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리네티스트 안드레아스 오텐잠머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1년 6월 9일 9:00 오전

MEET THE ARTIST 10 | 지휘자·클라리네티스트 안드레아스 오텐잠머

플루티스트 최나경이 만난 세계의 음악인 ⑩
클라리네티스트 안드레아스 오텐잠머

엄친아, 지휘봉 잡다

클래식 음악계에서 ‘오텐잠머’라는 이름은 클라리넷의 명가로 통한다. 베를린 필하모닉의 클라리넷 수석이자 전 세계에서 큰 사랑을받는 솔리스트로 우리에게 친숙한 안드레아스 오텐잠머(1989~), 그의 아버지이자 빈 필하모닉 클라리넷 수석을 역임한 에른스트 오텐잠머(1955~2017), 그리고 안드레아스의 형 다니엘 오텐잠머(1986~) 역시 현재 빈 필의 클라리넷 수석으로 활동 중이다. 그런 오텐잠머 집안의 막내인 안드레아스가 최근 지휘봉을 들었다. 런던에서의 지휘 데뷔를 위해 자가격리 중이던 그와 영상으로 만났다.
그동안 지휘를 공부해 온 줄 몰랐다. 지휘 데뷔 소식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놀라게 해서 미안하다(웃음)! 사실 오랫동안 관심을 가지고 계획해온 일이다. 클라리넷을 시작할 때부터 지휘 수업도 같이 받았다. 지휘자가 되고 싶었다기보다는, 음악을 더 큰 그림으로바라보고 싶었다. 그간 소규모 오케스트라와 지휘자 없이 연주하며 감각을 익혀왔고, 최근 지휘자로 정식 데뷔했는데 포디엄 위에서느낀 자유로움과 자연스러움에 나도 놀랐다. 악기 연주자가 취미로 지휘를 하는 게 아니라, 온 맘을 다해 진지하게 음악을 만드는 프로 지휘자로 성장하고 싶다.
정식 지휘자로서의 가장 첫 공연은 언제였나? 올해 초 아르메니아에서였다.
그렇지 않아도 그 영상을 봤는데 정말 훌륭했다. 그게 데뷔 공연이었다니! 오케스트라에서 클라리넷을 연주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분야다. 말하자면 많은 사람이 가는 곳으로 함께 우르르 따라가는게 아니라, 그 사람들을 한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다. 내가 빈 필 음악가 집안 출신이고 베를린 필 수석이다 보니, 연주자들이 나와 함께 음악을 만들 준비를 잘해주더라. 그들의 기대치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노력한다.
당신을 지휘자로 데뷔할 수 있게 다리를 놓아준 게 팬데믹이라고. 그렇다. 코로나가 지휘를 좀 더 진지하게 파고들 수 있는 시간을허락해 주었다. 지난 1년여 동안 미친 듯이 지휘 공부를 했다. 2020년 3월 이후 수많은 공연이 취소되었는데, 자발적으로 그만큼의 공연을 취소하고 안식년을 내어 지휘에 집중해보겠다고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팬데믹이 위기로 해석되었지만 나는 그것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스위스 뷔르겐슈토크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으로도 활동 중인데. 내년이면 벌써 예술감독 10년 차다. 이 축제는 연주 활동 외로 삶의스펙트럼을 넓혀준 계기다. 친구들인 피아니스트 유자 왕,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 기타리스트 밀로쉬 카라다글리치 등이 자주 참여하고 있고, 매년 2월에 열린다.
한국에도 지휘자로서 오게 되면 정말 좋을 것 같다. 물론이다. 그러고 보니 두 개의 일화가 생각난다. 한국에 협연자로 방문했을 때, 누군가 내 얼굴을 마블 영화 중 ‘토르’의 포스터에 합성해 보여주며 나를 ‘토르텐잠머’라고 불러줬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또 다른 관객은 내가 한국에서 ‘장모님들이 원하는 사위 1순위’에 뽑혔다고 알려주어 신났던 기억도 난다.

