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 사이 스크린을 통해 공연을 감상하는 인구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수입 DVD를 소장해 혼자만의 감상을 즐기는 마니아들은 여전하지만, 최근 대형 스크린과 수준급 음향 시설을 갖춘 영화관·공연장 등 공공장소에서 열리는 오페라 상영회가 점차 자리를 잡으면서 오페라 애호가뿐 아니라 초심자나 공연에 관심이 적었던 대중이 상영회를 찾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스크린에 오르는 작품 레퍼토리도 다양해졌다. 국내 오페라 상영회 초창기,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가 주를 이뤘다면 이젠 유럽 여러 극장과 페스티벌의 오페라·콘서트·발레 등 다채로운 장르와 프로덕션을 감상할 수 있게 됐다. 게다가 한국에서 실연으로 접하기 어려운 작품들도 역시 스크린으로 상영되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어 관객의 간접경험 폭은 날로 넓어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스크린으로 만나는 공연 영상의 특징은 친절함이다. 먼저 실제 공연을 본 사람은 다 알 수 없는 무대 뒤 풍경과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가 영상에 담겨 관객들의 흥미를 높인다. 여기에 오페라 형식이나 작품을 낯설어 하는 관객들을 위해 상영 전 또는 상연 중 전문가들이 해설자로 나서 작품을 더욱 재밌게 즐길 수 있도록 이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초심자부터 애호가까지 스크린으로 즐길 수 있는 오페라 상영회, 그리고 국내에서 공연 문화 저변 확대를 위해 다양한 공연이 영상에 담기는 과정을 살펴보았다.
Part1. ‘시네 오페라’를 만나는 방법
캐주얼하게 즐기는 오페라, 메가박스
국내 ‘씨네 오페라’의 원류 격인 메가박스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뿐 아니라 유니텔 클래시카와 손잡고 2년 전부터 페스티벌, 콘서트 실황까지 다양한 영상을 선보이는 중이다. 매월 평균 오페라 두 작품을 스크린에 올리는데, 특히 지난여름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피가로의 결혼’ ‘피델리오’, 브레겐츠 페스티벌의 ‘투란도트’를 실황 생중계해 현지에 가지 못한 애호가들의 아쉬움을 달래줬다.
국내에서 오페라 무대가 길어도 5일 안에 막을 내리는 현실을 감안할 때, 날짜와 장소를 골라 대형 스크린과 음향으로 오페라 전막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건 2015년에도 현재진행형인 매력이다. 메트 오페라 개봉 시, 음악평론가의 해설과 함께 오페라 하이라이트 영상을 감상하는 ‘메트 아카데미’도 더 쉬운 오페라를 만날 수 있는 방법(코엑스점 단독). 실제로 찾은 영화관엔 20, 30대뿐 아니라 40, 50대 관객 비중이 높고 ‘나홀로족’도 눈에 많이 띄었다. 청바지나 운동화 차림에 푹신한 좌석에 앉아 팝콘, 콜라 한잔의 여유를 즐기며 감상할 수 있는 편안한 오페라. 비극만 아니라면 무게 있는 기분전환으로 딱인 듯.
2014년 관람객 약 8만5000명
가격 일반 3만원, 청소년·대학생 1만5000원(메가박스 VIP 회원 15% 할인)
상영관 코엑스·목동·신촌·킨텍스·분당·대구·해운대·광주 등 작품별 상이
기자의 한마디 나 홀로, 캐주얼하게 오페라를 즐기고 싶을 때
유럽 오페라극장을 그대로, 롯데시네마
유럽 오페라극장을 순례하고픈 팬들을 겨냥한 ‘취향저격’ 프로그래밍이 눈에 띈다. 메가박스에 비해 후발주자라는 핸디캡 때문일까, 롯데시네마는 파리 국립오페라와 영국 국립오페라의 2014/2015 시즌 작품 총 12편을 올해 1월부터 ‘롯데카드 무브 마스터피스’라는 이름으로 독점 배급하고 있다.
