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교향악단 상임이사 한창록, 이제는 꿈을 펼칠 시기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3년 2월 13일 9:00 오전

2023 My Plan 2

 

KBS교향악단 상임이사 한창록

지금처럼 최고의 팀워크 유지하기

안정기에 돌입한 악단, 이제는 원하던 꿈을 펼칠 시기

KBS교향악단이 재단법인으로 전환된 지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2012년 처음 출범을 알렸을 때, 해결되지 않는 노사 갈등과 여러 말들로 악단은 창단 이후 최악의 역풍을 맞았다. 연주의 파행과 단원들의 사기저하로 인해 악단이 흔들리는 와중에 새로운 음악감독으로 요엘 레비(1950~)가 임명됐다. 그는 엄격하고 충실한 원칙으로 악단을 서서히 정비해나갔다.

그리고 2022년 새로운 음악감독 피에타리 잉키넨(1980~)이 레비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는 악단의 정비가 완전히 마무리됐음을 알리는 동시에, 새로운 시기가 찾아왔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악단은 지금 최고로 무르익었다. 이에 맞춰 작년 3월, KBS교향악단은 새로운 상임이사를 맞이했다. 그는 “KBS교향악단은 지금 활기찬 에너지로 가득하다. 이제 이를 아름다움과 감동으로 세상에 퍼뜨릴 때다”라고 말한다.

 

‘오케스트라의 수장’이라 하면 자연스럽게 음악감독이 먼저 생각난다. 그러다 보니 사무국의 역할은 더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무대 뒤 사무국과 상임이사의 역할은 무엇인가?

여느 회사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대표로서 직원·단원의 월급을 주고, 수입과 지출을 관리하고, 홍보 전략을 짜고, 노사 협의를 하고, 감사를 받는다. 그러나 우리가 임하는 서비스와 상품이 매우 특수하고, 예술가가 고도의 예술적 역량을 발휘해야 하는 일이란 건 특별한 일이다. 그들이 최상의 상태에서 좋은 연주를 할 수 있게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현실적인 이야기로 들어가면, 1년에 약 100회의 연주를 하는 우리 악단에 음악감독은 1년 내내 상주하지 못한다. 기획공연, 정기공연의 계획을 짜고 사회공헌사업·마케팅·디지털 콘텐츠 제작을 수행해 챙겨야 하는 세세한 사항은 음악감독보다 사무국의 역할이 된다. 이 총괄의 책임은 사장에게 있다.

음악감독의 빈 자리를 채우는 데는 악장도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현재 KBS교향악단의 악장은 공석이다. 악기 수석도 빈자리가 있는데, 임명 계획이 있을까?

작년에 여러 공석을 채웠다. 단원을 총 10명 뽑았는데, 그중 수석만 다섯 자리가 채워졌다. 올해 상반기 안에 남은 자리도 채우길 바라고 있는데, 물론 쉽지는 않다. 그러나 악장은 악단에 최우선순위임을 공감하고 있기에,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올해 반드시 임명하겠다는 의지와 계획이 있다.

KBS교향악단은 2010년대 중반부터 상임이사직을 음악 관계자가 아닌 방송현장 인사로 선임해왔다. 이런 배경이 어떻게 작용한다고 생각하나.

프로그램 제작 PD로 일한 25년과 편성과 기획을 본 5년은 악단을 이끄는 일과 분명 연결점이 있다. 프로그램 제작과 편성은 동시대인의 관심과 요구가 무엇인지 파악하여 기획·제작을 하면서, 우리가 생각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방법을 모색한다. 정해진 예산에서 품질을 떨어뜨리지 않으며 수익 창출을 해나가는 것도 중요하니, 악단 운영에도 반드시 필요한 역량이다. 개인적 부분에서 음악 전문가는 아니지만, 음악을 향한 동경과 욕망은 오래도록 가지고 있었다. 2008년부터 3년간 뉴욕 특파원으로 일할 때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를 수십 번 관람할 정도로 관심이 많았다. 해외를 갈 때면 베를린 필·빈 오페라·마린스키 발레 등 여러 공연도 챙겨보곤 했다.

악단을 경영하면서 다른 해외 악단의 운영 사례를 참조하나.

베를린 필, 보스턴 심포니, NHK 심포니 등을 살펴는 보지만 실제로 적용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해외 악단의 사무국 직원에 비하면 우리는 정말 소수정예가 움직인다.

