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포르투 무지칼 &리우 카니발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5년 4월 1일 12:00 오전

브라질

포르투 무지칼

&리우 카니발

 

지구 반대편에서 만난 뜨거운 음표

섭씨 39℃의 뜨거운 공기 속에 스며든 춤과 음악을 마주하다


▲ 기타리스트 휴고 린스가 리더인 퀄텟은 빛나는 사운드와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Beto Figueiroa

뜨거운 리우 카니발과 재기발랄한 블로코

제대로 논다는 것, 즐기는 삶이 무엇인지 온몸으로 체현하는 사람들. 지난 2월 3일부터 17일까지 2주간 브라질 헤시피와 리우데자네이루(이하 리우)에 머무는 내내 떨칠 수 없던 느낌이다. 남들은 필자에게 자유로운 영혼이니,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인생을 즐기며 산다고 말하지만, 고백하건데 이번 브라질 방문을 통해 스스로 얼마나 경직되어 있으며 시시하고 재미없는 삶을 살고 있는지 깨달았다.

카니발 이야기를 먼저 풀어야겠다. 주객이 전도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어쩔 수 없다. 지구 상에 뮤직 마켓은 제법 많지만, 사람을 미치게 하는 카니발은 브라질에만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의 2월 중순은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한여름이다. 이 시기에 대중에게 잘 알려진 리우의 삼바 카니발을 비롯해 브라질의 대도시를 중심으로 다양한 음악과 춤을 베이스로 한 카니발이 열린다. 최소 수개월 전 예약과 비싼 입장료를 내야 하는 ‘삼바 드롬(Samba Drom)’에서 펼쳐지는 삼바 카니발은 미디어를 통해 알려져 있듯이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여기엔 300개가 넘는 삼바 전문학교의 퍼레이드뿐 아니라 리우 시내 전역에서 일주일 동안 진행하는 모든 카니발 공연이 포함되는데, 이 공연 그룹을 블로코(Blocos)라 부른다.

리우 시 당국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공연과 퍼레이드가 300개, 비공식이 200개 정도에 이르는데 리우는 삼바의 도시답게 거의 모든 음악과 춤이 삼바 장르에 집중되어 있다. 리우에선 코파카바나·이파네마·레블론 해변과 시내의 상가며 주택가에 이르기까지 군중이 모일 수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 블로코의 공연과 퍼레이드가 열렸다. 모든 공연과 페레이드 참가는 무료에 자율적이고 자발적인지라 그야말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카니발 복장에 장신구를 걸친 채 춤추고 마시고 즐긴다.

가장 인상적이던 블로코는 비틀스의 노래 ‘Sergeant Pepper’s Lonely Heart Club’을 그룹명으로 정한 사르젠토 피멘타(Sargento Pimenta)라는 그룹이다. 수십 년의 역사를 지닌 다른 블로코에 비해 결성된 지 6년 된 신생팀으로 2012 런던 올림픽 개막식에 브라질 대표로 참가한 가장 ‘핫’한 블로코다. 이들이 연주하는 모든 곡은 비틀스의 레퍼토리로 구성되고 무대 상단에는 밴드가, 아랫단에는 타악기와 춤을 추는 80명 정도의 그룹으로 구성되어 있다. 게다가 리우가 베이스인 만큼 음악과 춤은 삼바가 중심이다.

맨 앞단에서 블로코의 음악과 춤을 이끄는 지휘자의 동작과 구령에 따라 3시간 넘도록 쉬지 않고 달린 덕에 리우의 가장 큰 공원에는 이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 20만 명이 모였다고, 그날 밤 현지 TV 뉴스는 전했다. 실로 어마어마했다. 섭씨 39℃를 웃도는 뜨거운 리우의 태양 아래 필자 역시 피부가 타 들어가는 줄도 모르고 춤을 추었다.

배리 매닐로의 노래로 유명한 코파카바나 해변에서 연주한 뉴 키즈 온 더 블로코(New Kids on the Blocos)는 재기발랄한 그룹명과 신세대 감각에 맞는 연주와 춤으로 리우 젊은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블로코다. 우리나라도 그렇거니와 새로운 팀일수록 자신들의 음악적 향방과 관객 타깃을 분명히 한 작명의 중요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 시민에게 무료로 공개된 밤 쇼케이스는 일렉트릭 음악 밴드가 주를 이뤘다.


▲ 해외 진출을 원하는 이들의 열정이 오가는 스피드 미팅 현장 ⓒBeto Figueiroa/Trago Boa Noticia

포루투 무지칼에서 발견한 빛나는 사운드

브라질 음악의 해외 진출을 위한 행사인 포르투 무지칼(Porto Musical)은 브라질 북동부에 위치한 페르남부쿠 주의 주도 헤시피에서 매년 카니발을 전후해 열린다. 대서양을 바라보는 예쁜 이름의 항구도시 헤시피는 포르투갈 식민지 시절 이후 사탕수수 플랜트의 중심지였고, 아프리카 서부 해안을 통해 수많은 흑인 노예들이 정착했다.