프로그램을 들여다보니 파리 국립오페라의 ‘세비야의 이발사’ ‘토스카’ ‘후궁탈출’ ‘파우스트’ 같은 화제의 프로덕션과 더불어 파리 오페라발레 갈라쇼나 ‘마농’ 같은 발레 공연까지도 스크린에 올리며 참신성과 다양한 관객층 확보에 힘을 실었다. 영국 국립오페라의 ‘벤베누토 첼리니’ ‘펜잔스의 해적’ ‘피터 그라임스’같이 국내에서 감상하기 어려운 작품들이 차례로 올라, 그 누구보다 애호가들의 구미를 당긴다.
롯데시네마에선 별도의 해설이 없는 전막 상영이 진행된다. 실제 공연과 마찬가지로 있는 인터미션 후, 상당수 관객이 상영관 밖에서 구입한 커피를 들고 들어와 공연 후반부를 즐기는 풍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실제 오페라 무대 앞이라면 결코 할 수 없는, 이를테면 전화를 받으러 일어서거나 자리를 바꾸는 등 자유로운 행동이 허용(?)되지만 역시나 집중하는 관객들에게 민폐로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듯하다.
2015년 관람객 약 1만160명(9월 말 기준)
일정 매주 수·토요일 1회 상영(지점별 상이)
상영관 월드타워·건대입구·인천·수원·대전·울산·부산본점·대구 성서 등 작품별 상이
가격 일반 2만5000원, 청소년 1만5000원(서울 기준, 롯데카드 현장 결제 20% 할인)
기자의 한마디 파리와 영국 국립오페라극장 레퍼토리를 좋아하는 애호가를 위하여!
온 가족 오페라 나들이, 용인포은아트홀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오후 3시에 열리는 포은아트홀의 ‘씨네 오페라’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작품을 연평균 10회가량 상영하고 있다. 2013년 11월 도니제티 ‘사랑의 묘약’으로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래 현재까지 메트 오페라 인기작 외에도 ‘푸치니 시리즈’ ‘프렌치 시리즈’ ‘베르디 시리즈’ 등으로 작품을 선별해 상영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올가을에는 바그너 ‘라인의 황금’ ‘발퀴레’를 택해 동기간 중 타 극장 대비 차별성을 극대화했다.
‘씨네 오페라’를 위해 포은아트홀의 총 1244석 중 시야장애석을 제외한 973석이 상영을 위한 객석이 되며, 전석 성인 1만원, 13~24세 학생은 문화패스를 활용해 3000원에 관람 가능하다. 티켓은 인터파크 외에 용인문화재단 홈페이지 및 전화로 예매할 수 있으며, 현장 구매도 가능하다.
전체 관객을 연령대로 구분해보면 50대가 주를 이루지만, 타 상영관에 비해 경제적인 가격에 주말 상영이라는 조건은 부담 없이 나들이 겸 찾는 용인과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가족 단위 관람객도 상당하다. 게다가 공연장 바로 뒤에 전망 좋은 레스토랑이 자리하고 있어 부부, 친구, 모녀 간 주말 데이트 코스에 활용되는 경우도 많은 편이다.
‘씨네 오페라’ 상영 1시간 전에 찾은 포은아트홀엔 전문가의 프리 렉처가 마련되어 부지런한 오페라 초심자들이 눈을 반짝이며 예습하는 모습이었다. 오페라 상영 직전에 공연장을 둘러보니 초등학생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이 한데 뒤섞여 있었다. 타 오페라 상영 공간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많은 좌석만큼 소음 발생 확률도 높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랄까.
