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HOT 아랍에미리트 | 두바이 콩쿠르 현지 취재, 클래식 바이올린 올림퍼스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5년 6월 16일 9:00 오전

WORLD HOT_UAE

전 세계 화제 공연 리뷰 & 예술가

 

클래식 바이올린 올림퍼스 4.22~28

콩쿠르를 향한, 변화의 모래바람이 분다

 

막강한 자본(상금 20만 유로)과 독특한 경연방식으로 주목받은 콩쿠르 현장 두바이 현지 취재

 

 

아랍에미리트의 최대 도시 두바이에서 국제 콩쿠르인 ‘클래식 바이올린 올림퍼스’가 열렸다. 지난해 2월, 1위 상금이 15만 유로(한화로 약 2억)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진행됐던 ‘클래식 피아노’ 콩쿠르와 같은 주최·장소로 진행됐다. 올해는 1위에게 20만 유로(약 3억 원)라는 상금을 제시하며, 최대 규모의 상금이라는 화제를 이어 나갔다. 한층 더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던 두바이를 취재하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한 번 더 중동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다시 만난 콩쿠르의 현장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추구하는 목표 의식, 그에 맞춘 진행 방식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올해는 무엇이 달랐나?

1위 수상자와 심사위원들

‘클래식 바이올린 올림퍼스’의 가장 특별한 점은, 국가별로 콩쿠르를 미리 개최한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순위권을 차지한 이들만이, 다음 해에 두바이에서 열리는 ‘클래식 바이올린 올림퍼스’에 참가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도쿄·빈·뉴욕·런던·로마·두바이에서 바이올린 콩쿠르가 개최됐고, 올해 총 12명의 참가자가 두바이 콩쿠르에 참가했다. ‘클래식 피아노’ 콩쿠르는 한국에서도 개최됐지만, ‘클래식 바이올린 올림퍼스’는 개최되지 않았다.

결선에서 진행되는 레퍼토리도 풍성하다. 여타 콩쿠르에선 본 적 없는, 매우 이례적인 방식이었다. 참가자들은 총 이틀에 걸쳐 프로그램을 소화했는데, 하루는 세르게이 사바티안/아르메니아 심포니와 각자 선택한 협주곡을 협연한 후, 오케스트라의 악장 자리에 앉아 관현악 작품 연주를 선보였다. 이는 독주자로서의 기량과 오케스트라를 아우르는 음악성이 한눈에 비교되는 방식이었다. 또 다른 날은 콩쿠르의 지정곡인 알렉세이 쇼어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베토벤 3중 협주곡, 그리고 직접 선정한 앙코르를 연주했다. 이 프로그램은 크리스토프 포펜/마드리드 필하모닉이 연주했으며, 베토벤 3중 협주곡은 피아니스트 이타마르 골란·첼리스트 알렉산더 차우시안이 함께 했다. 포펜이 이끄는 베토벤 음악의 진동, 마치 본드처럼 오케스트라와 독주자를 이어주는 이타마르 골란의 노련한 솜씨에 경연장의 음악엔 풍미가 더해졌다. 3중 협주곡에서는 연주자의 실내악 역량을, 앙코르곡에서는 제약 없이 마음껏 펼치는 연주자의 개성까지 엿볼 수 있었다.

비슷한 레퍼토리를 여러 번, 심지어 베토벤 3중 협주곡은 6일간 12번을 들어야 했음에도 연주자에 대해 입체적인 감상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프로그램은 오히려 듣는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참가자마다 두각을 드러내는 작품이 달랐기에, ‘콩쿠르에서의 순위가 모든 걸 말해주지 않는다’는 다소 역설적이면서도 중요한 음악적 전제를 실감했다.

 

각양각색의 참가자들이 선보인 음악

엘리 최

두바이에 도착한 첫날, 기자의 시선을 가장 먼저 사로잡은 것은 참가자들의 나이였다. 17세부터 48세까지, 연령 제한이 없는 콩쿠르가 주는 독특함이었다. 한국인 참가자 윤소영을 비롯해, 2021년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한 카리사 추도 눈에 띄었다. 2012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인 안드레이 바라노프, 2001년 파가니니 콩쿠르 우승자 마리우스 파티라 등 참가자의 이력도 다양했는데, 캐나다에서 온 한 취재진은 “그들이 이전에 어떤 콩쿠르를 우승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오늘 이곳에서 어떻게 연주하는 지로만 평가하는 것”이라며 콩쿠르의 취지에 걸맞은 의견을 나누어주었다.

