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PPAC 통영 총회, 미래를 준비하는 변화의 움직임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5년 11월 1일 12:00 오전

 

지난 10월 11일부터 14일까지 아시아·태평양 공연예술센터 연합회(Association of Asia Pacific Performing Arts Centers, 이하 AAPPAC) 연례총회가 경남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열렸다.

일반 관객들에게 다소 생소한 AAPPAC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대표하는 14개국 76개 공연장으로 구성된 연합회다. 1966년 아시아·태평양 공연예술센터들의 우호관계 증진을 위해 설립된 이래, 매년 연례총회를 통해 문화예술 관련 아·태 지역 인적 네트워크 구축 및 다양한 정보 교환의 장을 마련해오고 있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싱가포르 에스플러네이드, 홍콩 문화센터를 비롯해 우리나라에서는 서울 예술의전당, LG아트센터, 성남아트센터, 대전문화예술의전당이 가입되어 있다. ‘Destination 2020-공연예술의 전망, 비전과 잠재력’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총회는 우리나라에서 2년 만에 열렸으며, 통영에서는 처음이다.
이번 총회에는 AAPPAC 회장이자 호주 애들레이드 페스티벌 센터 대표 더글러스 고티에, 뉴욕 필 부대표 테오도르 위프러드, 바이올리니스트 대니얼 호프, 시드니오페라하우스 CEO 루이즈 헤론, SISTIC 최고경영자 케네스 탄, 예술의전당 사장 고학찬, 국립극장 극장장 안호상,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원장 주성혜, LG아트센터 대표 정창훈 등이 연사로 나섰으며 15개국에서 모인 아·태 지역 공연장 및 예술단체 주요 관계자 총 150명이 참석했다. 4일간의 총회 기간 중 총 6개 세션과 다채로운 공연이 마련되어 급변하는 시대에 공연예술센터들이 직면한 도전과 기회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예술가들의 다채로운 공연을 공유하는 장이 되었다.

다양한 변화에 대처하는 공연예술센터의 자세

이번 총회에 마련된 총 6개 세션은 크게 미래의 관객 개발 및 평생교육, 지역사회와 공연장, 페스티벌 간 협업과 도전 과제, 스폰서십, 데이터베이스 마케팅에 관한 주제를 두고 국내외 공연 관계자들이 나섰다.

그중 10월 12일 바이올리니스트 대니얼 호프와 뉴욕 필 오케스트라 부대표 테오도르 위프러드가 나선 세션 ‘평생교육, 인성개발과 창의력에 도움이 되는 개념’과 14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대표 루이즈 헤론과 에술의전당 고학찬 사장이 맡은 ‘기업후원과 개인기부-문화기관의 틀이 되는 관계에 관하여’는 참석자들에게 큰 호응과 활발한 논의를 불러일으킨 자리였다.

먼저 바이올리니스트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대니얼 호프는 음악가들이 학교를 찾아가 연주하며 음악을 들려주는 ‘랩소디 인 스쿨’ 프로젝트와 부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미국 사바나 음악 페스티벌의 어린이 콘서트를 통해 느낀 예술 교육에 대한 생각들을 매우 능숙하게 전달해 많은 이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예술 교육의 진정한 목적은 창의적인 인성을 갖춘 인간에 있습니다. 예술은 이해하거나 정의할 수 없는 세계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우리 시대에 진정한 혁신은 기술이 아닌 예술을 통해 가능하죠. 더 나아가 시장 논리로 좌우되는 사회에서 각각에 담긴 가치를 일깨우는 것 역시 예술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그는 뉴욕 필 같은 미국의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단원 중 20%가 아시아인이고, 중국의 최소 3000만 명, 많게는 약 1억 명 정도에 달하는 학생들이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나 바이올린 또는 두 악기를 모두 배운다는 통계를 전하며 그 어느 때보다 젊어지고, 크게 성장하고 있는 아시아의 클래식 음악 시장의 잠재성에 주목할 것을 이야기했다.


