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에 한국을 찾는다. 이것은 그야말로 건반 위에 쏟아지는 별들의 전쟁! 다닐 트리포노프와 뤼카스·아르튀르 유선 형제는 서울에서 각각 독주와 이중주를 하고 조성진은 유리 테미르카노프가 이끄는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통영을 거쳐 서울에서 협주를 선보인다. 임현정은 로저 노링턴 지휘의 취리히 체임버 오케스트라와의 협주로 통영에 잠시 머무른다. 어느 하나 빠뜨릴 공연이 없다.
먼저 남성 피아니스트들을 만나보자. 두 번째 내한 리사이틀을 준비하는 트리포노프는 러시아 태생으로 지난해 러시아 레퍼토리에 집중된 첫 내한 공연을 펼쳐 한국 관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번 공연에서 그는 고전·낭만으로 확장된 레퍼토리를 통해 진화된 음악성을 선보인다.
고집스럽게, 또 조용히 자신의 영역을 넓히고 있는 조성진은 유리 테미르카노프 지휘의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한다. 조성진에게 차이콥스키 콩쿠르(2011)·루빈스타인 콩쿠르(2014) 입상의 영광을 안겨준 곡인 동시에, 그를 대표한다고도 말할 수 있을 만큼 연주 경력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지난 9월, 4주간의 훈련소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조성진은 2년간의 파리 유학 생활을 통해 견고하고 심오해진 내면을 드러낼 예정이다.
뤼카스·아르튀르 유선 형제는 피아노 거장 마리아 주앙 피르스에게 발탁된 유망주 듀오다. 2005년 수개월간 그녀의 마스터클래스에 참석한 이래 무서운 속도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형제는 듀오로서 음반과 공연에서 서로의 연결성을 찾고 균형을 이루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분배를 넘어 독립적인 음악가로서 나아가기 위한 시작점에 서 있는 셈이다.
통영을 찾는 임현정의 공연도 놓치지 말자. 날렵하고 당당한 피아니즘을 지닌 그녀는 화려한 기교의 ‘왕벌의 비행’ 연주가 유튜브에서 화제를 모으며 일약 스타가 되었다. 이후 영국 매니지먼트사인 해리슨 패럿에 발탁되었고, EMI클래식스에서 베토벤 소나타 전집을 발매하는 등 자신의 이력을 차근차근 쌓아왔다. 그녀만의 독특한 개성과 특유의 카리스마는 성숙한 표현력으로 설득력을 갖게 되었다. 이번에는 로저 노링턴이 이끄는 취리히 체임버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으로 국내 관객에게 자신의 진가를 각인하는 기회를 갖는다.
이번에 내한하는 남성 피아니스트 중 트리포노프는 1991년생, 조성진은 1994년생, 뤼카스·아르튀르 유선은 각각 1993·1996년생이다. 신예 타이틀은 이미 벗었고, 세계무대에서 폭넓은 연주 경력을 쌓아왔기에 이들의 절대 나이는 이미 중요하지 않다. 각자 쌓아온 치열한 고민과 열정의 짙은 농도가 연주를 통해 오롯이 드러날 것이기 때문에! 1986년생인 임현정은 지난해에 이어 베토벤 피아노곡에 대한 확신에 찬 해석을 선보일 예정이다. 공연을 앞둔 이들과 나눈 인터뷰를 지면에 옮긴다.
지난 3월 ‘워싱턴 포스트’지로부터 “프란츠 리스트와 견줄 만한 그의 강한 본능과 지극히 여린 우아한 연주에 놀랐다”라는 평을 받은 그는 이번 내한 공연에서 리스트의 ‘초절기교 에튀드’ 전곡 연주를 선보일 예정이다. 다음은 트리포노프와 나눈 일문일답.
최근 해외 언론에서 당신의 연주가 리스트의 음악 세계를 그대로 담고 있다는 이야기가 회자된다. 본인의 생각은 어떤가?
사실 그러한 이야기를 신뢰하지 않는다. 감상은 개인의 취향이나 상상에 따라 다르다. 모든 연주자는 음악과 세계를 바라보는 자신만의 특별한 관점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최상의 방법으로 표현할 뿐이다. 음악을 다양한 각도와 관점으로 바라보고 훌륭한 개성을 갖는 것이 음악을 해석하는 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칭찬의 말은 비평만큼이나 주의해서 수용하는 편이다.