2014년 관람객 약 8000명(9회 상영)
일시 매월 마지막 토요일 오후 3시
위치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포은대로 499(분당선 죽전역 인근)
가격 1만원(문화패스 이용 시 13~24세 3000원, 4인 이상 일괄 구매 시 20% 할인 외)
기자의 한마디 자녀와 함께, 온가족이 모여 부담 없이 즐기는 오페라 한 편
둘이서 감상하면 더 좋은, 마리아칼라스홀
2012년에 시작된 마리아칼라스홀의 ‘해설이 있는 메트 오페라’는 작품의 주요 장면과 전문가의 해설을 버무린 프로그램. 덕분에 오페라에 대한 사전 지식이나 작품 이해가 부족하더라도 부담스럽지 않게 택할 수 있어 오페라 초심자들에게 상당한 별점을 받고 있다.
‘해설이 있는 메트 오페라’는 1개 작품을 정해 한 달에 3회 진행하는데, 마지막 회차인 매월 넷째 주 일요일에는 해설 없이 오페라 작품 전막을 상영해 애호가들의 발길을 이끈다.
‘쾌적’한 첫인상을 선사하는 홀을 지나 상영 공간 안으로 들어가면 아늑한 분위기가 관객을 맞이한다. 살롱을 표방한 공간답게 총 51개 좌석이 마련되어 있는데, 바로 옆 관객과 ‘프라이버시 거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넓게 설계된 팔걸이, 좌석에 앉았을 때 넉넉하게 느껴지는 앞뒤 간격으로 인해 ‘작아도 결코 좁지 않다’는 느낌을 준다.
마리아칼라스홀에서 메트 오페라를 감상하는 동안, 균형 잡힌 음향이 인상적이었다. 특정 아리아나 장면에서 지속되는 고음을 제대로 받쳐주지 못하는 공간들이 있는 반면, 이곳에선 에어리얼 스피커를 통한 7.1채널 음향 시스템을 통해 듣는 디테일한 음색이 마음에 들었다. 다만 공간 규모상 작은 크기의 화면, 스크린 가장 아래에 자리한 자막이 감상에 때때로 방해가 되어 아쉬움으로 남았다.
마리아칼라스홀 1층 레스토랑에서 식사와 메트 오페라를 함께 즐길 수 있는 패키지는 연인이나 부부 단위 관람객들 사이에선 인기가 높다. 여기에 로비에 전시된 전문 음향기기와 홈시어터 체험을 하다 보면 대기 시간마저 훌쩍 지나간다. 조용하면서 쾌적한 감상을 원하는 연인의 데이트 장소로 추천한다. ‘해설이 있는 메트 오페라’ 예매는 전화 또는 인터파크를 통해 가능하다.
2014년 관람객 약 670명(총 22회)
일시 매달 둘째 주 수요일 오후 8시, 넷째 주 일요일 오후 12시 30분, 3시(전막 상영)
위치 서울시 강남구 영동대로 315(2호선 삼성역, 3호선 학여울역 인근)
가격 3만원
기자의 한마디 강남에서 여유롭게 즐기는, 아주 예술적인 데이트 코스
Part2. 스크린 공연 제작 과정 속으로
예술의전당 ‘싹 온 스크린(SAC on Screen)’
지난 2013년 3월 취임한 예술의전당 고학찬 사장은, 같은 해 새로운 사업안을 발표한다. ‘싹 온 스크린(SAC on Screen)’이라는 이름으로, 예술의전당에 오르는 공연을 촬영해 영상을 배포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영상화 사업은 2006년 시작된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사업과 비교되면서 곧바로 도마에 올랐다. 예술단체들은 저작권에 대한 염려를, 관계자들은 저렴한 값에 영상이 배포되면 누가 비싼 돈 주고 공연장에 오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내부적으론 없던 예산을 끌어와야 하는 문제까지 있는 상황이었다. 환영보다 회의적인 의견들이 분분한 가운데, 2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지난 2013년 11월 16일 첫 상영을 시작한 이래, 2015년까지 ‘싹 온 스크린’으로 제작된 공연은 총 15편, 9월 말 기준 누적 상영 회수 349회로 총 6만343명이 관람했다. 각 영상은 현재 전국 문예회관 50곳, 학교 8곳, 해외문화원 8곳을 비롯해 작은 영화관, 군부대 등지에서 상영되고 있다. 첫해 기부금 3억 원으로 시작된 사업은 지난해 예술의전당 자체 예산 7억 원으로 운영했고, 올해 문화부에서 10억 원 지원을 받았다.
