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칼스크로나를 물들인 피아노 선율 2019 칼스크로나 피아노 페스티벌

오래된 도시에서 음악과 쉼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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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9년 12월 16일 9: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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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스크로나 콘서트홀

스웨덴 남동부에 위치한 칼스크로나(Karlskrona), ‘칼의 왕관’이라는 뜻을 지닌 이곳은 1680년에 건립된 도시다. 건립 이후 행정 중심지이자 스웨덴 해군의 주요 기지로 역사의 중요한 페이지를 써내려간 이곳은 깊은 역사성을 지닌 도시인만큼 오래된 건물들이 도시 곳곳을 채우고 있다. 성당과 시청, 콘서트홀 등이 모여 있는 대광장에서 조금 벗어나면 이내 한가로운 풍경이 펼쳐지는데, 가을로 물든 아름다운 풍경이 여유로움을 선사한다. 도시의 멋스러움과 아름다운 풍경이 만나는 곳, 칼스크로나에 새로운 음악 바람이 불어왔다. 스웨덴 출신의 피아니스트 피터 야블론스키가 예술감독으로 나선 제1회 칼스크로나 피아노 페스티벌이 지난 11월 6~9일 개최됐다. 피터 야블론스키는 아시케나지/로열 필하모닉과 협연하며 국제무대에 데뷔했다. 이후 샤를 뒤투아·게르기예프·샤이 등의 거장 지휘자들과 함께했고, BBC 심포니·라 스칼라·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등과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을 펼쳤다. 데카·DG·필립스 레이블을 통해 선보인 음반으로 2002년 그라모폰상을 받기도 했으며, 그 예술적 공로를 인정받아 스웨덴 왕으로부터 공로훈장을 받았다. 올해 첫 문을 연 칼스크로나 피아노 페스티벌에는 야블론스키를 비롯해 장 마르크 뤼사다(프랑스), 콘스탄틴 빌렌스키(폴란드), 김정원(한국)이 메인 아티스트로 초청되었다. 특히 피아니스트 김정원은 페스티벌의 개막 공연(11월 6일)을 시작으로 8일 또 한 번의 리사이틀을 선보이며 축제에 큰 여운을 남겼다. 이 외에도 영국·스웨덴·중국·루마니아 등 다양한 국적의 젊은 피아니스트들이 다채로운 주제로 무대를 펼쳤다. 단 4일, 짧은 기간이었지만 나흘 밤낮으로 펼쳐진 페스티벌은 칼스크로나를 피아노로 물들이기에 충분했다. 거추장스럽지 않은 모습으로 내실 있는 프로그램과 수준 높은 무대를 선사한 이번 칼스크로나 피아노 페스티벌은 참가 아티스트와 관객 모두에게 큰 호응을 받으며 다음을 기대하게 했다.

 

스코틀랜드의 저명한 평론가 사이먼 먼디와 함께 / 칼스크로나 해군박물관에서 연주한 장 마르크 뤼사다

 

 

 

 

 

 

 

 

 

INTERVIEW 1

예술감독 피터 야블론스키

 

 

칼스크로나 피아노 페스티벌이 첫 시작을 알렸다. 축제를 개최하게 된 계기와 소감이 궁금하다.

가장 먼저 내 고향에서 페스티벌을 개최하게 되어 기쁘다. 30년 동안 이곳을 떠났다가 지난해에 다시 스웨덴으로 돌아오며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언제나 큰 힘이 되어주었던 이 도시와 사람들에게 이제는 내가 무언가 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내가 경험한 음악적 삶을 이곳 청중과 함께 나누고, 또 세계 각국의 훌륭한 음악 친구·동료들과 함께 공연을 선보이게 되어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페스티벌의 프로그램은 어떻게 구성했는가?

먼저 차이콥스키 서거 125주년을 기념하고자 했다. 두 대의 피아노로 연주한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포함해 그의 주요 작품들을 연주했다. 페스티벌의 또 다른 주요 테마는 ‘여성 작곡가’로, 모든 공연의 프로그램에서 여성 작곡가의 작품을 소개했다. 앞으로도 여성 작곡가와 남성 작곡가의 비율을 잘 맞추어가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마지막은 ‘세계 초연’이다. 올해는 이란 출신의 작곡가 파르하드 푸펠(Farhad Poupel)의 ‘판타지 온 원 노트(Fantasy on One Note)’를 초연했다.

