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세대 관객을 위하여, 성장기 아이들을 위한 국립예술단체의 행보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1년 5월 3일 9:00 오전

SPECIAL 2

 

영지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

ACC 어린이극장

오렌지 북극곰

춘천인형극제

 

 

가정의 달 특집

다음 세대 관객을 위하여

성장기 아이들을 위한 국립예술단체의 행보

 

“모든 아이들은 예술가다. 다만 문제는 그들이 성장하면서도 여전히 예술가로 남아있는가 하는 것이다.”
– 피카소
피카소는 ‘모든 아이는 예술가’라고 외쳤습니다. 그 어떤 지식보다 ‘상상력’이 중요한 시대죠. 성장기 아이들이 창의성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예술만이 정답’이라고 힘주어 말하고 싶습니다.
이미 해외 주요 공연장에서는 어린이 프로그램을 전문적으로 기획하고 있습니다. 뉴욕 필하모닉은 무려 1926년부터 어린이를 위한 음악회를 모색해왔어요. 미국 출신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1918~1990)에 의해 시작된 ‘영 피플스 콘서트’가 지금까지 역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베를린 필하모닉도 자라나는 아이들의 연령을 고려한 프로그램을 진행 중입니다. 국내 단체들은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이번 5월 호에는 가정의 달을 맞아 미래 세대 관객을 위한 국립예술단체의 행보를 조명해봅니다.
국립극단은 아이들을 위한 ‘전담팀’이 있습니다. 바로 2011년 5월 2일 개소해 올해 10주년을 맞은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인데요. 연구소는 10년의 실험 끝에 고유한 시스템을 구축했고, 인큐베이팅 작품을 지속적으로 발표하는 중입니다.
국립국악관현악단과 국립현대무용단, 국립국악원은 어린이 공연을 위한 소프트웨어 구축에 한창입니다. 세 단체는 아이들에게 낯설기만 한 전통예술과 현대무용을 보다 쉽게 즐길 수 있는 공연을 개발 중이에요. 국립극장과 국립오페라단의 예술교육 프로그램도 파헤쳐 보았습니다.
하드웨어에 대한 고민도 많아 보입니다. 어린이 공연에는 눈높이를 고려한 무대, 편하게 앉을 수 있는 객석이 필수적인데요. 직접 극장을 설계한 단체도 있습니다. 춘천인형극제가 열리는 춘천인형극장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 위치한 ACC 어린이극장은 그동안 지역 아이들의 보금자리가 되어줬습니다. 서울문화재단은 어린이를 위한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 청소년을 위한 서울예술교육센터를 운영 중이고요.
아직 어린이날 계획을 세우지 못한 분들은 주목해 주세요. 아이들과 함께하는 문화 나들이를 위해 5월 어린이 공연 리스트를 소개합니다. 밖에 나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집에서 동요 음반을 즐겨도 좋고요.
미국의 작곡가 시어도어 윕루드는 말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즐긴다면, 아이들이 좀 더 깊이 있는 삶을 살 것”이라고요.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예술적인 감성을 계속 가지고 있다면, 좀 더 성숙된 사회가 되지 않을까요?
글 장혜선 기자

 

PART 1
국립국악관현악단
국립현대무용단·국립국악원

어린이를 위한
작품 개발

PART 2
국립극장
국립오페라단

예술교육이
정답

PART 3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10주년

김성제 소장
인터뷰

PART 4
춘천인형극장·ACC 어린이극장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
서울예술교육센터