 

앉아서 만나는 KBS교향악단

KBS교향악단은 클래식의 고급화와 클래식의 보급화 중 무엇을 추구하는가?

두 가지는 배중률의 관계가 아니다. 우리 악단의 정체성과 미션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나는 순수한 고전 음악의 감동과 아름다움을 어떻게 더 많은 사람과 나눌지 고민한다고 답할 것이다. 그래서 디지털 콘텐츠 활용에 더욱 앞서가려 노력하는 것이다.

작년에는 온라인 플랫폼 ‘디지털K홀’을 시작하지 않았나?

맞다. 현재 하루에 하나의 영상 콘텐츠를 올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에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도 개발할 예정이다. 또, 공연뿐만 아니라 교육용 콘텐츠와 다큐 등을 다루어 높은 품질의 다양한 영상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로스트아크 게임음악회’ 이후 유튜브 채널에도 큰 관심이 쏠렸다.

유튜브 채널의 약진은 지난해 가장 두드러지는 점이었다. 작년 5월부터 개편한 채널이 반년 만에 8배 성장을 보였으며, 국내 오케스트라 채널 가운데 구독자수 1위를 기록했다. 신선하고 재밌는 협업 기획도 고려중이다.

전통 사업인 음반 발매도 계획이 있을까?

전임 음악감독 요엘 레비가 음반을 낸 이후 공백이 길었다. 그 때문에 올해는 꼭 음반을 발매할 계획이다. 3월에 현 음악감독인 잉키넨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 음반을 녹음한다. 또 그와 함께하는 2024년까지 매년 음반을 발매하려 한다.

차이콥스키 교향곡인 이유는?

여러 공연의 반응을 반영하여 선정됐다. 많은 사랑을 받는 레퍼토리와 실험적인 것 중 어느 것을 할까 고민하였는데, 잉키넨과 발매하는 첫 음반이다 보니 실험보다는 좋은 인정을 받는 것이 먼저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변화로 채울 2023년

언제나 예술의 사회공헌은 중요한 주제이다. KBS교향악단은 이 부분에 어떻게 활동하고 있나.

지난해 11월부터 청소년 지휘자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했다. 중·고등학생 두 명을 선발했고, 그들을 청소년 시기부터 양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잉키넨이 핀란드 지휘 아카데미 출신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굉장한 열의와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 이외에도 한국예술종합학교와 MOU를 체결했다. 차세대 스타를 우리가 먼저 찾는다는 생각으로 젊고 좋은 연주자지만 아직 유명하지 않은 재능 있는 청년들과 협연하는 공연을 계획 중이다. 또, 청소년 소외계층을 위해 좌석 티켓을 무료로 제공하는 일도 하고 있다. 작년엔 약 1,500석 정도가 제공된 바 있고, 올해에는 이를 2,000석 이상으로 증대하고자 한다.

올 한해 레퍼토리 중 기대하고 있는 부분이 있을까?

레퍼토리를 최대한 겹치지 않게 짰다. KBS교향악단이 가진 팔색조 매력을 보여주고 싶었달까. 특히, 바이올린 협연자가 다양한 만큼 기존에 우리가 하지 않았던 프로그램을 시도하려고 한다.

이런 레퍼토리에 상임이사의 관여도는 어떠한가?

레퍼토리는 일부러 관여하지 않고 있다. 내 위치에서 너무 간섭하려고 하면 오히려 사기가 저하되지 않나.(웃음)

그럼, 올 한해의 목표는 무엇일까?

‘세계 수준의 교향악단을 우리가 가지게 됐구나’라고 관객들이 느끼는 한해, 적어도 ‘그 방향으로 가고 있구나’라는 자신감을 얻는 해가 되길 바란다.

이의정 기자 사진 KBS교향악단

 

한창록(1965~) 서울대에서 언론정보학을 공부했다. ‘시사투나잇’을 진행했으며, ‘KBS스페셜’ ‘생방송 세계는 지금’ 등을 기획·제작했다. KBS뉴욕PD특파원·편성마케팅국·기획제작국 등에서 근무했으며, 2022년 3월 KBS교향악단 상임이사에 취임했다.

 

Performance information

엘리아후 인발/KBS교향악단(협연 닝 펑)

2월 23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협주곡 1번,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1번

 

피에타리 잉키넨/KBS교향악단(협연 파스칼 로제)

4월 1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뒤카 ‘마법사의 제자’, 라벨 피아노 협주곡,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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