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오페라 & 음악극 페스티벌

서울·의정부·성남에서 펼쳐지는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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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9년 5월 1일 9:00 오전

다채로운 음성과 연기로 청중을 설레게 하는 오페라와 음악극은 이 봄의 정취와 무척 잘 어울리는 장르다.

새로운 연출과 신선한 실험, 상상력이 돋보이는 공연을 모아 소개한다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5월 17일~6월 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외

국내 오페라의 발전을 도모해온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은 올해 10회를 맞았다.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은 지난 9년간 민간 오페라단에 공연 기회를 제공하고, 고전 작품부터 창작 작품까지 총 40개의 오페라(중복 작품 제외)를 무대에 선보이며 국내 오페라계의 레퍼토리를 확장하는데 기여했다. 올해 축제는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자유소극장, 신세계스퀘어 야외무대에서 펼쳐진다. 오페라극장에서는 글로리아오페라단의 ‘사랑의 묘약’, 호남오페라단의 ‘달하, 비취시오라’, 노블아트오페라단의 ‘나비부인’ 무대가 이어지며, 국립오페라단의 ‘바그너 갈라’가 축제의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다. ‘바그너 갈라’는 2부로 구성된 콘서트 오페라로 1부에서는 바그너 ‘니벨룽의 반지’ 중 ‘발퀴레’의 1막을, 2부에서는 ‘파르지팔’의 3막을 선보인다. 마에스트로 로타 차그로섹, 베이스 연광철, 바그너 전문 테너 크리스토퍼 벤트리스 등이 출연을 예고해 축제의 대미를 장식할 것으로 기대된다.

2016년 시작된 자유소극장 오페라는 한국의 정서를 녹여 어렵지 다가갈 수 있게 한 창작 작품으로 꾸며져 왔다. 올해는 조선 후기 판소리 타령을 바탕으로 한 작품 ‘배비장전’과 모차르트 원작의 레치타티보를 우리말로 구사하여 재탄생시킨 ‘코지 판 투테’가 무대에 오른다. 신세계스퀘어 야외무대에서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오페라 갈라콘서트’는 이번 축제 참가작의 대표곡들을 미리 만나볼 수 있는 공연으로 꾸며진다. 야외공연 오프닝 무대에 오를 주인공을 뽑는 온라인 콘테스트 ‘도전! 오페라스타’ 행사도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되며, 예술의전당 야외광장에서 진행되는 ‘밖으로 나온 오페라’ 프로그램은 오페라와 시민 사이 거리를 좁히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마련되었다. 오페라의 영역은 확장하고 관객과 무대 사이 간극은 좁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에서 다채로운 오페라의 매력을 만끽해보자.

글로리아오페라단 ‘사랑의 묘약’

사랑을 전하는 시에 깃든 힘

2019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의 포문을 여는 글로리아오페라단의 ‘사랑의 묘약’. 오늘날 주로 보이는 ‘사랑의 묘약’과는 차별화된 무대로 초연 당시의 신선한 충격을 재현할 것을 예고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를 실현할 연출가는 프란체스코 벨로토. 도니체티 세계비평가협회 의원이자 도니체티 오페라극장 예술감독 겸 극장장, 축제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는 그는 도니체티 오페라의 새로운 정수를 선보일 예정이다. 그가 말하는 글로리아오페라단의 ‘사랑의 묘약’의 메시지를 들어본다.

연출가 프란체스코 벨로토 인터뷰

-글로리아오페라단과 세 번째 작업이다.

2015년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제작을 위해 이탈리아 오페라, 특히 도니체티 전문연출가를 찾고 있던 글로리아오페라단과 인연이 닿았다. 이후 신재희 무대디자이너, 최이순 협력 연출 등의 동료를 만나 돈독한 파트너십을 이어오고 있다.

-도니체티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다.

도니체티의 고향인 베르가모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곳에서 음악을 전공했고 학생 때부터 도니체티에게 헌정된 극장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 동안 그와 친밀한 관계를 맺어온 것이다. 드라마에 초점을 두고 작곡하며 구시대의 관습을 탈피한 도니체티의 예술적 면모가 나의 주된 관심사다.

