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경영지원센터 김선영 대표

선순환 구조, 그 가능성을 향해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5년 8월 1일 12:00 오전

지난 7월, 대학로 홍익대캠퍼스 안에 자리한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도착하니 분주한 공기가 한껏 밀려왔다. 때마침 예술경영지원센터 사업 공모 관련 심사가 있던 날이라 내부 직원이며, 외부 방문객들까지 한데 뒤섞인 풍경에 물 위의 유람선을 띄우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는 수중 모터가 연상됐다.

2006년 설립된 예술경영지원센터(이하 예경)의 접촉 대상에 일반 대중은 없다. 하지만 평소 관객으로 애정을 갖고 여러 공연장을 방문하며 해외 프로덕션 공연 관람에 열을 올린 사람이라면, 또는 우리 아티스트들의 해외 활동 소식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라면 그 모든 과정이 크고 작게 예경과 관련되어 있음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서울아트마켓을 비롯해 예술 분야 국제교류 및 해외진출 지원, 국내외 예술시장 정보 구축 및 관리 활용, 예술기관 운영 및 경영 인력 양성과 컨설팅 등이 예경에서 진행되는 주된 사업이다.

올해 3월 예경은 새로운 수장을 맞이했다. 김선영 대표는 1991년 한국교육방송공사 PD 생활을 시작으로 20년 가까이 방송계에 몸담아온 인물이다. 예경으로 오기 전 2012년부터 2년간 경기콘텐츠진흥원 산업본부장을 역임했다.

예경에 신임 대표가 임명된 지 한 달여 만인 지난 4월, 기획재정부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 통폐합을 추진하면서 예술 분야에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예술경영지원센터를 폐지해 문화예술위원회에 소속시키는 방안을 두고 정책토론회를 가졌다. 그후 이에 대한 적지 않은 반발로 결국 모든 기관을 유지하되, 핵심 기능만을 조정하는 데 그쳤다. 그럼에도 앞으로 문화예술 분야 밖에서 지적하는 기관별 기능 중복에 회오리를 완전히 피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 예경으로선 기관에 새롭게 요구되는 미션과, 새로운 방향에 대한 당위성을 대내외적으로 공고히 하는 것이 쉽지 않은 숙제일 터. 기존에 예경이 맡아온 사업 외에 최근 새롭게 추가된 사업 이슈를 중심으로 김선영 신임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


▲ 김선영 대표는 경기콘텐츠진흥원 산업본부장을 역임했으며, 한국교육방송공사(EBS)·기독교TV·동아TV·재능TV 등에서 문화예술 방송 콘텐츠를 제작, 연출했다. 연세대 건축공학과·중앙대 예술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석사)를 졸업했다

그간 경력의 상당 부분을 방송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고, 이후 경기콘텐츠진흥원 산업본부장을 역임(2012~2014)했다. 지난 경험들이 지금의 업무를 수행하는 데 어떤 영향을 주고 있나.

현 업무 중 60% 정도는 국제교류 부분이다. 방송계에서 초반에 만든 프로그램이 대부분 문화예술 관련이었고, 데스크로 가면서 프로그램 수출입 업무를 주로 맡았다. 당시 세계 유수의 견본실을 다니면서 우리는 사려고만 하지, 팔려 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우리에겐 콘텐츠도 없었고, 국가 인지도도 낮았다.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고, 국내에서 해결할 수 없는 것이 오히려 해외에선 가능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당시 맡았던 해외 교류가 지금 수행하는 일의 바탕이 되는 것 같다. 지금까지 예경의 국제 업무가 교류 측면에서 이뤄졌다면, 이제는 달라져야 할 때가 됐다고 본다. 치열한 문화 전쟁터에 나가기 위해 분석과 준비를 돕는 역할이 예경의 몫이라 생각한다.

지난 3월 부임해 업무보고를 받고 현장관계자를 만나면서 가장 와 닿았던 바는 무엇이었나.

시장 생태계적 입장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예술과 자본의 결합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기에 염려되는 부분도 있었다. 그런데 현장에서 오히려 이에 대한 전문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예술가들은 시장에 진출하고 해외에 나가고 싶은데, 구체적인 전략이나 방법론, 지원체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매니지먼트사가 있어도 극소수인지라 거기서 결정되는 가격과 대우가 전범(典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갈증이 예술가들 사이에서 크다는 걸 느꼈고, 예경이 더욱 전문적으로 통찰력을 갖고 지원체계를 갖췄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국내외 시장에 대한 심층적 분석, 이를 위한 지표 개발, 전략 도출을 통해 갈증을 해소시키는 것이 앞으로 예경이 적극 나서야 할 부분이다.

지난 4월, 기재부가 ‘공공기관 기능 조정 방향에 대한 정책토론회’를 가졌고,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문화예술기관을 대대적으로 구조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예술창작, 예술산업, 예술교육 등 핵심 기능을 조정하는 데 그쳤다. 이러한 기능 조정 추진이 왜 발생했다고 보는가.

기존에 예경이 부여받은 역할은 예술유통 및 해외 진출이다. 문화예술위원회는 창작, 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교육 및 향유 담당이다. 문화예술위원회와 예경의 기능 중복 혹은 경계가 애매하다고 보일 수 있는 부분은 갈수록 창작과 유통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오늘날 이뤄지는 창작에선 유통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여기서 유통이라는 단어를 마케팅으로 치환하면, 마케팅은 창작부터 유통까지 전반을 아우른다. 그러니 세부 사업이 다름에도 제3자 시각에서 볼 땐 유사해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창작·유통·향유로 구분하기보다 문화예술위원회는 예술창작, 예경은 예술산업 진흥을 위해 판매·유통·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기관으로 구분한 것이 현재로선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는 방안이라고 본다.

