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극장에서 숨 쉴 수 있습니다’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1년 12월 29일 9:00 오전

GAEKSUK EYE’S from Italy

극장과 공연의 활성화를 위한 캠페인

이탈리아 전역의 극장들은 2021/22 시즌 개막에 맞춰 관객을 다시 극장으로 초대하고 공연예술의 회복을 돕기 위해 캠페인을 진행했다. 캠페인은 이탈리아 문화체육관광부와 제노바 국립극장이 공동으로 제작하고 이탈리아 공연예술연합회(AGIS) 및 문화부 산하 영화 관련 기관인 치네치타 조명 협회가 협력하여 선보였다.

이번 캠페인에서 선보인 다비데 리베르모레와 젭 파올로 쿠코가 감독한 4분짜리 영상은 물을 소재로 하여 코로나로 오랫동안 호흡을 참을 수밖에 없었던 이탈리아 예술계를 물속에 잠긴 모습으로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또한, 비말 감염이 주요인인 코로나가 물에서는 감염되지 않는다는 것을 극장의 감염 사례가 없다는 것에 빗대었다.

그동안 이탈리아의 극장들 은 객석뿐만 아니라 무대 위에서도 거리두기를 하며 엄격한 방역수칙을 지켜왔다. 그러면서도 예술성은 잃지 않고 어려운 상황 가운데 예술의 생명을 지켜왔다. 마음을 모은 이탈리아의 극장들은 ‘극장’이야말로 코로나로부터 가장 안전한 장소라는 것을 입증해내며 전 좌석 이용을 가능하게 했다. 특히 코로나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던 이탈리아 북부의 극장이 다시 활기를 찾는 것은 극장 내 감염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관객들이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캠페인은 이에 기초하여 극장의 안전성과 예술의 불멸성을 알리기위해 시작되었다.

수면을 뚫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듯

40m의 깊은 수심을 자랑하는 몬테그로토 테르메 수영장에서 수중 촬영한 영상은 지휘자·배우·무용수·음악가 및 극장에 관련된 직업군(의상 디자이너·무대 조명·음향 기술자 등) 사람들을 물속에 잠기게 한 후, 마지막에 “무대로!”라고 외치며 함께 물 밖으로 나오는 연출이다. 희극, 클래식 음악에서 서커스에 이르기까지 모든 예술 분야의 예술가들이 캠페인에 참여했다.

감독 리베르모레는 “15여 명의 배우는 수영에 매우 능숙해야 했다. 가장 경험이 많은 사람도 촬영을 시작하기 전 무호흡증 잠수 훈련을 받았다. 무엇보다 몸을 평행하게 유지하며 마치 걷는 것처럼 표면에 나와야 한다는 점이 가장 어려웠고,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의 인물인 보텀의 분장이 물속에 잠겨버리는 어려움도 있었다”라며 출연진 선정과 수중 촬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무대 조명이 심연을 밝히고, 지휘자가 지휘하며, 바이올리니스트가 파가니니의 카프리치오를 연주하고, ‘백조의 호수’의 백조로 분장한 무용수가 춤을 추고, ‘마술피리’의 밤의 여왕으로 분장한 성악가가 아리아를 부르는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무대 위와 다를 것 없이 자신의 예술을 물속에서 펼친다. 수중에서의 움직임은 느리고, 감각은 무뎌지며, 머리와 옷은 서로 뒤엉킨다. 이렇듯 물속에서 이들의 모습은 어딘가 멈춘 듯하지만, 영상 속 그들의 강렬한 눈빛과 움직임은 여전히 코로나의 ‘물속’ 순간이 멈추지 않았음을 느끼게 한다. 영상은 팬데믹으로 18개월 동안 예술은 멈춘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여전히 우리의 삶 속에 흐르고 있는 예술의 본질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영상 속 모든 예술가가 점점 물의 표면에 가까이 가며 마침내 진짜 숨을 쉬게 되는 모습은 이제는 물 밖으로 나와 관객과의 교감을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이며 희망의 메시지일 것이다.

우리 모두 이 어려운 시기를 지나오며 느낀 바가 있다면, 예술이 우리 삶에 얼마나 필요한지, 예술을 누린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느꼈을 것이다. 예술 안에서 나와 타인을 더 생각하며 존중하게 되었으며, 더 나아가 인간의 나약함을 통해 더욱더 폭넓게 예술에 깊이 공감하게 되었다. 새로이 느끼는 일상의 소중함을 통해 관객과 극장, 예술가들이 다시 숨 쉬는 날이 곧 오기를 고대한다.

글 이실비아(성악가·이탈리아 통신원) 사진 이탈리아 문화체육관광부 유튜브 영상 캡쳐

 

 

 

<변경된 이탈리아 극장 내 거리두기 지침>
지난 2021년 10월 11일부터 모든 종류의 극장(영화관·콘서트홀·엔터테인먼트·라이브 음악 공연장 등)과 공연에 관한 거리두기 규칙이 변경되어 두 가지 색깔의 존(Zone)으로 운영된다. 이탈리아주 프리우리, 베네치아, 줄리아와 볼차노는 여전히 전체 객석의 50%만 입장 가능하며 관객 간 1m 거리 유지가 이루어져야 하는 황색 존(zone)을 운영 중이며, 이를 제외한 모든 주들이 거리두기 없이 객석 허용 인원 100%인 흰색 존에 속한다. 그러나 12월 6일~1월 15일까지 도입되는 ‘슈퍼 그린 패스’(백신 접종 완료자 또는 완치자에게 발급되는 백신 패스)가 극장 출입 시 필요하다. ※이 사실은 2021년 12월 10일 기준이며, 이탈리아 방역 당국에 의해 정책은 변경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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