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문으로 듣던 그 방송, 팟캐스트 즐기기

클래식 음악, 영화, 책 애호가들이 즐겨 듣는 팟캐스트 추천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5년 5월 1일 12:00 오전

팟캐스트가 진화하고 있다! 2011년 ‘나꼼수’ 열풍으로 대중화된 팟캐스트가 오늘날 시사·정치 분야를 넘어 문화 예술·출판 시장에서 적극 활용되고 있다. 고가의 티켓 때문에 클래식 음악회를 찾는 데 부담을 느끼던 사람들은 공연장에서 운영하는 팟캐스트를 통해 실황 음악을 감상하고, 독서가 어려운 사람들은 유명 작가가 낭독·해설해주는 팟캐스트를 통해 다양한 서적을 접한다. 이 정도는 팟캐스트의 매우 기본적인 기능. SNS를 통해 출연자와 직접 교류하거나 오픈 스튜디오가 있는 문화 공간에서 다른 청취자와 대면·소통하기도 한다. ‘대안 언론’의 기능으로 주목받던 팟캐스트가 ‘대중매체’ ‘1인 방송국’의 성격을 띠며 다채로운 콘텐츠를 만들고, 새로운 유희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팟캐스트는 기존의 라디오와 전체적 포맷은 비슷하지만, 방송 시간에 맞춰 들을 필요 없이 업데이트되어 있는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다운로드해 시청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팟캐스트를 듣는 이들은 공중파 라디오 프로그램의 청취자와 달리 자신의 취향에 따라 방송을 선택하므로 출연자와 청취자, 청취자와 청취자 간에 보이지 않는 유대가 형성된다. 출연자들의 말투는 자연스럽고, 방송 시간이 정해진 것도 아니라서 이야기의 주제를 보다 깊이 다룰 수 있다.

팟캐스트는 오프라인에서도 큰 영향력을 가진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빨간책방’을 통해 언급한 책은 출간된 지 11년 만에 대형 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고, 채사장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던 무명의 젊은이는 ‘지대넓얕’에서 이야기한 내용을 책으로 엮어 스타 작가가 됐다. 세 명의 방송국 PD가 모여 영화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씨네타운 나인틴’은 큰 반응을 얻어 SBS 라디오의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되기도 했다.

팟캐스트가 뉴미디어로서 점점 큰 힘을 갖게 될까, 그저 재미로 누려질까. 아직 어느 쪽에도 확답을 내릴 수는 없지만, 팟캐스트가 큰 가능성을 지닌 매체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3년간 여행 관련 팟캐스트를 진행해온 공중파 방송 아나운서 출신 작가 손미나와 회당 15만 건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하는 인기 팟캐스트 ‘빨간책방’의 진행자 이동진·작가 허은실을 만나 팟캐스트의 ‘진짜 재미’에 대해 물었다. 이들이 들려준 이야기를 지면에 옮긴다.

‘싹수다방’ 진행자 손미나

작가 겸 방송인 손미나가 ‘손여사(손미나의 여행사전)’ ‘손언니(손미나의 언제 갈거니)’에 이어 최근 ‘싹수다방’을 시작했다. 여행 관련 팟캐스트를 진행한 지 햇수로 3년째. 여전히 전체 다운로드 순위에서 상위권 자리를 지키고 있다. 프로그램명은 바뀌었지만 전체 구성은 비슷하다. 매번 새로운 게스트가 출연해 진행자인 손미나와 함께 삶과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고, 음악가가 고정 게스트로 참여해 중간중간 라이브 연주를 들려준다. 지난 2월 새롭게 단장한 ‘싹수다방’에는 이효리·유해진·송은이와 건축가 오영욱 등이 출연했고, 피아니스트 조윤성이 함께하고 있다.

