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내한 공연 갖는 트럼페터 앨리슨 발솜

황금빛 선율 담은 달콤한 항해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4년 6월 1일 12:00 오전

트럼펫의 영역을 확장시키며 꾸준히 자신만의 항해를 이어온 앨리슨 발솜.그녀가 말하는 트럼펫의 유연성과 가능성

트럼펫의 영역을 확장시키며 꾸준히 자신만의 항해를 이어온 앨리슨 발솜.그녀가 말하는 트럼펫의 유연성과 가능성

수려한 외모의 한 여성이 트럼펫으로 바이올린 곡인 파가니니 ‘카프리스’ 24번을 연주한다. 영국 출신의 트럼페터 앨리슨 발솜이다. 여성 연주자의 불모지였던 금관세계에, 그것도 이렇게나 우아한 외모를 지닌 사람이 등장하다니. 바이올린으로 연주를 해도 까다로운 기교를 요하는 파가니니의 카프리스를 트럼펫으로 안정감 있고 우아하게 연주하는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달콤한 트럼펫 연주를 듣고 있노라면 악기의 한계를 정형화시키는 것이 다소 어리석은 일임을 느끼게 된다.

어린 시절 트럼펫 모양과 소리에 매료된 그녀는 일곱 살에 처음 악기를 잡았다. 아홉 살에는 로이스턴 다운 밴드에 입단하여 플뤼겔호른과 코넷을 연주했다. 열 살이 되자 그녀의 부모는 런던 바비컨에 있던 스웨덴 출신 트럼페터 헤켄 하르덴베르거에게 자신의 딸을 보낸다. 그때부터 앨리슨 발솜은 오케스트라보다 솔로 트럼펫에 대한 매력을 느낀다. 길드홀 음악학교에서 존 월리스를 사사한 후 2002년 EMI 클래식스에서 ‘트럼펫과 오르간을 위한 음악’ 데뷔 음반을 내놓은 그녀는 로린 마젤·앤드루 데이비스를 비롯한 지휘자와 토론토 심포니·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NHK 심포니 등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앨리슨 발솜은 연주자로서의 활동 외에도 현재 길드홀 음악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지난해 런던 셰익스피어 글로브에 창작 프로듀서로 연극 ‘가브리엘’을 올리는 등 활동 영역을 다양하게 넓혀가고 있다.

6월 1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첫 내한 공연을 갖는 앨리슨 발솜을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당신에게 트럼펫은 언제, 어떻게 다가왔나요.

트럼펫의 모양과 소리가 좋았어요. 어릴 적 도서관에서 재즈 트럼페터 디지 길레스피의 음반을 빌려 듣기 시작했고, 훌륭한 학교 선생님들 덕분에 트럼펫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여성 트럼페터에 대한 고정관념 섞인 이야기를 많이 들었죠. 지금은 훌륭한 여성 금관주자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 생각들이 그저 편견이라고 봅니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음악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진 게 있나요.

세계 곳곳의 무대에서 다양한 연주를 통해 조금씩 성장해왔다고 생각합니다. 매 연주마다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스스로 살피고 개선하고자 노력하는 편이에요. 다른 연주자들을 통해서도 많은 것들을 배웁니다. 특히 마르타 아르헤리치·마리아 주앙 피르스·막심 벤게로프·트레버 피녹·윈턴 마살리스 같은 음악가들로부터 많은 영감을 얻었습니다.

꾸준히 레퍼토리를 확장해왔습니다. 특히 바이올린 작품을 트럼펫 작품으로 편곡한 것이 눈에 띄는데, 편곡할 때 특별한 기준이 있나요.

사용하는 악기 음색에 딱 맞는 음악을 찾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해요. 트럼펫은 레퍼토리를 넓히기에 충분하고 또 가능한 악기입니다. 트럼펫이 소화할 수 있는 레퍼토리 범위는 굉장히 넓거든요. 바이올린은 다양한 레퍼토리를 지닌 가장 높은 음역대의 현악기이기에 편곡 레퍼토리를 구성할 때 자연스럽게 선택하게 됐어요. 무엇보다 현악기 곡을 트럼펫으로 연주할 때는 곡에 따라 다양한 개성을 표현하려고 노력합니다.

