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을 마치며
그간 편집장으로서의 소고를 밝혀온 ‘회상’ 지면을 마칩니다. 과거의 ‘객석’을 들춰 그 정체성과 정통성을 찾아 나섰던 긴 회상을 끝냅니다.
‘회상’을 마치며 회상에 젖었다가, 올해로 입사 만 10년 차인 제가 처음으로 홀로 기획하고 홀로 진행했던 ‘리빙 넥스트 도어 뮤직’이라는 코너를 떠올리게 됐습니다. 편집장이 된 후로는 “이달엔 꼭 진행할게요”라고 기자들과 약속하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한동안 잊고 지냈던 지면입니다.
돌이켜보니 제가 2007년부터 만났던 사람들이 대중음악가로는 신중현·김창환·조영남·정석원·정재형·윤종신·타블로·박창학(작사가), 건축가 김석철·장윤규, 사진작가 배병우·윤광준, 아나운서 정세진, 카이스트 교수 구본철, 의사 조수철, ‘베토벤 바이러스’ 감독 이재규, 엠넷 ‘순진한 19’의 김태은 PD 등 많고도 다양했습니다. ‘클래식 음악계 밖 사람들의 음악 이야기’를 담겠다는 이 기획을 지금에서야 회상하는 건, ‘바깥’을 만나는 과정에서 정체성이 더 확실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내가 누구인지, 그 희미한 인상에 또렷한 색을 입힌다는 점에서 ‘리빙 넥스트 도어 뮤직’은 ‘회상’과도 닮아 있었습니다.
나를 모르는 이에게 내가 누구인지 밝히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 정의는 확실하고, 소신은 확고해야 합니다. 일례로 클래식 음악가의 인터뷰를 잡는 과정에 ‘객석’은 어떤 잡지이고 ‘나’는 어떤 기자인지 특별히 힘주어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 세계’ 밖으로 나서면 상황은 180도 달라집니다. ‘객석’과 나를 열심히 설명하고, 가끔은 있는 사실만으로도 모자라 희망사항을 잔뜩 붙여 미래까지 언급해야만 합니다. 그러니 ‘소신’까지도 필요합니다.
2013년 4월.
‘객석’은 또 다른 세계로의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그 세계 앞에서 지금과는 비교하지 못할 만큼 많이, 그리고 확고히 “나는 누구다”라고 자신을 소개해야 할 것입니다. 힘들겠지만, 기쁩니다. 언제부터인지 나는 누구이며, ‘객석’은 누구인지 설명하는 일이 점점 줄어들었고, 그래서 스스로조차 그 존재의 정의와 이유를 잊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객석’은…
새로운 세계를 만난 후 새롭게 정의 내리겠습니다.
오늘은 과거로의 긴 회상을 끝내며, 그 과거에 감사하겠습니다.
박용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