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2025 올해는 더 알차고 새롭다!
화제의 공연 한눈에 살펴보기
올해는 어떤 공연이 우리의 마음을 흔들까?
2~12월, 클래식 음악·연극·뮤지컬·무용·국악·다원 예술 일정 총정리
글 편집부 진행 김강민 기자
CLASSICAL MUSIC PREVIEW
2025년, 공연 관람 포인트
#새로운 공간의 등장
싱그러운 계절에 두 곳의 공연장이 개관한다. 4월, LG아트센터가 마곡에 새 둥지를 틀기 전 자리하던 역삼역 GS타워에 GS문화재단의 공연장이 문을 연다. 클래식 음악·연극·뮤지컬·무용·미디어 아트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부산콘서트홀은 6월 개관을 앞두고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비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중 최초로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돼 기대가 모인다. 이 외에도 도시 곳곳의 크고 작은 공연장들이 리모델링을 마치고 관객을 맞고 있어, 올해는 조금 더 편안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공연을 관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끈따끈한 신곡
새로운 작품은 언제나 관객에게 기대와 즐거움을 안겨준다.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스티븐 허프는 직접 작곡한 피아노 협주곡을 심포니 송과 한국 초연(9.22)으로 연주한다. 이 외에도 국립심포니는 상주작곡가 노재봉의 신작(6.13)을 초연하고, 김선욱/경기필은 신동훈의 ‘실낱 태양들’을 아시아 초연으로 준비하는 등 다채로운 초연작이 준비돼 있다.
부산콘서트홀 개관으로 주목을 끌고 있는 부산은 올해 주목할 초연지이기도 하다. 이기선/부산시립합창단, 부산시립극단이 한국 초연작과 부산 초연작, 창작 신작을 다채롭게 준비했기 때문이다. 이동훈/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은 ‘초연의 밤’(6.24)이라는 부제 아래 신선한 작품들을 연주할 예정이다.
#기념 주기를 맞은 작곡가
요한 슈트라우스 2세(탄생 200주년), 에릭 사티(서거 100주기) 등 올해도 여러 작곡가가 기념 해를 맞는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독주회를 통해 라벨의 피아노 작품을 조명하고(6~7월), 고잉홈프로젝트는 라벨의 관현악곡 전곡 연주(2~12월)로 라벨 탄생 150주년을 기념한다. 올해는 쇼스타코비치 서거 50주년이기도 한 만큼, 국립심포니(12.6)를 비롯한 여러 악단이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과 협주곡을 연주하며 그의 음악적 유산을 기린다. 하겐 콰르텟(10.12)은 베베른 서거 80주기에 맞춰 특별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글 김강민 기자
2월 FEBRUARY
한 해의 시작, 젊음과 새로움
새해부터 신예 바이올리니스트들의 무대가 줄을 잇는다. 버르토크·이자이 등의 작품이 담긴 세 번째 음반 ‘Exil!’ 발매를 앞둔 박수예와 지난 1월, 서울시향 신년음악회의 최연소 협연자로 국내 관객에게 이름을 알린 김서현, 그리고 국제 콩쿠르 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최송하가 각각의 개성이 담긴 연주를 펼쳐 보일 예정이다.
밀도 있는 실내악 공연들도 눈길을 끈다. 노부스 콰르텟은 브람스 현악 4중주 전곡 연주 음반 발매를 앞두고 같은 프로그램으로 4월까지 공연을 이어가며,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앙상블은 올해 쇼스타코비치 서거 50주년을 기념해 쇼스타코비치 현악 4중주 9번을 연주한다. 대구콘서트하우스(DCH)는 신년을 맞아 DCH 앙상블 페스티벌을 새롭게 선보인다. 빈 필하모닉과 베를린 필하모닉의 수석 단원들이 모여 창단한 빈-베를린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바이올리니스트 라이너 호넥의 공연을 포함해 하노버 스트링 퀸텟, 아벨 콰르텟 등 10개의 공연이 두 달 동안 이어진다.
같은 시기, 두 오케스트라가 선보이는 말러 교향곡도 주목할 만하다. 얍 판 츠베덴의 말러 사이클 중 교향곡 2번으로 신년을 시작한 서울시향은 교향곡 7번으로 말러 팬들의 기대를 이어간다. 같은 날, KBS교향악단은 2022년 계관지휘자로 위촉한 정명훈의 지휘로 말러 교향곡 2번을 연주한다. 정명훈은 올해 KBS교향악단에서 네 번의 정기공연과 세 번의 기획공연을 함께할 예정이다.
2023년 세묜 비치코프/체코 필하모닉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올랐던 일본 피아니스트 후지타 마오(1998~)가 올해는 독주회로 국내 관객을 만난다. 지난해 쇼팽과 스크랴빈, 일본 작곡가 야시로 아키오(1929~1976)의 ‘24개의 전주곡’을 한 음반에 담은 신보(SONY)를 발매하는 등 활발한 연주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그의 무대에 한껏 기대가 모인다.
글 홍예원 기자 사진 금호문화재단·더브릿지컴퍼니·마스트미디어·목프로덕션
3월 MARCH
우리 시대 명장들의 본격적인 무대
새 계절이 시작되는 3월이지만, 낯선 얼굴보다는 익숙한 이름이 여럿 보인다. 그러나 새로움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각자가 관객을 놀라게 할 요소를 새로 입고 찾아왔으니 말이다.
