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티스트 에마뉘엘 파위

바람의 악기로 들려주는 바로크의 숨결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4년 2월 1일 12:00 오전

다채로운 음색으로 플루트의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해온 에마뉘엘 파위가 베를린 바로크 졸리스텐과 함께 한국 관객들을 만난다

빈틈없는 견고한 소리, 한 치의 흔들림 없는 안정된 호흡, 예리하면서도 윤기 넘치는 음색까지. 에마뉘엘 파위의 연주는 듣는 이로 하여금 음악의 본질 속으로 풍덩 빠지게 만든다. 바로크부터 현대음악·오페라·재즈, 독주와 협주 등 플루트로 연주할 수 있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섭렵해온 파위이지만, 개인적으로 그의 연주에서 깊이와 자유로움을 동시에 만끽했던 순간은 바로크 레퍼토리에서다.
1992년부터 시작된 베를린 필 활동은 파위를 다양한 바로크 음악 전문가들과의 만남으로 인도했다. 특히 아르농쿠르·가드너·카위컨 형제들의 연주를 보며 체득한 것들은 그에게 바로크 음악의 원천이 되었고, 바흐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었다.
이후 2001년 파위는 EMI 클래식에서 바흐 작품의 첫 녹음을 내놓았다.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5번 D장조, 플루트 트리오 소나타 G장조, 관현악 모음곡 2번 B단조 등이 담긴 음반으로 베를린 바로크 졸리스텐이 함께 했다. 바로크 레퍼토리의 원전해석을 추구하는 베를린 필 단원들이 모여 구성된 베를린 바로크 졸리스텐과 파위의 만남. 당시 이들의 협주 녹음은 필연적이면서도 운명적이었던 것 같다.
오랜 시간 따로 또 함께 바로크 음악에 대한 지경을 넓혀온 에마뉘엘 파위와 베를린 바로크 졸리스텐이 2월 2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한국 관객들을 만난다. 이번 무대에서는 텔레만 플루트 협주곡 D장조와 비올라 협주곡 G장조, 바흐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5번과 플루트 현악기 통주저음을 위한 모음곡 2번, 카를 필리프 에마누엘 바흐의 현을 위한 교향곡 B단조 등이 연주될 예정이다. 내한 공연을 앞두고 에마뉘엘 파위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그의 대답은 간결하고 명쾌했다. 다음은 파위와의 일문일답.

지금까지 당신의 연주회나 음반을 보면 바흐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5번이 자주 눈에 띈다. 이 작품에 특별한 애정을 갖는 이유가 있나.
시간이 흐르면서 음악에 대한 취향이 계속 바뀐다. 그래서 어느 한 곡을 딱 짚어 좋아한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그건 매 순간 연주하는 작품을 사랑하고 최선을 다해 연주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바흐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5번은 내가 최고로 손꼽는 작품 중 하나다. 플루트·바이올린·하프시코드 연주자들 사이에서 독주와 합주가 대비되는 것과 함께 하프시코드의 화려한 카덴차를 곁에서 듣고 있을 때면 최고의 희열을 느낀다.
이번 내한 공연의 레퍼토리는 어떤 의도 아래 구성했는가.
각 작곡가는 다르지만, 모두 같은 시대에 등장해 작곡된 작품들이다. 베를린 바로크 졸리스텐과 더불어 독주 악기로서의 플루트의 매력과 함께 당대의 폭넓은 음악적 흐름을 보여주고 싶다. 또 바로크 시대에서도 손꼽히는 최상의 작품들을 선별해 관객에게 들려줄 생각이다.
다른 앙상블과 달리 베를린 바로크 졸리스텐에 연주자로서 느끼는 매력이 있다면.
베를린 바로크 졸리스텐에는 베를린 필 현악주자들 중에서도 바로크 음악에 관한 최고의 해석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다. 여기에 한 명 한 명이 환상적인 솔리스트들이기에 이들과 함께 협업하는 것 자체가 큰 기쁨이다.
당신의 연주를 들을 때 늘 감탄하는 부분 중 하나는 긴 호흡과 매끈한 프레이징이다. 이러한 연주력을 갖출 수 있는 비법이 궁금하다.
숨을 한 가득, 아주 깊이 들이마시는 게 중요한 열쇠다.
음악가로서 당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은 무엇인가.
용기, 사랑 그리고 신념. 그리고 이 모든 것에 대한 확신이다!
플루트를 전공하는 학생들은 가장 닮고 싶은 연주자로 당신을 꼽곤 한다. 그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선생으로서의 경험이 그리 풍부한 편에 속하지 않는다. 2000년부터 1년간 제네바 음악원에서 학생들과 만났고, 베를린 필 아카데미에서 두 명의 학생을 가르쳤다. 그 외에는 두어 번의 마스터클래스를 가졌던 게 전부다. 게다가 음악을 만나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사적이고, 개인적인 순간이기 때문에 특별히 젊은 친구들에게 해줄 충고나 조언이 많지 않다. 다만 좋은 음악가가 되려면 스스로에게 솔직해야하고, 음악 앞에서 진실한 모습으로 서야 한다. 또 대부분의 플루트 연주자들이 플루트에 입술을 갖다 대고 너무 세게 부는데, 그건 좋은 방법이 아니다. 플루트는 바람의 악기다. 그저 입술을 대는 것이지, 입술로 바람의 진동을 조절하려고 하면 안 된다. 자신의 몸에 공기가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작곡이나 지휘 또는 다른 예술 분야에 대한 흥미가 있는지 궁금하다.
음악 외에도 종교·춤·노래·수학·드라마·코미디·역사 등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다. 작품에 담긴 의미와 가치를 이해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흥미를 갖게 된 것들인데, 풍부한 음악적 해석을 위해 다양한 문화를 접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음악에 대한 나의 관심이 작곡이나 지휘 쪽으로 기울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훌륭한 작곡가나 탁월한 지휘자들에게는 늘 관심이 있다!
솔리스트로서 연주 일정을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시간을 어디에 할애하나.
일 년에 80회 정도는 세계 각지를 다니면서 리사이틀 공연을 갖는다. 물론 리허설·여행·녹음 일정도 있다. 베를린 필 단원으로서 참여하는 공연은 연간 75회 가량이다. 내 생활의 대부분이 연주이기 때문에 다른 것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편이다.
바로크부터 현대음악 그리고 오페라, 독주와 협주 등 플루트로 연주할 수 있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섭렵해왔다. 앞으로 연주하고자 하는 레퍼토리는 무엇인가.
앞으로 더 마무리해야 할 것도, 새롭게 도전해야 할 것들도 많다. 무엇보다 이 모든 과정을 수행하는 과정 가운데 늘 최상의 컨디션으로 임할 수 있길 바란다. 더불어 현존하는 작곡가들과 새로운 작업을 하고 싶은 소망도 있다.

글 김선영 기자(sykim@gaeksuk.com) 사진 Hiro Is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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