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Part 2. 젊어지는 공연계에 맞춰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다 2015년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4년 3월 4일 8:00 오후

2015

다양한 콩쿠르 우승 소식이 끊이지 않아 국내 연주자의 저력을 보여줬던 해이다. 그러나 사회는 메르스와 문화 예술계의 표절 논란으로 떠들썩한 시간을 보냈다. 이의정 기자

 

 

인물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쇼팽 피아노 콩쿠르

 

2015년 10월 20일에 퍼진 소식은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한국 피아노 음악계의 중요한 역사이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제17회 쇼팽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1위를 거머쥔 것. 이후로 국내에서 조성진의 공연은 판매가 열림과 동시에 매진을 기록하기 일쑤였다. 가요 공연과 같이 불이 붙은 티켓팅을 보고, 국내 언론을 이를 ‘신드롬’이라 불렀고, 그는 앞으로도 이러한 클래식 음악 공연계, 최초의 신드롬으로 거론될 것이다.

그러나 우승을 한 조성진은 덤덤했다. 우승 이후 나눈 그와의 인터뷰에는 이러한 그의 면모가 잘 담겨 있다. 언론이 달아주는 수식어나 분석을 그대로 수용하는 일이 결코 없다. 자신의 의견을 차분히 밝혔던 9년 전의 그의 답변은 자연스럽게 지금의 조성진의 모습과 겹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2015년 12월호 발췌 |

Q. 쇼팽 콩쿠르 우승자가 쇼팽에서 잘 빠져나와야 한다는 강박은 없나?

내가 ‘쇼팽 스페셜리스트’가 아닌 건 확실하다. 그래서 걱정 없다.

Q. 조성진의 결과를 한국 피아노 교육이 이룬 성과로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여러 글과 기사를 읽었는데 지면에서 보는 ‘한국 피아노 교육’ ‘한국 피아니즘’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신수정 선생님의 도움을 많이 받은 건 사실이다. 중학생 때부터 선생님께 배웠는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완과 바른 자세를 배웠다. 모든 스포츠도 자세가 중요하다. 음악 외적인 것도 경험하게 해주시고 좋은 분들 만나게 해주셔서 신 선생님은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스승 중 한 분이다. 그런데 지금의 성과와 ‘한국의 피아노 교육’이나 ‘한국 피아니즘’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건 나로선 어렵다. 러시아 피아니즘은 알 것 같다. 하지만 앞의 개념은 솔직하게 뭔지 모르겠다. 옛 소련 시절에는 외부 세계와 단절됐으니 고유한 기술을 그들끼리 전수하는 방법과 체계가 있었다. 개방이 안 됐으니 러시안 피아니즘의 위력을 지속할 수 있었다. 개방됐고, 글로벌한 시대이고. 한국에서 후진을 키우시는 선생님들도 대부분 외국에서 배웠는데 ‘한국의 피아니즘’ ‘일본식 교육’ 이런 구분이 유효할지 모르겠다.

 

커버

음악 평론과 음악 이론

2010년대 중반의 객석은 ‘종이 잡지’와 ‘평론’이라는, 이 매체가 가진 근본적인 형식에 관심이 많았다. 100세가 넘도록 글을 썼던 평론가 박용구(1914~2016)를 찾아가 그에게 글을 쓰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2015년 3월호 발췌 |

“나는 ‘객석’과 ‘공간’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객석’ 발간은 우리나라 문화사의 역사적 사건이었어. 그때 우리나라는 군사정권에서 민주화의 싹이 틀 때였고, 그런 시기 속에 예음이 생기면서 역사적 필연을 제대로 밟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슈

국내 연주자들의 해외 콩쿠르 낭보

 

콩쿠르 우승 소식을 알린 것은 조성진뿐만이 아니었다.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의 파가니니 콩쿠르 1위(3월), 플루티스트 김유빈의 프라하 콩쿠르 1위(5월),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1위(5월), 피아니스트 문지영의 부소니 콩쿠르 1위(9월)로 1년 내내 좋은 소식이 언론을 가득 채웠다. 양인모, 임지영, 문지영의 경우 그들의 우승은 한국인 최초였기에, 이때부터 언론과 음악계는 한국 클래식 음악계의 발전사와 이들의 탄생 비결을 파헤치는 글을 쏟아냈다.

