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객석’이 추천하는 이 달의 신간 | ‘MIT 음악 수업’ 외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2년 3월 21일 9:00 오전

IN TO THE BOOK

예술을 담은 책 | 글 임원빈 기자


음악을 음미하기 위한 방법

 

100년 전 경성의 음악공간을 산책하다

신혜승·김은영·이수정 저 20,000원 ┃ 우리에뜰

100년 전 서양음악이 조선에 뿌리내리기까지의 여정은 길고 험난했다. 당시 라디오와 신문물과 더불어 조선인의 눈과 귀는 더욱 열렸고, 빠르게 체화해 고유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 여정을 따라 한국 근대음악의 발자취를 살펴볼 수 있는 책으로, 세 명의 연구자가 뿌리와 역사를 짚는다. 저자들이 제안한 코스를 따라 산책하면, 청계천 남촌의 경성공회당에서는 첫 우리말 라디오 방송 중계와 쇼팽의 피아노 선율이 흘렀고, 작곡가 홍난파가 거점 삼은 서울기독교청년회관(YMCA)은 공연이 자유롭지 못했던 일제 강점기의 음악가들에게 꿈을 키웠음을 알게 된다. 책은 조선에서 서양음악이 발전해온 역사를 짚는다.

 

 

 

 

 

 

고전적 양식

찰스 로젠 저 ┃ 장호연 역 55,000원 ┃ 풍월당

음악학자 찰스 로젠(1927~2012)은 고전주의에 파고들었다. 1971년 발표한 ‘고전적 양식’은 ‘전미도서상’을 수상하며 많은 음악가와 학자들에게 사랑받는 학술 저서로 자리 잡았다.  책은 하이든·모차르트·베토벤의 음악적 업적과 그들의 독보적인 작곡 방식인 음악 언어를 통해 고전주의에 닿고자 한다. 또한, 이들의 작품을 해체해 지향점을 살핀다. 고전주의의 대표되는 양식인 소나타에 대해 저자는 법칙이라기보다, 실험의 장이었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러한 설명은 ‘양식’으로만 무장한 듯한 고전주의를 한편 편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연다. 양식사와 미학에 대한 접근은 물론 이들의 삶과 예술을 다루고 있어, 세 작곡가의 음악 마니아라면 반드시 가까이할 책이다.

 

 

 

 

오디오의 유산

김영섭 저 120,000원 ┃ 한길사

와인이 미각의 취향을 찾는 여정이라면 오디오는 소리의 취향을 위해 떠나는 여정이다. 하지만 방대한 종류와 다양한 향유법은 입문자들을 주저하게 한다. 저자는 좋은 소리를 얻기 위해 50년 넘게 오디오 세계를 탐험해왔다. 저자는 한국건축문화대상, 서울시 건축상 등을 수상한 유능한 건축가이다. 그는 어린 시절 클래식 기타를 배우며 클래식 음악 음반과 오디오 기기에 빠졌다. 그 역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기기들의 구사 방법을 찾아냈다. 책은 19·20세기에 걸쳐 황금기를 맞이했던 오디오 시스템의 전반적인 역사를 조망한다. 접하기 힘든 전설적인 명기들의 사진도 수록되어 있어 호기심을 자극한다.

 

 

 

 

 

 

내 마음의 클래식

서기열 저 20,000원 ┃ 반도

 

비발디는 계절의 생명력을 음악 속에 담으며 후에 차이콥스키, 하이든, 피졸라에게 사계절의 영감을 불어 넣었다. 이렇듯 작곡가에게 계절은 음악으로 다가왔는다. 책은 각 사계절에 어울리는 클래식 음악을 엮어 소개한다. 봄의 풍경은 슈만 교향곡 1번 ‘봄’에 담고, 여름은 멘델스존의 무언가와 헨델의 ‘수상음악’에 담았다. 한편, 가을의 쓸쓸한 풍경은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의 2악장 속에 그렸고, 겨울의 매서운 한파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과 엮었다. 음악을 들어볼 수 있는 QR코드와 계절의 풍경을 그린 일러스트가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저자는 ‘내 마음의 클래식’ ‘이야기가 있는 클래식’을 제목으로 한 라디오 프로그램을 맡아 왔다.