2024년 3월에 첫 내한 독주회를 가졌던 츠지이 노부유키(1988~)가 같은 달에 두 번째 내한을 준비했다. 첫 독주회 때는 국내에서 다소 낯선 연주자였다면, 1년간 DG와의 전속 계약, 베토벤 작품 음반 발매 등 활발한 활동으로 국제적 명성을 한껏 끌어올려, 색다른 기대감을 주는 아티스트로 돌아온다. 레퍼토리는 베토벤, 리스트, 쇼팽의 작품.
3년 전 전염병 사태로 내한이 취소됐던 독일의 오페라 스타 요나스 카우프만(1969~)이 10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당시 아쉬움의 달램일까? 공연은 피아니스트 헬무트 도이치와 함께하는 가곡 리사이틀과 요헨 리더/수원시향과 함께하는 오페라 갈라 콘서트라는 두 가지 맛으로 준비했다.
반가운 얼굴은 또 있다. 언드라스 시프(1953~)가 1999년 자신이 직접 임명한 단원들로 이루어진 악단 카펠라 안드레아 바르카와 함께 바흐-모차르트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이들은 1999~2005년 잘츠부르크 모차르트 주간에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전곡을 연주하며,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고정 출연진으로 자리매김한 바 있다.
임윤찬(2004~)을 올해 축제의 상주 연주자로 예고한 통영국제음악제는 여느 때와 같이 남해의 벚꽃이 가장 아름답게 피어날 시기에 열린다. 임윤찬과 함께 상주 연주자로 선정된 아티스트는 스페인의 첼리스트 파블로 페란데스(1991~)로 지난해 KBS교향악단과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상주 작곡가는 덴마크의 한스 아브라함센(1952~)으로 그의 다양한 편성 작품이 아시아 초연될 예정이다.
KBS교향악단은 이달 특히 여러 기획연주를 선보인다. 지휘자 정명훈(1953~)과 함께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기념 합동 연주회와 마스터즈 시리즈Ⅰ이 진행되며, 지휘자 요엘 레비(1950~)와도 정기연주회를 가진다. 두 공연으로 이루어진 마스터즈 시리즈Ⅰ·Ⅱ는 정명훈과 KBS교향악단의 연주곡 브람스 교향곡 1~4번(전곡)을 감상할 수 있으니, 기억해 두자.
글 이의정 기자 사진 마스트미디어·롯데문화재단·KBS교향악단
4월 APRIL
네오 클래식부터 교향곡까지, 다채로운 스펙트럼
4월은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로 교향악의 시간이지만, 그 사이로 굵직한 실내악 공연이 눈에 띈다.
현악 4중주의 진수를 보여줄 두 팀, 에벤 콰르텟과 벨체아 콰르텟이 노부스 콰르텟이 소속된 목프로덕션의 실내악 시리즈의 일환으로 6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에벤 콰르텟은 재즈부터 정통 클래식, 현대음악까지 아우르는 독창적이고 자유분방한 실내악단이며, 벨체아 콰르텟은 깊이 있는 해석과 정교한 연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들의 연주를 듣다 보면 자연스레 현악 4중주의 매력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이들의 협연도 놓칠 수 없다. 4월 1·2일 통영국제음악제에서 두 팀이 한 무대에 올라 멘델스존의 현악 8중주를 연주할 예정이다. 두 팀의 협연이 빚어낼 긴밀한 호흡을 기대해 보자.
네오 클래식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는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루도비코 에이나우디(1955~)도 8년 만에 내한한다. 네오 클래식이란 전위적인 현대음악에 대한 반발로 전통적인 클래식음악의 흐름을 잇되 새로운 감각을 가미한 음악을 뜻한다. 그의 음악은 자연을 테마로 한 명상적인 분위기가 특징인데, 80편이 넘는 영화·드라마·광고에 사용될 만큼 많은 사랑을 받아 왔다. 이번 공연에서는 그의 대표곡들을 중심으로 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김선욱/경기필의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김선욱은 지난해 경기필 예술감독으로 취임하며 시즌 전체를 하나의 서사로 구성해 자신의 기획력과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올해는 그의 음악적 지향점이 더욱 뚜렷해졌다. 이번 시즌의 큰 특징은 ‘여행’ ‘불멸’ 등 공연별 주제를 설정해 프로그램에 더욱 명확한 서사를 부여했다는 점이다. 모차르트부터 신동훈·손일훈 등 동시대 작곡가까지 아우르고,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과 첼리스트 지안 왕(9월), 피아니스트 조성진(12월) 등 믿고 듣는 연주자들과 함께 협연하며 공연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특히 4월 공연에서는 김선욱이 지휘와 협연을 동시에 선보이며 한층 더 깊어진 그의 음악 세계를 보여줄 예정이다.
4월에는 교향악축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올해는 전국 18개 교향악단이 참여한다. 또한 예술의전당은 올해부터 공연명을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로 변경해, 한층 더 다채로운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글 김강민 기자 사진 경기필하모닉·목프로덕션·크레디아
5월 MAY
봄과 함께, 공연의 물이 오른다
5월이면, 매년 상반기의 화제작을 노리는 공연이 속속들이 자리 잡는다. 다수의 지휘자와 독주자가 따뜻한 한국의 계절을 느낄 예정.
