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밀회’의 유아인 손, 대체 누구 손이죠?
‘밀회’에 등장하는 음악 연주 장면이 어떻게 연출된 것인지 궁금해요
유아인·김희애 주연의 드라마 ‘밀회’의 열혈 애청자입니다. 취미로 피아노를 배우는 중이라 그런지 드라마 속에서 피아노 연주 장면이 나오면 집중해서 보게 되네요. 그동안 TV나 영화 속에서 피아노 치는 장면은 많이 봐왔지만 ‘밀회’에서처럼 실감 나는 연기는 처음이에요. 배우 유아인 씨는 피아노를 전혀 못 친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이 장면이 가능한 거죠? 드라마 속 악기 연주 장면, 그 비밀이 궁금해요!
이보윤(인천 계양구)
A 이보윤 독자님도 ‘밀회앓이’에 동참하셨군요! 드라마 속 음악이 무엇인지,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는 손은 누구의 손인지… ‘밀회앓이’의 공통적인 증상은 이렇게 궁금한 점이 많아진다는 것이지요. 독자님뿐만이 아닐 거예요. 드라마가 끝나면 항상 ‘유아인 손’ ‘유아인 피아노 곡’ 등의 단어가 포털 사이트 검색어 차트 꼭대기로 떠오르곤 하니까요. 그래서 ‘객석’이 그 궁금증을 풀어드리기 위해 준비했습니다. 극중 피아노 연주 장면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연주곡은 무슨 의미인지를!
우선 ‘객석’이 접촉한 드라마 ‘밀회’ 관계자에 따르면, 드라마 속 연주 장면은 배우들의 피나는 노력이 빚어낸 작품이라고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극중 선재의 손은 배우 유아인 씨의 실제 손이라는 것이지요. 연기로 표현할 수 없는 기교적인 부분은 대역 피아니스트 송영민의 연주 장면입니다. 피아니스트의 실제 연주와 배우의 연기가 구분이 되지 않으신다고요? 그만큼 그들이 열성적으로 조언하고 또 배우며 촬영에 임하고 있다는 뜻이랍니다.
배우들은 ‘진짜 같은’ 피아노 연주를 위해 촬영 전부터 대역 피아니스트들에게 레슨을 받았다고 합니다. 각 장면에 삽입되는 곡들을 들으며 멜로디를 외우고, 피아노 연주자의 모션과 자세, 타건 위치 등을 익혔습니다. 피아니스트가 먼저 연주 영상을 촬영하면 배우들이 이 영상을 전달받아 전반적인 부분을 연습했어요.
촬영장에서 배우들은 스태프들이 준비를 할 동안 계속 피아노 연습을 하는데, 이 때도 대역 피아니스트가 현장에 와서 손동작과 몸짓을 세심하게 수정해줍니다. 배우들은 피아니스트들의 조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궁금한 것을 그때그때 물어보며 열성적으로 촬영에 임하고 있다고 하네요. 여기에 배우들의 감정 연기와 음악이 더해지면 실제 피아니스트의 연주처럼 보이게 되는 것이죠.
주옥같은 연주곡은 누가 선곡하느냐고요? 바로 드라마의 음악 자문을 맡은 슈퍼바이저 김소형입니다. 극중 혜원(김희애)의 대역 피아니스트이기도 하죠. 슈퍼바이저는 극의 흐름에 적합한 곡을 고르는 것뿐 아니라 누가 연주할 것인지, 어떤 대목을 연주할 것인지도 정한다고 하네요. 그러나 모든 곡을 김소형 씨가 선택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청자들로부터 ‘세상에서 가장 야한 피아노 연주 장면’이었다는 찬사(?)를 받은 선재와 혜원 듀오의 슈베르트 ‘네 손을 위한 판타지’는 정성주 작가가 직접 지정했습니다. 선재가 연주했던 모차르트 ‘작은 별 주제에 의한 변주곡’은 안판석 감독이 직접 선곡했다고 하네요. 클래식 음악에 조예가 깊은 스태프들의 센스가 드라마 속에서 빛을 발한 거지요.
혹시, 눈치 채셨나요?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음악에 묘한 복선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선재·혜원의 서로를 향한 마음이 돋보인 슈베르트 ‘네 손을 위한 판타지’는 그가 피아노를 가르치던 카롤리네 에스테르하지 백작부인에게 헌정한 곡이랍니다. 슈베르트는 카롤리네를 “평생의 사랑”이라고 말할 만큼 사랑했지만 신분 차이로 좌절할 수밖에 없었죠. 선재와 혜원의 관계처럼 의미심장하지요?
선재가 콩쿠르에서 연주한 ‘스페인 광시곡’의 작곡가인 리스트는 어떨까요? 그는 베를리오즈의 소개로 마리 다고 백작부인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그녀는 리스트보다 여섯 살 연상인 상류층이었답니다. 후멜에게 피아노를 배우기도 했던 마리는 혜원의 모습과 겹치는 듯합니다. 리스트와 마리는 사랑의 정열을 억제하지 못하고 스위스 바젤로 함께 도피해 세 명의 자녀를 두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선재가 혜원에게 들려준 연주곡 인테르메조 A단조 Op.118을 작곡한 브람스는 스승 슈만의 아내 클라라를 평생 짝사랑했습니다. 브람스보다 무려 열네 살 연상인 클라라는 서른일곱의 젊은 나이로 남편을 잃고 맙니다. 하지만 이후 브람스와 클라라는 평생 플라토닉한 관계로 지냈다고 하네요. 혜원을 바라보는 선재의 마음은 브람스와 리스트, 둘 중 어디에 더 가까울까요?
글 이채은 인턴 기자(chaelee@gaeksuk.com) 사진 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