1위는 아르메니아 출신의 42세 바이올리니스트 하이크 카자지안에게로 돌아갔다. 그 또한 2007년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우승으로 국내에 이름을 알린 바 있다. 첫날 그의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연주에선 특별한 인상을 받지 못했으나, 베토벤·쇼어 협주곡 연주까지 모두 들은 후엔 은연중에 ‘좋은 음악을 하는 연주자’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인상적인 순간들은 유키 히라노(일본/21세)의 깔끔하게 정리된 프레이징이나 엘리 최(미국/23세)의 존재감, 유려하게 음악을 그려내는 진주 리(중국/17세)에게서 더 자주 발견할 수 있었으나, 심사위원장 파벨 베르니코프가 언급한 대로 “잘 연주하는 것을 넘어, 대중에게 음악을 전달할 연주자를 찾는 콩쿠르”라는 점에서 하이크 카자지안의 수상을 수긍하게 됐다.

클래식 첼로 지원 방법

두바이 공연 그룹 CMDI(Classical Music Development Initiative)가 진행하는 콩쿠르는 내년에 개최되는 ‘클래식 첼로’(2026.3.26~4.6)로 이어진다. 특별히 내년은 국가별 콩쿠르 없이 진행되며, 두바이가 아닌 영국 런던에서 열릴 예정. 참가 신청은 올해 12월까지다.(자세한 정보는 QR코드 참고)

 

 

 

 

콩쿠르 지정곡, 알렉세이 쇼어의 협주곡

현장에선 취재진 사이에 ‘쇼어(Shor)는 Sure!’라는 농담으로 종종 웃음이 번졌다. 6일간, 12번의 알렉세이 쇼어(1970~) 바이올린 협주곡이 연주됐으니 그 존재감은 확실했다. 지정곡은 그의 협주곡 4·5·6번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었는데, 참가자들은 6번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카르페디엠’이라는 작품명이 붙어 있는 이 곡은 서정적인 선율이 특징인 쇼어의 강점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었다.

“협주곡 6번은 원래 반도네온을 위한 작품이었어요. 이후 요청으로 바이올린 편곡 버전을 만든 것인데, 지금은 이 버전이 더 많이 연주되고 있죠. 남미의 색채가 남아있어 독특하기도 하죠.”

콩쿠르 몇 주 전, 두바이에서 열린 인클래시카 국제 음악 페스티벌(4.6~21)에서도 그의 작품이 다수 연주된 만큼, 우크라이나 출생의 작곡가인 그에게 중동은 자신의 음악이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곳이다. 이번 콩쿠르에서도 “참가자들의 다양한 해석이 내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고 언급했다.

2026년에 진행될 콩쿠르에도 쇼어의 첼로 콩쿠르 1번 ‘음악적 순례’가 지정곡으로 연주될 예정이다.

 


 

INTERVIEW

 

한국인 참가자 윤소영

네 개의 특별상 수상! 자신만의 음악 세계로 호평받다

 

콩쿠르 둘째 날, 일찍이 경연을 모두 마친 윤소영(1984~)을 두바이에서 만났다. 윤소영은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선보였으며, 악장으로 연주한 R. 슈트라우스 ‘영웅의 생애’ 라운드에서 다년간 스위스 바젤 심포니 악장 경력이 빛났다. 앙코르곡으론 비에니아프스키의 ‘라 카덴차’를 선보이며 의미까지 담았다. 윤소영은 특별상으로 중국 선전 심포니 혹은 우시 심포니 협연, 펜데레츠키 국제 페스티벌 연주, 하겐 콘서트홀 독주회, 아르메니아 심포니 협연 기회를 얻었다.

무척 다양한 레퍼토리를 연주해야 하는 콩쿠르다.

참가자 입장에서는 즐겁다. 특히 앙코르곡 선정 등은 연주자의 성향을 반영하기에, 자신의 음악성을 보여줄 수 있는 시스템인 것 같다. 베토벤 3중 협주곡 같은 경우는 리허설 시간도 정말 짧아서, 솔로 연주를 잘해도 앙상블이나 오케스트라 경험이 없는 참가자들에겐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어떤 과정을 거쳐 참가하게 됐나.

