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 개관 30주년을 맞은 예술의 전당, 사장 장형준의 포부와 비전을 묻다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3년 2월 10일 9:00 오전

예술의전당 사장 장형준

전관 개관 30주년 맞아 예술성 강화한다

취임 후 순수 예술 전용극장으로서의 경쟁력을 더 높이려는 그의 포부

 

 

 

 

 

 

 

 

 

 

때는 1988년 2월, 예술의전당 1단계 공사가 완성됐다. 현재의 음악당, 그리고 서예관이 당시 예술의전당 구성의 전부였다. 같은 해, 현 예술의전당 사장 장형준은 미국 뉴욕, 맨해튼 음대에서 피아노 공부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음악학도였다. 그 뒤로 1990년 10월 한가람미술관과 디자인미술관이 개관했을 때, 그는 맨해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었고, 1993년 오페라 하우스가 개관하던 해 장형준은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협연자로 무대에 올랐다. 2년 후인 1995년, 그는 서울대 음대 피아노과 교수로 부임해 국내에서의 활동을 시작했다.

그 뒤로 마치 평행 세계의 이론처럼 예술의전당도, 장형준 사장도 자신의 자리를 지켜 왔다. 예술의전당은 성장해나가는 국내 음악계의 가장 큰 문화기관으로, 장형준 사장은 음악을 연구하며 수많은 제자를 양성해낸 교육자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30여 년이 흐른 지금, 두 세계가 드디어 만났다. 장형준은 이번 예술의전당과의 만남이 스스로에게 ‘가장 좋은 타이밍’이라고 말한다. 국내외 공연계에서 쌓은 식견과 여유, 운용의 묘를 적절히 적용할 수 있는 바로 지금 말이다.

지난해 6월 취임 후, 3개월이 지나서 첫 기자 간담회를 했다. 3개월이라는 시간의 의미는 무엇이었나.

앞으로의 구성을 어느 정도 그린 상태에서 기자 간담회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첫 3개월은 꼼꼼하게 예술의전당을 돌아봤다. 물론, 내게 너무 익숙한 공간이었지만, 돌아보고 나니 겉에 보이는 시설만 알고 있었더라. 모든 장소를 다 둘러보는 데에 시간이 꽤 걸렸다.

기자 간담회를 통해 순수예술 장르 활성화, 미래 예술 세대 성장 지원, 문화예술 향유 플랫폼 선도 이 세 가지를 목표로 설정했다. 그중 순수 예술 공간의 역할 강화가 특히 눈에 띄었다.

예술의전당도 이제는 변화할 시기가 오고 있다. 여전히 이 정도 규모의 문화 공간이 생기긴 어렵지만, 개관 당시보다 많은 공연장들이 생겨나고 있다. 예전처럼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다는 것’만으로 만족하던 시절은 이미 지나가고 있다. 더 깊이 있고, 뛰어난 프로덕션을 올려야 한다.

벨리니 ‘노르마’가 오페라하우스(10월)에, 푸치니 ‘투란도트’가 CJ토월극장(8월)에 오른다. 2024년에 베르디 ‘오텔로’, 2025년에 창작 오페라 제작까지…. 3년 취임 기간에 이뤄질 오페라 기획을 동시에 발표한 이유는 무엇인가?

지금까지는 국고 지원이나 홀의 사정 등으로 못해왔던 일일 뿐, 실제로 기획해보니 직원들의 팀워크는 충분히 준비되어 있었다. 언젠가 예술의전당이 제작 극장으로 거듭나기 위해 반드시 시작해야 하는 일이었고, 내가 사장으로 취임한 이상 지금이 시동을 걸 때라고 생각했다. ‘노르마’의 경우는 외국과의 협업이 일부 포함되어 있어 프로덕션의 스케줄까지 고려했다. 그동안 갈라 공연에서는 만나볼 수 있지만, 전막 공연은 흔치 않기도 했다. ‘투란도트’는 여름에 오를 예정이다. 오페라 공연의 프로덕션도 한 번의 공연으로 끝나지 않고, 레퍼토리화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해 마련한 공연이다. 특히나 오페라는 선기획이 있어야, 좋은 아티스트들의 섭외가 가능하다. 발레의 경우도, 겨울에 오르는 ‘호두까기 인형’처럼 예술적 완성도와 대중성이 높은 프로덕션이 여름에도 있도록 기획하려고 한다. 이런 기획들로 인해, 오페라하우스는 순수 예술로 점차 채워질 것이다.