굵직한 중견 지휘 세대를 이루는 이들의 내한이다. 뼈대 있는 음악가 가문의 미하엘 잔덜링은 KBS교향악단과 호흡을 맞추고, 베를린 방송교향악단은 상임지휘자 블라디미르 유롭스키와 함께 한국을 찾는다. 80년대생 지휘자들의 활약도 빼놓지 말아야 할 것.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크리스티안 마첼라루, 밤베르크 심포니를 지휘하는 야쿠프 흐루샤다. 밤베르크 심포니 내한은 김봄소리가 협연자로 호흡을 맞추며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을 선보인다. 국내 오케스트라의 약진도 주목된다. 지난해 부산시향 예술감독으로 부임한 홍석원은 상반기 정기연주회에서 스트라빈스키 ‘불새’(2월), 말러 교향곡 4번(4월),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0번(6월) 등을 선보인다.
5월에는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9번 연주로 그 색깔을 공고히 할 예정. 부산시향은 올해 9월, 베를린 무직페스트·뮌헨 무지카비바 축제에 초청되어 순회공연을 앞두고 있다.
한편, 예술의전당은 5월, 제작 극장으로서의 역량 강화를 선포하듯 신작 오페라를 선보인다. ‘The Rising World: 물의 정령’으로, 총 2막의 영어 오페라다. 스페인 테아트로 레알의 저스틴 웨이가 연출로 참여, 쇼트 뮤직 소속의 작곡가 메리 핀스터러와 극작가 톰 라이트 등 글로벌 창작진이 참여한 작품이다. 외에도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는 어린이의 달을 맞아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을 무대에 올린다.
국내외 독주자들도 회심의 연주를 선보인다. 먼저 ‘쇼팽 콩쿠르 발’ 피아니스트들, 브루스 류와 샤를 리샤르 아믈랭이 한국을 찾는다. 특히 2021년 우승자 브루스 류(1997~)는 스크랴빈·프로코피예프 등의 작품으로 독창적인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보여줄 준비를 마쳤다. 신동 출신의 두 연주자, 한재민(첼로)·알렉산더 말로페예프(피아노)의 듀오 무대도 신선함으로 무장했다. 소프라노 박혜상은 타카치 콰르텟과 함께하는 전국 투어 연주회를, 테너 김효종은 슈베르트의 연가곡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 전곡을 준비 중이며, 손열음은 23일에는 독주회를, 31일에는 캐나다 국립 아트센터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솔리스트로서의 역량을 한껏 드러낸다.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가 4월을 수놓는다면, 20회를 맞은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가 5월 동안 펼쳐져 실내악의 시간을 펼쳐낸다.
글 허서현 기자 사진 마스트미디어·부산시향·빈체로
6월 JUNE
스타 연주자와 명문 악단
유럽과 미주에서의 6월은 시즌이 마무리되는 시간이다. 악단과 연주자들은 의미 있는 레퍼토리로 시즌을 마무리하고, 해외 공연을 갖는다.
한국에서는 연일 화제를 모으는 두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임윤찬이 6월에 모두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예매가 시작되기 무섭게 매진이 예상되니 서둘러야 한다. 먼저 조성진은 라벨 탄생 150주년을 기념하는 독주회를 준비했다. 그는 1월 빈에서의 독주회를 시작으로 미국, 유럽, 아시아를 투어하며 라벨 작품들을 연주할 예정이다. 한편, 임윤찬은 클라우스 메켈레/파리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춘다. 메켈레·임윤찬·파리 오케스트라는 모두 탄탄한 실력으로 관객들에게 확신을 주는 연주자들이니, 이들이 한 무대에서 만들어낼 새로운 해석을 기대해 보자. 이 외에도 지난해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전곡 연주를 선보였던 미하일 플레트뇨프가 올해 독주회로 다시 한국을 찾는 등 피아니스트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세계적인 지휘자와 오케스트라가 잇따라 한국을 찾는다. 런던 필하모닉의 수석지휘자이자 생동감 넘치는 표현력으로 호평받는 에드워드 가드너(1974~)가 이번에는 서울시향과 함께한다. 그의 명확한 지휘가 협연자로 나서는 바이올리니스트 제임스 에네스의 따뜻한 음색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기대가 모인다.
무려 11년 만에 한국을 찾는 뉴욕 필하모닉의 공연 소식도 반갑다. 현재 서울시향을 이끄는 얍 판 츠베덴이 한때 음악감독을 맡았던 곳이자, 내년부터는 구스타보 두다멜이 이끌 악단이다. 아직 지휘자와 구체적인 레퍼토리가 공개되지 않아 더욱 궁금증을 자아낸다.
국립오페라단의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도 흥미롭다. 동화를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으로, 마녀와 마녀의 저주로 세 개의 오렌지와 사랑에 빠지게 된 왕자, 오렌지에서 걸어 나온 공주가 등장하는 환상적인 이야기다. 국내 최초로 전막 공연되는 프로코피예프의 오페라이니 놓치지 말자.
글 김강민 기자 사진 롯데문화재단·목프로덕션·서울시향·크레디아
7월 JULY
여름에 만나는 반가운 얼굴들
여름휴가 시즌을 맞아 내한을 예고한 연주자들의 라인업이 화려하다. 우리 시대의 베토벤·슈베르트 해석가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폴 루이스(1972~)는 다비트 라일란트/국립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을 연주한다. 아일랜드 출신의 작곡가 존 필드의 야상곡 모음집(DG)을 발매하는 등 꾸준히 레퍼토리를 확장하고 있는 알리스 사라 오트(1988~)는 2023년 KBS교향악단과의 협연 이후, 2년 만에 독주회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오를 예정. 임윤찬과 뉴잉글랜드 음악원 교수로 재직 중인 스승 손민수의 듀오 무대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젊은 바이올리니스트의 협연도 이어진다. 임지영은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4년 만에 미겔 하스베도야/서울시향과 무대에 오르며, 양인모는 2019년 피아니스트 손열음과의 협연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와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을 선보인다.