아이들의 놀이터

PART 5
5월의 문화나들이

5월 어린이·청소년 공연
음반으로 즐기는 동요


PART 1

어린이를 위한 작품 개발

아빠사우르스

우기부기

루돌프 ©임재영

국립국악관현악단
명가名家의 자신감

국립국악관현악단(예술감독 김성진)은 자타가 인정하는 어린이 음악회의 명가(名家)입니다.
처음 어린이 공연을 선보인 건 2001년이었죠. 2004년에 초연한 ‘엄마와 함께하는 국악보따리’는 8년간 공연을 이어갔고, 2013년 제작된 ‘땅속 두더지, 두디’는 3년 동안 매진을 기록했습니다.
그 명성을 이어 2016년, 3년 만에 선보인 ‘아빠사우루스’는 공룡을 소재로 한 흥미로운 이야기, 재미있는 음악, 아기자기한 영상으로 호응을 얻었어요. 주인공 지우와 갑자기 공룡으로 변한 아빠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국악을 즐길 수 있죠.
국악기 연주로 표현한 공룡 발소리, 방귀소리, 빗소리는 신비로움을 불러일으킵니다. 곳곳에 삽입된 판소리는 아이들의 음악적 경험과 확장을 유도하고요. 4세 유아부터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하기에 딱딱한 의자 대신 매트를 깔고 진행합니다. 아이들은 공연을 보다가 뒹굴기도 하고, 아빠사우루스에게 말을 걸기도 한답니다.
2018년에 선보인 어린이 음악회 ‘엔통이의 동요나라’는 자극적인 유행가 대신 동요의 매력을 알리고자 기획됐어요. 전래동요·창작동요부터 공연을 위해 새롭게 작곡된 동요가 흘러나옵니다. 국립국악관현악단 단원들은 어려운 국악기 음색을 설명하며 아이들과 직접 교감해요. 국립극장 캐릭터인 ‘엔통이’가 음악 친구로 등장해 더욱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이번 5월에도 ‘엔통이의 동요나라’(5.1~9/국립극장 하늘극장)는 우리 곁을 찾아올 예정이에요. 국립극장 홈페이지에서 ‘엔통이의 노래’를 찾아 미리 불러보고 오면 공연이 더 흥겨울 것입니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미취학 어린이를 위한 ‘아빠사우루스’ ‘엔통이의 동요나라’를 성황리에 치르며 더욱 자신감을 얻은 듯합니다. 오는 6월에는 새로운 공연을 야심차게 선보일 예정인데요. ‘소소 음악회’(6.11/국립극장 해오름극장)는 국악과 담을 쌓고 있는 청소년들을 위해 준비한 공연으로 기대를 모읍니다.

 

국립현대무용단
힘찬 모험의 시작

2018년부터 국립현대무용단(예술감독 남정호)은 ‘어린이·청소년 무용 레퍼토리 개발 프로젝트(2018~2022)’를 추진했습니다. 미래 세대가 성장 과정에서 현대무용을 향유하고, 이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도록 돕기 위함이었죠. 작품 제작뿐 아니라 워크숍을 병행하며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습니다.
2019년 초연한 어린이 무용 ‘루돌프’는 이 프로젝트의 첫 결실이에요. 숲속에 사는 원숭이 루돌프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찾으러 떠나는 모험담을 담았는데요. ‘루돌프’라고 했을 때 연상되는 사슴이 아니라, 원숭이를 주인공으로 설정한 점이 참신하죠?
‘루돌프’의 이야기를 만든 안무가 이경구는 “‘루돌프가 왜 원숭이일까?’라는 질문을 통해 익숙한 대상을 볼 때 낯선 상상을 하는 힘을 키울 수 있도록 유도했다”고 밝혔습니다. 아이들이 편안히 공연을 감상하도록 극장 구조를 전면 수정했는데요. 어린이 관객을 편안히 받쳐주는 푹신한 의자, 무용수와의 눈높이를 고려한 낮은 객석이 특징입니다.
2019년 12월에는 어린이 공연을 위한 포럼이 개최되어 전문가들이 ‘어린이 무용 창작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열띤 토의를 나눴습니다.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손준형 연구원, 벨기에 안무가 카롤린 코르넬리, 인터랙티브 시어터 TPO 예술감독 다비데 벤투리니가 발제를 맡았고, 안무가 이경구는 ‘루돌프’ 제작 과정에서의 작업 비화를 참석자들과 공유했습니다.
국립현대무용단은 현재 어린이 레퍼토리 두 번째 신작 ‘구두점의 나라에서’(12.10~12/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를 준비 중인데요. 멈춤의 표시물이자 다양한 감정을 지시하는 구두점 부호를 안무가 정영두의 해석으로 풀어낼 계획이에요. ‘루돌프’는 48개월 이상을 대상으로 했고, ‘구두점의 나라에서’는 8세 이상이 즐기도록 고민하고 있다고 하네요.