헤시피가 내려다보이는 작은 도시 올린다는 포르투갈의 오랜 도시에서 볼 수 있는 동화 속 집처럼 아름다운 색상의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헤시피 공항을 거쳐 올린다로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이 두 도시는 1960~1970년대 지우베르투 지우와 카에타누 벨로주로 대표되는 MPB(Musica Popular Brasileira) 운동을 통해 브라질 대중음악을 이끈 바이아 지역과 함께 흑인 노예들의 정착 이후 아프리카 음악과 춤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곳이라 할 수 있다. 흔히 브라질 음악 하면 삼바와 나긋나긋한 보사노바 정도가 익히 알려져 있는데, 이번 브라질 여행을 통해 헤시피와 올린다를 포함한 페르남부쿠 주의 전통음악인 프레보(Frevo)와 마라카투(Maracatu) 같은 아프리카의 원초적 리듬과 그루브가 브라질의 전통음악으로 정착한 것을 확인하고 마주한 것은 또 다른 큰 수확이었다. 프레보는 분명 대단히 독특하고 매력적인 음악 장르이며, 특히 마라카투는 대중화된 삼바보다 훨씬 아프리카 음악과 춤의 원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타악기의 강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포르투 무지칼에 필자를 초청한 브라질 뮤직 익스체인지(Brasil Music Exchange)는 브라질 음악을 해외에 소개하기 위해 설립한 정부 기관으로 브라질의 각 주 정부와 별도로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브라질은 광대한 땅만큼 각 주 정부가 처한 각기 다른 재정 상태나 정책에 따라 아티스트에 지원의 양과 질에 제법 차이가 크다고 한다. 상파울루의 북서쪽에 위치한 미나스제라이스 주는 지역 아티스트에 대한 지원이 가장 활발한 경우로 인구 1000만이 넘는 가장 큰 도시인 상파울루나 리우에 사는 수많은 아티스트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브라질은 브릭스(BRICS)의 맨 앞에 놓일 만큼 석유와 천연자원을 바탕으로, 2014년 월드컵과 내년 리우 올림픽을 유치하는 등 소위 신흥 개발도상국으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물론 이 같은 개발의 뒤안길에는 ‘파벨라’라 불리는 엄청난 빈민 지역이 상존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농업 지역으로 브라질에서도 부유하지 않은 주에 속하는 페르남부쿠는 아티스트, 특히 음악가에 대한 지원만큼은 다른 주에 뒤지지 않는다. 이를 반영하듯 주도인 헤시피에서는 6년째 포르투 무지칼이 열리고 있다.

2월 4일부터 7일까지 4일간 헤시피 시내의 프레보 박물관과 주립 수공예품 박물관 등이 위치한 헤시피 시내의 광장에 쇼케이스를 위한 야외무대를 꾸며지고, 소극장에서는 해외 초청자와 브라질 뮤지션, 매니저가 만나는 스피드 미팅과 컨퍼런스가 열렸다. 낮에 열리는 데이 케이스(Day Case)는 실내 공간의 구성과 컬러풀함으로 헤시피의 보물이라고 할 수 있는 프레보 박물관에서 매일 오후 2시에 열렸다. 워멕스의 데이 케이스도 그렇지만 대부분 어쿠스틱한 사운드를 가진 밴드들이 오른다. 그중에서도 휴고 린스라는 이름을 잊을 수 없을 듯하다. 페르남부쿠에서 활동하는 기타리스트 휴고 린스가 리더인 퀄텟은 수많은 브라질 출신 재즈 밴드 중에서도 단연 빛나는 사운드와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밤에 열린 쇼케이스보다 낮 공연이 훨씬 밀도 있고 집중도가 높았다. 밤 쇼케이스는 시민에게 무료로 공개해 카니발을 앞두고 들뜬 사람들의 전유물이 된 듯했고, 최근 대세인 일렉트로 음악을 하는 밴드가 절반 이상이라 인상적인 공연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일반적으로 뮤직 마켓에 초청되면 의무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스피드 미팅이다. 이틀 동안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5시간씩 15분 단위로 실로 엄청난 수의 브라질 뮤지션과 매니저를 만나야 했다. 점심을 걸러가며 진행한 터라 필자를 포함한 해외 초청자들에게는 상당히 힘든 일이었지만, 자신의 음악을 설명하고 해외 진출을 원하는 이들의 열정에 최대한 피드백을 하고 그들의 음악이 적절히 소개될 수 있는 정보를 아낌없이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바야흐로 지구촌 음악 시장은 자국의 음악을 알리고 해외 진출을 목적으로 하는 뮤직 마켓이 전성기를 맞았다.

글 이정헌(전 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에이팜 총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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