‘싹수다방’은 손미나가 2013년에 설립한 손미나앤컴퍼니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손미나앤컴퍼니는 ‘싹수다방’을 녹음하는 오픈 스튜디오와 커피숍, 그 외 다목적 기능의 공간을 만들어 ‘싹 여행연구소’ ‘싹 여행선물’ 등 다양한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여행’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한 ‘소통의 장’인 셈이다. KBS 아나운서의 옷을 벗고 여행 작가로 활동한 지 8년째인 그녀는 이곳에서 어떤 비전을 품고 있을까.

처음 팟캐스트를 시작할 때 기대한 것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방송을 20년 가까이 한 방송인으로서 ‘확률의 게임’이라는 점이 저를 갈등하게 했고, 새로운 꿈을 꾸게 했습니다. 더 이상 시청자들은 TV 프로그램에서 세팅해둔 의제를 비판 없이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자신의 여가를 TV에 할애하지도 않고요. 이러한 환경에서 ‘사람들이 두루 많이 보는 프로그램’이라는 기준으로 집계되는 시청률은 힘을 잃게 되고, 거기에 의존하는 방송 역시 경쟁력을 잃을 거라는 것이 자명해 보였습니다. 팟캐스트를 시작하기 전 변화를 감지했고, 여행과 행복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보다 깊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뉴미디어로 팟캐스트를 선택했습니다. 제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건 생각보다 빨리 체감됐어요.

3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팟캐스트를 꾸준히 진행하는 데 가장 큰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저도 행복하고, 청취자도 행복한 방송이라는 점이 가장 큰 원동력인 것 같아요. 저는 운 좋게 많은 여행을 했고, 아름다운 풍광, 잊지 못할 에피소드를 마음에 품고 있어요. 이것들이 제 안에 머물러 있지 않고 많은 이에게 전달되면, 그것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달되겠죠. 행복과 꿈의 나비효과라고 할까요. 제 꿈을 실현하는 데 팟캐스트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 업이 됐을 때 스트레스나 부담으로 다가오지는 않나요?

한마디로 행복한 부담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오히려 제게는 이런저런 비즈니스로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 시간이에요. 마음이 맞는 스태프·게스트들과 여행과 인생에 대해 한바탕 수다 떤 뒤 뒤풀이를 하고 나면, 다음 날 힘이 불끈 나서 일을 더 잘하게 되지요.

최근 오픈한 카페 싹은 어떤 기능을 위해 만든 공간인지요? 이곳에서 팟캐스트 녹음도 하고, 강의도 하는 걸로 압니다.

맞습니다. 여행을 사랑하는 분들을, 자신만의 행복을 찾으려는 분들을 위한 문화 공간입니다. 손미나앤컴퍼니는 제가 유럽에서 지낼 때 한국 사회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안타깝게 느낀 것들을 작게나마 바꿔보겠다는 다짐으로 설립한 기업입니다. 아나운서 시절에 받은 분에 넘치는 사랑을 나눠야겠다는 마음과, 제가 겪은 다양한 경험을 인생의 후배들과 어떻게 공유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담겨 있지요. 카페 싹은 가볍게 차 한잔 마실 수도 있고, 여행 고수들에게 인생을 설계하는 법을 배우며, 행복의 기운을 나누는 복합 공간입니다.

앞으로 팟캐스트라는 뉴미디어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다고 기대하는지요?

절대 권력이던 TV 방송국의 주도권을 머지않은 미래에 뉴미디어가 가져올 텐데, 그 변화를 팟캐스트가 이끌 겁니다. 팟캐스트와 유튜브의 연계로 오디오와 비디오의 라인업이 서로 시너지를 발휘하는 미디어는, 인기 TV 프로그램을 넘어서는 세계적인 파급력을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글 김호경 기자(ho@gaeksuk.com) 사진 손미나앤컴퍼니

‘빨간책방’ 작가 허은실, 진행자 이동진

마포구 합정동 대로변. 커다란 빨간 대문이 눈에 띈다. 3층에 오르면 안이 들여다보이는 스튜디오 안에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앉아 있다. ‘ON AIR’ 불이 켜지자 1~3층에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동진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빨간책방’(이하 ‘빨책’) 녹음 현장을 지켜본다. 무심히 지켜보는 사람, 메모를 하며 듣는 사람, 딴청 하며 귀만 기울이는 사람 등 각양각색이다.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에 시그널 음악이 흐르고, 이동진은 ‘책 이야기’를 시작한다.

