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일상탈출에게 인생에 담긴 희노애락을 분출하는 돌파구는 극단,
더 나아가 연극이다 글 장혜선 인턴 기자(hyesun@gaeksuk.com) 사진 심규태
오후 8시에 연습실로 찾아오라는 연락. 그 말에 굳이 놀라지 않았던 것은 극단 일상탈출의 단원들이 모두 직장인이기 때문이다. 봄기운이 완연했던 4월의 저녁, 마포구에 위치한 극단 ‘일상탈출’의 연습실로 향했다. 입구에서 정장 차림을 한 단원들이 문을 열어주었다. 퇴근하고 온 것이 여실히 드러나는 옷 매무새에서 직장인 극단이라는 것이 다시 한 번 각인됐다. 먼저 도착한 단원들은 퇴근이 늦어지는 단원들을 기다리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다들 일이 끝나고 여기저기 흩어진 곳에서 오느라 시간이 조금씩 늦어져요.”
이런 패턴이 익숙하다는 듯 단원들은 말갛게 웃음을 비췄다.
극단 일상탈출은 1999년 방송통신대에서 연극동호회를 하던 한 단원이 질 높은 연극을 해보자는 취지로 연극에 꿈이 있던 직장인들을 모으며 시작됐다. 지금까지 16년이란 긴 시간을 달려온 이들은 한 해 평균 3회 이상의 공연을 올린다. 극단에는 스물네 살의 새내기 단원부터 극단의 최고령자인 예순두 살 창단 멤버까지, 스물다섯 명 가량이 함께 모인다.
최소 3개월 이상의 연습 기간을 가지면서 매번 다른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는 이들에게 일과 생활의 비율을 어떻게 조절하는지 물었다. 극단 일상탈출의 대표 박준영(40) 씨는 익숙한 질문이라는 듯 웃으며 대답했다.
“작품을 준비할 때 연습에 무리가 없는 단원들로 배우를 구성합니다. 이제는 노하우가 생겨 단원들이 스스로 비율을 조절하고 있어요. 연습 초반에는 일과 연습을 8대 2 비율로 유지하다가 후반에는 4대 6으로 자연스럽게 변화시키는 것에 익숙해졌죠. 부족하면 주말 연습으로 보충합니다.”
극단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어려움도 있었다. 단순히 재미를 위해 들어온 사람들과 완성도 높은 연극을 하고 싶은 사람들 사이의 갈등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럼에도 16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단원들은 서로 부딪히며 해결책을 찾아냈고 극단은 성장했다. 이제는 ‘프로를 지향하는 극단’이라는 합일점을 찾아낸 상태다.
오후 8시 40분, 단원들이 모두 모이자 곧 연습이 시작됐다. 요즘은 6월에 있을 근로자 연극제에 올릴 작품 준비에 한창이다. 연극제에 올릴 작품 ‘변신’(작 이시원)의 연습이 시작되자 순식간에 연습실 공기는 엄숙해졌다. 단순한 취미를 초월한 모습에서 연극을 바라보는 단원들의 진득한 애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극단 일상탈출은 2003년 이래로 매년 근로자연극제에 참여하면서 극단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새로운 동기 부여의 기회를 갖는다.
“프로 연출가와 배우들이 직접 심사평을 해주니 지금 우리 극단의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또한 전국의 직장인 극단들이 모여 서로의 공연을 볼 수 있으니 스스로 채찍질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자극이 됩니다.”
단원들이 각각의 인생에 담긴 희노애락을 분출하는 돌파구가 되는 극단, 이들의 무대는 단순한 일상탈출이 아니라 새로운 일상이 시작되는 지점이었다. 두 개의 삶을 넘나드는 이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