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인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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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3년 3월 1일 12:00 오전

명인 정신
글 김해숙(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사진 김영일

어떤 분야든 그 분야에 능한 전문가들이 있다. 전통음악에서는 그들을 명인·명창·명고수라고 부른다. 나아가 연주가가 아닌 예술의 본질을 터득한, 잘 훈련된 귀를 가진 사람을 귀명창이라고 부른다. 이는 음악의 실수요자이면서 수준 높은 관객을 이르는 말이다.
명고수 김명환(1913~1989)과 가야금산조의 명인 함동정월(1917~1994)은 내 음악에 있어 잊을 수 없는 선생이다. 김명환은 음악가 집안 출신이 아닌 비개비(양반 출신의 광대_편집자 주) 출신의 명고수로 명창들과의 공부방에서 일생을 보내며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냈다. 사람들은 예술에 대한 그의 열정을 “썩은 나무토막도 불붙일 만하다”고 말하며, “소리 잘 한다”는 추임새가 들려야 할 판소리 무대에서 “북 잘 친다”라는 환호로 그의 기량에 찬사를 보내 소리꾼을 주눅 들게도 했다. 명고수 김명환과 가야금산조의 명인 함동정월은 한때 음악인생의 동반자로 부부의 연을 맺기도 했으나, 예술 세계 속에서의 감동과 현실 생활과의 괴리는 이내 파탄에 이르게 했지만,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근대 명인의 예술혼을 우리에게 전해줌으로써 시대적 소명을 다했다. 어디 그들뿐이었겠는가만은 두 명인은 우리나라 근현대 격동기의 소용돌이를 깡그리 겪어오며 곤궁했던 나날 속에 아픈 마음과 가슴을 부여잡고 예술세계에 몰입해왔다. 아무리 애를 써도 일상은 언제나 그들 편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돌아보면 내 가슴속에 새겨진 그들의 명인정신은 전통음악으로 세상을 버티게 하는 힘의 원천이 되었고, 또 세상을 향해 자신 있게 외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주었다. 세계 어느 민족보다도 뛰어난 예술적 감수성으로 다져진 한국 전통예술에 세계인의 감명을 끌어들일 날이 머지않을 것이라는 희망과 확신은 오늘도 내 가슴을 뛰게 한다.
제자들이여, 우리 모두 정진하기를 멈추지 맙시다. 그것만이 우리의 길이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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