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엔 형제의 첫 음악영화는 시장이 만든 운명에 내몰린 포크 가수의 일주일 여정을 따라간다
글 김여항 기자(yeohang@gaeksuk.com) 사진 블루미지
코엔 형제의 첫 음악영화. 이 사실만으로도 ‘인사이드 르윈’은 관람할 만한 이유를 충분히 획득한다. 평범한 이발사의 이발소 풍경에서 흘러나오는 담담한 베토벤 ‘비창 소나타’는 사각거리는 가위질 소리가 덧입혀지면서 얼마나 예지적인 음향으로 변모해버렸는가. 음악이 전혀 나오지 않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제작하기도 했지만, 코엔 형제의 음악에 대한 첨예한 감각은 그들의 첫 음악영화가 지닐 무게감을 예측하게 한다.
코엔 형제가 주목한 음악가는 1960년대의 포크 가수다. 물론 밥 딜런이 아니다. 이들은 포크 음악이 밥 딜런을 대두로 주류 음악으로 우뚝 서기 직전, 대중적으로 성공하지 못한 어느 포크 가수의 일주일을 그렸다. 영화는 포크 가수인 르윈 데이비스가 카페 뒤 어두운 골목에서 얻어맞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코엔 형제는 제작 노트에서 “그 포크 가수가 왜 얻어맞는지 그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각본을 써나갔다”라고 밝힌다.
어두운 뒷골목에서 시작된 르윈 데이비스의 일주일은 밥 딜런이 데뷔하기 한 해 전인 1961년으로 설정된다. 르윈은 듀엣으로 활동하던 동료의 자살 이후 홀로 공연하면서 음악적 진정성(혹은 성공)과 삶의 안정 사이에서 고군분투한다. 영화는 운명의 흐름에 내던져진 예술가 개인에 대해 말한다. 음악감독을 맡은 티 본 버넷은 “매우 직설적으로 음악의 가치, 그리고 예술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라고 밝힌다. “사람들은 예술가들이 대중을 이끄는 대신 예술가가 대중을 따라야 한다고 말하지만, 대중을 따르는 예술가는 없다”라는 버넷과 코엔 형제의 입장은 유행의 흐름 속에 무력한 개인의 운명을 담담하게 그려내는 것으로 표현된다.
코엔 형제는 1950년대 후반과 1960년대 초반의 비트 세대에 대한 관심으로 이 영화를 제작했다. 비트 세대는 과도한 물질만능주의와 억압적인 이념 논리로 점철된 현실 속에서 사회에 대항할 수 있는 독자적인 문화 양식을 생산하려 한 청년들이었다. 재즈와 포크 음악이 비트 세대를 대표하는 음악 장르였다는 사실은 아이러니다. 르윈이 큰 무대에 설 기회를 얻기 위해 시카고로 갈 때 히치하이킹한 자동차에서 만난 괴팍한 노인네가 재즈와 로큰롤을 하는 음악가로 설정되기 때문이다. 권위를 내세우며 르윈의 초라함을 사정없이 비웃어대는 외형만 거장인 노인네 또한 약물 중독인 초라한 상태다. 둘 다 마음속에 저항을, 진정성을 가진 음악가들이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개인은 성공과 실패의 운명에 내몰리고 만다. 그리고 하루도 편한 날 없이 냉혹한 현실 앞에 그 진정성마저 위협받는다.
르윈의 막막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코엔 형제는 영화의 모델이 된 포크 가수 데이브 밴 롱크에 대해 “그는 실패한 음악가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다. “운명의 흐름에 내몰린, 고통받는 운명에 시달렸던 천재적인 예술가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슬픈 예감은 벗어나는 일이 없다. 그의 전 애인도, 그를 도와주는 교수도, 그의 피붙이도, 심지어 그의 어깨에 올라타 있는 고양이까지 그 누구 하나도 르윈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지 않는다. 아카데미 상 8회 수상, 칸 영화제 6회 수상에 빛나는 ‘독립’영화계의 거장이라는 모순적인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코엔 형제. 시대적 유행이라는 역사의 아이러니와 대중의 힘 앞에 가장 성공한 독립 영화감독 듀오가 내놓은 존재론적 자기비판서다. 1월 29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