‘빨책’은 출판사 위즈덤하우스가 운영하는 팟캐스트로, 2012년 5월에 첫 방송됐으며, 현재까지 119회가 업데이트되었다. ‘빨책’ 오픈 스튜디오가 있는 합정동의 빨간책방 카페는 2014년 6월에 오픈했으며 ‘빨책’에 등장한 책 외에 다양한 서적을 판매하는 공간과 커피숍, 이동진의 작업실 등으로 나뉘어 활용되고 있다. 평소에는 카페 이용객만 오가지만 ‘빨책’을 녹음하는 날에는 애청자로 가득 찬다. 이곳에서 만난 황지영 씨(33세)는 “지방에 살고 있는데, 서울에 볼일이 있어 올라왔다가 ‘빨책’ 녹음 일정을 확인하고 며칠간 머무르며 기다렸다. 공중파 방송에는 다소 권위적인 평론가들이 많이 출연하는데, 이동진 평론가는 청취자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친절히 설명해줘서 좋다. 팟캐스트라는 매체의 편안함과 이동진 평론가에 대한 신뢰가 ‘빨책’을 애청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빨책’은 작가 김중혁, ‘씨네21’지 이다혜 기자가 번갈아 출연해 이동진과 책 한 권에 대해 전 방위 ‘수다’를 떠는 방송이다. 원고는 허은실 작가가 그날의 내용과 어울리도록 작성하는 오프닝 원고 외에는 없고, 각자 책을 읽고 느낀 것에 대해 적어온 간단한 메모만 펼쳐놓은 채 방송을 시작한다. 이 메모조차 대화에 집중하다 보면 무용지물이 되기 일쑤. 생각과 감정의 확장을 제한하지 않기 위해 방송 직전까지 책의 제목 외에는 배경 지식이나 대화의 주제 등 어떤 것도 공유하지 않는다. 덕분에 이들의 대화에는 생기가 돌고, 제한 없이 깊이 빠져든다. 종종 삼천포로 빠지기도 하지만, 이들의 엉뚱한 말장난과 농담도 ‘빨책’의 인기 요인이다.

책 선정은 전적으로 이동진이 한다. 소설과 비소설을 번갈아 다루고, 신간과 구간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덕분에 66·67회에서 다룬 이언 매큐언의 ‘속죄’는 출간한 지 11년 만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무려 119회를 진행하는 동안 제작사인 위즈덤하우스의 책은 윤태호 작가의 ‘미생’ 단 한 권만 다루었다. 이에 대해 출판사의 ‘압박’은 전혀 없었을까. 위즈덤하우스 편집자 김은주 씨는 “처음부터 실질적인 책 판매 수익을 기대하고 기획한 게 아니다.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책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보다 많은 책을 소개하면 궁극적으로 출판 시장에도 도움이 될 거라는 바람으로 시작했다. 카페 운영이 잘되고 있고, 출판사 내·외부 행사를 진행하는 데 공간 활용도도 높아 여러 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얻고있다. 앞으로도 ‘빨책’을 직접적 홍보 수단으로 활용할 계획은 없고, 지금처럼 이동진 씨에게 전적으로 맡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월까지 SBS 라디오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DJ로 활동한 영화평론가 이동진과 10여 년간 라디오 방송작가로 활동하다 2010년에 시인으로 정식 등단한 허은실 작가와 ‘빨책’ 스튜디오 안에서 만났다.

