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3
피아니스트 소리타 쿄헤이
나의 음악, 나의 확신
쇼팽 콩쿠르 이후, 쇼팽을 통해 넓어졌고, 쇼팽 너머 자신을 찾았다

KYOHEI SORITA
©Yuji Ueno
2021년 10월의 어느 날, 그의 삶은 지진이라도 난 듯 출렁였다. 한 번에 연주해야 하는 쇼팽의 작품이 물밀듯이 밀려들었고, 연습과 인터뷰가 끝없이 이어졌다. 전 세계와 고국인 일본 클래식 음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지낸 한 달 여의 시간. 그 후 그는 ‘일본인 피아니스트 50년 만의 쾌거!’라는 수식어와 함께 쇼팽 콩쿠르 공동 2위에 당당히 선 소리타 쿄헤이(1994~). 지휘를 꾸준히 병행하며 이제 30대에 들어선 그는, 한층 원숙해진 모습으로 예술의전당 내한 독주회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오스트리아에 머물고 있는 그와 서면으로 만났다.
큰 대회를 거쳐 달라진 삶
2021년 개최된 쇼팽 콩쿠르에서 이탈리아·슬로베니아 출신의 알렉산더 가지예프와 함께 공동 2위를 차지했죠. 콩쿠르 참가 전과 후에 어떤 것이 달라졌나요?
일본 사회에서는 직함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제가 수상자 ‘타이틀’을 갖게 된 후, 사람들의 시선이 540도나 변했을 정도니까요! 콩쿠르가 끝난 뒤, 해외 공연을 앞두고 잠시 귀국했을 때는 1년 반 동안 거의 매일 미디어 취재와 라디오·TV 출연 일정이 있었어요. 연습 시간을 확보하기가 힘들 정도였죠. 그렇게 저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청중이 늘어난 것은 기쁜 일입니다. 연주자는 청중이 있어야 비로소 완성되는 존재니까요. 제 음악을 들어주는 이들 덕분에 저는 지금도 매일 성장할 수 있습니다. 또, 콩쿠르를 통해 많은 음악계 친구를 사귀게 된 것도 전과 달라진 점이죠. 지금도 연락을 꾸준히 주고받고 있고, 연주회 일정으로 그들의 나라를 방문할 때면 현지에서 만나기도 하니, 무척 행복합니다.
콩쿠르 기간 동안 힘든 점은 무엇이었나요?
정신적으로 쉽지 않았습니다. 큰 압박을 느끼면서 제 마음의 한계를 알게 되었다고 할까요. 지금까지 쇼팽을 그렇게 많이 연주해 본 한 달은 없었어요. 연주가 너무 많다 보니 나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 기분이 가라앉기도 했습니다. 대회가 폴란드에서 개최되다 보니 다행히 일본과 관련된 정보는 차단되었지만, 그럼에도 주변의 기대가 느껴지는 것은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잠깐은 이런 압박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피아노를 치고 싶다고 생각할 때까지 드라마·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며 정신적 도피도 감행했습니다. 대회 기간 중이었는데도 말이죠!
앞으로 쇼팽 콩쿠르에 도전할 후배 피아니스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전 세계에 1만 개가 넘는 콩쿠르가 있다고 해요. 그렇지만 쇼팽 콩쿠르의 위상은 특별하죠. 가장 인기가 뜨겁고, 많은 이들의 동경의 대상입니다. 수상을 하고 나니, 어느 나라에 가든 마치 여권 비자와 같은 ‘타이틀 보유자’라는 이유로, 예전엔 만나지 못했던 관계자나 존경하는 음악가들도 만날 수 있게 되었네요. 이런 특별함 때문에 부담도 크겠지만, 연주자가 끝까지 자신의 음악을 믿었으면 좋겠습니다. 누가 뭐라 해도 신경 쓰지 말고요. 이것은 가까이 지내는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1956~)에게도 여러 번 들은 조언이었습니다.

2021년 쇼팽 콩쿠르 결선 무대 ©Wojciech Grzedzinski
사랑과 인생을 찾아가는 여정
이번 연주회에서 브람스 ‘11개의 코랄 전주곡’ 중 8번 ‘한 송이 장미가 피었네’(부소니 편곡)와 피아노 소나타 3번을 선보입니다. 브람스를 좋아한다고요?
