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아트센터 창작자육성 프로그램 예술가 양손프로젝트 인터뷰

“지속적인 응원과 지지가 가장 큰 힘”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4년 4월 1일 12:00 오전

양손프로젝트는 한 명의 연출가와 세 명의 배우가 긴밀한 공동창작을 통해 작품을 만드는 팀이다. 지난 2009·2011년 ‘십이분의 일’ ‘다자이 오사무 단편선-개는 맹수다’가 프로젝트 빅보이에 선정되면서 두산아트센터와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2013년 창작자육성 프로그램에 선발됐으며, 2012년 상반기에 양손프로젝트가 두산아트랩을 통해 선보인 ‘죽음과 소녀’는 하반기 중 두산아트센터 공동제작으로 정식 공연됐다. 두산아트센터가 시행 중인 프로젝트 빅보이(두산 빅보이 어워드)·두산아트랩·창작자육성 프로그램의 과정을 모두 거친 양손프로젝트의 연출가 박지혜·배우 양종욱을 직접 만나 두산아트센터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경험담과 자세한 과정에 관해 들어보았다.

양손프로젝트에 관해 소개해달라.
세 명의 배우와 한 명의 연출가가 모여 공동창작하는 집단이다. 연출가가 작품을 고르고, 그 중심으로 스태프가 꾸려지고 배우가 캐스팅되는 것과 달리 우리는 연출가와 배우가 함께 작품을 골라 방향을 결정한다. 모든 부분에 대해서 함께 회의를 통해 결정하는 방식으로 모두가 대등하고 평등한 관계에서 소통하는 작업을 추구한다.
작품을 만드는 데 걸리는 기간은 어느 정도인가.
평균 3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전반적인 준비 작업에 1개월, 실행하는 과정과 리허설 진행 과정이 2개월 정도다.
두산아트센터가 양손프로젝트를 주목한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두산아트센터는 무엇보다 창작자의 색깔이 선명한 것을 선호하는 것 같다. 관계자로부터 긴밀하게 공동 창작하는 모습이 여타 극단과 달라보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2009·2011년 당시 프로젝트 빅보이에 선정됐을 때 어떤 부분이 좋았나.
선정됐다는 기쁨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우리가 했던 공연에 누군가 박수 쳐주고 계속 작업할 수 있도록 지지와 응원을 해준다는 의미가 커서 그 다음 작품을 해나가는데 심적으로 큰 힘이 됐다.
2012년부터 참여한 두산아트랩의 작업이 극단과 잘 맞는 편인지 궁금하다.
어떤 명확한 그림을 그려내기까지 계속 실험하고 시도하는 과정이 길다 보니, 두산아트랩은 우리 같은 팀에게 오히려 유리하고 유익한 프로그램이다. 랩(lap)이라는 결과물을 내고, 관객에게 피드백을 받고 그것을 발전시켜나가면서 좀더 완성된 형태의 공연을 만들기까지 아트랩이 좋은 징검다리가 됐다. 중간 단계라고 하지만 그 자체로 하나의 결과물이고, 또 미래의 결과물을 위한 과정이 된다.
예술가로서 느끼는 두산아트랩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인가.
아트랩에서 이뤄지는 작업의 방법·형태·기간 등은 전적으로 창작자의 자율에 맡겨져 있다. 과정뿐 아니라 결과물에 대해서도 거의 관여하지 않는 자유로운 환경이다. 외부 시선에 대한 부담은 없지만, 그래도 중간 결과물로서 퍼포먼스의 조건을 어느 정도는 갖춰서 관객 앞에 내놓아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극장과 제작 PD는 공연의 완성이나 결과물의 수준보다 아트랩 작업을 통해 팀이 무엇을 시도하고 고민하는지에 포커스를 맞춰 가이드라인을 잡아주는 편이다.
창작자육성 프로그램 예술가로 선정되면서 생긴 변화가 있다면.
지원 기간인 3~5년 동안 어떤 발전을 이뤄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하는 중이다. 극장과 우리 사이에 계약이나 그에 따른 실질적인 이행사항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심리적 파트너로 묶여 있다고 할까. 창작자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돈을 지원받는 것보다 우리의 작업을 지지하고 지원하고 함께 고민해주는 것 자체가 지금의 척박한 연극 환경 속에서 엄청난 힘이 된다. 좋은 제작 극장이 우리를 창작자로서 육성해준다는 것은 새로운 시야를 넓혀주고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 열리는 것이다. 그래서 3~5년간의 시간은 개인과 팀이 나아갈 비전을 발견하는 시기로 생각하고 있다. 그 기간 동안 물질적인 지원뿐 아니라 정신적인 지지를 받고, 의견을 나누면서 더 풍요롭고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특히 연출가에겐 공연을 무대에 올리기까지의 많은 과정을 제작 극장인 두산아트센터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서 고마운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공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점은 변함없다.
두산아트센터의 창작자육성 프로그램이 여타 프로그램과 차별되는 부분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젊은 창작자 대부분이 그때그때 생기는 한 번의 공연 기회에 매달리는 경우가 많다. 누구에게나 어느 날 기회가 찾아왔을 때 그것을 거절하기란 쉽지 않고, 혹 상황이 맞지 않더라도 언제 이런 기회가 찾아올지 모르니 어떻게든 공연하는 쪽을 택할 수밖에 없다. 그런 방식으로 하나하나 그때그때 공연을 올리다 보면 창작자가 주체가 되어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지향점을 추구하며 가기란 정말 쉽지 않다. 두산의 창작자육성 프로그램은 그때그때 결과물에 집중하는 것보다 ‘지금 어떤 과정이 필요한가’에 초점을 두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고민하도록 도와준다.
두산아트센터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에 관심 있는 창작자들에게 조언한다면.
두산아트센터 PD나 관계자들이 평소에도 상당한 공연을 모니터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의 경우에도 참가작 대부분을 서로 나눠서 모니터링하고 회의를 거쳐 새로운 팀들을 의욕적으로 발굴하고 있더라. 개인이나 팀이 지속적인 과정 속에서 작업하다 보면 그것을 지켜보는 두산아트센터의 눈에 띄게 되는 것 같다. 우리 역시 그러한 경우였고. 창작자가 어떤 방향성과 지속성을 가지고 작업하고 있는지가 두산아트센터의 중요 관심사인 듯하다. 이 창작자가 과거에 무엇을 했고,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그것이 지속될 수 있는가 하는 부분 말이다. 여타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이 공모를 통한 일회성 지원인 반면, 두산아트센터 창작자육성프로젝트가 3~5년을 지원한다는 것은 한 창작자의 미래를 내다보고 지속적인 지지와 응원을 해준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창작자로서는 그동안 계속해왔던 과정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에 관한 질문을 꾸준히 갖고 작업하면 좋을 것 같다.

글 김선영 기자(sykim@gaeksuk.com) 사진 두산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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