 

국립국악원
온 가족 주말 나들이

때로는 아이가 너무 어려서 공연을 함께 하기에 부담스러울 때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국립국악원 ‘토요국악동화’를 주목하기 바랍니다. 12개월 이상이면 관람할 수 있는 공연이 대거 준비되어 있거든요.
2016년 상반기에 시작한 ‘토요국악동화’는 유아 동반 가족을 위해 기획된 것으로 동화에 국악을 접목시켰습니다. 좌식으로 구성된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신발을 벗고 편안히 앉아 토요일의 공연을 만끽할 수 있어요.
입장 연령과 관람 환경의 쾌적함 때문에 지난 5년간 전 회차가 매진을 기록하며 가족 단위 관객에게 엄청난 인기를 누렸습니다. 방학 시즌에는 좋은 반응을 얻은 작품을 선별해 주중에도 장기 공연을 펼치고 있어요.
‘토요국악동화’는 매달 다른 레퍼토리를 선보이는데요. 오는 5월에는 ‘강아지똥’(5.8·15·22·29/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이 올라갈 예정입니다. 동화작가 권정생의 ‘강아지똥’은 1969년에 세상에 나와서 현재까지 널리 읽히고 있습니다. 존재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강아지똥’으로 풀어내어 웃음과 감동을 선사하는 작품인데요. 마당극으로 재창작된 ‘강아지똥’은 감동적인 부분을 더욱 확장했다고 합니다. 극 전반에는 전래동요를 삽입했고 아기자기한 인형을 활용해 즐거움을 더했어요.
이외에도 국립국악원은 어린이날 기획공연 ‘우기부기’(5.4·5/국립국악원 우면당)를 선보일 계획인데요. 스크린 아트의 선두주자 브러쉬시어터와 국립국악원이 만나 살아 움직이는 낙서의 세계로 어린이를 초대합니다. 공연 전후에 국립국악원 국악박물관을 견학하면 ‘토요국악동화’를 더 알차게 즐길 수 있지요. 국악박물관은 온라인 사전예약으로 이용 가능하며, 다양한 국악기를 오감으로 체험하도록 프로그램이 마련됐습니다.


PART 2

예술교육이
정답

국립극장
어린이 예술학교 | 창극아카데미

먼저, 국립극장(극장장 김철호)이 운영하는 ‘어린이 예술학교’를 살펴볼게요. 전통예술을 접목한 예술교육 프로그램입니다. 2009년부터 매년 여름과 겨울 방학에 운영되어 인기를 끌고 있어요. 기존에는 대면 방식으로 진행됐으나,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지난해 여름부터 비대면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수강생들은 정해진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각자의 디지털 기기로 프로그램을 수강하게 됩니다. 작년에는 비대면 수업임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교육으로 학부모와 수강생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고 하네요.
올해 ‘겨울방학 어린이 예술학교’에서는 ‘우리를 지켜주는 것들’을 주제로 한국의 옛 궁궐에 대해 살폈습니다. 학생들은 집에 있는 물건을 활용해 직접 소리를 만들거나, 이야기에 나오는 등장인물이 되는 등 온라인이지만 적극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었어요.
2013년부터 시작된 청소년 대상 창극 교육 프로그램인 ‘창극아카데미’도 주목할 만합니다. 조금은 생소할 수 있는 창극이란 여러 명의 소리꾼이 역할을 나누어 연기하는 극음악 장르입니다. 자라나는 세대에게 창극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나아가 국악인 양성에 기여하기 위해 준비된 프로젝트인데요. 안숙선 명창을 비롯한 최고의 강사진이 전통예술을 마치 놀이처럼 즐기도록 가르칩니다.
올해의 ‘창극 아카데미’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를 대상으로 진행되며, 4월 24일부터 8월 15일까지 15주간 펼쳐질 예정이에요. 이번 아카데미의 주제는 판소리 ‘수궁가’입니다. 바다 밖 육지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상상해보는 등 창의력을 끌어내는 수업으로 계획됐어요. 안숙선 명창이 판소리 ‘수궁가’를 주제로 총 두 번의 마스터클래스를 펼칠 예정입니다. 또한 국립창극단 단원 서정금과 젊은 소리꾼 장지원이 판소리의 기초를 가르친다고 하네요. 프로그램이 마무리되면 수료 공연이 진행될 예정인데, 연출은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음악극 ‘아빠사우루스’의 연출가 최여림이 맡습니다.