여름마다 돌아오는 공연 소식도 놓칠 수 없다. 7월 한 달간 매일 열리는 더하우스콘서트의 줄라이 페스티벌은 스트라빈스키의 피아노·실내악·오케스트라 작품과 20세기 러시아 작곡가들을 함께 다루며, 지난해 베토벤 전곡 시리즈를 진행했던 ‘고잉홈프로젝트’는 올해 라벨 탄생 150주년을 맞아 2·7·12월에 걸쳐 ‘라벨 교향악곡 전곡 시리즈’를 연주한다.
글 홍예원 기자 사진 고잉홈프로젝트·마스트미디어·프레스토컴퍼니
8월 AUGUST
햇살과 같이 쏟아지는 축제
클래식 음악축제가 가장 활발하게 피어나는 시기는 여름부터 가을까지. 우리의 머릿속에 뜨거운 햇살과 함께 자리한 축제는 그 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강원도에서 열리는 평창대관령음악제는 20여 회의 메인 공연과 더불어 찾아가는 음악회, 강연, 마스터클래스 등을 통해 지역사회에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이 축제에서만 만날 수 있는 개성 있는 연주자와 기획공연을 선보여 독자적인 의미를 쌓아가고 있다. 올해의 레퍼토리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예술감독 3년 차에 돌입하는 첼리스트 양성원의 기획력을 기대해 보자.
다른 분야와 컬래버레이션으로 새로운 영감을 가져다주는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은 올해 문학과 결합한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1961~)의 출간 예정 소설 ‘키메라의 시대’를 바탕으로 그가 직접 대본을 써 세종솔로이스츠의 연주와 함께 선보인다. 또한 T.S. 엘리엇의 시 ‘네 개의 사중주’ 낭독과 베토벤 현악 4중주 Op.132를 함께 연주하는 공연도 준비 중이다.
예술감독 레오니다스 카바코스(1967~)를 필두로 문을 여는 클래식 레볼루션은 ‘스펙트럼’이라는 제목으로 바흐와 쇼스타코비치를 주요 작곡가로 선정했다. “두 작곡가의 음악을 통해 이 시대의 문제를 극복하는 성찰을 얻을 수 있다”라는 그의 말대로, 우리 사회를 극복할 소리를 감상하러 떠나자.
글 이의정 기자 사진 롯데문화재단·세종솔로이스츠
9월 SEPTEMBER
성악의 풍성함이 시작된다!
7월과 8월의 적당한 휴식기를 마친 공연장은 9월부터 하반기를 위한 엔진을 가열차게 돌린다. 단독공연은 물론 축제와 여러 내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간이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예년보다는 조금 빨리, 9월 말부터 시작되어 11월까지 이어진다. 베르디 ‘일 트로바토레’를 개막작으로, 창작 오페라 ‘264, 그 한 개의 별’ ‘미인(가제)’ 등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폐막작은 베르디의 ‘아이다’로, 대구오페라하우스 자체 제작으로 장대함을 선사한다. 월초에는, 지난해 호평을 받은 국립오페라단 ‘죽음의 도시’도 대구를 찾으니, 9월부터는 오페라의 향연이 이어질 이 도시를 주목해 보자.
올해의 9월은, 낯선 레퍼토리를 감상해 볼 열린 마음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비발디의 ‘사계’와 AI가 작곡한 ‘사계 2050’을 같이 연주하는 사계 2050 프로젝트 오케스트라가 임지영의 협연으로 9월에 관객을 찾는다. 이외에도 KBS교향악단은 존 애덤스의 색소폰 협주곡을 한국 초연하며, 서울시향은 얍 판 츠베덴이 취임 당시부터 기대하게 한 정재일의 신작 세계 초연을 앞두고 있다. 2023년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을 수상한 윤한결은 지난해부터 포디엄 위의 행보로 호평을 받고 있으며, 올해 서울시향의 포디엄에 올라 그 행보를 확장한다. 일찍이 작곡가로서도 다수의 콩쿠르에서 인정받은 바, 자작곡 ‘그리움’도 이 무대에서 연주한다.
한편, 국내외 합창단들의 레퍼토리도 풍성함을 더한다. 매년 12월에 한국을 찾던 파리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이 올해는 9월에 방문하며, 필리프 헤레베헤가 콜레기움 보칼레 켄트를 이끌고 바흐 ‘b단조 미사’를 들려준다. 국립합창단은 예술감독 민인기와 드보르자크의 ‘스타바트 마테르’를, 부산시립합창단은 광복 80주년 기념 음악회로 예술감독 이기선과 함께 임준희의 ‘Song of Arirang!’ 등을 연주한다.