무대 위에서 당신은 기술적인 부분을 완벽하게 해내면서도 음악에 완전히 빠져든 모습이다.
어떤 면에서 나는 완벽주의자라고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무대 위에 올랐을 때는 내가 해야 할 ‘숙제’를 떠올리지 않는다. 음악이 스스로 말할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내버려둔다. 음악은 살아 있는 형태의 예술이며 연주자의 생각·악기·청중·연주회장의 음향에 따라 끊임없이 변한다. 음악은 나비와 같다고 생각한다. 박물관 유리 안에 있는 핀으로 고정된 나비를 아름답다고 여길 수 있지만, 살아 있는 나비의 생명력은 뛰어넘을 수 없다.
1년 전 모국인 러시아 작곡가 레퍼토리로 국내 관객을 만났다. 올해 시대적 범위를 넓히는 과정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 있다면?
2년 전, 카네기홀에서 리스트의 소나타를 연주한 적이 있다. 당시 곡의 강한 스토리 라인에 빠져서 최면에 걸린 상태로 연주를 펼친 적이 있는데, 이러한 연주 방법은 기술적인 어려움에 대한 걱정도 잊게 만들었다. 그것이 중요한 경험이 되었다. 평소 조르주 치프라·마르타 아르헤리치·블라디미르 호로비츠의 연주 음반을 자주 듣는데 그 영향도 받았을 것이다. 나는 모든 프로그램을 나의 멘토인 세르게이 바바얀과 함께 논의해 결정한다. 그는 밝은 음악적 마인드를 지닌 경이로운 피아니스트이므로 큰 도움이 된다. 지난번 서울에 갔을 때 객석에 젊은 청중이 많은 것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클래식 음악의 미래를 생각했을 때 긍정적인 일이라 생각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리스트의 ‘초절기교 에튀드’ 전곡을 연주하는데, 한국 관객들과 이 음악을 두고 대화하고 싶어 기다릴 수가 없을 지경이다!
발레리 게르기예프·주빈 메타 등 거장 지휘자들과 호흡을 맞춰왔는데 각각 어떤 인상을 받았나. 그들을 보며 자신의 미래를 상상하기도 하는지?
나는 여러 마에스트로와 가치 있는 경험을 했고, 그들에게 매번 새로운 것을 배운다. 그중에서도 게르기예프와는 지난 2년간 여섯 개 공연을 하며 스트라빈스키와 글라주노프를 새롭게 느낄 수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작곡을 해왔다. 요즘 어떤 곡을 작곡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궁금하다.
마지막으로 쓴 곡은 피아노 협주곡인데 지난봄에 초연했다. 때때로 연주회의 앙코르에서 자작곡을 연주하기도 한다. 현재는 바이올린·피아노·체임버 오케스트라 편성의 새로운 협주곡을 작곡하고 있으며 곧 녹음을 진행할 예정이다.
취미는 무엇인가.
공연 스케줄이 워낙 바빠 개인적인 시간은 거의 없다. 다만 쉴 때는 자전거를 타거나 요가를 하고, 책을 읽는다.
다닐 트리포노프 피아노 리사이틀
10월 14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바흐 ‘환상곡과 푸가 G단조’·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번
리스트 ‘초절기교 에튀드’ 전곡
글 김호경 기자(ho@gaeksuk.com) 사진 마스트미디어
조성진
파리 유학이 건네준 음악 선물
조성진에게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이 곡을 연주해 3위를 차지했고, 올해 루빈스타인 콩쿠르 결선에서도 같은 곡을 연주해 3위를 했다. 이 외에도 정명훈/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알렉산더 베버니코프/러시아 내셔널 오케스트라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유수의 지휘자·오케스트라와 같은 곡을 협연했다.
2009년 일본 하마마쓰 콩쿠르 우승으로 주목받기 시작하며 다양한 연주 활동을 펼쳤던 그는 2012년 돌연 파리로 유학을 떠나 새로운 음악 여정을 시작했다. 유학은 순전히 조성진 개인의 선택이었다. 현재 파리에서 학업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심지어 유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보통은 선생님이 학생에게 함께 공부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홈페이지를 통해 물어물어 갔다. 시창·청음을 보러 연필과 지우개를 들고 시험장에 갔다가 피아노 앞에 앉아 실기 시험을 볼 만큼 정보가 없었다”고 할 정도였다. 2년이 지난 지금 축적된 연주 경험과 고전의 정서를 고집스럽게 품은 그곳에서의 수학이 그의 음악 세계를 어떻게 변화·발전시켰을지 궁금했다. 유리 테미르카노프/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으로 한국 무대를 찾는 그와의 일문일답.
