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봄이 찾아오니, 우리 마음도 술렁인다. 이럴 땐 일상을 버리고 어디론가 훌훌 떠나야 삶을 만끽하는 기운을 느낄 수 있다. 늘 곁에 있어도 누리지 못하는 것이 ‘계절’이고, 또 ‘자연’이 아니던가.
여행이 호사요, 멀리 떠날 수가 없다면 가까운 날 가까운 곳으로, 한 발짝만 나서자. 그곳에 드리운 ‘녹음’을 경청하는 마음으로.
언제부터인가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용어가 대세다. 한 공간에서 오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야말로, 현대 문화생활의 한 방법이 되어버렸다. 바쁜 일상 가운데 곳곳을 찾아다니며 여유를 누리기에 인간의 삶이 그리 녹록지 않아 보인다. 때문에 많은 문화 기획자들이 발 벗고 나서는 최근의 동향은 바로, ‘복합문화공간’의 기획이다.
서울 근교에 봄과 어울리는 문화공간이 있다. ‘자연’을 옮겨다 놓은 식물원. ‘캠핑’을 누릴 수 있는 여유로운 공간 해여림식물원이다. 곤지암에서 양평 방향 98번 국도를 타고 15분여 들어가면 오른편에 펼쳐진 이곳은 도심에서 떠나 여유로운 낮과 밤을 만끽할 수 있다.
2005년 여주 흙석이골이라는 마을에 터를 마련한 해여림식물원은 30여 년 아동서적을 전문으로 출판해오던 출판사 예림당의 회장 나춘호 씨가 마련한 터전이다. 어린이들을 향한 창작동화와 과학, 환경 등을 다룬 책들을 출판하며 나 회장은 “어린이들에게 더욱 필요한 것은 ‘진짜 식물도감’”임을 느껴 손수 터를 잡고 식물원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언제까지 우리 식물들을 사진으로만 봐야 하나요.” 동의보감에 나오는 1천여 종의 약재도 이름만으로 무얼 알겠냐며 시작한 이 작업은 십 수 년을 넘겨 식물원 개장에, 그의 바람대로 레저 시설까지 갖춘 공간으로 확대되어가고 있다. 수천여 종의 식물을 한 자리에 옮겨 보고, 만지고 만끽할 수 있는 ‘진정 살아있는 식물도감’으로 만든 것이다.
10킬로미터가 넘는 산책로와 곳곳에 구성되어 있는 테마들을 비롯해 이곳에는 해가 지면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캠핑장 시설이 있어, 부담 없이 해와 달, 그리고 초록을 만끽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식물원 안에 있는 ‘숲 속 도서관’은 출판사에서 꾸린 식목원인 만큼 책과도 무관하지 않다. 가족이 함께 책과 자연에서 쉼을 누릴 수 있다.
동심을 향한 상상력에서 시작한 이 작업은 복잡한 구조의 타 기관들보다 한결 ‘자연스러운 자연’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때문에 현대에 가장 크게 결여되어 있는 ‘자연으로의 회귀’를 불러일으키는 진정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초록이 짙어오는 이 봄, 책과 휴대기기로만 느끼고 있는 봄기운을 떠나 이번에는 직접 눈과 몸으로 만끽하는 날을 맞아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