어느 날 우연히 이메일을 통해 콩쿠르 개최 소식을 봤는데, 나이 제한이 없다는 사실에 심장이 뛰더라. 조금 망설였지만, 주변의 응원을 받아 도전했다. 지난해 일본에서 열린 콩쿠르에 참가해 수상했고, 두바이에 오게 됐다.

오랜만에 도전해 본 콩쿠르는 어땠나.

중간에 후회도 많이 했다. 연주와 콩쿠르는 준비 과정이 아주 다르다. 오랜만에 콩쿠르에서 연주하려니 많이 떨리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젊은 시절 콩쿠르 도전을 위해서 해오던 루틴들이 떠오르며 이런 도전의 순간이 그리웠다는 생각도 들었다.

콩쿠르 이후의 일정은?

하루만 딱 쉬고, 연습을 다시 한다. 5월과 6월엔 유럽에서 연주하고, 한국 공연은 9월에 있을 예정이다. 광주시향, KBS교향악단과의 협연으로 관객을 만나게 될 것 같다.

 

 

INTERVIEW

 

콩쿠르 심사위원장·예술감독 파벨 베르니코프

관점은 변하고, 콩쿠르는 진화해야 한다

 

파벨 베르니코프(1953~)는 우크라이나 오데사 출신으로, 다비드 오이스트라흐와 스니트코프스키를 사사했다. 1979년, 뮌헨 ARD 콩쿠르에서 입상하며 활동을 시작했고, 현재 빈 음악예술대학과 로잔 음악원의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23년부터 클래식 바이올린 올림퍼스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그는 이번 콩쿠르의 뚜렷한 목표를 또박또박 전달했다.

“어떤 개성을 가진 연주자인지가 중요합니다. 물론, 전문 연주자로서 연주를 잘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연주는 궁극적으로 대중을 위한 것이지 학교의 교수를 위한 게 아니니까요.”

그와의 인터뷰는 콩쿠르 개최지인 자빌 극장이 있는 곳, 호텔 주메이라 자빌 사라이 로비에서 진행됐다. 기자가 한국에서 왔음을 밝히자, 콩쿠르 내내 유쾌한 분위기를 풍겼던 그는 한층 더 밝은 표정으로 악수를 건넸다.

“최근 아내(바이올리니스트 스베틀리나 마카로바)와 함께 한국을 방문했어요. 바이올리니스트 김민과 이선이를 아시나요? 그들을 통해 뛰어난 한국의 학생들을 정말 많이 만났어요. 정말 훌륭한 스승들이에요.”

파벨 베르니코프는 한국의 어린 바이올리니스트들의 실력에 무척 놀랐다며, 자신이 어린 시절 바이올린을 배웠던 스톨리아르스키 학교의 모습이 떠올랐다고 덧붙였다. 스톨리아르스키 학교는 그가 태어난 우크라이나 오데사에 있는 영재 음악 학교로, 다비드 오이스트라흐·나단 밀슈타인 등 전설적 연주자를 배출한 곳이다.

다음 세대 바이올리니스트를 향한 깊은 관심을 드러낸 그는, 이 콩쿠르에 담긴 특별한 요소들을 꼼꼼히 언급했다. 그중에서도 다른 콩쿠르에서 볼 수 없는 풍성한 결선 레퍼토리, 다양한 국가와 분야의 심사위원들은 인상 깊다. 심사위원에는 바이올리니스트는 물론, 지휘자·피아니스트가 있으며, 극장 예술 감독·오케스트라 총괄 매니저·예술 행정가나 기획자도 포함되어 있다.

“심사위원을 구성하는 일은 중요합니다. 전통적 콩쿠르들은 비슷한 교수들이 심사위원인 게 반복됩니다. 똑같은 프로그램으로 여러 대회를 돌아다니는 연주자들이 있다는 사실도 알고요. 모든 게 공장처럼 변해버렸고, 무엇인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전 세계를 연결하는 방식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국제적’이라는 수식어는 이제 물리적 의미를 넘어, 실시간으로 연결되고 반응할 수 있는 감각에 가깝다. 콩쿠르를 둘러싼 환경도 이에 영향을 받는다. 어느 도시에서 열렸든 콩쿠르 실황은 몇 초의 지연만으로 전 세계에 송출된다. 먼 타국에서 열린 소위 ‘대단한 콩쿠르’ 우승자 연주를 들어보기 위해, 오매불망 그의 투어 일정을 기다릴 필요성이 딱히 없다. 오랜 기간 명성을 유지해 온 콩쿠르들은, 우승자들을 효과적으로 홍보하기 위한 고민에 직면해 있다. 콩쿠르에 대한 관점과 패러다임의 혁명이 필요한 시기다.