안 케펠렉·율리아나 아브제예바·예핌 브론프만의 피아노 독주회, 데뷔 15주년을 맞은 박규희의 기타 리사이틀은 솔리스트들이 장식하는 9월의 예술적 순간이 될 듯하다. 소프라노 황수미가 하반기 3회에 걸쳐 갖는 롯데콘서트홀 마티네 콘서트도 ‘사운드트랙’을 테마로 진행된다. 가곡과 오페라, 뮤지컬까지 다방면의 장르를 소화하는 그의 모습을 만나볼 기회다.
글 허서현 기자 사진 국립합창단·금호문화재단·롯데문화재단·마스트미디어
10월 OCTOBER
각 대륙의 오케스트라가 한국으로!
해외 관현악단의 방문으로 매주 바쁜 시간이 이어지는 4분기의 시작이다. 나아가 그 지역이 다양하여 대륙마다 다른 오케스트라 스타일을 감상하기도 안성맞춤이다. 물론, 이들과 함께하는 협연자도 놓쳐서는 안 된다.
손열음(1986~)과 협연하는 에드워드 가드너/런던 필하모닉을 우선 꼽는다. 레퍼토리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2023년 내한하여 좋은 평가를 받은 악단이다. 수석지휘자인 에드워드 가드너는 6월 국내에서 서울시향을 지휘한 뒤 이달에는 자신의 악단과 다시 돌아오는 일정이다. 그는 2022년부터 런던 필하모닉의 수석지휘자로 활동했으며, 2024년부터 노르웨이 국립 오페라 발레의 음악감독을 맡아왔다.
작년 12월, 마카오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국을 방문했던 지휘자 리오 쿠오크만이 홍콩필을 이끌고 선우예권과 함께한다. 홍콩필은 아시아 최초로 그라모폰의 올해의 오케스트라로 선정됐던 악단으로, 2023년 내한한 바 있다.
구스타보 두다멜(1981~)과 LA필은 6년 만에 다시 한국을 방문하는데, 두다멜이 2026년부터 뉴욕필의 포디엄에 오르면서 이번 공연은 그가 LA필과 함께하는 마지막 내한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15년간 LA필을 이끌며, 그래미어워드에서 총 4번의 최우수 오케스트라상을 받았다.
독일 함부르크의 NDR엘프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 앨런 길버트는 미국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1967~)과 함께 내한한다. 1945년 창단한 엘프필은 2017년 엘베강 항구에 개관한 공연장의 상주단체로, 이 시대에 맞는 다양하고 혁신적인 공연과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역사와 혁신이 균형을 이룬 모습이 어떨지 기대되는 공연이다.
2023년 하반기 최고의 공연으로 손꼽히던 세묜 비치코프/체코필이 2년 만에 한국을 찾으며, 첼리스트 한재민이 함께한다. 그는 2022년부터 체코필과 말러 교향곡 음반을 순차적으로 발매 중이며, 현재 1~5번까지 만나볼 수 있다. 그는 2027/28 시즌까지 체코필과 함께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국내 악단이지만, 협연자로 인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2년 전 리사이틀 공연으로 내한했던 바이올리니스트 랜들 구스비(1996~)가 피터 운지안/KBS교향악단과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선보인다. 재일교포 3세인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리며 “한국은 저를 존재하게 해준 나라”라고 언급했던 그는 삼성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사용하고 있다.
글 이의정 기자 사진 마스트미디어·빈체로
11월 NOVEMBER
가을을 수놓는 화려한 이름들
깊이 있는 피아노 협주곡의 선율이 가을의 공연장 곳곳을 물들인다. 발칸반도의 슬로베니안 필하모닉이 첫 내한을 예정 중이다. 유구한 역사와 폭넓은 레퍼토리를 자랑하는 슬로베니안필은 1990년생의 젊은 지휘자 카키 솔롬니쉬빌리를 2024/25 시즌 수석지휘자로 선임하며 세계 무대로 지평을 넓히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손민수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한다. 스티븐 허프는 함신익/심포니 송과 자신의 피아노 협주곡을 한국 초연으로 선보이고, 이매뉴얼 액스는 얍 판 츠베덴/서울시향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으로 한국을 찾는다. 래너드 슬래트킨/KBS교향악단은 10월에 열리는 쇼팽 콩쿠르의 우승자와의 협연을 앞두고 있다.
현악기의 향연도 이어진다. 모차르트의 고향 잘츠부르크를 기반으로 하는 실내악단 카메라타 잘츠부르크가 바이올리니스트 재닌 얀센과 모차르트를 중심으로 슈베르트, 멘델스존의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체코의 실내악단 계보를 잇는 파벨 하스 콰르텟과 지난해 안드리스 넬손스/빈필과 호흡을 맞췄던 일본의 바이올리니스트 고토 미도리의 내한 소식도 빼놓을 수 없다.
2023년 가을에 이어 오케스트라 빅매치가 다시 한번 재현된다. 가장 먼저 로열 콘세트르허바우 오케스트라가 그 선봉에 선다. 앞선 6월 파리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두 차례 무대를 선보인 클라우스 메켈레가 지휘봉을 잡을 예정. 키릴 페트렌코/베를린 필하모닉이 2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아 2021년 베를린 필하모니에서 베를린필 데뷔 무대를 가진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함께 무대에 오르고, 베를린필과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전통의 악단 빈 필하모닉 역시 같은 달 내한을 앞두고 있다.
글 홍예원 기자 사진 마스트미디어·빈체로
12월 DECEMBER
남다른 2025년의 연말
연말의 아이콘 같은 공연들로, 지난 몇 년간 12월의 공연 일정표는 새해가 다가와도 새로운 것이 없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한 해의 마지막에 방점을 찍듯, 주목할 만한 공연들이 이달의 달력을 채운다.