‘빨책’ 초창기에 제작사인 위즈덤하우스와 어떤 것을 논의했는지 궁금합니다.

이동진 대단한 걸 하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재미있겠다’ 정도였죠. 위즈덤하우스는 제가 영화평론가로 10여 년간 프리랜서 활동하면서 낸 책의 전부를 출간한 출판사예요. 신뢰가 쌓인 상황에서 책에 대해 다루는 팟캐스트를 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았고,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호기심에서 비롯된 유희 정신으로 시작했죠. 책을 읽는 건 제 평생의 취미였거든요.

허은실 독서라는 게 사적이고, 은밀하고, 내밀한 행위잖아요. 그런데 팟캐스트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공감하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았죠. 미미하겠지만 사회적 지성과 감수성이 높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많은 관심을 받으면서 이제는 영향력을 지니게 되었는데, 그로 인해 변화된 게 있나요?

이동진 지금의 결과는 ‘노린’ 것이 아니에요. 좋다면 좋은 힘이 생겼지만, 지금도 ‘우리가 가진 힘을 활용해보자’ 하는 생각은 전혀 없어요. 책을 좋아하고 읽어온 사람으로서 제가 좋아하는 책, 세상에 가치 있다고 믿는 책들을 신뢰할 수 있는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할 뿐이에요. 의무와 목적만 가지고 방송을 한다면 듣는 사람들도 분명 재미없게 느낄 거라 생각합니다.

두 분 모두 라디오 매체에 익숙할 텐데, 라디오와 팟캐스트 방송을 할 때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이동진 공중파 방송의 라디오는 모든 게 정해진 대로 흐르죠. 일단 광고나 음악, 멘트가 정해진 시간에 정확히 방송돼야 해요. 또 진행하는 DJ와 원고 쓰는 방송작가의 영역이 대부분 나뉘어 있죠. 물론 그래서 방송이 깔끔하고, 구성이 탄탄한 것은 라디오만의 장점이에요. 팟캐스트는저와 허 작가, 게스트들이 운영하는 ‘독서클럽’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조금 어수선할 수 있지만 자연스럽죠. 하는 사람 모두가 재미있고요.

허은실 라디오 청취자와 팟캐스트 청취자는 달라요. 관심 있는 분야의 팟캐스트를 검색하고, 직접 다운받는 등 약간의 수고가 따름에도 꾸준히 듣는다는 건 그만큼 애정이 있다는 거겠죠. 저희도 팀워크가 잘 맞지만, 들으시는 분들끼리도 같은 취향을 공유하고 책이라는 공통분모가 존재하기에 친밀감이 있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아주 끈끈한 건 아니고요. 뭐랄까, 새카만 어둠 속에서 반딧불이 깜빡깜빡하듯이 전국에 퍼져 있는 분들이 약간의 빛을 살짝살짝 발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런 생각을 하면 어떤 면에서 감동스럽기도 해요.

이동진 와, 이거 우리 오프닝으로 씁시다.(웃음) 허 작가의 말에 덧붙이면, 인도네시아 맹그로브 숲에 수많은 반딧불이 산대요. 수만 마리가 제각각 떠다니다 밤이 깊어 어떤 순간이 되면 동시에 불을 켰다 껐다, 켰다 껐다 한대요. 수많은 미물이 어떻게 동시에 빛을 낼까요. 이상한 감동이에요. ‘빨책’의 청취자에게도 느슨한 연대가 있는 것 같아요. 많은 사람이 한 권의 책을 읽고 나면 누군가는 보수주의적으로, 누군가는 진보주의적으로, 또 누군가는 냉소적으로, 누군가는 감명 깊게 읽겠죠. 그럼에도 ‘빨책’이라는 부분집합이 있으니 빛이 나는 것 같아요.

방송 전, 책에 담긴 내용에 대해 어느 정도 상의하면 대화의 내용이 더 구체화되지 않을까요?

