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세계 문화 도시를 향한 비상과 도약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6년 1월 1일 12:00 오전

아름다운 해안선과 푸른 산, 한국의 사계(四季)를 감상할 수 있는 곳. 찾아가는 지역 순례의 다섯 번째 도시는 강릉이다. 강릉의 인구는 현재 약 21만 명으로, 경포대와 대관령 자연휴양림 등 유명한 관광자원과 문화유적이 풍부한 도시로 유명하다. 관동팔경 중 하나인 경포대를 비롯해 오죽헌·객사문·해운정·보현사·칠사당·예국 고성·당문 등 우리의 전통문화를 보전하고 있다. 특히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위한 준비로 문화계를 비롯한 모든 분야가 지금 무척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름다운 해안선과 푸른 산, 한국의 사계(四季)를 감상할 수 있는 곳. 찾아가는 지역 순례의 다섯 번째 도시는 강릉이다. 강릉의 인구는 현재 약 21만 명으로, 경포대와 대관령 자연휴양림 등 유명한 관광자원과 문화유적이 풍부한 도시로 유명하다. 관동팔경 중 하나인 경포대를 비롯해 오죽헌·객사문·해운정·보현사·칠사당·예국 고성·당문 등 우리의 전통문화를 보전하고 있다. 특히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위한 준비로 문화계를 비롯한 모든 분야가 지금 무척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강릉은 지역적으로 태백산맥이 가로막고 있고, 동해에 인접하여 겨울에는 날씨가 춥고, 험한 지형 때문에 다른 지역과의 교류도 원활하지 않았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문화예술계의 활동 범위가 그 지역 안에서 전문성을 띠며 발전한 경향이 뚜렷하다.

하지만 교통의 발전과 관광도시로서 성장과 함께 강릉은 지금 어느 도시보다 도약의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클래식 음악의 경우, 2004년부터 시작된 대관령국제음악제는 강원도 지역주민들과 음악 애호가에게 자연스럽게 클래식 음악이 전파되는 기회를 제공했다.

강릉을 대표하는 문화예술공간은 강릉문화예술관으로 1992년 설립, 대공연장(426석)·소공연장(170석)·제1전시장·제2전시장을 갖추고 있다. 그동안 다양한 클래식 음악 공연과 기획 연주들이 펼쳐져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2016년 1월부터 아트센터 건립에 따른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된다. 앞으로 대형 홀이 개장되면 다양한 문화 공연의 협업 작업이 이루어져 강릉 문화예술의 괄목할 만한 성장이 기대된다.

1965년 설립된 강릉문화원은 시민들이 가장 편하게 들르는 문화 공간으로 지역문화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세대를 아우르는 문화예술 공연과 소식을 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런 만큼 시민들이 문화예술의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더욱 가깝게 다가가고 있다. 강릉문화원의 주요 문화예술사업은 매년 9월 초 개최하는 명주인형극제와 다양한 문화예술 교육사업이다. 2009년에는 지역의 폐교를 문화예술을 즐기고 활용할 수 있는 전문적인 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 왕산초등학교 목계분교의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예맥아트센터를 건립했다. 예맥아트센터를 둘러싼 자연을 체험하는 녹색체험 프로그램은 시민들에게 인기가 높다.