12월을 맞이한 관객에게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다니엘 하딩이 이끄는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는 임윤찬을 협연자로 내한한다. 한편 1985년생의 지휘자 산투 마티아스 로우발리(1985~)의 첫 내한도 기대를 모은다. 수석지휘자로 있는 영국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함께 내한하는 그는 떠오르는 ‘핀란드 출신 지휘자’의 예로 언제나 언급된다. 예테보리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로도 활동 중인 그의 연주 실황을 만나볼 기회.
거장으로 불릴 피아니스트들의 활약도 눈에 띈다. 국립심포니 정기 연주회의 협연자로 엘리소 비르살라제(1942~)가 내한해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하며, 백건우는 이 무지치와 함께 전국 투어 리사이틀을 계획 중이다.
우리 시대의 가장 활발한 비르투오소 피아니스트, 키릴 게르슈타인의 독주회도 12월에 펼쳐진다. 전 세계를 무대로 종횡무진 활약하면서도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러시아계 미국 피아니스트 게르슈타인은 ‘프란츠 리스트의 환생’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린다. 그는 12월에 앞서 5월에도 서울시향과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해 올해 두 번의 내한을 예정하고 있다.
국립오페라단은 2025시즌 ‘당신에게 사랑은 무엇인가요?’라는 주제 아래 최우정의 창작 오페라 ‘화전가’부터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프로코피예프의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을 선보인다. 시즌의 마지막, 2024년 ‘탄호이저’에 이어 바그너 시리즈 두 번째로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선보이는 국립오페라단은, 서울시향과 함께 손을 잡으며 음악의 완성도를 끌어올린다. 서울시향의 오페라 전막 연주는 10년 만이다. 독일과 스위스 극장에서 활동한 슈테판 메르키가 연출을 맡았다.
글 허서현 기자 사진 국립심포니·빈체로·마스트미디어·크레디아
THEATER PREVIEW
연극 공연 소식
오늘의 시간을 두드리는, 변치않는 ‘고전’들
국립극단이 서계동 시대의 막을 내리고, 15년 만에 국립극장으로 터전을 옮긴다. 국립극단은 남산 복귀를 알리는 첫 작품으로 에반 플레이시의 ‘그의 어머니’를 꼽았다. 극단 산수유의 대표 류주연이 연출을 맡아 일상적이면서도 시대적인 문제를 끌어내는 통찰력을 발휘할 예정이다.
근대극의 일인자, 헨리크 입센의 희곡 ‘헤다 가블러’가 서로 다른 연출로 관객을 찾는다. 남편의 성을 거부하고, 자신의 성 ‘가블러’를 붙인 채 살아가는 주인공 ‘헤다’를 앞세워 사회적 제약과 억압 속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여성의 심리를 다루는 이 작품은 2012년 명동예술극장에서 초연했으며, 당시 헤다 역의 배우 이혜영과 연출을 맡았던 박정희(국립극단 단장 및 예술감독)가 명동예술극장에서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춘다. 같은 시기, LG아트센터 서울에서는 제54회 동아연극상 연출상을 받은 전인철이 연출을 맡아 ‘헤다 가블러’를 현시대의 감각으로 다시 깨운다.
두산아트센터는 ‘지역(Local)’을 주제로, 두 편의 연극 공연을 소개한다. 어릴 적 미국으로 건너가 서로가 각자의 유일한 안식처가 된 두 10대의 삶을 다룬 ‘생추어리 시티’(작 마티나 마이옥, 연출 이오진)와 세 명의 노년 해녀들과 두 번의 이민을 거친 한국계 캐나다인의 이야기 ‘엔들링스’(작 셀린 송, 연출 이래은)를 선보일 예정.
해외 초청작으로는 안젤리카 리델의 ‘사랑의 죽음. 피비린내가 눈에서 떠나지 않아. 후안 벨몬테’가 국립극장에서 첫선을 보인다. 스페인 출신의 작가이자 연출가, 배우인 안젤리카 리델은 급진적이고 파격적인 연출로 베니스 비엔날레 연극 부문 은사자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는 인물이다. 작품은 스페인의 전설적인 투우사 후안 벨몬테의 이야기와 바그너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 ‘리베스토드(사랑의 죽음)’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으며, 2021년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초연했다.
올해는 해외의 인기 공연을 국내에서 만나볼 수 있어 기대를 모은다. 오는 8월 이머시브 공연의 선두 주자인 펀치드렁크의 ‘슬립 노 모어’가 서울에 상륙한다. 작품은 가면을 쓴 관객들이 원하는 인물을 찾아 100여 개의 방을 이동하며 관람하는 이머시브 연극으로, 지난해 문을 닫은 대한극장이 ‘슬립 노 모어’의 공연장으로 부활한다. 11월에는 주인공 파이와 벵골호랑이의 생존 표류기로 맨부커상을 받은 원작 기반의 연극 ‘라이프 오브 파이’가 한국 초연을 앞두고 있다. 작품은 2019년 영국 셰필드 초연 후, 런던 웨스트엔드 및 뉴욕 브로드웨이에 진출해 2022년 올리비에상 작품상 포함 5관왕, 2023년 토니상 3관왕에 오른 바 있다.