국립오페라단
교실 속 오페라 여행 | 오페라, 학교 가는 날

“오페라는 지루한 공연인가요?” “브라보는 언제 외쳐요?”
국립오페라단이 학교를 찾아가면 듣는 질문들입니다. 2009년 시작되어 지금까지 연간 100회 이상 진행되고 있는 국립오페라단의 ‘학교오페라’ 사업을 소개할게요. 국립오페라단은 문화소외 지역의 어린이들을 위해 직접 교실로 찾아가서 오페라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미래의 주인공인 어린이들이 오페라를 통해 예술적 창의성과 음악적 감수성을 키우도록 즐거운 첫 만남을 주선하고 있습니다.
매해 상반기에는 ‘교실 속 오페라 여행’(초등학교 저학년 대상)을 진행합니다. 아이들이 수업을 받는 교실로 직접 찾아가 공연을 펼치는데요.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수준급 성악가들이 함께합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진 특색 있는 프로그램이 특징이죠. 유명 오페라를 선별에 초등학생이 흥미를 느낄만한 새로운 이야기로 재창작했습니다. 참여한 성악가들은 아이들에게 오페라와 관련된 퀴즈를 던지며 소통형 공연으로 진행돼요. 학생들이 잘 몰입할 수 있도록 1교시 수업 시간 기준인 35분 내외로 공연됩니다.
하반기에 열리는 ‘오페라, 학교 가는 날’(초등학교 고학년·중학교 대상)은 학교 강당이나 체육관으로 찾아가는 프로그램입니다. ‘교실 속 오페라 여행’의 큰 호응과 더불어 2012년부터 공연되기 시작했어요. 총 50분 동안 ‘피가로의 결혼’ ‘헨젤과 그레텔’ ‘사랑의 묘약’ 등 명작 오페라를 한국어 대사로 각색해 선보이는데요. 참여를 원하는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매년 초마다 국립오페라단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습니다.


PART 3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10주년
김성제 소장 인터뷰
연극은 ‘삶의 예습’이다

국립극단은 2010년 장충동에 위치한 국립극장에서 나와 서계동에 둥지를 틀었죠. 이듬해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초대 소장 최영애)가 개소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간 연구소 구성원들은 차별화된 시스템을 구축해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레퍼토리를 모색해왔어요. 2011년 5월 2일 문을 연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는 올해 10주년을 맞았습니다. 지속적으로 레퍼토리를 쌓아온 연구소의 주요 작업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의 특이점은 청소년을 창작 주체로서 조명한다는 점입니다. 그중 ‘청소년예술가탐색전’ ‘예술가청소년창작벨트’ ‘리서치–아시아 청소년’이 대표적인 프로그램입니다.
‘청소년예술가탐색전’은 성인 예술가와 청소년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새로운 공연 형식을 탐구합니다. ‘예술가청소년창작벨트’는 극작가와 청소년이 함께 청소년극 희곡을 창작해요. 공동 집필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각종 워크숍을 통해 청소년들의 숨소리를 희곡에 생생히 담을 수 있도록 합니다. ‘리서치–아시아 청소년’은 2020년부터 3년동안 연구를 진행 할 예정인데요. 동시대를 살고 있는 아시아 청소년의 삶을 살펴보고 향후 작품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답니다.
2017년 취임한 김성제 소장은 아동극 전문가입니다. 그가 취임한 이후 국립극단은 ‘죽고 싶지 않아’ ‘영지’ 등 화제작을 내놓으며 청소년극의 확장 가능성을 입증했습니다. 오는 5월에는 ‘소년이그랬다’(5.21~6.13/백성희장민호극장)를 올릴 예정입니다. 2011년 공연된 국립극단의 첫 번째 청소년극인데요. 소년들이 장난으로 던진 돌에 운전자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작품은 소년의 심리를 면밀히 따라가며 묵직한 질문을 던져요. 공연 준비에 한창인 김성제 소장이 이번 인터뷰를 위해 시간을 내어주었습니다.