단오문화관은 강릉단오제의 보존 전승과 행사 지원을 위해 전통문화도시 조성사업의 하나로 2004년에 개관했다. 전시동과 공연동으로 나뉘어 있는데, 전시동은 강릉단오제의 전 과정을 모형과 영상 등을 통해 관객들이 강릉단오제에 대한 이해를 돕도록 하고 있다. 공연장(453석)은 전통문화를 비롯한 다양한 공연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이 밖에 강릉에는 오죽헌과 시립박물관·강릉원주대 박물관·관동대 박물관·대관령 박물관·선교장 민속박물관·참소리축음기 에디슨과학박물관 등 다양한 박물관이 있어 역사 공부를 하기 위한 공간으로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다양한 문화예술을 지원하고 집행하는 예술단체의 활동 또한 눈에 띈다. 창조적인 문화예술도시를 가꾸기 위해 다양한 예술지원과 문화 사업을 펼쳐온 강릉문화재단은 문화예술인들이 왕성한 창작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그 기반을 튼튼히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예술지원 사업은 시민예술가의 문화예술지원 확대를 위한 일반예술 지원사업과 전문 예술단체 육성을 위한 전문예술 지원사업, 신진예술가들을 지원하는 신진예술 지원사업으로 나누어 다각도로 지원하고 있다. 강릉의 대표적인 축제인 강릉커피축제와 강릉아트마켓도 시민과 작가들이 참여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1962년 출범한 강릉예총 역시 매년 문예행사와 축제, 공연 등을 주관하며 강릉의 문화예술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 대표적인 축제로는 국내 및 해외의 청소년 공연 단체들이 모여 전통음악, 대중음악, 무용, 민속공연 등 다양한 볼거리를 펼치는 강릉국제청소년예술축전이 있다. 산하에는 전통예술공연단인 진또배기, 중·장년 여성 무용단인 강릉사임당무용단, 강릉청소년예술단을 두어 운영하고 있다.

어느 도시나 마찬가지로 축제는 그 지역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는 지표 중 하나다. 강릉 역시 다양한 축제가 많은데, 강릉의 전통적 축제로 잘 알려진 강릉단오제는 1967년 중요무형문화재 제13호로 등록, 2005년 11월 유네스코 지정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선정되어 현재 남대천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영신행차와 함께 열리는 ‘신통대길’ 길놀이는 강릉의 여러 단체와 주민들이 참여하는 놀이다. 살거리를 비롯해 다양한 놀거리, 먹을거리, 볼거리 등이 가득한 대규모 난장 역시 강릉단오제의 특별한 풍경이다.

강릉단오제를 비롯해 율곡제, 좀상날하평답교놀이 등 우리의 전통적 축제가 이 지역 시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요즘에는 젊은이들과 다른 지역 관광객들을 위한 경포커피축제, 해변 축제 등 유니크한 축제들도 선보이고 있어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좀 더 역동적인 강릉의 모습을 기대케 한다.

무엇보다 빼 놓을 수없는 음악단체로 연 6회 정기연주회와 찾아가는 음악회, 기획 음악회로 강릉 시민들에게 다양한 음악적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 강릉시립교향악단은 매번 연주 때마다 매진 행렬을 이룰 만큼 사랑받고 있는 오케스트라다. 강릉시립합창단 역시 화려한 앙상블과 다양한 레퍼토리로 시민들을 찾고 있다.

강릉을 대표하는 음악 교육기관인 강원예고는 강원도 강릉시 구정면에 있는 공립예술고등학교로 2000년 12월 11일 준공하여 2001년 3월 2일 107명으로 개교했다. 음악과·미술과·무용과로 편성되어 있으며 교지, 야외 스케치, 현악, 야생화 탐구, 민속무용, 비디오 촬영, 궁도 등의 계발 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서양 클래식 음악과 우리나라 전통문화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곳. 강릉의 문화예술 풍경은 아름다운 대자연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또 하나 풍경 같았다. 높은 교육열뿐 아니라 많은 문화예술인을 배출한 도시인만큼 강릉만의 자부심도 무척 커 보였다. 앞으로 다양한 공연 페스티벌이 더욱 성장하고 곧이어 급행열차가 개통되면 그 무한 에너지는 더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 세대를 아우르고 지역을 아우르며 이제 세계로 뻗어나가려는 강릉의 새로운 문화 지형의 변화가 이제 시작된 듯하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로 문화도시를 꿈꾸다

INTERVIEW ① 강릉문화재단 이종덕 사무국장

문화예술인들이 왕성한 창작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을 돕고, 한편으로는 도시 전체에 문화예술의 감동이 피어나도록 문화사업을 펼치고 있는 강릉문화재단.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준비를 위해 강릉 문화예술계도 지금 한창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새로운 도약 앞에 선 그들의 꿈을 들어본다.