 

‘예술의 눈’으로 찾아낼 수 있는 것들

제작할 오페라에서 힘줄 부분이 무엇인가. 도전적인 연출, 세계적인 한국 성악가, 혹은 오페라 레퍼토리에 정통한 오케스트라?

오페라는 모든 요소가 잘 융합되어야 한다. 음악과 연출, 출연진과 무대 미술까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예술성을 추구할 생각이다. 신작 오페라 제작은 많은 노력과 자원이 들어가는 일이므로, 이 프로젝트의 의미가 결코 가볍지는 않다. 이로 인해 느끼는 책임감은 막중하다. 예술의전당의 선기획은, 세계적인 연주자들 소개하기에 안정적인 조건이다. 좋은 성악가 자산은 충분하다.

국내에서 좋은 성악가들이 많이 배출된 것에는 동의한다. 그럼에도 그동안 국내 오페라 시장은 활발하지 못했는데,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국내에서 오페라 지휘자를 섭외하려 할 때 ‘누구를 섭외할까’라는 고민보다 ‘오페라 지휘자가 어디 있나’를 먼저 고민해야 하는 실정이다. 전문 지휘자 양성의 필요성을 느껴 이를 위한 워크숍을 내년에 계획 중이다. 전 세계 흩어져있는 한국의 좋은 성악가들을 규합하기 위해서는 구심점이 필요했던 것 같다. 그래서 오페라 기획도 시즌으로 하는 것이다. 물론, 한 나라에서 오페라에 필요한 아티스트가 모두 존재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더 역량 있는 젊은 연주자들이 더 많이 활동할 수 있기 위한 비전이 필요하다. 3년간 오페라 제작으로 시동을 걸어보는 이유는 천천히 저변이 확대되길 바라는 것이다. 요즘 관객의 수준은 무척 높다. 그 기대치를 충족해야 지속 가능성이 생긴다.

뮤지컬의 장기 대관 비율을 줄이고, 자체 순수 예술 공연으로 극장을 채우겠다는 계획은 반갑다. 그러나 대관이 줄고 기획이 늘어나면 극장 수입과도 직접적으로 연결될 텐데, 예산에 대한 염려는 없나.

예술의전당 부채는 ‘순수 예술 공연을 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다. 예술의전당 내 대부분의 공간이 30~35년 전에 건립된 공간이라, 리모델링이 많이 필요했다. 나조차도 부임 초기에 직원들이 눈에 띄지 않는 곳곳을 세심하게 보전해온 것을 보고 놀랐다. 이러한 유지 보수 및 늘어난 관객 수용을 위한 개선 공사들이 자체 비용 부담으로 시행되며 부채가 늘어난 것이지 순수예술 공연으로 인한 부채는 아니다. 뮤지컬 대관을 안 하게 되면 대관 수입은 줄겠지만, 그동안 기관에서 예술의 저변 확대를 위해 시행하던 기획 공연의 예산 균형을 잘 맞춰 오페라하우스 사업에 강점을 두는 형태로 운영할 계획이다. 관객들이 많이 오고, 그만큼 관심도가 높아지면 이후 협찬과 국고 지원이 확대되는 순기능이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예술의전당 전경

 

 

 

 

 

 

 

 

 

전관 개관 30주년, ‘좋은 공연’을 이슈로!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가 완공된 1993년을 기점으로 보면, 올해 전관 개관 30주년을 기념하는 해다. 더불어 여러 기획 공연이 예정되어 있는데, ‘예술의전당답다’는 색깔이 묻어나려면 공연 구성에 어떤 기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다루는 장르와 연주자가 많기에, ‘예술의전당답다’고 느끼긴 어렵더라도 ‘예술의전당 기획이면 믿고 본다’는 인식은 생기길 바란다. 요즘은 예술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공연 기획사에서는 예술성도 중요하지만, 대중성이 얼마나 높은가에 더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오는 5월에 ‘모든 첼리스트의 첼리스트’라고 불리는, 미클로스 페레니의 내한 같은 경우다. 대중성은 낮지만, 순수 예술의 입장에서 볼 때는 매우 높은 위치의 연주자다.