허은실 ‘빨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출연자들이 보이는 ‘반응’인 것 같아요. 사적으로 책을 읽은 후, 이곳에 와서 하얀 백지 위에 키워드를 던졌을 때 서로 주고받는 생각이 이 방송을 이끌어가는 동력이죠. 대화 자체가 가지는 생명력이 있잖아요. 식물의 촉이 어딘가를 향해 뻗어가듯이 대화라는 것도 길을 터가고, 흐름을 만들어가고, 에너지를 만들죠.

이동진 상대방의 말과 그 말을 듣고 촉발되는 나의 생각이 한데 섞였을 때 진정한 대화가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글’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말하기 때문에 청취자도 즐거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팟캐스트라는 뉴미디어의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이동진 죄송하지만 ‘빨책’ 외에 들어본 방송이 별로 없어서 답하기는 어려울 것 같네요. 하지만 팟캐스트는 내용이 아닌, 방식의 아마추어리즘이 있어요. 그게 듣는 사람들을 편안하게 만드는 것 같고요. 특정 방송을 3년 정도 하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는데, ‘빨책’은 전혀 지겹지가 않아요. 주체적이고 즐겁게 하는 방송이기 때문이겠죠.

허은실 ‘매너’가 없는 사람이라서 그런가 봐요.

이동진 난 매너가 너무 좋아 별명이 ‘매너 리’야.

허은실 ‘매너리스’가 아니고?

이동진 하하.

방송이 끝난 후 빨간책방 카페에서 나와 비 오는 합정동 거리를 걸으며 팟캐스트는 일상과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싹수다방’ ‘빨책’ 외에 우리를 웃게 할 팟캐스트를 다음 페이지에 소개한다.

글 김호경 기자(ho@gaeksuk.com) 사진 심규태

요즘 ‘핫’한 인기 팟캐스트 7

팟캐스트란?

애플의 아이팟(Ipod)과 방송(Broadcasting)을 결합해 만든 신조어로, 오디오 또는 비디오 파일 형태로 전달하는 각종 콘텐츠를 말한다. 2000년대 초반, 미국에서 웹로그 기반의 라디오 방송국이 오디오 형태로 블로그에 업로드하는 형태로 시작, 2004년부터 ‘팟캐스트’라는 용어가 사용되며 유행했다. 기존의 라디오와 포맷은 비슷하지만, 시간에 맞춰 들을 필요 없이 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다운로드해 시청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 PC나 휴대폰에서 다운로드가 가능하고, 관심 프로그램을 구독해놓으면 자동 업데이트된다.

뮤지컬 이야기쇼 이석준과 함께

‘뮤지컬 이야기쇼 이석준과 함께’가 지난 2월부터 팟캐스트를 활용한 다시듣기 서비스를 시작했다. ‘뮤지컬 이야기쇼 이석준과 함께’는 충무아트홀에서 배우 이석준이 진행하는 뮤지컬 토크쇼로, 매 회 뮤지컬 배우가 출연해 라이브 공연과 함께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주어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이석준의 유머러스하고 매끄러운 진행이 인기를 끄는 요인. 2004년 4월 첫 회 공연을 시작해 2007년에 100회를 마지막으로 시즌1을 마무리했고, 2011년부터 시즌2를 새로 시작해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팟캐스트는 지난 2월부터 시즌2가 업데이트되고 있다.

