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컨·오스카 해머스타인 ‘All The Things You Are’

황덕호의 스탠더드 넘버 ❹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5년 4월 1일 12:00 오전

봄, 사랑에 빠지면 이 곡을 들어라

작곡가이자 평론가인 앨릭 와일더가 지적했듯이 제롬 컨(1885~1945)은 20세기 전반 미국 대중음악의 황금시대를 완성한 여러 작곡가 가운데 단연 최초의 인물이다. 국제적 명성을 얻은 것은 어빙 벌린과 조지 거슈윈이 먼저겠지만 완성도 높은 노래, 틴 팬 앨리(Tin Pan Alley)의 ‘직업’ 작곡가라는 수식에 어울리는 작품을 만들고 독자적인 미국 스타일을 완성했다는 점에서 제롬 컨은 확실히 최초의 인물이었다. 아울러 비교적 늦은 나이이긴 했지만 그는 1925년 작사가 오스카 해머스타인(1895~1960)을 만나 2년 뒤 발표한 ‘Show Boat’를 통해 정상의 뮤지컬 작곡가로 올라섰다.

‘Show Boat’의 성공 이후 컨의 주 무대는 브로드웨이에서 할리우드로 서서히 옮아갔다. 그러한 변화 속에서 컨은 브로드웨이에서의 마지막 작품 ‘Very Warm For May’를 이미 1939년에 발표했는데, 브로드웨이를 떠나면서 일생일대의 노래 한 곡을 그곳에 남긴 것이다.

오로지 ‘당신(You)’과의 입맞춤

제롬 컨의 뛰어난 노래는 여러 곡이 있지만 이 뮤지컬에 등장한 ‘All The Things You Are’의 탁월한 아름다움은 그 무엇도 결코 넘어설 수 없었다.

뮤지컬에 등장한 노래를 따로 부를 때 오페라의 레치타티보와 같은 서창(敍唱, verse)은 늘 생략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곡의 서창이 다른 뮤지컬 히트곡에 비해 거의 불리지 않는 점은 무척 아쉽다. 서창의 마지막 악절 “All that I want in all of this world is You”가 낭만적인 루바토 리듬을 타고 흐를 때 마지막 음절 ‘You’는 본곡의 첫 악절 “You are promised kiss of spring time”의 ‘You’와 절묘하게 겹친다. 하지만 ‘You’를 매개로 서창에서 본곡으로 넘어가는 꿈결같은 분위기의 전환은 극소수만의 녹음에서만 만날 수 있다. 심지어 노래를 발표한 그해에 토미 도시·아티 쇼가 자신의 빅밴드와 남긴 녹음에서도 늘 그렇듯 서창을 생략했다. 비교적 많은 서창을 복원시킨 엘라 피츠제럴드의 ‘송북(Songbook) 시리즈’에서도 이 노래는 서창 대신 새로 만든 서주를 사용해 정말 아쉽다. 필자가 들은 음반 가운데 애니 로스의 녹음(1963)이 서창 부분을 되살렸지만, 원곡의 낭만성을 잘 살린 것은 뜻밖에도 R&B 가수에서 재즈 가수로 전향한 커티스 스티거스의 녹음이다(음반①). 커티스의 목소리는 다분히 남성적이다 못해 심지어 마초적(?)으로까지 느껴질 때도 있지만, 서창의 분위기를 이어가면서 그 누구보다도 꿈속을 헤매는 듯 이 곡을 노래한다.