글 홍예원 기자 사진 국립극장·국립극단·국립아시아문화전당
MUSICAL PREVIEW
뮤지컬 공연 소식
더욱 강렬한 부스터를 부착한 뮤지컬
올해 뮤지컬은 한층 더 화려해진 연출과 특수 효과로 무장해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예정이다. 일루셔니스트가 창작진에 참여하며 마법 같은 무대를 구현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에 개막해 올해에도 인기리에 공연을 이어가는 ‘알라딘’에는 유명 일루셔니스트 짐 스타인마이어가 일루전 디자인 크리에이터로 참여했다. 그가 구현한 화려한 장면 전환과 특수 효과는 매순간 관객의 탄성을 자아냈다. 동명의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사랑의 하츄핑’은 이은결이 총연출을 맡았고, 그 역시 3D 홀로그램과 영상을 활용해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최근 판타지·SF 장르 뮤지컬이 늘어나며 타 분야와의 협업이 활발해지고 있어, 앞으로도 뮤지컬의 연출이 더욱 다채로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배우의 분장은 극의 몰입도를 높이고 관객의 공감을 이끄는 중요한 요소다. 올해 뮤지컬 중에서도 독특한 특수 분장이 돋보이는 작품 세 편을 꼽을 수 있다. 먼저, ‘시라노’의 주인공은 6cm 길이의 특수 제작된 코를 붙이고 무대에 오른다. 큰 코 때문에 사랑하는 여인 앞에 쉽게 나서지 못하는 주인공의 콤플렉스를 시각적으로 강조한 분장이다. ‘웃는 남자’의 주인공 그윈플렌은 인신매매단에 의해 입이 길게 찢기고 말았다는 설정이다. 이를 위해 얼굴에 붉은색으로 흉터를 그리고 그 위에 왁스 등을 덧붙여 상처를 강렬하게 표현했다. 마지막으로, 오페라의 유령을 원작으로 한 ‘팬텀’은 약 20가지의 가면을 활용하는데, 이 가면은 사랑·슬픔·분노 등 감정의 변화에 따라 색과 형태를 달리하며 극적인 효과를 만들어낸다. 가면이 단순한 소품을 넘어 인물의 내면을 반영하는 중요한 장치로 사용됐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영화 팬들이 반가워할 소식도 있다. 지난해에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 창작 뮤지컬이 많이 올랐다면, 올해는 영화 원작의 많은 작품들이 관객을 찾는다. 삽입곡 ‘Falling Slowly’로 큰 사랑을 받은 영화 ‘원스’(2006)를 뮤지컬로 즐겨보자. 이 작품은 배우들이 오케스트라 없이 직접 악기를 연주하며 극을 이끌어가는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돼 더욱 특별한 감동을 선사한다. 한국에서 10년 만에 공연되는 이번 공연을 위해, 배우들은 약 10개월간 16종의 악기를 연습했다고 하니 기대할 만하다. 또한, 다큐멘터리 영화 ‘칠곡 가시나들’(2018)은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이라는 제목의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이병헌과 수애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그해 여름’(2006)도 창작 뮤지컬로 초연된다.
오랜만에 한국을 찾는 오리지널 팀들의 공연도 놓칠 수 없다. 브로드웨이의 대표 뮤지컬 ‘위키드’가 13년 만에 무대에 오른다. ‘오즈의 마법사’를 유쾌하게 재해석한 작품이다. 최근 영화로도 개봉해 흥행을 이어가고 있기에 더욱 기대가 모인다. 2006년 첫 내한 공연에서 3주간 3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던 ‘돈 주앙’은 19년 만의 공연이다. 프랑스 뮤지컬이지만 스페인 세비야를 배경으로 하며, 스페인 전통춤 플라멩코와 라틴 선율이 매력적이다.
글 김강민 기자 사진 신시컴퍼니·EMK뮤지컬컴퍼니
DANCE PREVIEW
무용 공연 소식
상승세를 이어가는 무용계
지난해 드러난 발레계의 상승세, 무용 서바이벌 예능의 흥행이 이어지는 2025년의 무용계다.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의 ‘인어공주’로 화제의 중심을 차지했던 국립발레단이 그의 또 다른 작품, ‘카멜리아 레이디’를 국내 초연한다. 현 예술감독 강수진이 브누아 드 라 당스를 수상한 작품으로, 국립발레단 작품 완성도에 기대를 더한다.
국립발레단은 올해 또 한 명의 해외 안무가와 협업에 나선다. 바로 체코 출신의 안무가, 이르지 킬리안으로 그는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를 지금의 자리로 이끈 장본인이다. 이르지 킬리안의 세 작품, ‘Forgatten Land(잊혀진 대륙)’, ‘Sechs Tänze(여섯 개의 춤)’이 한 무대에 오를 예정이며, 그중 ‘Falling Angels(추락하는 천사)’는 초연이기도 하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지젤’ ‘백조의 호수’와 더불어 3년 만에 창작 발레이자 대표레퍼토리인 ‘춘향’을 다시 무대에 올린다.
대중성과 화제성을 모두 갖춘 무용 작품을 선보인 LG아트센터 서울은 25주년을 맞아 극장과의 의미가 깊은 작품을 골랐다. 올해 이곳을 찾는 매튜 본 ‘백조의 호수’와 부퍼탈 탄츠테아터 ‘카네이션’은 오늘날의 LG아트센터를 있게 한 1등 공신들이다. 무엇보다 피나 바우슈와 부퍼탈 탄츠테아터는 2000년 LG아트센터 역삼의 개관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무대를 채울 수천 송이의 카네이션은 시간이 흐른 지금도 기대를 모을 미장셴이다. 외에도 천재 안무가로 불리며 충격적인 비주얼을 무대 위에 펼치는 알렉산더 에크만의 작품을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의 춤으로 선보이는 ‘해머’ 등이 준비 중이다.