개막 공연에 한국의 피아니스트 김정원과 함께 올랐다.

한국에서 그와 함께 듀오 연주를 했었다. 우리 모두 아주 열정적인 성향으로 잘 맞았고, 함께 연주하며 매우 즐거웠다. 그래서 페스티벌을 계획하며 초청 아티스트를 결정할 때도 그가 바로 떠올랐다. 이번 페스티벌에 함께할 수 있어 기쁘다.

페스티벌을 통해 여성 작곡가와 연주자를 소개하고자 하는 노력이 눈에 띈다.

성별의 차이가 창의성과 재능의 차이를 만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난 역사를 통해 우리는 오직 남성만이 진정한 창의력을 가지고, 여성은 모방만 할 수 있다고 믿어왔다. 이러한 생각은 과학적으로도 완전히 잘못된 것임이 밝혀졌지만, 아직도 우리의 인식 저편에 남아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남성과 여성 모두 동등하게 그저 작곡가와 아티스트로서 소개하고자 했다. 다행히 연주자들 모두 새로운 여성 작곡가들의 작품을 배우려는 데 매우 수용적이었고, 즐겁게 연주했다. 앞으로도 매년 모든 성별의 작곡가들과 그들의 잊힌 아름다운 작품들을 선보이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다.

 

페스티벌을 장식한 피아니스트들(장 마르크 뤼사다·콘스탄틴 빌렌스키·피터 야블론스키·김정원)과 페스티벌 운영위원장 아나스타샤 벨리나(가운데) ©Ted Karlberg

 

 

 

 

 

 

 

 

 

 

 

 

 

INTERVIEW 2

피아니스트 김정원

 

칼스크로나 피아노 페스티벌은 어떤 축제였나.

거품이 있다거나 겉만 화려한 것이 아닌, 시골 도시의 소박함 가운데 내실 있게 준비된 페스티벌이었다. 오래된 도시로서의 역사성을 지닌 곳으로, 공연장 또한 아주 전통적인 분위기를 띠었다. 지나간 오랜 시간이 남아있는 곳이어서 그런지 깊이와 무게감이 느껴졌다.

함께한 아티스트와 무대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싶다.

장 마르크 뤼사다는 쇼팽 콩쿠르에 입상한 피아니스트로 세계 각지에서의 초청연주는 물론 DG·소니 등을 통해 음반을 선보였다. 프랑스적 색채감을 가장 잘 표현하는 피아니스트로 손꼽히는 분인데, 이번 페스티벌을 통해 실제로 만날 수 있어 좋았다. 콘스탄틴 빌렌스키의 공연도 인상 깊었다. 클래식 작품을 재즈화 시켜 연주한 공연이 굉장히 신선했다.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페스티벌을 주최한 야블론스키가 칼스크로나 근교에 아주 예쁜 주택을 지어놓고, 그곳에 게스트룸과 연습실을 마련해주었다. 그곳에서 함께 일주일의 시간을 보냈는데, 힐링의 시간이었다. 페스티벌이 진행된 나흘 동안 밤낮으로 공연이 이어졌고, 공연 후에는 매일 밤 여러 나라에서 온 아티스트들이 이야기꽃을 피웠다.

현지 관객의 반응도 궁금하다.

진지하면서도 굉장히 높은 몰입도를 보여주었다. 페스티벌이라는 즐거움과 공연을 바라보는 진지함이 공존했달까.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이 있는가.  몇 가지 테마가 있었는데, 그중 야블론스키가 초연한 이란 작곡가의 작품과 여성 작곡가의 작품들을 주요 테마로 다룬 부분이 인상 깊었다. 페스티벌에 설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면 한국의 여성 작곡가와 젊은 작곡가들의 작품을 소개해 보고 싶다.

글 이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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