강릉문화예술관 아트센터홀이 내년엔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라고요.

내년부터 현재 사용하고 있는 아트센터홀을 다시 리모델링하고 그 옆에 더 큰 규모의 공연장을 건축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공연과 전시가 이곳에서 펼쳐질 것입니다. 시민들이 사랑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야겠지요.


▲ 강릉커피축제

강릉에는 시민들이 함께하는 전통적인 축제와 이 지역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관광 축제도 많은데요.

예부터 내려오는 전통 축제는 유네스코에 등재될 만큼 그 정통성이 크지요. 근래에는 자연 풍경이 아름다운 강원도의 특성상 해변과 호수, 산사에서 진행되는 야외 축제와 이벤트가 많이 늘고 있어요. 벚꽃 축제·복사꽃 축제·경포 해변 축제·커피 축제·가을밤 축제 등 시민과 관광객들이 무척 좋아하세요. 대표적인 축제와 행사로는 강릉커피축제와 강릉아트마켓이 있어요. 2009년 첫선을 보인 강릉커피축제는 강릉에 불어온 커피 열풍과 함께 강릉의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 잡고 있죠. 강릉아트마켓은 토요일 문화 나눔터로 시민과 작가, 남녀노소 누구나 장을 개설하거나 구매할 수 있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요. 매월 둘째 주 토요일에는 깨비벼룩장터가, 넷째 주 토요일에는 예술가들의 창작품을 체험하고 전시 및 판매하는 깨비예술장터가 열립니다.

강릉은 대관령국제음악제 같은 국제 페스티벌이 매해 열리는 등 클래식 음악에 대한 관심이 높고 예능 교육열도 높다고 알고 있어요. 유명한 예술인과 문학가들도 많이 배출했고요.

강릉이 지리적으로 개방되기 어려운 위치와 환경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인간의 순수함 감성을 잘 지키기에 적합한 곳이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훌륭한 예술인도 많이 나올 수 있었을 테고요. 클래식 음악 역시 1980년대부터 일찍이 공연 문화가 자리 잡아 강릉시립교향악단의 경우 순회 연주가 연 100회를 넘길 만큼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고, 연주를 통해 많은 사람이 감동을 받고 다시 찾아들 오셔요. 각 학교에는 다양한 소규모 밴드도 많고요. 동네마다 클래식 음악 학원도 많은 걸 보면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애호가 층의 분포가 아주 높은 편이지요.

대관령국제음악제 같은 페스티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겠죠?

그럼요. 음악제를 통해 훌륭한 연주자들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강원도라는 지역이 많은 사람에게 더 알려질 수 있었죠. 더 많은 사람이 클래식 음악에 관심을 보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고요. 강릉은 다양한 음악제뿐 아니라 강릉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가족 오케스트라와 청소년 오케스트라 활동 같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자라나는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클래식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데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클래식 음악 공연 무대가 거의 매진될 만큼 관심이 높다니 앞으로가 더 기대되네요.

그동안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던 사람들이 꾸준히 공연장을 찾아준 결과 500여 청중석이 거의 가득 찰 정도로 성장했어요. 앞으로 지을 예정인 1000석 규모의 아트센터홀에도 틀림없이 많은 시민이 관심과 애정으로 찾아주실 거라 기대합니다.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음악 프로그램 못지않게 성인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많던데요.

강릉문화재단에서는 창조적 예술가들을 위한 지원, 문화 사각지대에 있는 소외계층을 위한 지원, 그리고 교육을 통한 지원 등이 다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특히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와 미디어 교육, 가족 오케스트라의 활동은 자연스럽게 문화를 접하고 랑데부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지요. 무엇보다 문화예술 마인드를 높이고 창의성을 키워주는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어린아이들의 경우 문화를 스펀지처럼 흡수할 수 있는 대단한 흡입력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더 폭넓고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 목표이죠.