예술의전당 영상화사업팀 김신년 대리는 “공연 영상을 본 사람들이 전혀 몰랐던 장르와 공연에 관심을 갖게 되고, 훗날 해당 지역에 비슷한 공연이 있을시 관객으로 공연장을 찾는 일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초기에는 음악회 중심의 실황중계를 염두에 두고 추진됐으나, 실제로 영상과 마주한 관객들은 실황중계보다 영화 기법으로 가공된 공연 영상에 호응이 컸다. 첫해에 제작된 국립발레단 ‘호두까기 인형’ 영상이 대표 격으로, 특히 발레를 보지 못한 지역 관객들에겐 신선한 호기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던 것. 이로써 영상화 사업은 문화소외 지역 관객을 대상으로 공연 문화 저변확대에 그 시선을 고정시키게 됐다. 소장용 DVD 판매를 염두에 두고 제작하는 ‘메트 오페라’와는 다른 길을 택한 셈이다.
SAC on Screen, 촬영부터 편집·상영까지
‘싹 온 스크린’으로 영상화된 공연들은 클래식 음악·발레·현대무용·연극·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를 자랑한다. 예술의전당 자체 기획 연극, 오페라 외 코리안심포니·국립발레단·유니버설발레단·국립현대무용단이 올린 작품이 대부분인데, 올해부터는 뮤지컬 ‘명성황후’, 백건우 피아노 리사이틀 같은 공연 기획사 주최 공연이 새롭게 포함됐다.
영상 제작에 있어, 가장 먼저 각 공연 단체와 협의가 중요하다. 예술의전당은 공연 단체와의 저작권 계약, 영상제작업체 선정 등을 진행하며, 각 공연별 공공입찰을 통해 영상 제작업체를 선정한다.
공연 촬영은 대개 무관객 촬영 1회, 유관객 촬영 1회로 진행되는데, 무관객 촬영은 보통 최종 드레스 리허설 시 진행되고, 실제 공연 중 1회 차를 촬영한다. 이때 사용하는 영화용 카메라(레드 에픽·레드 드레곤·소니 F55·캐논 C300 등)는 8~11대 정도. 클래식 음악 장르에서도 관현악 공연은 중계차 기반의 방송중계 시스템을 사용하며, 지미집 같은 특수 장비를 활용해 국내 음악회 영상에서 보기 힘든 앵글을 연출하기도 한다. 특히 오케스트라 음향은 리허설과 공연을 포함한 3회 차 정도를 녹음·편집해 최종본을 만든다. 오페라·연극·뮤지컬 등 개인 대사 비중이 높은 공연의 경우 핀마이크를 이용해 개별 녹음을 진행한다.
촬영 후에는 후반 편집 작업을 90여 일 동안 진행한다. 이때 예술의전당은 영상 제작 업체와 공연 단체 간 조율자로 나서는데, 편집 과정 중 공연의 특징이나 예술가들의 의도가 결여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인다.
후반 작업에서 눈에 띄는 부분 중 하나는 자막이다. 지난 9월,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영상으로 관람한 연극 ‘메피스토’는 배우의 대사 외에 색상 구분이 된 독특한 자막이 있었다. ‘♪문을 두들기는 소리♪’ 같은 무대 음향이나 지문에 관한 것으로, 청각장애인을 위해 추가된 자막이었다. 공연을 처음 본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발레는 각 장면 별 동작에 대한 해설을, 클래식 음악은 악장 구분 정도를 자막으로 제공한다. 이외에 공연 장르를 처음 접하는 관객의 흥미를 위해, 영상 시작 부분에 애니메이션이나 샌드 아트 등 장르 특성에 따른 부가 영상을 함께 제작한다.