이들의 개인적 노력이 과연 한국 음악계가 꽃피워낸 결과인가에 대해서는 당시에도 의문이었지만, 2010년대 이후로 해외 콩쿠르에 우승하는 국내 연주자가 증가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2017년 중앙일보 김호정 기자가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2010~2017년 8년간 국내 연주자가 우승한 횟수는 80회로, 2000~2009년 10년간 우승한 횟수인 50회를 이미 뛰어넘은 상태였다. 2020년대에도 이러한 경향이 순항 중이니,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한국예술영재교육원 등이 어린 연주자를 꾸준히 후원하거나 교육한 효과는 무시할 수 없는 국내 음악계의 힘이다.

 

연재

살아있는 작곡가를 발굴하는 시리즈

 

현대 작곡가 중에서도 ‘프랑스’에 초점을 맞춰, 살아있는 작곡가와 나눈 인터뷰 연재이다. 작곡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시리즈는 여럿 있었지만 살아있는 프랑스 작곡가를 모은 것은 독특했으며, 우리에게 친숙하지 않은 이들이 대부분이었기에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부분에서 큰 의의가 있다. 이 시리즈를 다시 읽다 보면 작곡가 개인의 작업도 이해할 수 있지만, 프랑스의 현대음악 축제와 현장을 보다 생생하게 이해하고 접할 수 있다. 현대음악에 관심이 있는 학도라면 이때의 연재를 다시 집어보길 강력 추천한다.

지역 문화예술을 살펴, 균형을 찾다

국내 연주자들이 해외에서 거둔 성과는 눈부셨지만, ‘객석’은 이 해에 지방의 문화예술을 잊지 않고 조명했다. 9월에 시작된 ‘찾아가는 지역 순례’ 연재는 대전에서 시작해 대구·강릉·청주 등 지역 문화 예술 기반의 발전 정도를 가늠했다. 교향악단이나 오페라단은 물론, 무용단·극단·민간단체의 이야기를 모두 들으며 해당 지역의 예술적 성과를 꼼꼼히 기록했다.

음악가가 만난 예술인들

조진주와 김선욱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가 직접 예술가들을 만나 작성한 연재, ‘THE ART OF PRACTICE’는 공연예술 전문지만이 가지는 깊이를 보여준다. 클래식 음악가들부터 무용수, 대중음악 가수까지 그가 만난 예술의 범위는 넓다. 예술가들만이 나눌 수 있는 진솔한 대화다.

2015년 9월호 발췌 | 내가 아는 선욱이는 그 무엇이든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 같은데, 이 말에 의외로 집요한 구석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 연습 방법을 좀 더 자세하게 묻고 싶었다.

“죽으면 묘비에 ‘부점 연습하다 세상을 떠나다’라고 써야 할 것 같아. 거의 이것만 쭉 하는데, 스스로 생각해도 정신의 문제인 것 같지만 하루라도 안 하면 불안하고 이렇게 해야 마음이 편해.”

 

 

화제와 인물

 

4월 무용수 김기민이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의 수석무용수로 승급했다. 김기민은 2011년 6월에 마린스키 발레에 동양인 남성 무용수 최초로 입단한 바 있다.

5월 국내 첫 메르스 확진 환자가 나왔다. 이후 같은 해 12월 23일 유행 종료 선언까지 총 186명의 환자, 38명의 사망자를 냈고, 전국 2000여 학교에는 휴교령이 내려졌다.

6월 소설가 신경숙의 단편 ‘오래전 집 떠날 때’가 소설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문학계의 표절 문제가 대두됐다.

6월 지휘자 정명훈이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명예 음악감독으로 추대됐다. 정명훈은 2000년부터 2015년까지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으로 있었다.

8월 ‘장미와 여인’ ‘여인의 초상’ 등의 작품을 남긴 천경자 화백이 뉴욕에서 별세했다. 오랜 기간 싸워 온 ‘미인도’의 위작 논란은 해결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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