강릉 지역뿐 아니라 인근 지역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 같아요.

평창·태백·양양·정선·고성에 이르기까지 서로 많은 영향을 주고받아요. 인근 지역이기 때문에 좋은 공연과 프로그램은 교류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요.


▲ 안목항 카페거리

앞으로 강원도의 문화예술 지형이 크게 달라질 만한 큰 행사들이 기다리고 있는데요.

2017년 강릉이 ‘올해의 관광도시’로 선정되었고, 그래서 문화예술계에서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질 것 같아요. 아트센터홀까지 새롭게 완공되면 훨씬 더 큰 시너지 효과가 있겠죠. 또 2018 평창동계올림픽은 강릉을 포함한 강원도 전체를 온전히 응집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어요. 앞으로 시민들의 문화생활 풍경도 많이 성장하고 달라질 거라 여겨집니다.

강릉은 역사적으로도 문화예술에 대한 조예가 깊은 곳이죠?

추사 김정희 선생을 비롯해 이율곡·심사임당·허균·김시습 등 역사적 인물이 많이 배출되었지요. 그래서 단오제·율곡제·신사임당제 처럼 역사 깊은 축제들이 시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왔어요. 결국 그 전통이 이어져 지금 강릉 문화예술의 정체성과 바탕을 이룬 것이고요.

앞으로 평창동계올림픽을 비롯한 큰 행사들을 앞두고 문화재단은 어떤 계획들을 갖고 있나요?

강릉뿐 아니라 강원도, 나아가 우리나라의 중요한 행사인 만큼 사명감을 가지고 모두 다양한 사업 진행을 위해 밤낮없이 뛰고 있어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상징하는 숫자 2018명의 문화기획자를 양성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다양한 크리에이터를 양성하고 있고, 미디어 아티스트의 활동도 많이 독려하고 있어요. 앞으로 이들의 활발한 활동이 이루어지면 강릉의 문화예술계의 성장은 눈에 띌 만큼 커질 거라 생각해요. 수도권의 경우 여러 인프라의 구축 덕에 자생력을 어느 정도 갖고 있지만, 지방은 각 분야마다 각별한 노력과 실천력이 필요하거든요. 강릉은 아름다운 도시이긴 하지만 관광도시의 성격이 강해 여름이나 겨울에 더 많은 사람이 찾는 편이었지요. 피서 인파와 스키 인파로 인한 심각한 교통난의 기억 때문에 사람들은 강릉이라는 곳과 심리적으로 다소 거리감을 갖고 있지요. 몇 년 후면 개통되는 고속 전철로 인해 강원도가 하루 생활권 안에 들면 그런 문제들은 대부분 해결될 거예요. 그렇게 되면 강원도 도시 자체의 자생력도 훨씬 높아질 테고요.

구체적으로 준비 중인 사업은 무엇인가요?

젊은 층과 가족, 관광객 등 다양한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더욱 다양한 커피 축제와 해변에서 문화 예술을 접할 수 있는 비치 디자인 축제를 계획하고 있어요. 축제를 통해 공연과 전시, 시낭송 등 다양한 아티스트가 협업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할 계획이에요. 특히 ‘해변을 디자인한다’는 주제로 여름밤 해변에서 음악과 미술, 디자인이 함께 녹아난 새로운 트렌드의 축제를 구상 중입니다. 이제 곧 강원도의 아름다운 사계절과 한국의 아름다운 풍경을 더 많은 사람이 경험할 수 있을 거예요. 강릉은 지금 아주 중요한 도약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글 국지연 기자(ji@gaeksuk.com)