지난해 힙합 댄스 시어터 ‘블랙독’을 선보인 성남아트센터는, 올해 호페쉬 섹터의 신작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개관 20주년을 기념하며 공동 제작한 이 작품, ‘꿈의 극장’은 영국·독일·프랑스 등의 유럽과 북미 등 20여 개의 극장과 축제가 제작에 참여했다. 지난해 6월, 파리에서 초연 후 올해 국내 초연을 앞두고 있다.
안무가 예효승은 올해 국립무용단, 국립현대무용단의 신작 제작에 모두 참여하게 됐다. 국립무용단의 상반기 신작은 두 가지로, 하나는 연출가 양정웅과 지난해 화제를 모은 무용 서바이벌 예능 ‘스테이지 파이터’에서 코치로 활약한 안무가 김보경이 함께하는 ‘파라다이스(가제)’이며, 또 다른 하나가 안무가 예효승이 내놓을 ‘파이브 바이브(가제)’다. 벨기에 레 발레 세드라베 소속 무용수이자 다양한 브랜드·매체와의 협업을 통해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펼쳐온 예효승은, 이 작품에서 국립무용단 남성 무용수 전원과 함께 강렬하고 원초적인 에너지로 무대를 채울 예정이다.
국립현대무용단에는 예효승이 연출을 맡고, 공동안무자로 김보람·이대호·이재영·장혜림·정철인·최사월이 참여하는 ‘우리는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가 예정됐다. 재공연이 어려운 제작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활발하게 활동하는 안무가들을 무대에 모아, 각자 작품에서 만든 고유의 움직임을 재활용하고 이를 통해 협업하는 작품이다. 국립현대무용단은 외에도 올해 ‘인잇’ ‘솔로 프로젝트’ 등을 통해 아시아의 안무가·무용수들과도 활발히 협업한다. 무엇보다 예술감독 김성용의 신작과 현대 무용의 거장인 윌리엄 포사이스의 대표작이 더블빌로 무대에 오를 공연은 올해 국립현대무용단 시즌의 하이라이트다.
글 허서현 기자 사진 국립무용단·국립발레단·성남문화재단·LG아트센터
TRADITIONAL ART PREVIEW
INTERDISCIPLINARYL ART PREVIEW
전통예술 & 다원예술 공연 소식
전통예술, 인기 시리즈 공연의 귀환
전통예술은 언제나 국가 기념일과 수교 행사를 살뜰히 챙기는 장르로, 국내는 물론 현지에서도 공연되곤 한다. 우선 광복 80주년을 맞이한 올해는 2일간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의 기념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꺼지지 않는 빛(가제)’을 주제로 ‘아리랑’ 모티브에 무용과 합창이 함께 역사 속 순간의 감동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한국·일본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이하여 각국의 전통 음악이 한 공연에서 함께 연주될 예정이다. 한국 공연은 6월로, 1부에는 한국의 궁중연례악을, 2부에는 일본 오키나와 궁중악무 구미오도리을 연주한다.
호평을 받았던 공연과 시리즈는 올해도 이어진다. 지난해 추석에 공연되어 전석 매진을 기록했던 ‘왔소! 배뱅’이 다시 돌아왔다. 이는 고(故) 이은관 명인의 황해도 지역 재담 소리 ‘배뱅이굿’을 각색한 내용으로, 여인 배뱅이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젊은 소리꾼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줄 수 있는 국립극장의 ‘절창’은 올해 다섯 번째 시리즈를 준비했다. 올해 호흡을 맞출 2인조는 국립창극단의 왕윤정과 국악그룹 ‘우리소리 바리지’의 소리꾼 김율희이다. 또한 셰익스피어 원작을 바탕으로 우리 소리에 맞게 각색된 국립창극단의 ‘베니스의 상인들’은 유쾌하면서도 뼈가 있는 내용으로,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메시지를 전하러 다시 돌아온다.
서양 오케스트라와 국악관현악단을 함께 조립하는 ‘스위치’는 국악 작품을 서양 오케스트라로, 서양 작품을 국악 오케스트라로 연주하는 독특한 공연이다. 연주는 국립국악관형악단과 KBS교향악단이 함께하며, 두 장르의 지휘가 모두 가능한 정치용이 이들과 함께한다.
‘사천가’ ‘이방인의 노래’ ‘노인과 바다’로 사랑을 받아온 소리꾼 이자람이 5년 만에 신작 ‘눈, 눈, 눈’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는 톨스토이 단편인 ‘주인과 하인’을 바탕으로 창작한 작품으로, 이자람은 지난 팬데믹 동안 ‘우리가 어떻게 타인과 공존한 것인가’를 생각하며, 그 해답을 고민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한 해 내내 이어진다. 어린이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 공연, 어른들의 추억을 되살려 주는 게임 공연은 물론, 해외 유명 재즈 아티스트의 내한 공연도 여럿 예고됐으니, 오른쪽의 표를 자세히 살펴보자.
글 이의정 기자 사진 국립국악원·국립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