당대연주를 많이 시도하고 있는데요, 현대 트럼펫과 비교할 때 바로크 트럼펫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음색이나 사운드 면에서 바로크 트럼펫은 현대 트럼펫과는 전혀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어요. 바로크 트럼펫이 사람의 목소리에 훨씬 더 가깝죠. 퍼셀이나 헨델 같은 음악가들은 이런 음색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훤히 알고 있었어요. 그 당시가 트럼펫의 황금기였죠.

길드홀 음악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무엇을 제일 강조하나요.

먼저 모든 장르의 위대한 음악가들 음악을 들으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트럼페터에겐 호흡이 중요하기 때문에 호흡하고 또 호흡하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고 말하죠.

지난해 7월, 런던 셰익스피어 글로브에 올라간 연극 ‘가브리엘’의 창작 프로듀서로도 참여했습니다. 클래식 음악이 아닌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트럼펫 연주자로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트럼펫에 관한 연극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가브리엘’을 제작하면서 평소 왕래할 일이 없던 다른 분야의 재능 있는 예술가들과 협업하는 멋진 기회를 얻었죠.

내한 공연 프로그램 중 하이든 트럼펫 협주곡이 눈에 띕니다. 국내 한 방송국 프로그램 중 ‘장학퀴즈’ 시그널 송으로 쓰이면서 한국 관객에게 친숙한 곡이기도 한데요.

하이든 트럼펫 협주곡은 트럼펫 레퍼토리 중에서 보물과 같은 존재입니다. 다른 모든 트럼펫 작품들의 기반이 되는 협주곡이죠. 고전주의 레퍼토리는 자칫 잘못 해석될 여지가 많아서 섬세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더불어 제가 정말 좋아하는 곡이기도 해요. 상당히 정교하게 작곡 됐고, 오케스트라와의 밸런스도 훌륭하거든요. 작품을 연주할 때 하이든의 작곡 의도를 그대로 재현하는 데 충실하고자 합니다.

피아졸라 ‘리베르탱고’와 드뷔시 ‘시링크스’도 이번 무대에서 선보일 예정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두 작품은 각각 다른 의미로 도전적인 곡이에요. 드뷔시의 작품은 원래 플루트를 위해 작곡되어서 트럼펫의 기본 음역대를 완전히 넘어서는 곡이죠. 무반주곡이면서 제가 연주하는 레퍼토리 중에서는 가장 어려운 곡이에요. 피아졸라는 늘 저에게 영감을 주는 음악가이고, 그의 작품은 밝으면서도 기교가 뛰어나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합니다. ‘리베르탱고’는 그 시대의 스타일을 제대로 이해하는 과정이 필수적이죠. 그런데 대개의 연주자들은 그 지점까지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더군요.

첫 한국 방문을 앞둔 소감은 어떤가요.

그동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공연을 해왔어요.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나라는 브라질과 중국이에요. 제가 겪어온 유럽문화와 매우 달라서 정말 흥미로웠고, 청중들도 따뜻했어요. 한국 또한 그럴 것이라 예상해요. 런던에 한국인 친구들이 많이 있고, 한국의 여러 음악가들을 알고 있어요. 이번 내한이 정말 기대됩니다!

연주가·교육자·창작 프로듀서 중 현재 어느 역할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나요.

음악과 관련한 다양한 일에는 어느 하나 소홀한 것 없이 전부 집중하고 있어요. 어디에 얼마만큼의 비중을 두는지는 그때그때 진행하는 일에 따라 달라집니다.

앞으로의 연주 계획이 궁금합니다.

올여름 프랑스와 스위스에서 공연을 가질 예정이고, 그 다음 미국의 할리우드 볼과 라호이아 페스티벌 무대에도 오를 계획이에요. 이후에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협연이 예정되어 있고, 영국에서 단독 투어를 진행하면서 올가을에는 전 세계에 발매될 새 음반을 홍보할 계획입니다.

 

인터뷰 말미에 그녀에게 연주 일정 외 개인적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물으니 요트를 즐긴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트럼펫의 영역을 다양하게 확장시키며 자신만의 광활한 음악 ‘항해’를 이어가는 앨리슨 발솜답게 취미 생활도 꽤나 도전적이다.

앨리슨 발솜 내한 공연 6월 1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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