한마당 축제로 풀어낸 천년의 어울림

INTERVIEW ② 강릉단오제위원회 김동찬 상임이사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강릉단오제는 강릉의 진산, 대관령의 신성함과 경이로움을 그대로 옮겨놓고 벌이는 한마당 축제다. 강릉단오제는 소용돌이치는 현대문명 속에서 우리만의 문화사적 특징을 지켜왔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고, 현재를 살고 있는 지금 우리의 문화이며 전승의 현장이라는 면에서 더 깊은 의미를 갖는다. 강릉의 정체성은 다른 도시에서는 찾기 어려운 ‘우리 날것의 소중함’을 전승하고 발전시켰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통의 재창조 작업은 지금도 꾸준히 이어져오고 있다.

강릉단오제위원회 김동찬 상임이사는 “강릉단오제는 강릉만의 정체성이면서 나아가 우리나라 고유 문화의 정체성”이라고 말한다.

“강릉단오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강릉만의 역사·지리·문화적 환경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해요. 역사적으로 강릉은 지리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제도권에 의지하기보다는 독자적 삶을 살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고, 그런 환경 속에서 무속문화의 전통을 이어오고 새롭게 탄생시킬 수 있었다고 봅니다.”

음력 5월 5일 단오, 수릿날은 강릉의 축제날이다. 강릉단오제는 대관령에서 일어난 신바람이 남대천 단오장을 신명으로 가득 채우는 8일간의 축제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중에도 단오제는 명맥을 이어왔고 그 전통을 인정받아 1967년 중요무형문화재 제13호로, 2005년에는 유네스코 지정 인류구전 및 세계무형유산 걸작으로 등재되었다.

“단오굿은 의례와 놀이로 나뉘는데 놀이로서 일탈을 맛보면서도 그 놀이판에서 의례를 통해 균형을 잡아주고 있지요. 그래서 오픈 공간이지만 사고가 없고 모두가 자연스럽게 한판 놀면서 공동체 문화를 형성합니다. 강릉의 문화는 전체적으로 빠르고 거칠어요. 워낙 산세가 험하다 보니 역동적일 수밖에 없었지요. 단오제는 가장 우리 것이면서 또한 인간의 보편적 정서를 품고 있는 축제예요.”

그는 많은 사람이 시간을 함께 즐겨야 하고 현재를 사는 사람들이 나눌 수 있어야 문화로서 의미가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단오제는 과거와 현재의 사람들이 함께 나눌 수 있는 우리의 문화라고 말한다.

“강릉이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 다른 지역과 활발한 교류가 많지 않은 까닭에 우리만의 문화가 더 뿌리 깊이 발전한 부분이 있어요. 근래 대관령국제음악제 같은 페스티벌을 통해 문화적 인프라가 넓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한편으론 아쉬움도 있어요. 그런 음악제일수록 지역과 함께 공유할 만한 스토리가 입혀져야 하는데, 아직 그런 부분이 부족하고 한국적인 철학에 대한 고민이 있었으면 더 좋겠어요. 이 지역의 특성을 잘 살려 세계적인 것과 한국적인 것의 조화가 이루어진다면 앞으로 훌륭한 페스티벌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면에서 젊은 사람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일 수 있는 굿을 어떻게 하면 무대에서 관객과 편안하고 즐겁게 호흡할 수 있는 장르로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그 역시 많이 고민하고 있다.

그는 굿을 무대화하는 작업을 통해 함께 위로하고 즐기며 서로서로 의지하던 우리의 따뜻한 전통문화를 지금의 젊은이들도 공감할 수 있는 진정한 축제의 장을 열고 싶다고 말했다.

“공감을 얻어내려면 그 상대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필요하지요. 두려움과 아픔, 기쁨과 환희를 굿으로 표현하던 우리 정서를 이제 무대에서 신명나게 표현해보려고 해요. 세대 간에 공감이 이루어질 때 진정한 축제는 시작되는 것이니까요.”

