반 발매(Kreis Classic)를 기념하는 것으로, 음반에 수록된 작품을 무대에서 만나볼 수 있다. 2017년 슈베르트·브람스·볼프의 가곡을 담았던 ‘독일가곡의 밤’(11.28/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2018년 슈만, R. 슈트라우스 등의 독일가곡을 전면 배치했던 연광철의 리사이틀(12.1/JCC아트홀)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이 소식이 더욱 반갑게 다가올 것이다. 연광철(1965~)은 세계 여러 극장에서 끊임없이 러브콜을 받으며 오스트리아·독일·미국 등에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2018년에는 베를린 슈타츠오퍼에서 ‘궁정가수’를 뜻하는 ‘캄머쟁어(Kammersänger)’ 칭호를 받으며 독일어권 성악가 최고 영예의 자리에 올랐다. 이는 한국의 ‘무형문화재’와 비견할 수 있는 지위로, 그의 음악적 행보에 대한 엄청난 존경의 표시이다. 이번 무대에서는 음반에 수록된 슈베르트, 슈만, 브람스, R. 슈트라우스의 가곡은 물론, 김순애 ‘시월의 노래’, 김동진 ‘가고파’ 등의 한국가곡도 만나볼 수 있다. 2018년, 연광철은 본지(2018년 12월호) 인터뷰를 통해 “가곡을 부르는 나의 모습은, 바그너 가수로서의 모습과는 또 다른, 인간적이고 부드러운 모습이다”라며, “언젠가 한국가곡만으로 꾸며진 공연을 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독일과 한국의 음악 정서를 가곡으로 잇는 그의 노력과 행보를, 이번 무대에서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공연에는 독일 음악에 특별한 애정을 지닌 피아니스트 김정원이 함께 무대에 올라 가을날 가곡의 깊이를 더할 예정이다.
경기도극단
경기도극단 ‘저물도록 너, 어디 있었니?’
11월 19~29일 경기도문화의전당 소극장
경기도극단 한태숙 예술감독이 부임한 후 두 번째로 선보이는 연출 작품이다. 한국 사회의 이면에 드리워진 그늘을 막힘없이 파헤쳐 온 극작가 정복근이 함께한다. 작품의 배경은 도심의 오래된 재개발 지역이다. 철거 마지막 날, 빈 마을을 수색하던 경비들은 골목 모퉁이에서 피리 부는 소년의 그림자를 발견하고 뒤쫓는다. 그러다 어느 집 마당에 초로의 부부가 오가는 것을 발견한다. 부부는 무너질 위험이 있는 집안에서 임종을 맞이하고 있는 노인을 걱정하다 오랫동안 쌓아왔던 부부의 갈등을 이야기한다. 작품은 시간이 흘러도 아물지 않는 어린 시절의 상처, 그 너머의 다른 시선을 마주하도록 한다. 특별한 야망 없이 그저 보통 사람이길 원했던 평범한 중년부부의 삶이 우리의 고질적인 사회문제 앞에서 어떻게 무너져가는지 보여준다. 1940년대부터 현재까지 되풀이되는 사회의 갈등구조를 살필 수 있다. 한태숙 감독은 이번 작품을 앞두고 “정복근 작가의 희곡은 내가 경기도극단에서 연출하는 첫 창작극이란 점에 의의를 두었다”며, “정 작가의 작품을 할 때마다 희곡이 진부하다고 투덜대면서도, 결국은 그 진부한 언덕을 넘어야 다른 길에 이르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밝혔다.
박혜상 ©Sangwook Lee
소프라노 박혜상 리사이틀 ‘I AM HERA’
11월 20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
지난 5월 도이치 그라모폰(DG)과 전속 계약을 체결한 박혜상의 데뷔음반이 10월, 전 세계 동시 발매됐다. 이를 기념하여 11월 20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개최한다. 앨범 수록곡에 더해, 한국가곡 ‘시간에 기대어’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같이’ 등 그만의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도 준비했다. 박혜상(1988~)은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의 화려한 기교와 방대한 레퍼토리, 뛰어난 연기력과 표현력까지 갖춘 차세대 디바다. 서울대와 줄리아드 음악원을 졸업한 그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5위(2014), 몬트리올 콩쿠르 2위 및 최다 관중상(2015)을 수상했다. 특히 플라시도 도밍고가 주최하는 오페랄리아 콩쿠르에서 2위(2015)에 오르며 주목받았고, 이를 계기로 2016년 도밍고의 내한공연에서 함께 노래하고, 도밍고 영 아티스트 콘서트의 게스트로 LA 오페라 하우스 무대에 서기도 했다. 현재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를 포함해 글라인드본 페스티벌, 빈 슈타츠오퍼 등 전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고 있으며, 지난 5월 15일 DG 무관중 온라인 콘서트 ‘모멘트 뮤지컬’을 통해 전 세계 클래식 팬들과 만났다.