원곡의 낭만성에 도전과 실험을 더하다

이 곡이 본격적으로 연주되면서 오늘날의 스탠더드 넘버로 남게 된 것은 역시 비밥 시대 이후다. 한 섹션에 8마디씩, A-A-B-A 구조로 되어 있는 이 노래는 원래 32마디(8×4)가 되어야 정상이지만 마지막 A에 4마디가 더 붙어 있다는 점과 더불어 모든 마디에서 코드를 바꿔야 하는 당시로서는 복잡한 화성 진행은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비바퍼들을 매료시켰다. 특히 찰리 파커는 이 곡의 브리지 부분(B섹션)의 코드 진행을 좋아했는데 이 부분의 가사 “You Are The Angel Glow”의 머리글자를 따 ‘야태그(YATAG)’라는 애칭으로 부를 정도였다. 파커는 ‘All The Things You Are’의 코드 진행을 바탕으로 ‘Bird Of Paradise’를 작곡했고 레니 트리스태노의 ‘Ablution’, 케니 도햄의 ‘Prince Albert’, 덱스터 고든의 ‘Boston Bernie’ 등이 그 뒤를 이어 같은 방식으로 탄생했다. 1945년 찰리 파커가 몸담고 있던 디지 길레스피 섹스텟의 녹음(음반②)을 들어보면 주제의 모든 부분을 디지가 연주하지만 브리지만은 파커가 연주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파커의 애정을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 녹음의 진정한 의미는 곡이 시작되기 전 디지가 붙인 8마디의 전주에 있다. 저음에서 주술처럼 반복되는 이 전주는 다른 연주자들이 광범위하게 받아들이면서 확고한 전통이 되었다. 디지·파커·버드 파월·찰스 밍거스·맥스 로치가 함께한 역사적인 매시 홀 실황 녹음(1953)은 물론이고 존 루이스(1956)·아마드 자말(1958·1992)·빌 에번스(1963)·조 헨더슨(1985)·모던재즈 콰르텟(1992)·에디 루이스와 미셸 페트뤼시아니(1994)의 녹음이 모두 디지의 전주를 사용했다. 이 전주를 통해 ‘All The Things You Are’는 보다 들끓는 에너지를 담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리프(riff, 반복되는 짧은 악절) 스타일의 디지 전주에 기대지 않고 독창적인 전주를 만들려는 시도도 많았다. 특히 피아니스트들은 카덴차로 도입부터 긴장감을 한껏 끌어올린 다음 본곡을 시작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햄프턴 호즈(1955)를 시작으로 곤살로 루발카바(1990)·프레드 허시(1992)·브래드 멜다우(1999) 등이 모두 이러한 경향에 속한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 키스 재럿은 단연 발군의 녹음을 남겼다. 그는 이 곡을 1983년에도 녹음했지만 6년 뒤의 실황 녹음(음반③)은 2분 30초 동안 숨 막히는 전주를 경과하면서 본곡의 진입로에서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만들어낸다. 그는 이 연주를 소니 롤린스에게 헌정했는데, 이는 롤린스 녹음(1957)에서도 듣지 못한 ‘소니 롤린스 스타일’이다.

소니 롤린스는 1963년에 이 곡을 한 번 더 녹음하면서 그의 우상 콜먼 호킨스와 테너 색소폰 이중주를 펼쳤다. 이러한 해석은 이 곡이 두 사람 간의 상호작용, 대위법적 선율에 어울린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호킨스·롤린스 이전에도 이미 이런 시도는 있었다. 그중 제리 멀리건은 이 곡에 여러 번 도전했는데 쳇 베이커와 함께한 그의 콰르텟으로 두 번(1953·1957), 여기에 초청 연주자 리 코니츠를 더해 3관 편성(1953)으로도 녹음했다. 그는 1962년 폴 데즈먼드와도 짝을 이뤄 2관 편성으로 한 번 더 녹음을 남겼다. 그들과 한 동네에서 활동한 아트 페퍼와 원 마시의 녹음(1956)도 매우 훌륭하다. 기타리스트 짐 홀은 같은 현악 주자인 론 카터(1982)·팻 메스니(1998)·조지 므라즈(2001)와 각각 이중주를 녹음했으며 7현 기타의 명인 조지 밴 엡스도 후배 기타리스트 하워드 앨든(1991)과 정교한 앙상블을 들려줬다. 심지어 지미 스미스는 해먼드 오르간 독주(1957)로 이 곡의 바로크적 성격을 부각시켰는데, 이러한 해석의 결정판은 이미 1952년에 메리언 맥파틀랜드에 의해 완성되었다(음반④). 그녀의 양손이 펼치는 정교한 대위선율은 어쩌면 제롬 컨 자신도 상상하지 못한 ‘푸가의 기법’을 음악의 저 깊은 심연에서 건져 올렸는지도 모른다. 이렇듯 진정한 재즈의 명곡은 수많은 연주자에게 상상의 원천이 되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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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추천 재즈음반

1 Baby Plays Around

Concord CCD-4944-2|연주 시간 4분 35초|1997년 녹음|커티스 스티거스(보컬)+래리 골딩스(피아노)/드니스 어윈(베이스)/빌 스튜어트(드럼)

2 Shaw Nuff

Musicraft MVSCD 53|연주 시간 2분 44초|1945년 2월 28일 녹음|디지 길레스피(트럼펫)+찰리 파커(알토 색소폰)/클라이드 하트(피아노)/에디 팔미에리(기타)/슬램 스튜어트(베이스)/코지 콜(드럼)

3 Tribute

ECM 847 135-2|연주 시간 8분 57초|1989년 10월 15일 실황 녹음|키스 재럿(피아노)+개리 피콕(베이스)/잭 드조넷(드럼)

4 Great Britain’s

Savoy Jazz SVY 17217|연주 시간 2분 42초|1952년 4월 21일 녹음|메리언 맥파틀랜드(피아노)+맥스 웨인(베이스)/멜 젤닉(드럼)|이 앨범은 맥파틀랜드와 조지 시어링의 녹음을 한 장에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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