예경의 기존 미션은 ‘예술 유통 활성화와 예술기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체계적 지원으로 예술현장의 자생력 제고’였다. 앞서 이야기한 핵심 기능 조정 및 강화에 따라 미션 재설정이 요구될 것 같은데.

기존의 ‘자생력 제고’가 다소 선언적 구호로 작용했다면, ‘선순환구조’가 더해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와 관련해 몇몇 관계자에게 ‘산업화’라는 단어를 꺼냈다가 오해를 받기도 했다. 산업화라는 단어에서 떠올릴 수 있는 대량생산, 대량복제에 초점이 맞춰진 오해였다. 영화·애니메이션·방송 같은 콘텐츠에서 다뤄지는 방법론적인 측면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산업은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와 있듯,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을 만드는 모든 활동이다. 오늘날 먹고살기 위해선 누구에게나 경제 활동이 필요하다. 예술 활동을 경제적 측면에서 바라보고 조직화하여 선순환구조로 이끌어내는 것이 예술 산업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예술에 대한 정부 지원은 한계가 있거니와 무한정 지속될 수도 없다. 그 울타리 밖에 더 많은 사람이 있음을 떠올릴 때 자생력+선순환 구조를 갖추는 영역이 넓어져야 예술 분야가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향후 중점 추진 사업으로 어떤 방향을 구체화하고 있나.

선순환구조의 기반 구축을 위해서는 각종 지표를 통한 정교한 시장 분석이 필요하다. 이 가운데 전략을 도출하고 사업 설계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예술이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타 분야 산업과의 융합도 필요하다. 또한 콘텐츠산업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OSMU도 예술 분야에서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타 분야에 비해 예술 쪽은 일자리 창출 계수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현장을 살피면서 매개 인력이 구조화되어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 말한 선순환구조를 위해선 매개자들이 육성되어야 하고 전문성이 강화·조직화되어야 한다. 국제사업 부문에선 더욱 그러하다. 공연 및 시각 분야의 스타트업 기업이 늘어날 수 있게 예경이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10여 년간 예경의 가장 큰 초점은 ‘공연예술’과 ‘유통’에 있었다. 여기에 올해 시각예술 관련 사업이 추가됐다(약 47억 원). 예산 규모만 봐도 ‘공연예술’ 중심의 국제교류 및 해외진출지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금까지 예경의 행보를 생각할 때, 신규 사업의 당의성에 물음표를 갖지 않을 수 없는데.

그간 미술시장통계조사, 시각예술 분야 기획인력의 국제교류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사업인 프로젝트 비아(VIA)가 있었지만 올해 본격적으로 시각예술에 진출했다. 기존의 파이를 나눈 것이 아니라, 기존의 공연예술 부문은 그대로 가고, 시각예술이 추가된 것이다. ‘예술’이라는 단어 안에는 공연뿐 아니라 시각 등 다양한 분야가 포함되어 있다. 물론 예경의 태동 배경엔 서울아트마켓 전담기구로서의 역할이 컸고, 그동안 자연스럽게 공연예술에 집중해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현 예술계의 전반적인 흐름을 볼 때 시각예술을 도외시할 수 없고, 공연예술과 시각예술의 조화는 예경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할 가치라고 본다. 시각예술 분야에서도 예경의 미션은 미술시장 활성화 및 유통에 있다.

지난 6월 국립국악원과의 MOU 체결이 있었다. 예술 현장 자생력과 유통의 장 위에서 상대적으로 여건이 열악한 민간 국악단체에 돌아갈 기회가 적어지는 것 아니냐는 일부 목소리가 있다.

국립국악원 MOU 체결은 해외시장 공략에 가장 경쟁력 있는 장르로국악의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더불어 공공기관으로서 추구해야 할 조화와 균형 면에서 지금까지 이뤄진 해외 진출이 컨템퍼러리와 신진예술가에 집중됐다면, 전통과 중견 예술가들의 가능성을 재고하는 시도이자 실험이다. 그렇다고 기존 신진예술가 중심의 영역들을 도외시하거나 축소하는 것이 아니다. 국악이 해외 진출을 하는 데 유리한 부분을 보다 확대하고 지평을 넓혀 신진과 중견, 그 이상 세대 간의 조화를 꾀해보자는 것이다. 더불어 기존 민간 국악단체의 몫을 떼어내는 것이 아닌 파이 자체를 좀 더 키워보자는 데 있다.

한불수교 130주년 기념 ‘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 조직위 사무국을 운영 중이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한국이 보여주고 싶은 것, 동시에 한국이 경험해야 할 부분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최준호 예술감독과 전문위원들이 행사 전반을 컬러링하고 있다. 한국이 보여주고 싶은 것을 제게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자신감’이라 말하고 싶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문화예술의 변방이 아니다. 개막작으로 종묘제례악을 선정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고 있다. 전통에 바탕을 두되, 미래지향적인 한국의 젊은 예술이 두루 소개될 것이다. 동시에 프랑스는 테크놀로지와의 융합 등 최신 현대 예술의 기대주로서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예경의 일원으로선 프랑스 예술경영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세밀하게 분업화·전문화되어 있는 프랑스의 극장 시스템이나, 예술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하는 예술가를 둘러싼 제반 환경과 제도를 주목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 심규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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