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이 주관한 서울숲 거리 공연

‘그림과 음악이 만나다’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4년 11월 1일 12:00 오전


▲ 일러스트레이터 이경욱과 라퓨즈 플레이어스가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시심(詩心)이 절로 이는 가을날, 서울숲 분수대 옆 공간에서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일러스트레이터 이경욱이 맨바닥에 밑그림도 없이 파스텔로 슥-슥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자 현악 5중주단 라퓨즈 플레이어스 단원들이 하나둘 악기를 들고 그림 위에 올라서서 아름다운 선율을 노래했다. 화창한 하늘을 만끽하던 사람들이 주변으로 웅성웅성 모여들었다. 그러자 평범한 거리는 무대가 되고, 연주자와 관객들은 하나의 그림이 되었다.

지난 10월 12일 오후 4시에 펼쳐졌던 이 특별한 공연은 ‘객석’이 준비한 게릴라 거리 공연 ‘그림과 음악이 만나다’이다. 자연과 순수예술의 만남을 통해 예술가와 관객이 한데 어우러지도록 마련된 장이다. 예술의 격식을 넘어 관객들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시도가 많은 관객들의 감동을 이끌어냈다.

이날 공연은 이경욱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시간부터 마치는 시간까지 약 한 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경욱은 자연과 음악을 표현하는 따뜻한 이미지를 즉흥적으로 그려나갔고, 윤혜림·박혜원(바이올린)·우주형(비올라)·어철민(첼로)·이세진(베이스)으로 구성된 라퓨즈 플레이어스 단원들이 차례로 등장해 ‘타이스의 명상곡’과 ‘사계’ 중 ‘가을’ 1·3악장, 그리고 ‘자장가’와 ‘탱고 자루지’를 연주했다. 공연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중간중간 자유롭게 박수와 환호를 보냈고, 어린아이들은 이경욱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완성돼가는 그림을 신기하게 바라봤다. 이어 청주시립교향악단 수석주자이자 라퓨즈 플레이어스의 사무국장인 오보이스트 박준서가 ‘가브리엘의 오보에’를, ‘객석’ 문화예술부장인 테너 임상훈이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연주하자 곳곳에서 ‘앙코르!’가 터져 나왔다.


▲ 왼쪽부터 이경욱·임상훈·박준서·어철민·윤혜림·우주형·박혜원·이세진

이날 멋진 연주를 들려준 라퓨즈 플레이어스는 2010년 창단된 실내악단이다. 프라임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부수석을 지낸 후 현재 순복음 신학대학원 전임교수로 재직 중인 베이시스트 이세진을 리더로, 충남교향악단 객원악장 바이올리니스트 윤혜림, 선화예술학교에 출강 중인 바이올리니스트 박혜원, 강원대학교에 출강 중인 비올리스트 우주형, 파리 음악원에서 수학한 첼리스트 어철민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샌드 아트 등 여러 장르와 다양한 형식의 협업을 해왔지만 이번 공연만큼은 더욱 특별했다고 입을 모았다.


▲ 일러스트레이터 이경욱

“무엇보다 어린아이들이 즐거웠을 거라 생각해요. 요즘 아이들은 성장이 빨라 초등학생들도 이해와 습득이 빨라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성인들을 위한 클래식 공연은 8〜9세 이하는 입장을 제한하고, 어린이들을 위한 공연은 그들의 수준에 맞춘다는 이유로 쉬운 레퍼토리만 골라 하죠. 하지만 이렇게 야외에서 공연을 하니 모르는 것이 있으면 부모에게 물어보고, 목이 마르면 음료수도 마시면서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었을 거예요. 그림 그리는 과정까지 함께 보니 모든 게 흥미로웠겠죠. 해가 뜨거워 공연하면서 악기 걱정은 좀 됐지만 뿌듯하네요. 앞으로 이런 기회가 또 있다면 참여할 생각입니다.”

일러스트레이터 이경욱은 현 ‘문화강진’ 대표이사로 브루클린에서 전시회 ‘비 스트롱 비 네이키드(2012)’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팝업 전시회 ‘봄날(2013)’ 등을 개최한 바 있다. 그는 “스트리트 아트는 3년 전 맨해튼에 있을 때부터 꾸준히 해오던 작업이다. 정치·사회적인 메시지를 담기도 하지만 오늘 공연은 특별한 뜻 없이 행위 자체에 초점을 맞췄다.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많은 사람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무대를 함께할 수 있어 기뻤다”며 미소를 지었다.

‘객석’은 앞으로도 가족과 연인이 편안한 휴식처에서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생활 클래식’ 문화를 고양하기 위해 다채롭고 풍성한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 오보이스트 박준서

사진 이규열(라이트 하우스 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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