▲ 총회 기간 중 연사이자 연주자로 나선 대니얼 호프

이튿날 오전, 대니얼 호프는 아르테 델 몬도 오케스트라와 함께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2천 명 가량의 중·고등학생을 위한 ‘스쿨 콘서트’를 가졌다. 남학생들이 많아 자칫 ‘우정의 무대’가 될 뻔했던 콘서트는 호프의 유려한 재담과 유쾌한 분위기로 활기를 띠었다. 공연 말미 객석에 앉은 학생 2명이 무대로 올라와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프시코드를 연주할 기회가 마련됐는데, 그 광경을 지켜보는 이들이나 무대에 오른 학생 모두에게 특별한 경험이자 기억이 되기에 충분했다.

같은 날 저녁엔 아르테 델 몬도 오케스트라와 함께 비발디 ‘사계’와 막스 리히터가 리컴포즈한 비발디 ‘사계’를 커플링한 레퍼토리로 무대에 올렸다. 지난해 출시된 DG반으로 이미 들은 곡들이었으나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실연으로 마주한 ‘사계’는 음반 이상으로 매력적인 계절임에 틀림없었다.

총회 마지막 날인 10월 14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대표 루이즈 헤론은 ‘기업후원과 개인기부-문화기관의 틀이 되는 관계에 관하여’를 주제로 오페라하우스 건물 보수를 위해 2억 호주 달러(한화 약 1649억 원) 기금 조성을 진행한 사례를 이야기했다. 시드니의 랜드 마크이자 호주를 대표하는 오페라하우스가 건축된 지 40년이 지나면서 유지 개·보수를 위한 비용을 어떻게 충당했는지에 대한 여러 방법론이 참석자들의 관심과 공감을 이끌어냈다.

루이즈 헤론은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찾는 기존 방문객들이 웰컴센터에 머무르는 시간이 4분도 채 되지 않았다는 말로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고, 관광객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하는 장소로 탈바꿈하기 위해 오페라하우스 최대 후원사인 삼성과 협업한 과정, 인텔 인사이드와 함께 새로운 개념의 브로드캐스팅 스튜디오를 오픈한 사례 등이 소개됐다.

오페라하우스 전반을 개·보수하는 대형 프로젝트의 성공을 두고 루이즈 헤론은 “관계를 통해 이 모든 것이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후원사와 공통된 목표 설정하기, 변화에 대한 공감 이끌어내기 등을 언급하면서, 결국 ‘돈’은 비전과 목표에 담긴 ‘의미’를 따라간다는 진리를 참석자들에게 상기시켰다. 예정된 모든 세션이 종료된 후에는 올해 총회에 대한 품평 및 2016년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열릴 AAPPAC 총회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이제 통영은 2016년 3월 25일부터 4월 2일까지 열리는, 국제현대음악협회(International Society for Contemporary Music, 이하 ISCM)의 세계현대음악제(World New Music Days Festival)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힘을 쏟는다. 동시대 음악을 소개하고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1922년 잘츠부르크에서 발족된 ISCM은 9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며 전 세계 50여 곳에 지부를 두어 국제적 네트워크를 자랑한다. 통영 출신의 작곡가 윤이상은 ISCM 명예회원이었고, 1960년 독일 쾰른에서 열린 세계현대음악제에서 그의 현악 4중주 3번이 처음 연주된 바 있다.

ISCM이 총회를 겸해 해마다 여는 세계현대음악제는 세계 현대음악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행사로, 통영은 홍콩·요코하마·서울에 이어 아시아에서 네 번째로 음악제 개최 도시가 됐다. 음악제 주빈 도시는 주제 선정부터, 음악제 출품작 선정과 쇼케이스 진행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이끌며, 운영 능력을 인정받는 동시에 검증받게 되는 것이다.

가을을 지나 깊어지는 계절만큼, 현대음악으로 더욱 푸르러질 통영의 봄 바다가 벌써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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