“콩쿠르의 ‘진화’라고 보는 게 어떨까 싶어요. ‘혁명적’이라고 표현하기엔…. 혁명은 종종 다소 슬프게 끝나니까요.(웃음) 이 콩쿠르에서 중요한 것은 1위에게 주어지는 큰 상금만이 아닙니다. 심사위원들은 그들에게 다양한 무대와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콩쿠르가 참가자들의 음악적 여정의 긍정적인 일부가 되는 것이죠.”

그가 언급한 대로, 12명의 참가자 중 8명이 다양한 특별상을 받았다. 선전 심포니·아르메니아 국립 교향악단·함부르크 노이에 필하모닉·불가리아 방송교향악단·말러 체임버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비롯해 다수의 축제와 극장의 독주회 초대, 재단 후원, 음악 아카데미 참가 등이 마지막 날 시상식에서 마치 거대한 선물 꾸러미처럼 여러 연주자에게 돌아갔다. 다양한 이력을 품고 심사위원석에 자리한 이들의 역량이 중동 한가운데서 펼쳐진 콩쿠르의 국제성을 단단히 입증하는 순간이었다.

허서현 기자 사진 클래식 바이올린 올림퍼스

 


 

아랍에미리트의 문화 공간을 소개합니다

지리적 이점과 막대한 자본력이 탄생시킨, 혁신적 문화 장소 6곳

 

현장에서 체감한 아랍에미리트의 발전 속도는 빨랐다. 그 역동성을 증명하듯, 가는 곳곳마다 크레인을 대동한 대규모 공사 현장이 눈에 띄었다. 이제 중동의 랜드마크로 ‘최고로 높은’ 브루즈 할리파나, ‘최고로 큰’ 두바이 몰을 자랑하던 때는 지났다. 올해 12월부터 두바이에선 ‘하늘을 나는 택시’가 운영될 예정이고, 생성형·대화형 인공지능 ‘챗GPT’를 개발한 회사 ‘오픈AI’는 아랍에미리트에 데이터센터 건설 지원을 예고했다. 2030년에는 중동 첫 디즈니랜드가 아부다비에 들어선다.

아랍에미리트의 문화 공간들도 특별함을 품는다. 지리적 이점을 활용한 교류의 결과물을 선보이거나, 생경한 기술과 설치물에 입이 벌어질 정도다. 최근에는 중동 특유의 정체성을 반영한 공간들도 자리 잡으며 문화의 깊이를 더해가고 있다. 건축물 자체가 보여주는 압도적 아름다움도 아랍에미리트 문화 장소들의 특징! 두 달에 걸친 중동 연재를 위한 현지 취재 중, 후덥지근한 중동의 태양을 누비며 기자들이 직접 방문해 본 아랍에미리트의 문화 공간들을 소개한다.

 

IN DUBAI

기술 미래 박물관 Museum of the Future

메탈 소재의 거대한 링 구조에 아랍어 문양이 새겨진 미래 박물관은 단연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한다. 외형만으로도 도시의 미래지향적인 이곳은 2022년 개관 이후, ‘미래’를 주제로 예술과 기술, 상상력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관람은 우주선에 탑승한다는 설정으로 시작되며, 가상의 우주정거장으로 향하는 여정은 전시의 몰입도를 높인다. 관람객은 2천 4백여 종의 생물을 3D로 시각화한 DNA 라이브러리, 드론 택시가 떠다니는 2071년의 두바이 시가지, 기후 변화 이후의 지구 모습 등을 차례로 경험하게 된다. 특히, 2층에 위치한 전망대에서는 도심의 스카이라인과 곡선을 그리는 건물 외관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전시 자밀 아트 센터 Jameel Arts Centre

두바이 크리크(운하) 인근에는 도시의 분주함에서 잠시 벗어난 예술 공간, 자밀 아트 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아트 자밀(Art Jameel) 소속으로 운영되는 이 미술관은 지역성과 국제성을 아우르는 전시로 주목받고 있으며, 아랍권 현대미술의 흐름을 섬세하게 조망한다.