저는 브람스의 대명사가 ‘사랑’이라고 확신합니다. 브람스의 초기에서 후기 작품으로 갈수록, 시간에 비례해서 그 애정은 점점 더 깊어집니다. 그것이 사람에 대한 사랑인지, 동물에 대한 것인지, 혹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너그러움인지…. 그 답은 제 인생을 통해 찾아가야 하겠죠. 이번 프로그램도 브람스 소나타부터 먼저 정해놓았습니다. 이 ‘f단조’ 소나타는 매우 ‘피아니스트적’입니다. 기교도 뛰어나고 구성 역시 특별해, 이후 교향곡에 대해 암시하는 듯한 부분이 곡 안에 존재하며, 무척 아름답죠. 코랄 전주곡 중 8번은 매우 짧지만 보는 관점에 따라 그 안에서 다양한 풍경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주회에는 말년 작품과 초기 소나타를 함께 배치했으니, 그 구성으로 만들어지는 대비를 잘 전달하고 싶습니다.
이번 프로그램의 후반부에는 쇼팽의 스케르초 1~4번이 놓여 있습니다. 쇼팽 콩쿠르 이후에도 이 작품들을 계속 새롭게 바라보게 되나요?
저는 쇼팽 콩쿠르 입상자인 만큼, 수많은 쇼팽의 작품을 연주해 왔습니다. 그중에서 스케르초는 연주할 때마다 매번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작품입니다. 작품 속 네 가지 인격(캐릭터)을 잘 표현해내고 싶은 욕심도 있고요.
2위를 차지한 바로 그 콩쿠르에서 아내인 코바야시 아이미(1995~) 씨도 4위를 차지했죠. 종종 함께 연주도 하고요. 코바야시 씨는 어떤 연주자입니까?
우리는 사실 10~11살 정도부터 서로 알고 지냈습니다. 아내는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고 있어요. 아내의 많은 장점 중에서 콕 집어 말하고 싶은 건, 그녀가 자신만의 강인한 음악 세계를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연주자가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지 확실하지 않으면 음악은 관객에게 전달되지 않아요. 그런 점에서 그녀가 음악을 대하는 태도와 음색은 정말 훌륭합니다. 작년에는 바르샤바에서 모차르트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을 함께 연주하기도 했어요. 듀엣은 어렵지만, 언젠가 완벽한 부부의 연주를 해보고 싶습니다.
오케스트라 지휘도 병행하며, 지난해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와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로 무대에 올랐죠. 앞으로 어떤 활동을 계획 중인가요?
말하자면, 지휘에 대한 열정이 피아노보다 먼저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 ‘좋은 지휘자가 되려면, 어떤 악기든 한 가지를 프로페셔널한 수준까지 연주하는 것이 좋다’는 조언을 듣고 피아노를 진지하게 대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저는 지휘를 병행하는 것이 특별히 힘들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옛날 옛적 모차르트도 그렇게 했으니까요.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죠. 오케스트라 단원 모두와 함께 연주하는 것이 즐겁고, 연주 후의 회식까지도 좋아합니다.
글 양경원(음악 칼럼니스트) 사진 더브릿지컴퍼니
소리타 쿄헤이(1994~) 모스크바 음악원·바르샤바 쇼팽 음대에서 수학했으며, 2021년 쇼팽 콩쿠르에서 2위를 수상했다. 2012년 일본 음악 콩쿠르에서 1위 및 청중상·특별상을 받았고, 2021년 재팬 내셔널 오케스트라를 창단해 예술감독 겸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클래식 음악 매니지먼트 회사 ‘넥서스 협회’·음악 살롱 ‘솔리스티아데’를 운영 중이다.
PERFORMANCE INFORMATION
소리타 쿄헤이 피아노 독주회
6월 26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
브람스 ‘11개의 코랄 전주곡’ 중 8번 ‘한 송이 장미가 피었네’(부소니 편곡)·
피아노 소나타 3번, 쇼팽 스케르초 1~4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