공연 시작부터 마지막까지의 실황을 녹음한 이 팟캐스트는 ‘뮤지컬 이야기쇼 이석준과 함께’의 팬에게는 공연에서 느낀 재미와 감동을 되살리는 소장품이 된다. 또 아직 접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공연을 미리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음질에서 약간의 아쉬움이 느껴지지만, 첫 회와 비교해보면 점차 개선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소설가 김영하가 직접 책을 선정해 읽어주는 팟캐스트로, 현재까지 국내외를 망라하고 소설·시·에세이·산문집 등 다양한 장르의 책을 다뤘다. 작가는 미리 책을 선정하지 않고, 방송 직전 서재 앞에서 서성이다 그 순간 말을 걸어오는 책을 즉흥적으로 꺼내 든다고 한다. 이 때문일까. 작가가 책을 읽어주는 목소리에는 진심으로 그 책을 좋아하고,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깃들어 있다. 이것이 이 팟캐스트가 2010년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일 터. 작가가 들려주는 책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도 흥미롭다. 작가 본인의 책을 선정한 날에는 다른 곳에서 쉽게 들을 수 없는, 집필 과정과 관련한 에피소드도 들을 수 있다.

업데이트 날짜는 자유로운 편. 처음 시작할 무렵에는 대략 일주일에 한 회씩 업데이트했는데, 지금은 두세 달에 한 번 정도 한다. 업데이트를 손꼽아 기다리는 애청자만 애간장이 탄다. 아직 방송을 접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일단 김영하 작가의 나긋나긋한 중저음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자. 어느새 당신도 다음 업데이트 날짜를 손꼽아 기다리게 될 것이다.

지대넓얕

작년 4월부터 시작한 ‘지대넓얕’은 현재 인문학 분야에서 화제의 팟캐스트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을 줄여 만든 제목이 흥미롭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넓은’ 주제를 ‘얕게’ 다루는데, 예를 들면 우주의 탄생부터 사후 체험,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사랑, 철학, 인간의 유래 등 그야말로 광대하다. 막상 방송을 들어보면 어렵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재미있다. 자유주의자 ‘채사장’, 유물론자 ‘깡선생’, 과학을 신봉하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 ‘이독실’, 동양 철학과 도에 관심이 많은 ‘김도인’이라는 개성 뚜렷한 네 명의 진행자가 쉽지 않은 주제를 쉬운 대화로 풀어간다. 출퇴근길, 박식하고 입담 좋은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웃기도 하고 가끔 진지한 생각에 빠지다 보면, 어느새 ‘넓지만 결코 얕지 않은’ 지식을 얻게 된다.

한 주에 한 회씩 1·2부로 나뉘어 업데이트한다. 진행자인 ‘채사장’이 방송의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 두 권이 같은 제목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현재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것을 보면 ‘지대넓얕’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이지 클래식(Easy Classic)

‘버들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이지 클래식’ 진행자는 우연한 기회에 클래식 음악 방송팀에서 작가로 일하게 되면서 클래식 음악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고 한다. 그녀는 문득 자신처럼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지만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팟캐스트를 만들기로 결심했단다. 작년 5월부터 시작해 매주 수요일 업데이트하는 ‘이지 클래식’의 가장 큰 매력은 전문가가 ‘가르쳐주는 것’이 아닌, 일반인 클래식 애호가가 청취자와 같은 눈높이에서 ‘함께 공부해나가자’라고 말하는 것이다.

누군가 ‘클래식 음악을 공부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요?’라고 묻는다면 ‘이지 클래식’의 첫 회를 들을 것을 권하고 싶다. 피겨 선수 김연아의 경기에 사용돼 많은 사람에게 익숙한 클래식 음악을 위주로 선곡해 오케스트라 명칭의 구분법, 역할에 따른 성악가의 명칭에 대해 쉽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또 연주자의 해석에 따라 음악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느낄 수 있도록, 같은 곡을 연주한 두 연주자의 곡을 비교해 들려주기도 한다. 이러한 친절함이 ‘이지 클래식’의 인기 비결. ‘버들이’는 방송을 통해 말한다. “클래식 음악,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요, 우리 곁에 가까이 있어요”라고.