글 국지연 기자(ji@gaeksuk.com)

교실마다 피어나는 예술의 향기

강릉예술창작인촌

신사임당의 얼이 서린 오죽헌을 마주하고 왼편을 바라보면 ‘오죽헌 공방길’이라는 이름의 작은 골목을 발견할 수 있다. 아기자기한 공방과 카페가 자리한 이 길을 조금만 들어서면 탁 트인 경관과 함께 넓은 운동장이 펼쳐지는데, 이 운동장을 품은 건물이 강릉예술창작인촌(강릉시 죽헌동 소재)이다.

강릉예술창작인촌은 유휴 공간이던 초등학교 건물을 강릉시에서 매입하고 리모델링한 것이다. 지역 내 공예인들에게 창작과 전시 공간을 제공하고 관람객들에게 공예 체험의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조성됐다. 2010년 12월에 정식으로 개장하여 현재 22인의 작가가 입주하여 활동하고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작은 전시장 같은 아담한 공간이 관객을 맞이한다. 로비를 갤러리식으로 꾸며 입주 작가들의 작품을 주기적으로 돌아가며 전시하는 ‘릴레이 전시’다. 천장에 설치한 조명과 전시된 공예 작품들이 어우러져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중앙 로비를 기준으로 양옆에는 기다란 복도가 이어지는데 입주 작가들의 공방은 이곳에 자리해 있다. 복도 천장에는 ‘예림원’ ‘도예공방 빔’ ‘닥종이인형연구소’ 등 공방의 이름이 적힌 팻말이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도자기·자수·종이인형·칠보·한지·우드아트 등 분야도 각양각색. 관람객들은 자유롭게 전시된 작품을 구경하거나 구입할 수 있고, 작가와 함께 공예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도 있다.

2층에는 동양자수박물관이 마련되어 있다. 한국·중국·일본의 자수를 중심으로 서양의 자수까지 다양한 문화의 자수가 한곳에 모여 있다. 이곳에서도 전시와 연계하여 관람객들이 직접 문양을 그려 넣고 손수건이나 파우치 등을 제작하는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한 층 더 올라가면 수석 및 미디어아트 공방과 함께 1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체험장이 있다. 주로 학교나 어린이집 등 단체로 방문하는 아이들의 공예 체험이 이뤄지는 공간이다. 공예 체험 프로그램은 아이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어 강릉 외에도 삼척·동해·양양 등 강원도 각지의 학교와 어린이집에서 찾아온다고 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시 1층으로 내려가 본관 뒤편에 있는 별관으로 향했다. 별관에는 자수 공방과 목공예 공방이 자리하고 있는데, 갖가지 공예가 모여 있는 본관에 비해 별관은 더욱 아늑한 느낌이었다. 목공예 공방을 가득 채운 향긋한 나무의 향기가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개성 넘치는 다양한 공방을 모두 맛보고 나자, 어딘가 헛헛함이 남았다. 한 번 방문한 관람객의 발길을 ‘붙들기’는 충분하지만, 방문해보지 않은 관람객의 발길을 ‘이끌기’에는 홍보 측면에서 다소 부족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공식 홈페이지의 부재가 아쉽다.
강릉예술창작인촌은 더 나은 환경과 활성화를 위해 점진적으로 개선해나가는 중이다. 한 예로, 본관의 엘리베이터의 경우 이곳을 방문하는 장애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강릉시에 건의해 새로 설치된 것이다. 앞으로도 하나씩 보완해나가며 더욱 아름다운 예술꽃을 피우는 강릉예술창작인촌이 되길 기대해본다.

글 임형준 기자(byejun@gaeksuk.com)

강릉 예술계 현장

강릉시립교향악단

강릉의 문화예술을 시민들에게 연주로 전하는 강릉시립교향악단은 영혼을 울리는 소리를 통해 클래식 음악 팬들을 감동시키고, 강릉시민의 문화 수준을 높이겠다는 목표로 1992년 9월 창단·운영되어왔다.
연 6회의 정기연주회와 관현악 세계를 완벽하게 재현해낸 곡 해석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기획연주회, 문화적 혜택이 미약한 읍·면·동 주민을 찾아가는 음악회, 지역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학교 예술탐방연주회, 병원과 양로원 등을 찾는 사랑의 음악회를 비롯해 강릉시립교향악단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기원 음악회 등 연 60여 회에 이르는 음악회를 개최해왔다.