파리에서의 유학 생활은 어떠한가? 클래식 음악의 정수를 느낄 수도, 지나치게 영향을 받을 수도 있을 텐데.
무엇보다 좋은 음악회를 마음껏 접할 수 있다는 것이 매우 즐겁다. 국가와 지역의 정서에 영향을 받을 수는 있지만 나의 음악적 색깔이 한순간에 바뀌지는 않는다. 작년까지 미술에 관심이 많아서 파리에 있는 대부분의 미술관과 박물관을 둘러보았고, 최근에는 역사에 관심이 생겨 틈틈이 역사책을 읽고 있다. 한마디로 이곳에서의 생활은 행복하다.
군 훈련 기간 동안 연습을 하지 못해 컨디션을 회복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4주 동안 훈련을 받고, 퇴소 후 3일 만에 파리로 돌아왔다. 2주 정도 지나니 굳어진 손이 금방 풀리고 일상도 안정이 되었다.
현재 프로코피예프·스트라빈스키 등 러시아 작품과 드뷔시·라벨 같은 프랑스 곡 연주에도 능한 미셸 베로프를 사사하고 있는데, 그와의 수업은 어떤가?
미셸 베로프와 2년째 공부하고 있는데, 나를 제자이기 전에 한 명의 음악가로 대해준다. 배려도 많은 반면 매우 솔직해 그와의 생활이 편안하다. 음악 외에도 여러 사소한 문제를 많이 나누는 편이다.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은 당신의 연주 경력 중 가장 많이 연주한 곡이다. 이전에 비해 지금 어떤 변화가 있나?
오케스트라와 협연은 독주와 달리 지휘자·오케스트라와의 호흡이 중요하기 때문에 지휘자의 음악적 표현에 집중하는 편이다.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을 통해 나의 음악적 사고도 넓히고 있다. 특정한 시점이나 경험이 내적 변화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차이콥스키의 작품 세계를 해석하는 데 스승에게 영향을 받은 것이 있는가. 콩쿠르·협연 경험이 더해지면서 작곡가에 대한 이해도 달라졌을 것 같다.
개인적인 경험이나 참고 문헌 같은 것들에도 영향을 받았겠지만, 그중에서도 러시아 출신의 음악가들에게 조언을 구했던 것이 가장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해석하고 연주하는 과정에서 그때 들었던 이야기들을 곱씹으며 시각을 넓힌다.
유리 테미르카노프는 섬세하고 디테일한 지휘로 유명한데, 그의 연주에 대해 평소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유리 테미르카노프는 훌륭한 음악성을 가진 지휘자로, 평소에도 좋아하고 존경했기 때문에 테미르카노프/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첫 무대가 매우 기대된다. 개인적으로는 올해 한국에서 처음 갖는 연주라 더욱 설렌다.
테미르카노프 외에 로린 마젤·정명훈 등 여러 지휘자와 만났는데, 그들을 보며 자신의 미래를 상상하기도 하는가. 혹은 자신이 꿈꾸는 이상적인 삶을 살고 있는 음악가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훌륭한 지휘자들과 무대에 설 수 있어 감사할 뿐이다. 그들의 음악성과 삶을 대하는 태도에 많은 가르침을 얻으며 나의 음악적 사고도 넓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를 보며 나의 미래를 그려보곤 한다.
루마니아 출신의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는 연주에만 집중하기 위해 30여 년 동안 언론과의 인터뷰를 거절해 ‘건반 위의 은둔자’라 불리지만 브람스·슈베르트·베토벤에 대한 해석이 탁월한 연주자로, 섬세하고도 뛰어난 흡입력을 자랑한다. 그런 그를 모델로 삼는 조성진은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가게 될까, 그의 행보가 궁금하다.
