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크 뮤직 페스티벌 ‘힐링’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5년 11월 1일 12:00 오전

10월 6~11일
대전예술의전당 앙상블홀

과거 음악의 현대적 공감

대전에서 바로크 뮤직 페스티벌의 이름으로 네 번의 음악회가 열렸다. 제1회 바로크 뮤직 페스티벌의 가장 큰 의의는 과거의 악기로 연주하는 과거 음악을 현대적 감각으로 대전 관객에게 다가가려 시도했다는 점이다. 바로크 시기는 서양음악사에서 허리와 같다. 1600~1750년에 이르는 150년간 서양음악은 과거를 포용하고 미래를 향한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이 시기는 가사와 감정의 효과적인 표현이 부각된 때이기에 바로크 음악에는 음정·템포·조성·리듬·화음·다이내믹 등 음악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언어적 표현을 이용한 다양한 음형으로 발달했다. 이러한 ‘무지카 포에티카’ 개념이 바로크 음악을 지금까지 생생하게 살아 있는 음악으로 만들었다. 바로크 음악은 고전음악 범주에 속해 있으면서도 또 다른 평행선을 지닌 개성 강한 독자적 음악이다. 그렇기에 바로크 음악의 복잡하고 즉흥적이며 유연한 특성은 바로크 음악의 매력이자 표현의 한계를 지닌 양면적 속성으로 작용한다.

하프시코드 연주자이자 음악감독인 조성연은 바로크 음악 연주 단체 일 가르델리노와 도쿄 바로크 앙상블에서 통주저음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하프시코드 직분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독주 연주자로서의 개성도 맘껏 발휘했다. 오보이스트 마르셀 퐁셀은 품위 있고 우아한 마르첼로 오보에 협주곡으로 축제의 서막을 알렸다. 플루티스트 얀 더 비너의 순수하고 과장되지 않은 음색, 바이올리니스트 테라카도 료의 섬세하고 정확한 표현력은 바로크 음악이 지닌 미적 순수함과 아름다움을 각인시켰다. 이들의 연주는 정확했으며, 바로크 목관악기에 내재된 음정의 불안정성은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바로크 음악에 대한 철저한 해석과 고증, 충분한 연습을 통해 보여준 연주는 현대적 감성으로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연주회에 등장한 메조소프라노 루치아나 만치니는 대전예술의전당을 열광적 박수로 이끈 독보적 주인공이었다. 열정적이고 격정적인 표현력을 지닌 만치니는 바로크 음악의 역동성과 즉흥성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기악과 성악의 조화는 탁월했다.

주목할 만한 세 번째 공연은 바로크 음악을 전공한 국내 음악가들로 구성된 바로크 앙상블 라온의 연주와 최유미의 하프시코드 독주였다. 최유미의 차분하고 안정적인 연주는 인상적이었다. 라온 앙상블은 악기 조합에서 음량과 음색의 밸런스가 맞지 않고 정교함이 요구됐지만, 앞으로 기대할 수 있는 음악적 역량을 증명하는 성과를 올렸다.

대전에서 바로크 음악으로만 진행된 고음악 페스티벌이 열린 것은 대전 클래식 음악계의 중요한 사건이다. 대전예술기획이 추진하고 대전예술의전당의 협업으로 이뤄낸 첫 공연은 발전 가능성과 함께 바로크 음악의 내재적 한계도 드러냈다. 연주력은 좋았지만, 동일한 연주자들의 반복적 출연은 수준 높은 바로크 음악 연주 단체의 지속적인 확보가 페스티벌 성공의 중요한 열쇠임을 보여준다. 첫 페스티벌을 통해 증명된 뛰어난 국내외 연주자들의 다양한 음악 협업과 정교한 음악 해석은, 성공적으로 과거의 음악을 현대적 감성으로 바꿔놓았다. 대전에서 처음 시도한 바로크 음악 축제는 절반의 성공을 넘어섰다고 말할 수 있다.

사진 대전예술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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