‘청소년극’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이미지가 있어요. 청소년의 범죄나 학교폭력, 기성세대와의 갈등 같은 것들입니다.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이하 연구소)에서 개발한 작품들은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기존의 청소년극의 전형성에서 많이 자유로워졌다고 생각합니다. 다소 추상적이지만 ‘청소년의 삶이 담긴 작품’ ‘세대 간의 소통을 열어 주는 연극’ ‘미래의 예술을 예감하는 연극’이 그간 연구소가 추구해온 방향성입니다. 저는 여기에 ‘쉽고, 재미있게’라는 슬로건을 외치고 있습니다. 덧붙여 가능한 모든 작품의 창작 과정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이 창작 주체로서 예술가와 협력하고, 그들의 목소리가 올바르게 반영되도록 노력하고 있고요.
이러한 고민과 창작이 가능한 이유는 어린이청소년연구소라는 특별 전담팀이 있기 때문이겠죠? 전담팀이 있으면 장기적인 실천이 가능하죠. 사실 ‘어린이청소년연극’은 전문가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들의 삶은 성인과 구별되는 지점이 분명히 존재하는데요. 따라서 어린이와 청소년의 행동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연구소에서는 청소년과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성인도 함께할 수 있는 작품을 개발합니다.
어린이청소년극은 좀 더 세밀한 연령대별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데요. 지금의 아이들은 이전 세대와 달리 몸도 마음도 완전히 달라졌지요. 미성숙한 존재로 보는 경향도 차차 사라지고 있고, 그들을 그룹화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보려는 시도가 늘고 있습니다. 연구소에서는 이러한 변화에 주목하여 청소년을 연령별로 보다 세밀하게 구분, 개별적 존재로서 서사를 주도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어린이극’보다는 ‘청소년극’에 대한 개발이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입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공연은 현재 현장에서 많은 경험을 갖춘 창작자들이 그 역할을 훌륭히 해내고 있다고 봅니다. 연구소는 국립극단의 부서라는 장점을 살려,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현장에서의 접근이 어려운 분야에 집중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영유아극’과 ‘청소년극’ 개발이지요.
관객에게 자주 회자되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죽고 싶지 않아’는 세 번이나 재공연 됐을 만큼 호응이 컸죠. ‘고등어’와 ‘좋아하고있어’는 고등학교나 대학교 연극 동아리에서 발표하고 싶다는 요청을 많이 받았어요. ‘소년이그랬다’는 연구소 개소 10주년을 맞아 다시 한번 관객을 찾아갈 예정이에요. 개인적으로는 10대 초반 연령에 주목한 ‘영지’와 ‘발가락 육상천재’가 레퍼토리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공연 프로덕션에 참여하는 청소년들은 어떠한 과정으로 선발하고 있나요?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 ‘청소년 17인’과 ‘협력학교’ 교사들입니다. ‘청소년 17인’은 2015년부터 1년 단위로 모집, 14~18세까지의 청소년을 중심으로 공연 연계 활동을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연도에 맞춰 ‘청소년 15인’ ‘청소년 16인’ ‘청소년 17인’으로 인원수와 명칭을 변경했는데요. 2018년부터 ‘청소년 17인’으로 고정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청소년 17인’은 매해 3월경에 모집하여 매주 금요일 저녁 시간을 활용해 활동합니다. 이들은 성인 예술가와 함께 다양한 연극 활동을 하는데요. 국립극단이 제작하는 청소년극의 열성 팬이자 든든한 지원자, 때로는 매몰찬 비평가가 되기도 합니다. ‘협력학교’는 교사 중심의 프로그램입니다. 청소년 연극 활동에 관심 있는 선생님들이 리서치 활동에 적극적인 도움을 주고 계십니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관통하는 주제 선정에 있어서 여러 복잡성이 있을 것 같습니다. 청소년들의 설문 작업을 통해 주제를 선정하는 작업은 여전히 진행하고 있는지요? 작품 개발을 위한 주제를 선정하기보다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만난 이후에 어떻게 그들 스스로에게 새로운 질문을 떠올리게 할 수 있을지를 고민 중이죠. 그렇기에 연구소에서 준비해야 할 것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새로운 질문입니다. 질문이 생기면 공연에 담기 위해 설문조사도 진행하고 배우와의 워크숍도 시도해요. 어떤 때에는 청소년에게 양해를 구하고 하루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아 달라고 부탁합니다. 어떤 것이 나오고 무엇이 연극의 주제가 될지 모르지만, 그러한 것을 통해 관객과 만날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안정적인 제작 방식보다는 실험(리서치)에 기반한 제작 시스템을 선호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연구소가 열려있는 제작 방식을 선호하는 이유는 질문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서인데요. 내일 우리가 무대에서 마주할 어린이와 청소년은 오늘 만난 친구들과 같지 않을 겁니다. 새로운 세대를 영접하기 위해, 연구소에는 늘 새로운 교감이 필요합니다.
10주년을 맞은 연구소의 다음 과제는 ‘대표 레퍼토리’를 개발하는 것이 아닐까요? 개인적으로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에서 제작한 작품 모두가 충분히 대표 레퍼토리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객에게 소개한 해외 작은 이미 자국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이고요. 창작극의 경우 청소년극의 의미를 새롭게 조명하기 위해 형식이나 내용면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최선의 결과물을 만든 거예요.
‘청소년극’이라는 명칭을 붙였다고 해서 모든 청소년에게 사랑을 받기란 어렵습니다. 더 많은 아이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연구소만의 전략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청소년극은 모든 세대가 함께 보는 연극입니다. 이것은 세대를 뛰어넘는 보편성이 담보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저는 국립극단에 오기 전 30여 년 동안 어린이를 위한 희곡을 쓰고 연출을 맡아왔어요. 어린이와 관계한 모든 세상의 이야기를 담으려고 노력한 시간들이었죠. 공연이 이루어지는 장소는 ‘세상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어린이의 이야기가 시작되면 그것은 어린이와 관계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되는 거예요.
‘연극’은 어린이와 청소년의 삶에 어떤 장점이 될까요? 연극이 아이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예술로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것은 삶과 가장 유사하기 때문일 텐데요. 어린 시절에 연극을 경험한다는 것은 삶을 예습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저 사람이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경험은 분명 앞으로 겪어내야 할 시련의 든든한 자습서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김성제는 극단 현대극장 배우로 활동했다. 이후 극단 성시어터라인 대표로 제작과 연출을 맡아오다가, 2017년부터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소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PART 4
아이들의 놀이터