2020년 개관한 인춘아트홀에서 진행될 ‘앙상블 시리즈’도 눈에 띈다. 젊은 연주자들이 ‘베토벤 시리즈’ ‘라흐마니노프 시리즈’를 꾸릴 예정인데, 어떤 기준으로 선정된 것인가.

어떤 연주자가 무대에 서느냐는 공연장의 명성을 결정하는 일이다. 그 명성에 걸맞은 젊은 음악가들이 우리나라에는 이미 많다. 그들을 잘 찾는 것이 기획의 임무다. 콩쿠르 우승자일 수도 있고, 2~3년 후에 더 높은 성취를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젊은 연주자들도 오게 될 것이다. 많은 관객이 ‘만나보고 싶은 음악가’들을 찾아서 인춘아트홀에 오길 바란다.

프랑스의 현대음악 앙상블 앵테르콩탱포랭의 내한(4월), 최수열 지휘의 공연(7월·11월)도 예정되어 있다. 예술의전당이 자체 기획한 현대음악 시리즈는 처음이다. 예술의전당은 그동안 해설 연주회를 선보이는 등 대중 친화적인 공연 방법을 많이 제시해왔는데, 현대음악 시리즈에도 뚜렷한 콘셉트가 있는지 궁금하다.

동시대성은 현대 예술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클래식 장르에서는 현대음악 시리즈를 시도하는 것 자체가 낯선 일이지만, 예술의전당에서는 청중이 없는 공연은 하지 않는다. 점차 현대음악의 수요를 늘려간다는 측면에서 올해의 공연들은 ‘근대’라고 할 수 있는 현대음악들을 주로 선보인다. 다음에 또 문을 열게 된다면 좀 더 파격적인 레퍼토리들을 선보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젊은 청중은 반응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올 한해 공연을 기획하며, 예술의전당 사장으로서 소망하고 있는 점들은 무엇이었나.

전관 개관 기념 음악회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의 듀오 연주회가 있을 예정이다. 얼마나 놀라운 연주력을 보여주실지 기대된다. 기념 당일인 2월 15일에는 크리스토프 에셴바흐/KBS교향악단의 공연도 오른다. 더 많은 분이 예술의전당을 찾아오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고, 이 문화공간에서 모두가 행복을 찾아가셨으면 좋겠다. 글 허서현 기자 사진 예술의전당

PREVIEW
예술의전당 전관 개관 기념 공연

올 2월은 예술의전당 전관 개관 30주년이자, 음악당 개관 35주년이 되는 월로, 이를 기념하고자 음악당이 여러 기획 공연으로 채워지는 시간이다. 전야제 격인 2월 14일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리사이틀이 펼쳐진다. 개관 기념 당일인 2월 15일에는 크리스토프 에셴바흐/KBS교향악단이 말러 교향곡 2번을 선보인다. 이어 22일,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와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라파우 블레하츠의 호흡을 만나볼 수 있는 공연도 예정된 상태. ‘가곡 콘서트’는 김광현/국립심포니 연주로 소프라노 박미자·황수미, 테너 김우경 등이 총출동해 24일에 펼쳐진다.

축하 연주는 3월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 바이올린 독주회, 4월 피아니스트 백혜선 피아노 독주회로 이어지며 피에르 불레즈가 창단한 현대음악 단체 앵테르콩탱포랭(4월), 첼리스트 미클로스 페레니와 피아니스트 피닌 콜린스의 듀오 리사이틀(5월) 등 세계적인 클래식 아티스트들의 공연으로 계속된다.

 

장형준(1962~) 맨해튼 음대 피아노과 박사과정을 졸업했고, 서울대 음대 교수로 재직한 바 있다. 스코틀랜드 국제 피아노 아카데미 예술감독·서울대 국제 피아노 아카데미 조직위 위원을 역임했으며 클리블랜드·더블린·에피날 등 다수의 국제 콩쿠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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