스크린과 스피커만 있다면 문예회관이나 군부대 등 어디서나 상영할 수 있도록 상영 매뉴얼뿐 아니라 홍보 포스터 툴까지 마련하는 것 역시 예술의전당 영상화사업팀의 몫이다. 이런 과정을 거친 ‘싹 온 스크린’ 영상 콘텐츠가 각기 다른 장소에서 관객들과 만나는 것은 실제 공연 후 약 4개월 남짓 이후부터다.
올해 3년 차인 ‘싹 온 스크린’. 초기와 달리 영상 제작 실무에 대한 노하우는 차곡차곡 쌓이고 있지만 더 많은 지역 관객과 만나기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멀다. 영상화사업팀 김신년 대리는 “배급의 경우 한국문예술연합회 도움을 받고 있지만, 군부대나 기타 다른 시설의 경우 담당자가 일일이 접촉해 배포하는 상황이라, 더욱 전문적으로 배급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건넸다.
더불어 공연 장르에 익숙지 않은 관객들을 위해 해설을 가미한 영상 콘텐츠 제작을 진행 중이다.
“사업 초기 지방문예회관 상영 현장에 가보니, 영상 초반부에 객석을 빠져나가는 사람이 많았어요. 알고 보니 장르 자체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생긴 일이었죠. 해당 공연 장르의 특징을 설명하고 해당 작품을 소개하는 교육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새로운 버전의 영상 제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페라 ‘마술피리’의 경우, 징슈필의 특징과 작품 내용에 대한 소개 등을 영상에 함께 담는 해설용 버전을 별도 제작하는 방식이다. 분량도 작품의 흐름을 크게 해치는 않는 선에서 50분 이하로 줄어든다. 학생뿐 아니라 공연 이해도가 낮은 성인 관객까지 포괄하는 것이 목표다.
예술가들의 세세한 표정과 땀방울까지 담아내는 영상의 장점을 살려 공연의 감동을 전달하고, 문화 융성을 위한 저변 확대에 기여한다는 예술의전당의 ‘싹 온 스크린’. 장기적인 안목에서 바라본다면 일반 대중을 공연 관객으로 이끌고 공연을 리포트하는 취지에서 더 나아가, 공연을 담은 영상물 그 자체로서 더 흥미로운 콘텐츠로 유통될 수 있게 하는 관심과 지원이 더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스크린으로 만나는 연극, NT Live
스크린 공연을 이야기할 때, 클래식 음악계에 ‘메트 오페라’가 있다면 연극계에는 ‘NT Live’가 있다. 연극 전통이 뿌리 깊은 영국 국립극장의 영상화 사업인 ‘NT Live’는 2009년 자체 제작 연극을 전 세계에 HD 화질로 실시간 중계하면서 시작됐다. 이것이 큰 호응을 얻으면서 현재는 생중계뿐 아니라 녹화 상영이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한국에선 ‘워 호스(War Horse)’를 지난해 3월 국립극장이 처음 선보인 이래, ‘코리올라누스’ ‘리어왕’ ‘프랑켄슈타인’ ‘다리에서 바라본 풍경’을 지난여름까지 상영했다. 영국 국립극장 대표작인 ‘워 호스’는 지난해 상영 당시 조기 매진으로 상영 회차를 추가했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국립극장이 소개하는 ‘NT Live’의 관람료는 전석 1만~2만 원 선.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저렴한 가격은 공연 마니아뿐 아니라 대중의 발길까지도 이끄는 요인 중 하나다.
국립극장은 2016 시즌 ‘NT Live’로 올해 10월 영국에서 초연된 ‘햄릿’과 지난해 높은 관객 호응을 거둔 ‘코리올라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