ACC 어린이극장

 

서울예숙교육센터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

춘천인형극제 | 춘천인형극장
춘천시 영서로 3017
1989년 춘천인형극제 개최 이후 춘천은 국제적인 인형극 개최 도시라는 명성을 얻었습니다. 2001년에 건립된 춘천인형극장은 춘천인형극제가 수탁 받아 운영 중인데요. 지하 1층, 지상 3층, 500석 규모의 인형극 상설 공연장입니다. 수준 높은 인형극은 물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어린이 복합문화공간이죠. 극장 앞에는 시민들에게 기부받은 장난감으로 채워진 놀이터가 있습니다.
오는 5월 28~30일에는 제33회 춘천인형극제 신작 쇼케이스 ‘코코바우 스타트’가 펼쳐집니다. 올해 축제의 신작 공연을 함께 심사하고, 퍼레이드에 활용할 대형 인형제작, 인형극장 조성까지 함께 하며 축제의 일원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코코바우 스타트’ 기간 동안 춘천인형극장 곳곳에 버스킹 공연도 펼쳐질 예정입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 ACC 어린이극장
광주 동구 문화전당로 38
광주에 위치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현재 어린이문화원을 운영 중입니다. 아시아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어린이 문화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통하는 플랫폼을 마련하려는 목적인데요. 어린이문화원은 네 개의 큰 줄기로 이루어졌습니다.
아시아의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는 ‘어린이체험관’, 영유아 어린이들의 창의력을 자극하는 ‘유아놀이터’, 어린이 교육 전용 공간인 ‘어린이창작실험실’, 어린이문화원에서만 볼 수 있는 ‘어린이공연’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어린이문화원에서 개발한 공연은 ACC 어린이극장에서 공연된다고 하네요. 2018년부터는 ‘ACC 참여형 어린이공연 제작 사업’을 시작해 아시아의 민담이나 환경을 소재로 실험적인 공연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서울문화재단 |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
서울시 관악구 은천로10길 3
2010년 옛 은천동 동사무소를 리모델링한 어린이 특화 예술체험 공간입니다. 교육과 공연, 전시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프로젝트룸과 북카페, 야외휴식공간을 갖추고 있어요.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는 가정의 달을 맞아 5월 한 달간(셋째 주 제외) 매 주말마다 4편의 창작극 ‘콧물끼리’(5.1·2), ‘어딘가, 반짝’(5.8·9), ‘계단의 아이’(5.22·23), ‘아리랑 그리랑’(5.29·30) 을 올릴 예정이에요. 2016년부터 시작된 ‘예술로 상상극장’은 공모를 통해 선발된 창작자가 워크숍을 통해 어린이극을 만드는 프로젝트입니다. 공연은 무료로 진행되며, 회당 30명씩 총 480명의 관람객을 선착순으로 모집합니다. 네 작품 모두 2~3명의 배우가 참여하는 소규모 극으로 제작됩니다. 어린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다양한 소품을 활용할 예정입니다.