라벨라오페라단
이회수
이강호
양진모
라벨라오페라단 ‘에르나니’
11월 28·2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지난 25년간 국내에서 만날 수 없었던 베르디(1813~1901)의 오페라 ‘에르나니’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오른다. ‘에르나니’는 한 여자를 향한 세 남자의 사랑과 복수, 용서를 주제로 하는 베르디 최초의 심리극으로, 낭만주의 연극의 초석이 된 빅토르 위고의 동명의 희곡을 바탕으로 한다. 1994년 국내 초연 이후 큰 규모로 인해 쉬이 제작되지 못했던 이 작품을 라벨라오페라단(단장 이강호)이 과감히 선택해, 베르디 오페라의 또 다른 매력을 소개할 예정이다. 이번 공연은 한국을 대표하는 오페라 제작진들과 출연진들이 함께해 더욱 기대를 모은다. 라벨라오페라단을 이끌고 있는 단장 겸 예술감독 이강호를 필두로 오페라 전문지휘자 양진모와 연출가 이회수가 극의 견고함을 이끌어낸다. 국내외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소프라노 이화영·강혜명(엘비라 역), 테너 국윤종·이재식(에르나니 역), 바리톤 박경준·최병혁(돈 카를로 역), 베이스 이준석(실바 역) 등이 출연할 예정이다. 오페라에 전문성을 발휘해온 뉴서울필하모닉이 연주를 맡고, 제8회 대한민국오페라대상 합창부문 예술상을 받은 메트오페라합창단이 풍성한 하모니를 더한다.
라메르에릴
라메르에릴&한러대화 한·러수교 30주년 기념공연
11월 12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
라메르에릴(이사장 이함준)은 클래식 음악과 미술, 문학 등 예술을 통해 동해와 독도를 국내외에 널리 알리기 위해 2012년 100여 명의 저명한 예술가와 학자들이 설립한 단체다. 독도와 동해를 알리는 공연과 전시, 학술회를 개최하는 것을 넘어, 소속 예술가들은 매년 독도를 방문해 얻은 예술적 영감을 음악과 미술, 무용과 영상 등의 작품으로 승화하고 있다. 국내외로 ‘독도사랑축제’를 열며 K-클래식 대표 단체로 거듭난 라메르에릴은 러시아와의 문화교류에도 앞장서 왔다. 지난해 11월 러시아의 초청으로 상트페테르부르크 카니발홀에서 공연했고, 러시아국립도서관 ‘독도서화전’의 축하공연을 개최하며 현지의 큰 관심을 이끌어 낸 바 있다. 롯데콘서트홀에서 진행되는 이번 ‘한·러 수교 30주년 기념공연’은 러시아와 한국의 음악 유산을 아우르는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러시아의 아렌스키 ‘차이콥스키 주제에 의한 변주곡’, 라흐마니노프의 가곡 ‘노래하지 마오, 아름다운 이여’, 차이콥스키의 ‘플로렌스의 추억’과 더불어, 이영조(1943~)의 소프라노와 현악앙상블을 위한 ‘환희’, 임준희(1959~)의 소프라노·대금·해금과 현악 3중주를 위한 ‘독도 환타지’를 연주할 예정이다. 연주는 박준영(음악감독 겸 리더), 한경성(소프라노), 박경민(대금), 이승희(해금), 라메르에릴 챔버오케스트라가 함께 하는 무대로 동·서양 악기가 한 자리에서 만난다. 이함준 이사장은 본지(2020년 8월호)와 가진 인터뷰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음악으로 독도를 이야기하면 더 호소력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라며, “해외공연이 주된 목적이다 보니, 우리나라 문화를 알릴 수 있는 국악기를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공연을 공동 주최한 한러대화(Korea-Russia Dialogue)는 2008년 한·러 양국 정상의 합의에 따라 2010년부터 정치·경제·문화·교육·언론·차세대 분야에서 양국 국민 간 교류·협력을 증진하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간 양국 정상이 참여하는 KRD포럼을 4차례 개최하고, 서울에 푸시킨 동상(2013)과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박경리 동상(2018)을 건립했으며, 이외에도 각종 음악회·영화제·문학제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개최하며 양국 우호관계의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