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사람들은 태양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에너지 중 가시광선만 소비하고 있다면, 작가 이장원은 태양의 존재를 두고 가시광선 외의 적외선·자외선·자기장 등의 다양한 구성 요소 자체를 알고리즘화해 태양이 움직이는 궤적을 기록한다. 8월 2일까지 갤러리 정미소.
지속적으로 ‘태양’이라는 존재, 그 자체를 드러내기 위해 꾸준히 작업에 임해온 이장원의 다섯 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서는 4년의 공백기 동안 연구해온 그의 신작이 발표된다. 우리는 흔히 ‘태양’을 생각하게 되면 ‘빛’과 ‘열’의 구체화로 시작해 인간이 사용하기 위해 개발시킨 태양열 즉, 문명화의 기준을 두어 인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장원은 ‘태양’이라는 존재 그 자체를 시각적으로 구체화시키는 작업에 몰두하는 작가다.
가령 조각의 형태로 제시하는 ‘선트레이서 프로젝트(SunTracer Project, 2003~)’의 일환인 ‘선트레이서 조각(SunTracer Sculpture)’은 태양을 직접적으로 받게 되는 야외에 설치한다. 그리고 그 조각에서 굴절 반사된 빛은 바로 특정 건물 혹은 장소 중 일 년 내, 단 한 번도 태양의 빛을 보지 못한 곳을 비추게 된다. 그는 태양이 한 번도 비춰지지 않았던 공간에 자신이 만든 조각을 매개로 태양이라는 거대한 존재, 어쩌면 인간으로부터 무한히 비가시적인 존재를 드러내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렇듯 태양의 빛을 추적해 그가 존재를 드러냈다면, 또 다른 한편으로 그는 태양 빛이 차단된 실내에서도 이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실제로 태양 빛과 차단되면서 태양의 존재를 더욱 실제적으로 들여다보게 하는 계기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서 말이다. 인간은 어떠한 대상과 물리적으로 멀어졌을 때 그 대상에 대해 더욱 그리워하게 되는데, 부재의 현존을 제공하기 위한 경험을 관객에게 되돌려주기 위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 이장원의 이러한 수행은 구체적인 공학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사용해 구체화시키고 있다.
태양(빛)을 추적하여 측정된 알고리즘 프로그램이 조각에 부착해 그의 조각은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인다. 하지만 그 움직임이 단번에 육안으로 포착할 수 없는 속도를 지닌다. 그래서 전시장에서 이장원의 조각을 마주하게 되면 움직이는 조각이라는 정보를 인식에 두지만, 경험 차원에서는 움직임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육중한 조각 덩어리의 방향은 바뀌어 있고, 결과적으로 움직였다. 이렇게 물리적인 조각은 태양이 움직이는 속도(1초 동안 0.035밀리미터씩 움직임)의 알고리즘 프로그램을 장착해 비물질적 속성까지 부여한다. 따라서 그의 조각은 미디어적인 속성을 띠고 있으며, 실제로 공학적인 프로세스가 정교하게 부착되어 외부 환경(태양의 움직임)에 의해 프로그램을 다시금 세팅할 수 있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와 더불어 실제로 우리는 태양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에너지 중 가시광선만 소비하고 있다면, 작가 이장원은 태양의 존재를 두고 가시광선 외에 적외선·자외선·자기장 등의 다양한 구성 요소 자체를 알고리즘화해 태양이 움직이는 궤적을 기록한다. 이를 위해 우선 그의 연구에서는 일차적으로 태양의 비가시적인 경향을 드러내기 위해 한 번도 태양이 비춰 지지 않은 곳에 태양 빛을 비추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태양의 알고리즘을 좀더 구체적으로 경험하기 위해 조각이라는 오브제를 통해 시각화했다. 조각 그 차제는 태양과 매개되는 하나의 접점체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으며, 이러한 계기로 인해 태양과 관계 사이를 매개하는 역할로서 존재하기도 한다.
이장원의 ‘태양 프로젝트’는 정미소라는 공간에서 다시금 시작되었으며, 갤러리 정미소의 공간적 특성에 맞게 다시금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다. 전시 중 실제로 우천을 피해 태양의 궤적을 기록해보는 퍼포먼스도 진행할 예정이다.
글 이은주(갤러리정미소 아트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