빈에서 보스턴, 그리고 베를린까지
가문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음악의 도시 빈에서 음악가들에 둘러싸여 성장한다는 것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한 가지확실한 것은, 음악이 어느 순간 나에게 소개된 것이 아니라 항상 주위에 있었다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악기를 하는구나”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 조금 놀랐다. 알다시피 아버지는 빈 필의 클라리넷 수석이셨고, 어머니는 첼로를 전공하셨다. 어렸을 때 그랜드 피아노가 집에 있었고, 피아노 위에는 클라리넷이, 피아노 아래엔 첼로가 있었는데 형과 나는 그 악기들을 자연스럽게 건드려보며 놀았다.
유럽에 있는 음악 대학이 아닌, 미국 하버드 대학에 진학한 건 이례적이다. 하버드의 대표 색깔인 벽돌색이 지금 내 뒤에 있어서 학교 생각이 더 난다! 난 음악 외에 다른 과목들도, 스포츠도 좋아하는데, 빈에서는 그 모두를 해결해줄 만한 학교가 없어서 하버드를 택했다. 사실 하버드 재학 중 베를린 필 카라얀 아카데미 오디션을 보기 직전까지, 음악을 전공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하고 싶은 것, 도전하고 싶은 것이 많아서 (지금도 많긴 하지만) 주저했는데, 베를린으로 이주하면서 전문 연주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음악의 길을 걷겠다고 결정한 해에 베를린 필의 수석 클라리네티스트가 됐다. 아카데미에 입단하고 몇 달 후 베를린 도이치 심포니 오케스트라(DSO)에 합격했는데, 다시 몇 달 후 베를린 필 오디션이 있어 참가했는데 거기에도 합격했다. 모든 것이 한 시즌 안에 이루어졌다.
빈의 최고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났는데도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간 것, 그리고 다시 유럽으로 온 것도 큰 결정이었을 것 같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하지만 카라얀 아카데미에 들어가면서 이왕 음악을 하는 거면 결코 열등감에 찬 음악인이 되지는 않으리라 생각했다. 늘 보아온 빈 필의 수준으로 연주를 하고 싶었고 그렇게 스스로 기준을 높이 세웠다.
감동을 주는 연주는 풍부한 삶의 경험에서 나온다. 바쁜 연주 일정 속에서도 운동과 취미 생활을 열심히 하던데. 꼭 그래야만 한다. 음악이란 자신의 모든 색깔을 보여주는 일이므로 음악 외에 여러 경험을 할수록 연주에 도움이 된다. 매일 텅 빈 벽을 바라보며 혼자 연습만 한다면 테크닉적으로 준비를 잘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런 연주로는 누구도 감동하게 할 수 없다. 혹은 감동을 주기 위한 연주를 흉내 낼 뿐이다.
경험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재즈의 영향은 어떻게 받게 되었나? 감히 내가 재즈를 한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재즈 냄새가 풍기는클래식 음악을 연주하는 것은 좋아한다. 코플랜드, 거슈윈, 심지어 스트라빈스키도 재즈 색깔을 클라리넷으로 표현했다. 재즈는 클라리넷이라는 악기의 자연스러운 일부이다. 이 악기를 하는 사람이라면 재즈의 감각은 당연히 잘 알고 있어야 한다.
10년 뒤 되고 싶은 자신의 모습이 있는지. 개인적으로는 계획을 세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삶이 흘러가는 모양에 따라 유연성 있게 대처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명답이다! 그럼 앞으로 1년 안에 예정된 음반이나 공연 소개를 부탁한다. 직접 편곡한 멘델스존의 ‘무언가’ 곡들이 담긴 앨범(DG)이 곧 출시될 예정이다. 같은 곡을 한 번은 유자 왕과의 피아노 듀오로, 한 번은 슈만 콰르텟과의 클라리넷 5중주로도 들을 수 있다. 지휘에 관해서는 예정된 모든 공연이 기대된다. 이제 시작점에 서 있기에 그 가능성이 무한하다!



글 최나경 
동양인 최초, 여성 최초로 빈 심포니의 플루트 수석을 역임하고, 현재 오스트리아에 거주하며 솔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유튜브 채널‘Jasmine Choi 최나경’에서 연주·인터뷰 영상, 플루트 전공자들을 위한 영상으로 팬들과 소통하고 있으며, 지난해 9월부터 월간객석 ‘Meet the Artist’ 시리즈를 통해 글과 영상으로 세계 음악인들을 소개하고 있다.




안드레아스 오텐잠머(1989~)는 베를린 필의 클라리넷 수석으로 활동하고 있다. 빈 필의 클라리넷 수석이었던 에른스트 오텐잠머의 2남 중 차남으로, 친형이자 현 빈 필 수석인 다니엘 오텐잠머와 함께 클라리넷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연주자이다. 첼로를 전공한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릴 때 첼로를 전공하려 했으나 곧 클라리넷을 택했고, 22세의 나이로 베를린 필에 입단했다. 스위스 뷔르겐슈토크 페스티벌의 음악감독이자 도이치 그라모폰의 아티스트로 리코딩과 솔로 활동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으며 최근 지휘자로 데뷔했다.







최나경과 온라인으로 대화 나누는 오텐잠머 





더 클라리노츠 
에른스트 오텐잠머·다니엘 오텐잠머·안드레아스 오텐잠머(클라리넷)/프란티세크 야노시카(피아노)/빈비르투오조 슈트라이셴 앙상블 
DG 4811917
모차르트 ‘코지 판 투테’ 중 ‘부드러우면 좋겠다’, 알베르트 프란츠 도플러·카를 도플러 베르디 ‘리골레토’ 주제에 의한 환상곡 외




새로운 시대 
안드레아스 오텐잠머(클라리넷)/에마뉘엘 파위(플루트)/알브레히트 마이어(지휘)/포츠담 캄머아카데미 
Decca 4814711 
슈타미츠 클라리넷 협주곡, 단치 클라리넷과 바순을 위한 콘체르티노 Op.47, 모차르트 ‘돈 조반니’ 중 ‘Batti batti o bel Masetto’ 외






블루 아워 - 베버, 브람스, 멘델스존 
안드레아스 오텐잠머(클라리넷)/유자 왕(피아노)/마리스 얀손스(지휘)/베를린 필하모닉 
DG 4836069 
브람스 인테르메조 Op.118-2, 베버 클라리넷 협주곡 1번 Op.73, 멘델스존 무언가 7권 6번 Op.85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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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텐잠머 지휘 연습 영상 최나경 인터뷰 유튜브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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