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서울아트마켓

열 번의 걸음이 남긴 발자국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4년 11월 1일 12:00 오전


▲ 이희문 오더메이드 레퍼토리’잡’

지난 10월 7일부터 11일까지 서울아트마켓(PAMS, Performing Arts Market in Seoul)이 열렸다. 10주년을 기점으로 지금까지의 성과를 되돌아보는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서울아트마켓이 탄생하게 된 시간을 먼저 회상해볼 필요가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지방자치단체의 공연장 건립 붐, 다양한 공연예술 축제의 신설은 공연계에 아트마켓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국내 공연의 해외 진출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그 방법으로 아트마켓이 떠올랐던 것. 1999년 ‘난타’가 처음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가한 것을 발판으로 잇따른 해외 투어 공연이 성사됐고, 이는 한국 공연계에 아트마켓에 대한 논의를 점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2004년 8월 문화체육관광부는 복권 기금의 문화예술 부문 유입을 계기로 아트마켓을 신설했는데, 그것이 2004년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마켓(APM, Arts Program Market)이다. 공연예술 작품의 국내 유통 활성화를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APM을 통해 공연물 유통 가능성이 선명해지자 문화체육관광부는 해외시장 진출의 교두보로서 아트마켓을 좀 더 활성화하기 위해 2005년 10월, 서울아트마켓을 열었다. 당시 팸스초이스(PAMS Choice)와 부스 전시, 쇼케이스, 부대 행사로 열린 세미나 등을 갖춰 시작했으며, 2006년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족하면서 서울아트마켓의 운영을 맡아왔다.

이쯤 되면 이 글을 읽는 독자 중 누군가는 ‘이게 관객인 나와 무슨 상관?’이라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평소 관객으로 애정을 갖고 여러 공연장을 방문하며 해외 프로덕션 공연 관람에 열을 올린 사람이라면, 반대로 우리 아티스트들의 해외 공연 소식을 뉴스를 통해 접한 사람이라면, 그 모든 과정이 크고 작게 서울아트마켓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다시 한 번 말하자면, 서울아트마켓은 국내에 해외 공연단체나 마케터들이 모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상호 교류를 하기 위해 정부 주도하에 만들어졌다. 즉, 해외의 아트마켓과 페스티벌, 극장 관계자를 직접 알려주고 연결해주는 자리다. 동시에 하나의 공연에 다양한 방향성과 시선을 가진 파트너‐결국에는 그것을 소비하게 될 관객‐들이 세계 곳곳에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리다.


▲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정재왈


▲ 부스전시

서울아트마켓, 지난 10년의 변화

2005년 첫 서울아트마켓 참가국은 22개국 94명. 이후 해를 거듭하며 점차 늘어나 2013년에는 51개국 324명으로 참가 수가 3배 이상 증가하며,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첫해부터 2013년까지 9년간 서울아트마켓에 참가한 국가는 총 97개국, 참가자는 1만 5,024명이었다. 2006년부터 독일·벨기에·브라질·영국·인도·일본·캐나다·프랑스 등 전 세계 60여 개국에서 팸스초이스로 선정된 작품이 공연된 횟수는 총 766회에 달한다.


▲ 개막공연

다가올 10년, 아시아 공연예술의 창

지난 10월 7일부터 11일까지 국립극장에서 열린 서울아트마켓에서 올해 새롭게 시도된 부분은 권역 포커스로 주빈국 제도를 도입한 점이다.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아시아의 국가를 주빈국으로 초청해 해당 국가의 공연예술 환경을 심도 있게 조망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 이번에 첫 주빈국으로 선정된 중국의 공연예술 현황과 시장 정보를 심층적으로 살피는 포커스 세션을 통해 중국의 오늘을 조망하고 협업과 교류를 위한 미래 비전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를 위해 중국에서 공연예술 관계자 51명이 한국을 방문했고, ‘아시아 문화예술의 미래’라는 주제로 아트마켓과 연계된 한중 문화예술 포럼도 함께 이뤄졌다.

10주년을 기념하며 올해 개막식은 기존과 달리 공연 형식으로 마련됐다. 안무가 안은미가 연출을 맡고, 작곡가 장영규가 음악감독을 맡은 개막 공연 ‘몸 박물관-몸으로부터 몸으로’는 한국 공연예술 분야에서 몸이 진화해온 과정을 일반인들의 참여를 통해 재현하고 새롭게 보여줬다.

쇼케이스·부스 전시·컨퍼런스·라운드 테이블을 종전과 동일하게 운영하는 동시에 국내외 공연예술 전문가 간의 실질적인 교류 활성화를 위해 새로운 프로그램들이 신설됐다. ‘팸스 마스터와의 하루’는 국제 교류 입문자들을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으로, 현재 각 극장과 단체에서 활동 중인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입문자들이 효과적으로 서울아트마켓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자리였다. 한국의 공연예술에 관해 좀 더 알고 싶은 해외 참가자들을 위해 마련한 ‘팸스버디’는 양일에 걸쳐 한국 공연예술계의 흐름과 동향을 소개하고, 대학로와 국립극장 등 서울의 예술 공간들을 소개하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서울아트마켓 기간 중 시내에서 열리는 여러 공연을 마케터들과 공유하기 위한 취지의 ‘팸스링크’는 지난해 37개 단체가 참여했던 것과 달리 올해 공모를 통해 총 57개 작품이 선정됐다.

2005년 시작된 이래, 열 번의 걸음이 남긴 발자국은 이제 공연단체 스스로 해외에 진출하는 역량을 쌓는 데 부족함 없는 밑거름이 되었다. 올해 10주년을 기점으로 서울아트마켓이 내건 슬로건은 ‘아시아 공연예술의 창’이었다. 2000년대 전후 환태평양 지역의 아트마켓에서 롤모델을 발견해 지금의 서울아트마켓이 그 형태를 갖출 수 있었듯, 아시아 권역을 선두하는 마켓으로 자리하기를 기대해본다.

사진 서울아트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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