 

서울문화재단 | 서울예술교육센터
서울시 용산구 서빙고로17
지난 3월, 신학기에 맞춰 서울예술교육센터가 정식 개관했습니다. ‘청소년’과 ‘미디어’에 맞춘 예술교육을 제공하는 공간인데요. 과도한 입시 준비로 스트레스가 많은 10대에게 예술을 통해 정서적 안정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센터는 대규모 강좌에 중심을 둔 것이 아니라 예술가와 ‘함께 만드는’ 예술교육을 추구합니다. 결과 위주로 돌아가는 환경에서 벗어나 창작하는 과정을 통해 자기표현을 경험할 수 있을 겁니다.
1층에는 다양한 책 속에서 사색을 할 수 있는 ‘감정서가’를 공유라운지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이 공간에서는 청소년 외에도 시민이라면 누구나 다채로운 콘텐츠를 즐길 수 있습니다.


PART 5

온가족이 함께하는
5월의 문화나들이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5월 공연

 

음반으로 즐기는 동요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에게
우리동요 베스트 123
Aulos AMC2185
2년 10개월의 제작 기간, 어린이 47명 참여, 그래미 어워드 리코딩 부문 수상자 황병준의 믹싱과 마스터링, 초고음질(24bit 48kHz)의 녹음으로 빚어진 ‘웰메이드’ 동요집입니다.
봄·여름·가을·겨울 편으로 구성된 4장의 CD에는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1924년 창작동요 ‘반달’(윤극영 작곡)을 비롯하여 거의 100년 동안 불려온 123곡의 창작동요가 담겼습니다. 각 앨범에 붙은 계절명은 수록된 동요를 통해 느껴볼 수 있는 계절감이자, 어린 시절 각 계절에 즐겼던 감성을 반추시키는 추억의 낱말과도 같습니다.
각 CD마다 첨부된 사십여 쪽 분량의 두툼한 해설지에는 동요 가사들이 적혀 있어요. 동요는 엄마가 불러준 노래이자 친구들과 함께 부르던 노래였고, 부모가 된 자신이 아이에게 불러주고 싶은 노래였지요. 앨범의 제목이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에게’라 붙은 이유입니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고향의 봄’
Decca DD41217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는 지난 100여 년간 어린이들에게 꿈과 용기를 주었던 한국 동요를 선별해 음반으로 발표했습니다.
지휘자 정치용을 필두로 소프라노 임선혜, 테너 존 노, 피아니스트 문정재 등이 녹음에 참여했어요. 앨범의 편곡은 김택수·나실인·박용빈·안성민·오은철·이용석 등 여섯 명의 전도유망한 젊은 작곡가들이 함께 하여 오케스트라의 풍성한 소리와 함께 동요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오빠 생각’ ‘고향의 봄’ ‘꼭 안아 줄래요’ ‘하늘나라 동화’ ‘ 섬집 아기’ ‘반달’ ‘파란마음 하얀마음’ 등 보석과 같은 한국 동요 16곡과 보너스 트랙 2곡이 담겨있어요.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꿈을 심어주고, 어른들에게는 위로를 전하는 음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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