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안양 삼성천변에 설립된 공원도서관은 기록을 넘어 행위까지 모아놓은 공간이다
글 이채은 인턴 기자(chaelee@gaeksuk.com) 사진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1950년대 여름, 안양 삼성천에 수영장이 개장하자 안양유원지에는 하루 4만 명 이상의 피서객이 몰렸다. 그러나 화려했던 시절은 잠시, 각광받던 휴양지는 무질서하게 형성된 음식점과 환경오염으로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2005년에 시작한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는 이 쇠락한 유원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곳곳에 미술품과 건축물이 들어서며 안양예술공원이라는 이름으로 새로 태어난 것. 올해 4회를 맞이한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는 이제 이 공원을 안양 시내의 김중업박물관·안양역사관·안양아트센터와 연결되는 거대 예술단지로 가꾸는 데까지 이르렀다.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는 예술을 도시 차원의 공공재로, 나아가 안양이라는 도시를 예술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 거대한 프로젝트의 중심에 공원도서관이 있다. 안양예술공원에 위치한 이 도서관은 한마디로 안양시 공공예술의 허브라 말할 수 있다. 도서관에는 지금까지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를 거쳐 간 150명 작가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도서관이 입주한 건물 안양파빌리온도 제1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에 참여한 건축가의 작품이다. 이곳에 보관된 기록들, 예컨대 예술가들이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그린 스케치나 도면, 현장 사진과 신문 스크랩은 누구든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다. 공공예술과 관련한 국내외 도서로 가득한 서가 곳곳에는 모니터를 통해 공공예술 퍼포먼스나 워크숍 영상이 흘러나온다. 이쯤 되면 이곳은 도서관이라기보다 아카이브에 가깝다. 사서·미술 아키비스트·건축 아키비스트·출판편집인이 모두 함께 이곳을 지킨다. 그럼에도 굳이 명칭에서 ‘도서관’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이 장소의 정체성이 전문성보다는 공공성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도서관 입구에는 넓은 탁자와 선반이 줄지어 있는데, 선반에는 실과 망치·가위 따위의 도구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이 공간은 창작 워크숍 ‘만들자연구실’이 진행되는 곳으로, 전자 기술과 직물 공예, 심지어 컴퓨터 프로그래밍까지 어떠한 형태의 창작활동도 가능한 곳이다. 이 공간 역시 모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도서관은 단지 기록의 공유뿐 아니라 창작 활동까지도 공유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을 지향한다.
안양예술공원과 공원도서관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에게는 이곳의 개방성이 낯설고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안양예술공원으로 향하는 길에는 ‘여기서부터 공원입니다’ 혹은 ‘도서관입니다’라는 뚜렷한 표지판이 없다. 그저 눈치껏 삼성천을 걷다 보면 여기저기 설치된 미술품을 보게 되고, 그래서 여기가 안양예술공원임을 알게 되고, 그렇게 또 하염없이 걷다 보면 어느 샌가 눈앞에 공원도서관이 나타나는 상황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인위적이지 않은, 삶에 조용히 녹아든 예술이 아닐까. 공원도서관에서도 역시 읽기·쓰기·듣기·만들기가 뒤범벅된 예술을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