진중권의 문화다방

미학자이자 평론가, 그리고 논객으로 알려진 진중권. 그가 진행하고 창비라디오가 제작하는 ‘진중권의 문화다방’에서는 문화 예술계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주로 진중권이 게스트에게 질문을 던지는 인터뷰 형식으로, 2014년 4월에 첫 방송을 시작해 현재까지 20여 명의 게스트를 초대했다. 작가 황석영·이외수, 사진가 구본창, 미술가 임옥상, 시각디자이너 안상수와 윤종신·김장훈·신대철 등의 대중음악가 등 여러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작품과 인생의 궤적을 따라가본다. 문화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에게는 흥미를, 차세대 예술가를 희망하는 이들에게는 유익함을 제공한다.

초대한 예술가들의 작품과 삶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 그리고 이를 이끌어내는 진중권의 노련한 진행과 해박한 지식이 돋보인다. 업데이트는 매주 목요일에 이뤄지며 다른 팟캐스트에 비해 규칙적인 편. 게스트마다 1·2부로 나누어 2주에 걸쳐 업데이트한다. 얼마 전에는 진중권이 이 방송에서 만난 예술가 중 8인의 인터뷰를 정리한 ‘진중권이 만난 예술가의 비밀’을 출간했다. ‘객석’ 5월호 202쪽에서 책에 대한 소개를 볼 수 있다.

예술의전당

‘이지 클래식’이 너무 ‘이지(Easy)’하다면 ‘예술의전당’ 팟캐스트는 어떨까. 예술의전당의 기획 공연 ‘예술의전당 토요 콘서트’와 ‘예술의전당 아티스트 시리즈’의 실황을 녹음한 것으로, 무엇보다 비싼 표를 구하지 않아도 좋은 객석에 앉은 듯 상당히 훌륭한 음질의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지방에 거주해 서울에서 열리는 공연을 보기 어려운 이들에게도 유용한 팟캐스트다.

사실 클래식 음악회장에서 팟캐스트를 운영하는 경우는 드물다. 외국의 경우에도,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나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 연주 단체에서 운영하는 팟캐스트가 대부분이다. 그런 면에서 예술의전당의 팟캐스트는 더욱 매력적이다.

2013년 4월부터 시작한 예술의전당 팟캐스트는 매월 중순경, 악장별로 나누어 업데이트한다. 진행자가 없는 실황 녹음 방송이라 음악 감상용으로 좋다.

뮤생

‘뮤지션들의 생활이야기’를 줄인 ‘뮤생’. 올 1월에 처음 시작한 이 방송은 몇 가지 특이점이 있다.

우선 신대철과 윤종훈이라는 두 진행자의 조합이 눈에 띈다. 신대철은 한국 록의 대부인 신중현의 아들이자 1980~1990년대를 풍미한 밴드 시나위 기타리스트다. 여기에 ‘세작’이라는 이름으로 정치 팟캐스트 ‘이이제이’에서 진행자로 활동 중인 윤종훈이 함께한다. 서로 전혀 다른 분야의 이 둘이 어떤 인연으로 만나게 됐는지 드러나지는 않지만, 방송에서 보여주는 둘의 호흡이 의외로 좋다. 입담 좋은 윤종훈의 매끄러운 진행과 가끔씩 낮은 목소리로 툭툭 던지는 신대철의 멘트가 웃음을 자아낸다.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지금까지 섭외된 게스트에 있다. 힙합 가수 가리온, 밴드 크래쉬 출신의 기타리스트 이성수, 가수 리아·현진영 등 모두 과거의 영광을 뒤안길로 보내고 현재는 결코 대중적이라고 할 수 없는 가수들이다. 1990년대에 청춘을 보낸 독자라면 반가울 것이다. 한때 전설이었던 이들의 근황과 과거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들을 수 있다.

팟캐스트 청취 방법

안드로이드 사용자는 ‘팟빵’ 등 팟캐스트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실행한 후 팟캐스트의 제목을 검색하면 청취할 수 있다. 아이튠즈 이용자는 아이튠즈 혹은 Podcast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청취 가능하다.

글 임형준 인턴 기자(editor1@gaeks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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