글 김호경 기자(ho@gaeksuk.com) 사진 마스트미디어
조성진 협연, 테미르카노프/상트페테르부르크 필 내한 공연
10월 7일 오후 7시 30분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
10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차이콥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 외
뤼카스·아르튀르 유선 형제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뤼카스·아르튀르 유선 형제의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메인 사진으로 하의를 입지 않은 다소 파격적인(?) 형제의 모습이 보인다. 유럽의 보이밴드 이미지를 흠씬 풍기지만 이들은 2005년 각각 12·9세의 나이로 피아노 거장 마리아 주앙 피르스에게 초청받아 포르투갈·브라질에서 수개월 집중 레슨을 받았던 피아니스트다. 이후 견고해진 형제의 피아니즘은 같은 해에 얍 판 즈베던이 이끄는 네덜란드 라디오 교향악단과 협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다줬고 이후 헤이그 필하모닉·로테르담 필하모닉·네덜란드 체임버 오케스트라·런던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그들은 2010년 데뷔 앨범으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출반(DG)했다. 음반의 트랙은 ‘작은 비창’이라 불리는 피아노 소나타 5번(아르튀르)과 소나타 8번 ‘비창’(뤼카스), 그리고 피아노 소나타 13번 Op.27-1(아르튀르)·소나타 14번 Op.27-2(뤼카스)로 구성되어 있다. 평범한 나열이 아닌 연결성을 찾으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더불어 베토벤이 자신들과 비슷한 나이 때 작곡한 베토벤의 초기 소나타를 선곡해 작곡가에 대한 이해를 높이려는 성숙한 시도를 했다.
형제나 자매가 같은 악기를 공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듀오로 활동하는 이들은 서로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개인의 음악 세계를 지켜나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40년간 활동해온 프랑스의 카티야·마리엘 라베크 자매는 서로 존중하며 목적의식을 완벽히 맞추려 하지 않았기에 함께 발전할 수 있었다. 뤼카스와 아르튀르 형제 역시 각자 음악적 정체성을 확립하면서 같고도 다른 길을 현명하게 걷기 위한 초석을 다지고 있다.
첫 내한 공연을 앞둔 이들과 이메일 인터뷰를 나눴다. 둘의 관계에 대해 투쟁과 화해의 스토리(?)를 기대했는데 “지루한 답변이라 미안하다”며 “항상 서로를 칭찬하고 존중한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때때로 서로 다른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그것이 다툼의 방식은 아니었어요. 함께 공부하고 연주하며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 을 같이 보내지만 사실 우리는 대화를 많이 하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공연을 준비할 때 갈등이 생겨도 짧은 시간 안에 바로 조정돼요. 어떤 화해 과정과 방식을 거치는지는 설명하기 어렵지만 저희에겐 그냥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우애 좋은 형제도 유일하게 싸울 때가 있기는 하다. 바로 온라인 축구 게임을 할 때! 연주 외의 시간에는 테니스와 축구를 좋아하고 팝 음악을 즐겨 듣는다. 뤼카스는 때때로 전자기타를 연주하고 아르튀르는 드럼에 관심이 있다. 이러한 이야기를 들으니 또다시 꽃다운 나이와 외모가 겹쳐지며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그러나 이들 형제 역시 음악에 대한 열정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 수준 높은 피아노 연주를 선보일 때까지 기본기를 탄탄히 하겠다는 데에는 형제의 의견이 같다.
이들의 스승인 마리아 주앙 피르스는 절대적인 존재다. 형제는 자신들 음악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그녀에게 많은 조언을 구한다. 현재 뤼카스는 마드리드에서, 아르튀르는 암스테르담에서 학업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이전만큼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그들은 “그녀의 가르침을 무대 위에서 실현하기 위해 그녀의 말을 되새기고 항상 마음을 다잡는다”고 말한다. 네덜란드의 두 청년은 강렬한 색채와 우아한 개성을 지닌 네덜란드 건축물에 영감을 받기도 하고, 직접 보기 힘든 연주자들의 무대를 DVD·유튜브·스포티파이(Spotify) 같은 것들을 활용해 마음껏 보고 느끼면서 꿈을 키워가고 있다.
또래 청년들처럼 스포츠에도 관심이 많은 형제는 박지성·이용표 등 우리나라 축구 선수들의 이름을 줄줄이 이야기하며 한국에 대한 관심을 표현했다. 한국의 젊은 클래식 애호가들을 ‘핫’하고 ‘익사이팅’하게 만들겠다는 각오를 전해왔다.
