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 엘리자베스 뮤직 샤펠의 개방

‘MuCH 시즌’으로 청중을 맞이하다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5년 12월 1일 12:00 오전

퀸 엘리자베스 뮤직 샤펠이 일반인에게 처음으로 내부를 공개했다. 이곳은 바이올리니스트 외젠 이자이의 20년간의 구상을 바탕으로 1939년 벨기에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설립한 곳이다. 이후 지금까지 엘리트 예술가를 키워내는, 베일에 싸인 시스템을 유지했다. 본래의 건물 뒤에 2004년부터 짓기 시작한 새 건물이 올해 완공됐다. 이어 이곳은 ‘MuCH 시즌’(MuCH는 Music Chapel의 앞 글자를 딴 이름이다)이라는 새로운 연주 시리즈로 일 년 내내 청중을 맞이한다.

9월 21일 워털루에 자리한 퀸 엘리자베스 뮤직 샤펠을 방문했다. 나폴레옹이 전투를 치르던 곳과 멀지 않은 이곳은 푸른 숲의 거대한 정원 속에 자리했다. 문화재로 지정된 본 건물 안의 살롱은 나무 장식과 샹들리에, 그리고 엘리자베스 여왕이 연주를 감상하던 2층 발코니 등 모든 것이 사진에서 본 그대로였다. 오디토리움이 자리한 새 건물은 유리로 전면 마감했다.

일 년 내내 체류하는 소수의 연주자들은 모두 오디션에서 뽑힌 상주 음악가다. 숙소는 1층과 2층이 연결된 복층 구조로 1층에는 그랜드 피아노가 구비돼 있다. 연주자가 밤에도 연습을 할 수 있게끔 방음도 철저하다.

피아니스트 마리아 주앙 피르스와 바이올리니스트 오귀스탱 뒤메이, 비올리스트 미겔 다 실바, 첼리스트 게리 호프먼, 그리고 베이스바리톤 조제 반 담이 교육진의 일원으로 체류 중이다. 샤펠 측은 현재 300만 유로 예산으로 12명의 연주자에게 초호화 교육을 선사하는 이들의 시스템을 ‘체험’이란 단어로 요약했다. 경영 회장 베르나르 드 로누아는 이곳을 로마의 빌라 메디치 시스템에 견주며 북쪽의 빌라 메디치가 되는 것이 목표라 덧붙였다. 베르나르는 이번 개방은 연주자가 청중과의 만남을 통해 연주 경험을 쌓게 하려는 의도며, 부수적으로 메세나 발전에도 도움이 될 거라 전망했다. 퀸 엘리자베스 뮤직 샤펠의 재정은 80%가 메세나 활동으로 이루어지며, 20%는 국립 복권 회사 등 나라의 후원으로 진행된다.

저녁에는 스페셜 오프닝 프로그램인 부슈 앙상블의 연주를 감상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아돌프 부슈의 이름을 딴 이 트리오는 형제 사이인 피아니스트 옴리 에프스테인과 바이올리니스트 오리 에프스테인, 그리고 첼리스트 마티우 판 벨른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드보르자크 피아노 트리오 3번에서 빠른 템포에 비르투오소적 테크닉을 보여줬다. 단, 아첼레란도나 리타르단도 같은 템포적인 뉘앙스가 아쉬웠다. 피아니스트 옴리 에프스테인이 크게 돋보였다. 그는 피아노에 높게 앉아 손가락 끝으로 건반을 두들기는 주법을 사용하며 젊은 호로비츠의 이미지를 풍겼다.

11월에는 퀸 엘리자베스 뮤직 샤펠에서 수학 중인 바이올리니스트 조현진이 실내악 주자로 참여했고, 내년 3월에는 첼리스트 이정현이 왈로니 로열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협연한다. 또 이곳에서 수학했고 최연소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파이널리스트로 주목받았던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도 지속적으로 연주에 참여한다. 이 연주 시리즈는 파리·베니스 등 여러 도시에서 순회공연을 열 예정이다.

사진 The Queen Elisabeth Music Chap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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