-이번 ‘사랑의 묘약’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

기존 ‘사랑의 묘약’에서 볼 수 있는 목가적인 전원 풍경과는 대조되는 그림을 원했다. 사실 이 작품은 이탈리아 오페라의 전통에서 벗어나 프랑스 작품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초연 당시 관객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프랑스 대본가 외젠 스크리브의 ‘묘약(Le Philtre)’을 직역한 작품이었고, 그 외의 요소들도 전형적인 프랑스 희극 스타일을 따랐다. 그래서 나는 당시 프랑스의 보드빌 극장 혹은 그를 본뜬 1920년대 미국 보드빌 극장을 재현해, 과거 관객들이 느꼈던 신선함을 현대에 그대로 전달하고 싶었다. 아디나는 한국 관객들이 앉게 될 오페라극장의 부유한 극장장이, 네모리노는 조명을 담당하는 말단 직원이 될 것이다. 전원의 장면은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처럼 펼쳐지고, 무엇보다도 등장인물의 심리적, 감성적인 전개가 전면에 강하게 드러날 것이다.

-이 작품이 ‘진실한 사랑’을 찾고자 하는 한국의 모든 이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네모리노는 폭력, 힘, 기만을 모르는 인물이다. 그는 가난하고 순진하며 글을 읽지도 못하지만 도시에서 가장 아름답고, 교양 있고, 독립적인 여성을 얻는다. 아디나에게 그의 진심을 전한 것은 바로 ‘시’다. 그는 행동과 말, 그리고 노래를 통해 진실한 시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알려주었다. ‘시로 유혹하고, 시에 의해 유혹 당하라.’ 술이나 약의 효과는 금방 사라지지만, 시는 사람을 영원히 변화시키는 힘을 지녔다.

-도니체티를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천재’다. 그의 작품은 다양한 예술적 경향과 19세기 오페라의 특성, 그리고 당대 유행을 압축해 넣은 백과사전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수백 년이 지나도 변치 않는 보편적 가치를 전달하고 있다.

 

성남아트센터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5월 25·26일 오후 5시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5월 25·26일, 새 생명력을 머금은 ‘라 트라비아타’가 성남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지난 2015년 성남아트센터는 개관 10주년을 기념하여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자체 제작해 선보였다. 누구나 친숙하게 오페라를 즐길 수 있도록 전 세계인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을 선정했고, 여기에 새로운 시도를 덧입혔다. 시공간적 배경을 현대화해 동시대 관람객의 상상력과 공감을 이끌어냈던 점이 주목할 만했다. 탄탄한 원작을 바탕으로 현대적인 감각을 끌어올린 성남아트센터의 ‘라 트라비아타’는 2016년 제2회 ‘예술의전당 예술대상’에서 한국문화예술연합회상을 수상하며 호평 받았다.

올해는 더욱 탄탄해진 모습으로 관객을 찾아간다. 인천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이자 현대음악과 오페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젊은 지휘자 이병욱이 음악의 완성도를 높인다. 2015년부터 무대미술과 의상을 책임진 오윤균 교수는 적절하게 과장된 스타일이나 색·질감 표현을 강조한 미래적인 디자인으로, 극중 인물 비올레타의 화려한 모습 뒤에 숨겨진 퇴폐와 향락, 비정상적인 이미지를 담아내는데 주력한다. 한편 2015년도 연출을 맡았던 장영아는 비련의 여주인공 비올레타의 고뇌를 드러내는데 집중했다. 성노동자로서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의 굴레와 이를 이용한 남성의 성적 판타지를 신랄하게 표현해냈는데, 이번 공연에 새롭게 합류한 엄숙정 연출가는 지난 공연과 어떤 차이를 두고 극을 이끌어나갈지 흥미를 자아낸다. 프랑스 파리, 알프레도와 비올레타의 비극적인 사랑을 재현할 성악가는 테너 정호윤과 소프라노 홍주영이다. 빈 슈타츠오퍼와 로열 오페라를 비롯해 유럽 주요 극장에서 주역 가수로 활약 중인 정호윤이 2015년에 이어 다시 알프레도로 분하고, 국립오페라단 ‘라 보엠’ ‘돈 조반니’, 독일 칼스루에 극장 ‘라 트라비아타’에서 뛰어난 연기력과 서정적인 음색을 뽐내온 소프라노 홍주영이 합을 맞춘다.