글 김호경 기자(ho@gaeksuk.com) 사진 유니버설
뤼카스·아르튀르 유선 듀오 피아노 콘서트
10월 15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베토벤 ‘발트슈타인 주제에 의한 8개의 변주곡’ 외
임현정
진심을 담은 소통의 의미
베토벤 소나타 전곡 첫 데뷔 앨범(EMI Classics)으로 세계 음악계를 강타했던 임현정. 영국·미국·스위스 등 세계를 누비며 자신의 음악 세계를 펼치고 있는 그가 10월 1일 오후 7시 30분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로저 노링턴이 이끄는 취리히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협연한다. 이미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와 녹음으로 호평받았던 그녀이기에 이날 연주에 대한 기대가 더해진다. 그녀는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1번·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3번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소화하며 연주 활동을 해왔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2번은 그의 영웅적인 면과 젊은 시절의 신선함 등 다양한 면이 섞여 있는 작품이죠.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연주하며 다시 한 번 느꼈지만 그는 정말 가장 인간적인 작곡가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가 갖고 있는 강함, 그리고 약함, 고뇌와 기쁨, 슬픔과 환희, 이 모든 것이 결국 우리에게도 있는 감정이고 경험이기 때문에 베토벤이라는 작곡가가 인간적으로 더 안쓰럽고 위대하게 느껴져요.”
임현정은 특히 이날 함께 무대에 서는 로저 노링턴의 베토벤 음악에 대해 더욱 기대가 된다고 한다.
“로저 노링턴은 팝에서 보면 마이클 잭슨과도 같은 존재죠. 저 또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녹음하기 전부터 사실 로저 노링턴의 음악에 대해 많이 공부했어요. 그는 악보에 쓰인 작곡가의 의도를 오리지널 그대로 파악하는 충실한 지휘자죠. 베토벤 당시의 오케스트라 사운드에 대한 연구도 많이 한 분이에요. 그런데 그렇게 연주를 하면 결과는 언제나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음악계의 혁명이라고 불릴 만큼 그는 놀랍고 훌륭해요. 마치 아름다운 성당이나 서원이 안개 속에서 보이지 않다가 안개가 걷히면서 선명히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가 이끄는 취리히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를 하게 돼서 정말 영광이고 기쁩니다.”
그녀는 어린 나이에 프랑스 유학길에 올라 파리 국립 음악원에 최연소 합격했고 자신이 연주한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이 유튜브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영국 매니지먼트사인 해리슨 패럿의 소속 음악가가 되었다. 이후 EMI클래식스에서 파격적인 지원을 받아 음반을 발매하여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다.
2012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집 녹음에 이어 얼마 전 라벨과 스크랴빈의 대표적인 작품을 완성한 그녀는 라벨의 ‘우아하고 감상적인 왈츠’ ‘라 발스’, 스크랴빈의 ‘소나티네’ ‘소나타 4번’ ‘소나타 5번’ ‘2개의 시곡’ 등을 연주해 얼마 전 2집 음반을 출반했다.
“인간의 삶을 들여다보면 실제와 함께 신비한 세계가 존재하죠. 스크랴빈의 음악 속에 그런 세계가 담겨 있어요. 또한 라벨 음악의 몽환적인 분위기도 같은 세대의 작곡가로서 함께 조명하면 좋을 것 같아서 연주하게 되었어요. 무엇보다 이 두 작곡가와 음악으로 소통하고 싶어요.”
그녀의 말처럼 음악은 소통이다. 그러니 진심의 이야기를 담을 때 음악은 비로소 전달될 것이다. 그녀는 예술가로서 행복은 조용히 자기를 내려놓고 작곡가에게 집중할 때 찾아오는 것 같다고 말한다. 스타 연주자가 된 이후 한 공중파 방송에서 ‘피아노를 사랑했던 소녀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되기까지’라는 주제로 그녀의 성공 스토리, ‘글로벌 성공시대’를 방영하기도 했다.
“성공이란 건 보이지 않는 신기루처럼 하나의 전설 같은 것 같아요. 저는 자신의 좋은 모든 것을 잃었을 때도 마음속이 고요하고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정말 성공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예술가의 성공은 계속 끝까지 인생을 탐구하고 공부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결국 자기 마음속에 있는 세계를 음악으로 펼칠 수 있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할 테니까요. 제 연주를 통해 그 예술이 전해지고 아름답게 빛날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입니다.”
글 국지연 기자(ji@gaeksuk.com) 사진 워너뮤직
임현정 협연, 로저 노링턴/취리히 체임버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10월 1일 오후 7시 30분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2번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