입구에 들어서면 이국적인 식물로 꾸며진 정원이 방문객을 맞이하고, 내부는 개방감 있는 구조 속에 10개의 갤러리와 도서관, 정보 센터, 7개의 정원 등이 아기자기하게 배치되어 있다. 작품 하나하나에 천천히 집중할 수 있도록 여유로운 동선을 제공하며, 관람을 마친 뒤 1층 로비로 내려오면 크리크 수변이 통창 너머로 펼쳐져 도심 속에서 잠시 마주하는 평온한 풍경을 선사한다.

체험 아야 유니버스 Aya Universe

와피(Wafi)몰 내에 있는 미디어아트 공간. 11개의 공간으로 ‘달’ ‘강’ ‘플로라’ ‘하루모니아’ 등 공간별 콘셉트에 맞춰져있다. 조명과 거울을 활용한 덕분에, 크지 않은 규모임에도 무한한 공간감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영화 ‘아바타’를 떠올리게 하는 공간부터 대형 볼풀장 안으로 들어가거나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는 곳까지 말 그대로 몸으로 ‘느끼는’ 장소다. 멋진 인증 사진을 남기기에도 딱 좋은 흥미로운 관광지.

 

 

IN ABU DHABI

전시 아부다비 루브르 Louvre Abu Dhabi

두바이에서 버스를 타고 사막을 따라 약 두 시간을 달리면, 아랍에미리트의 수도 아부다비에 닿는다. 도심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사디야트 섬은 구겐하임, 자이드 국립박물관(2025년 말 개관 예정) 등 동시대를 대표하는 건축물들이 모여 있는 문화 허브로, 아부다비 루브르 역시 이곳에 자리하고 있다.

이 박물관은 프랑스 루브르의 첫 해외 분관으로, 고대 유물부터 현대미술까지 인류 문명의 흐름을 12개의 전시 챕터를 통해 풀어낸다. 전시를 마치고, 외부로 나서면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한 이 공간의 거대한 돔형 지붕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아랍 전통 문양에서 영감을 받은 7,850개의 팔각형 구멍으로 이루어진 이 지붕은 시간대에 따라 빛과 그림자의 패턴을 바꾸며, ‘빛의 비’라고 불리는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에메랄드빛 바다 위로 번지는 부드러운 햇살은 건물 자체를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느끼게 하며, 전시의 여운을 한층 더 깊게 이어준다.

문화 대통령궁 카스르 알 와탄 Qsar Al Watan

아랍에미리트는 그 국가명에서도 보이듯, 7개의 토후국(Emirate)가 모여 만든 연합국이다. 최대 도시는 두바이지만, 수도는 아부다비다. 2017년 완공되어, 2019년부터 일반인에게 공개하고 있는 대통령궁 ‘카스르 알 와탄’에 들어서면 높이 60m에 달하는 그레이트홀 장식이 관광객을 압도한다. 대형 샹들리에와 정교한 모자이크 장식이 인상적이다. 대통령궁 한쪽에선 문화와 관련된 전시도 볼 수 있다. 중동 전통 현악기인 레바바(Rebabah)나 오우드(Oud)가 눈에 띄며, 그간 교류를 통해 타국과 주고받은 기념품도 한자리에 놓여 있다. 한국의 나전칠기, 백자 등이 타국의 전통 유물들과 나란히 전시 중. 교류에 대한 이들의 깊은 관심이 느껴지는 곳이다.

중동 현대미술의 중심 샤르자 비엔날레

두바이에서 택시로 약 30분을 달리면, 마천루가 점차 사라지고 낮고 단정한 건물들이 늘어서기 시작한다. 이내 도착하는 곳은 중동 현대미술의 또 다른 중심지, 샤르자다.

아부다비, 두바이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도시인 이곳은 매년 세계 현대미술의 흐름을 집약해 보여주는 주요 무대다. 1993년 시작된 샤르자 비엔날레는 올해 ‘to carry’를 주제로 2월 6일부터 6월 15일까지, 샤르자 미술관과 샤르자 미술재단 등에서 진행되고 있다.

백색 외벽과 아치형 입구가 인상적인 샤르자 미술관에서는 상설 전시와 함께 비엔날레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다. 미술관에서 도보로 약 5분 거리에 위치한 샤르자 미술재단에서는 높고 낮은 흰색 파빌리온마다 회화·설치·영상·조각 등 다양한 매체의 전시가 펼쳐진다.

허서현·홍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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