 

 

 

 

 

MIT 음악 수업

미래 교육을 위한 음악과 과학의 인문학적 융합

스가노 에리코 저 ┃ 한세희 역
26,000원 ┃ 현익출판

급변하는 사회의 흐름 속 음악의 역할은 무엇일까? 세계경제포럼(WEF)의 회장 클라우스 슈바프는 “과거와 같은 생각에 머문다면 미래에는 일자리를 가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며 미래에 필요한 역량은 '창의성'과 '융합'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음악은 우리의 굳은 사고를 유연하게 하고 새로운 영감을 떠오르게 한다는 점에서 미래의 중요한 열쇠를 가지고 있다. 과학 기술자와 연구자들을 배출하는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이러한 점에 초점을 두고 인문학·예술 분야를 활용한 융합 교육을 이끌어왔다.
책은 MIT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다양한 음악 수업을 마치 강의실에서 앉아 직접 듣는 것처럼 자세히 안내한다. 클래식 음악, 월드뮤직, 비틀즈, 20세기 음악, 랩톱 앙상블 등 서양 음악사부터 오늘날의 기술과 음악이 만들어낸 '인터랙티브 뮤직 시스템'까지 학생들의 열띤 토론과 교수님의 자세한 설명이 담겨 있어 생생한 음악 교육 현장으로 독자를 이끈다. 

 

 

 

 


책 속으로

#52쪽 #음악은 인류를 알아가는 시간 #서양음악사
음악은 인류와 함께 탄생했고,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
화 속에서 성장했다. 그리고 인간의 풍부한 감정을 표현하고, 공동체나
사회의 결속을 다지며 자연의 아름다움이나 우주의 장대함을 찬양했
다. 그렇기에 음악사를 공부하는 것은 인간의 창조역사를 되짚어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 이 수업에서는 각 시대의 양식·형식과 관례를 실
제 곡을 통해 배운다(매주 3~4곡). 곡에서 무엇을 들어야 하는가? 어떻
게 해석하면 되는가? 수업에는 리듬이나 화성, 형식 같은 음악적 요소
뿐만 아니라 동시대의 다른 작곡가나 작품, 예술 분야와의 연관성 등
다양한 집중 포인트가 있다. 이 수업의 목적은 음악사를 전체적으로 살
펴보고, 음악을 듣는 방법을 종합적으로 배우는 것이다.

#157쪽 #해체하고 다시 조립하고 #음악분석
이날은 슈만의 ‘어린이를 위한 앨범’ 제 21곡의 18마디 소품을 자세히
분석했다. (···) 우선 화성을 분석하고 화음의 도수를 써본다. ‘왜 그 음
을 사용해서 화음을 만들고 그렇게 화성 진행을 했을까?’ 독특한 울림,
주목해야 하는 화음, 생각지도 못한 전조, 의외의 카덴차에 관해서 질
문과 토론이 진행되었다. (···) “불협화음의 사용법에 주목해 주세요. 어
떤 효과가 있나요? 어떻게 비화성음을 확인하고 없앨 수 있을까요?” 이
렇게 교수가 질문하자, 학생들은 ‘전타음’이나 ‘보조음’을 없애면 된다고
대답했다. 이를 제거하면 본래의 화음이 보인다. 화성 진행은 다시 말
하면 골조와 같다.

#285쪽 #일상의전환 #사물과 감정의 이입
‘뮤직보틀’은 유리병이라는 일상적인 물건을 디지털 정보로 이용 가능
한 인터페이스로 바꾼다는 발상과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보내고 싶은
마음의 일기예보가 담긴 작은 병’이라는 이시이의 감정적인 요소가 융
합한 것이다. 이러한 융합적 발상은 병의 코르크를 제거하면 음악이 흘
러나오는 기술적인 설치 작품으로 승화되었다.

#278쪽 #종합적 사고능력 #음악의 이해
‘어드밴스 세미나’ 담당 교수 키릴 마칸은 자세한 정보보다 작곡이라는
큰 틀에서의 창조적 과정에 주목하고, 이를 통해 음악이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암기력이 아닌 전체적으
로 중요한 흐름을 추출하는 능력, 즉 추상적 사고력을 사용하는 것이다.

#288쪽 #이시이 히로시 교수(MIT미디어 랩 부소장)가 미래 세대에게
새로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과학, 디자인, 테크놀로지 등이 필요
합니다. 이 중에서 제 영감의 원천은 예술입니다. 예술은 새로운 질문
을 던져주기 때문입니다. (···) 젊은 세대에게 다음의 세 가지 힘을 주고
싶습니다. 우선 첫 번째는 ‘저항력’(돌출하는 힘)입니다. (···) 남들과는
다른 생각을 하는 것, 이것은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 아주 중요합니다.
두 번째는 ‘추진력’(길을 개척하는 힘)입니다. 일본의 조각가이자 시인
다카무라 고타로의 시 한 구절처럼 ‘내 앞에는 길은 없다. 내 뒤에 길이
생긴다’라고 생각하고 꼭 새로운 길을 개척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
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창조력’(해발 제로 미터에서 산을 만들어 꼭
대기를 정복한 다음, 타인을 불러 모으는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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