▲ 지휘자 류석원

강릉시립교향악단의 지휘자 류석원은 강릉시립교향악단의 연주가 사랑받는 비결은 강릉시립교향악단만이 갖는 인간미 넘치는 색채와 철저한 곡 분석에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연주해야 할 작품을 온전히 이해한 후에 연주합니다. 작곡가의 의도와 감성을 온전히 표현하기 위해 철저히 공부하고 서로 생각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지요. 우리의 정신, 우리의 삶 전체를 그 안에 담을 때만이 청중에게 진심으로 다가설 수 있다고 믿으니까요. 음악의 본질을 찾기 위해 노력하면서 청중과 만나기 때문에 강릉시립교향악단이 추구하는 음악 세계는 넓고 깊습니다.”

그는 앞으로도 뚜렷한 철학이 있는 새로운 레퍼토리와 참신한 기획 프로그램으로 클래식 음악 팬들에게 최상의 연주를 들려주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제14회 동아음악콩쿠르에서 우승했고, 한국 6인비평가그룹이 선정한 제16회 오늘의 음악가상과 제14회 강원음악대상을 수상한 류석원은 현재 가톨릭관동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글 국지연 기자(ji@gaeksuk.com)

강원예술고등학교

대학 캠퍼스를 연상케 하는 아름다운 건물과 넓은 잔디의 교정을 자랑하는 강원예술고등학교. 2001년 개교한 강원예술고등학교는 한 학년당 음악과·미술과·무용과 3학급씩, 총 9학급 270명의 학생과 28명의 교사가 가족처럼 생활하는 아담한 규모다. 강원도 곳곳에서 모인 학생들이 제2의 손열음(피아니스트·원주)과 박수근(화가·양구), 최승희(무용가·홍천)을 꿈꾸며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는 곳이다.

대부분 기숙사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체계화한 야간 연습 시스템을 운영하는 점이 특징이다. 정규수업 후 오후 9시까지는 전공 관련 특기 적성 수업을 실시하며, 9시 이후부터 각 과별 담당 선생님의 감독 아래 개인 연습 시간을 갖는다. 넉넉한 개인연습실과 실습실도 구비했다.

학생들은 크고 작은 무대와 재능 기부를 통해 예술의 기쁨을 나눈다. 음악과의 경우 대관령국제음악제를 비롯한 여러 지역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수학여행 중 도내 분교를 방문해 아이들에게 악기를 가르치고, 주민을 위한 음악회를 열기도 했다. 미술과는 강릉 내 병원·시청·지역아동센터 등에서 꾸준히 전시회를 개최하며, 벽화 그리기를 통해 지역 사회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무용과는 대현율곡제 제례무 시연 등 각종 문화 행사에 초청돼 지역 문화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가유공자와 유가족을 초대해 전통음악과 한국무용을 선보였고, 초상화그리기 등의 행사를 펼치기도 했다.

2014년 강원예술고등학교에 부임한 교장 최영규는 학생들이 즐겁게 예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주력한다.

“평소 아이들과 스스럼없이 소통하고 공감하며 서로 아쉬운 부분을 최대한 메워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활발한 교육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행정 및 재정 지원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죠. 앞으로도 교직원의 자발성과 열정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예술을 향한 아름다운 마음을 가꿀 수 있도록 힘쓸 것입니다. 2016년은 ‘꿈과 희망을 주는 행복한 강원예고 만들기’가 목표입니다.”

글 전윤혜 인턴 기자(editor2@gaeksuk.com)

사진 심규태(h.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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