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을 향한 여정

I'm the Reader

우수 컨텐츠 잡지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3년 2월 1일 12:00 오전

클래식을 향한 여정

저는 어렸을 때부터 영화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공부만 하는 모범생이었지만 밤늦게 부모님의 눈을 피해 불을 끈 채 TV의 ‘명화극장’을 보기도 하고, 선생님들 몰래 극장을 다니다가 선도부 선생님께 이름을 적히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지요. 그러다가 공연장의 매력에 본격적으로 빠져들게 된 계기는 10여 년 전 뉴욕 출장길에서 본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때문이었습니다. 그 당시 팬텀으로 출현했던 브래드 리틀의 숨 막히도록 휘몰아치는 감정 연기, 얼굴에 핏발을 세우거나 때로는 침을 튀기며 광기 어린 듯 노래하는 팬텀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오페라가 끝난 후 눈물로 뒤범벅이 될 정도로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후 내로라하는 뮤지컬들을 섭렵하다가 얼마 전부터는 오페라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유럽 여행길에 관람했던 모차르트의 ‘마술피리’는 한마디로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요즘은 밤마다 조수미가 부르는 ‘밤의 여왕 아리아’를 듣고 있습니다.
저를 가장 즐겁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현장감’입니다. 지난 25년 동안 화장품 업계에서 변함없이 즐겁게 일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백화점에 오는 고객들을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상대하며 현장감 있는 마케팅을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달에 만든 광고와 홍보 프로그램의 내용과 질에 따라 그 다음 달 브랜드 매출과 랭킹이 좌우됩니다. 잘 만든 캠페인은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힘을 잃어가던 브랜드도 단번에 일으켜 세우기도 합니다. 물론 그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직원들은 몇 개월 동안 밤늦도록 사무실 불을 밝혀야 했지만요. 하지만 내가 만든 그 무엇이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동감을 이끌어내고, 또 그것을 제가 다시 느낄 수 있다는 것은 큰 희열입니다.
제가 공연장을 찾는 이유도 이와 유사합니다. 바로 현장감 때문이지요. 무대 위에서 공연하는 아티스트의 목소리, 표정, 손놀림, 혹은 숨결은 우리의 눈과 귀를 예술로 채워줍니다. 그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 아티스트들이 쏟았을 땀과 열정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영화에서 뮤지컬로, 오페라와 클래식으로 여행하고 있는 저를 보면, 조금 느리지만 천천히 더 넓은 예술의 세계에 눈이 깨이고 귀가 열리고 마음이 열리는 게 느껴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객석’은 저의 길동무입니다. 아직 모르는 분야가 너무 많지만 ‘객석’을 볼 때마다 나의 심연에 새로운 장을 열어줍니다. 지난 12월호에 소개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마법의 섬’과 로열 발레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앞으로 보고 싶은 공연으로 찜해 두었습니다. 앞으로도 ‘객석’이 예술로의 여행에 친절한 동반자가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에스티 로더 Brand General Manager 차현숙

Back to site top
Transl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