 

의정부음악극축제

5월 10~19일 의정부예술의전당 외

음악과 극의 결합으로 빚어낼 수 있는 장르의 형태는 더 이상의 독창이 가능한가 싶은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잠재성을 지닌다. 매해 국내외 컨템퍼러리 음악극을 소개하며 공연 시장에 신선함을 불어넣어 온 의정부음악극축제가 5월 10일부터 19일까지 의정부예술의전당과 시청 앞 광장에서 개최된다. 셰익스피어의 원작에 화려한 불 퍼포먼스를 결합한 대형야외극 ‘맥베스’로 막을 여는 이번 축제는 주택에 대한 딜레마와 젠트리피케이션, 이주에 대한 이슈를 유쾌하게 풀어낸 피지컬 씨어터 ‘집(Home)’으로 마무리 하며 관객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해외선정작 두 편은 동시대 음악극의 현주소를 제시한다. 서커스 극단 그래비티앤어덜미스의 ‘백본(Backbone)’은 개인과 집단이 가질 수 있는 힘의 한계를 무대 위에 은유하고, 프랑스 극단 라꼬르도네리의 ‘백설공주(또는 베를린 장벽의 붕괴)’는 고전을 냉전 시대라는 배경 위에 재해석해 무성영화와 라이브 연주를 결합한 새로운 장르 ‘시네마 퍼포먼스’로 선보일 예정이다. 올해 의정부음악극축제는 한국-덴마크 수교 60주년을 기념하며 양국을 대표하는 공연 단체를 선정, ‘무빙 스토리스(Moving Stories)’를 공동제작했다. 두 국가의 만남은 전 세계가 직면한 난민과 환경에 관한 문제를 더욱 현장감 있게 전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초청작으로는 ‘리틀뮤지션’과 ‘지하철 1호선’을 만나볼 수 있다. ‘리틀뮤지션’은 우즈베키스탄 동화 ‘작은 악사’를 바탕으로 한 4D음악극으로, 2018 에든버러 프린지페스티벌에서 어린이 공연 베스트 3으로 선정된 바 있다. ‘지하철 1호선’은 세기말 IMF사태 직후의 서울역을 배경으로 지하철 안에서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삶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사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본다. 한국형 창작음악극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넥스트웨이브 선정작으로 ‘19호실로 가다’와 ‘판소리 동물농장’이 관객을 맞을 준비를 마쳤다. 매 공연 종료 후에는 창작자와 관객, 그리고 관계자들이 함께 작품의 창작과정을 공유하고 발전가능성을 논의하는 오픈토크가 진행된다.

 

카사노바 길들이기 갈라 콘서트

5월 19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018년 오페라 공연 중 최다 관객을 기록한 ‘카사노바 길들이기’가 5월 1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갈라 콘서트로 다시 한 번 관객을 찾아간다. ‘카사노바 길들이기’는 유명 오페라 아리아, 듀엣, 앙상블, 합창곡을 선정해 새로운 스토리로 엮은 실험적 장르, 오페라 콜라주로서 화제를 모았다. 여러 고전 오페라에 등장하는 카사노바들의 바람기를 잡는다는 주제로 새롭게 설정한 스토리와 캐릭터도 어렵지 않게 공연에 다가가게 한 요소다.

이번 공연의 1부는 ‘카사노바 길들이기’의 하이라이트 아리아로 구성된다.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 중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과 ‘남몰래 흘리는 눈물’로 극중 인물 지민의 짝사랑 에피소드를 전달하고, 모차르트 ‘돈 조반니’ 중 ‘그대 창가로 오라’와 ‘샴페인 송’ 등은 카사노바 준의 잔망스러운 모습을 드러낸다. 이외에도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 중 ‘소문은 미풍처럼’와 비제 카르멘 중 ‘투우사의 노래’ 등 우리 생활 속에 깊이 자리하고 있는 친숙한 오페라 아리아를 만나볼 수 있다. 이어지는 2부는 6명의 출연자들이 가장 즐겨 부르는 오페라 아리아와 이탈리아 가곡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쿠르티스의 ‘그대를 사모하여’, 토스티의 ‘이상’, 마스네의 오페라 ‘베르테르’ 중 ‘왜 나를 깨우는가’ 등 각 출연자들이 직접 선정한 레퍼토리는 이들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게 하는 재미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작년에 이어 이번 갈라 콘서트에도 오페라와 뮤지컬, 크로스오버 등을 넘나들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팬텀싱어 출신의 성악가들이 대거 출연한다.

2016년 초연과 2018년 공연에서 주인공 카사노바 ‘준’ 역을 맡았던 바리톤 김주택, 미래의 카사노바를 꿈꾸는 ‘지민’ 역에 테너 김현수와 정필립, 팔색조 매력으로 신부부터 경비, 호텔리어까지 다양한 인물을 소화해낸 베이스 3인방 손태진, 고우림, 한태인이 무대에 오른다. 그간 ‘카사노바 길들이기’ 공연과 음반에서 호흡을 맞춘 지휘자 김덕기와 코리아쿱오케스트라가 다시 한 번 만나 더욱 완성도 높은 무대를 보여줄 예정이다.

글 박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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