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감독 방준석&가수 겸 화가 백현진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6년 1월 1일 12:00 오전


▲ 방준석·백현진

방준석과 백현진이 ‘방백(bahngbek)’이라는 이름으로 팀을 결성해 새 앨범을 발매한다. 방준석과 백현진. 두 사람은 매우 잘 어울리지만 동시에 부조화하기도 하다. 20년 지기 음악 동료로서 여러 무대에 함께 서왔다는 이유로 잘 어울리고, 두 사람이 각자 발표해온 음악의 ‘결’이 다르기에 조화롭지 않다.

방준석은 1994년 모던 록 그룹 유 앤 미 블루로 데뷔한 이후 20여 년 간 영화음악 작업을 해온 영화음악감독이다. 이준익·류승완 감독의 다수 작품에 참여했으며, 2015년에도 두 감독의 작품인 ‘사도’와 ‘베테랑’으로 청룡영화상 음악상 후보에 올라 ‘사도’로 수상했다. 백현진은 장영규·원일과 어어부 프로젝트를 결성해 1997년 첫 번째 앨범 ‘손익분기점’을 발표했다. 이후 장영규와 2인조로 어어부 프로젝트 활동을 지속하며 솔로 음반 ‘반성의 시간’(2008)을 발매했고, 화가로서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며 국내와 이탈리아, 독일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그동안 두 사람의 협업은 백현진의 라이브 공연에 방준석이 기타리스트로 서거나 장률 감독의 영화 ‘경주’의 OST ‘사랑’을 함께 만든 정도였다. 12월 말에 발매되는 새 음반과 1월 3일 열리는 앨범 발매 기념 공연 ‘너의 손’을 앞두고 두 사람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작업을 마무리하며 보내온 편지에 방준석은 ‘태도’라는 단어에 방점을 찍었고, 백현진은 ‘마음’이라는 단어에 밑줄을 그었다.

‘방백’을 기획한 계기는 무엇인가?

방준석 한국 대중음악의 범주 안에 우리가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내가 일하고 있는 ‘판’이 대중이라는 대상이 있는 곳이고, 그 안에서 그들과 무엇을 나눌 것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방백은 우리가 음악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백현진 그동안 한국 대중음악산업이 균형을 잃는 데 일조한 것 같다. 음악을 하는 마음에 대해 준석 형과 몇 년에 걸쳐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방준석 우리가 음악을 하는 이유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었다.

어른으로서 현재 한국 대중음악이 획일화된 것에 책임과 의무를 느낀다고 한 인터뷰에서 이야기했더라. 한국 음악계에서 본인들의 역할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방준석 글쎄, 답을 내리기는 어렵다. 다만 이 길을 잘 가보고 싶은 마음이다. 한국의 음악산업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으니 음악의 원론적인 것들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고, 음악적 실험을 부지런히 하면 가능성을 꽃피울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남기는 기록들이 중요해졌다.

백현진 음악가로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꾸준히 활동하며 음악으로 말하고 싶다.

이번 음반이 지니는 큰 주제는 무엇인가?

백현진 주제는 없다. 다만 이 앨범을 접하는 사람들이 각자 무엇을 느끼거나 경험하기를 바라는 마음일 뿐이다.

방준석 현진의 말이 맞다. 좋은 것을 의도하고, 나누겠다는 마음이다.

음악적으로는 어떤가. 장르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는지?

방준석 우리가 음악적으로 어떻게 변화했는지는 아마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나 지각할 것 같다. ‘바람’만 가지고 이번 작업을 시작했고, 장르나 색에는 제한을 두지 않았다. 함께한 다른 연주자들에게도 추상적인 단어와 표현들로 우리의 의도를 전달했고, 각자 나름의 해석이 쌓여 한 곡 한 곡이 완성됐다.

구체적인 작업 과정이 궁금하다. 방백의 SNS 페이지에 ‘동네’ ‘심정’ ‘변심’ ‘다짐’ ‘어둠’ 등의 단어가 적힌 종이 사진이 올라와 있더라. 단어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방식을 취한 건지?

백현진 음악이 탄생하는 과정을 말로 설명하는 것은 언제나 어렵다. 사실 별로 그러고 싶지도 않다. 가능하지 않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수록곡은 대부분 내가 2000년대 중반부터 흥얼거려 입에 붙어 있던 곡들이다. 정식으로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준석 형과 클럽에서 함께 연주하기도 했다. 언급한 단어들은 각 곡의 제목이며 단어와 음악의 관계는… 글쎄, 경우에 따라 다르다.

함께 연주한 경험은 많아도 하나의 커다란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처음인데, 서로 새롭게 발견한 점은 없나?

백현진 내게 준석 형은, 유일하게 나와 함께하는 기타리스트이자 음악 동반자다. 나는 형의 기타 소리를 온전히 사랑한다. 이번 음반을 작업하며 형의 프로듀서로서의 큰 능력을 경험했다. 음악적 기운, 방향, 철학 모든 면에서 그렇다. 앞으로 형이 보여줄 결과들이 더욱 궁금해진다고 할까.

방준석 현진은 음악에 대한 탐구심이 그야말로 대단하다. 수많은 종류의 음악을 ‘발굴’해 듣기에 안목이 무척 넓다. 나에게 현진은 음악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마치 거울 같은 소중한 존재다.

늦었지만 방준석 음악감독의 청룡영화상 음악상 수상을 축하한다. 시대물은 처음인데, ‘사도’를 작업하며 어떤 과정을 거쳤나?

방준석 프리프로덕션 때 이준익 감독과 함께 여러 공연을 보러 다녔다. 종묘제례악을 보고 ‘소리의 숲’이라는 개념을 세웠고, 각 국악기가 지닌 소리에 집중해 전체 흐름을 만들었다. 궁중 안에서 벌어지는 인물 간의 관계성이 효과적으로 전달되도록 애썼다.

이번에 함께 후보에 오른 장영규 음악감독, 달파란 음악감독 모두 오랜 동료들인데, 서로 조언을 하기도 하는가? 이들과 다른 본인만의 색채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방준석 모두 영화음악 공동체 ‘복숭아’를 만들었던 멤버들이다. 다들 바빠서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각자 진중한 태도로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이를 서로 지켜보는 것만으로 조언이자 격려가 되는 것 같다. 나만의 색채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백현진 씨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가사를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당신의 음악을 듣다 보면 직관적이고 순간적인 표현 방식에 예술적 가치를 느끼는 듯한데, 오랜 시간 동안 심혈을 기울여 작품을 만들고 다듬는 장인은 당신의 예술관에 반기를 들지도 모른다.

백현진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예술적 가치가 무엇인지 점점 더 모르겠다. 내가, 또 우리가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이 더 명확해질 뿐이다. 자연에는 더 나은 가치라는 것이 없다. 나는 문명에 대해 지지하는 입장이 아니다. 어떤 장인이 내 작품에 이의를 제기한다면, 뭐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지금으로서는 다 괜찮다.

본인이 생각하는 좋은 예술 작품의 조건은 무엇인가?

백현진 그런 건 없다. 다만 기본적으로 시장의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물건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나는 시인들을 지지한다. 모든 시인은 아니고, 이준규나 비스와바 심보르스카 같은 시인들을 존경한다. 그들은 시장에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는다. 그 광경은 무리가 없고 자연스럽다. 그래서 아름답다.

어떤 비전들을 세우고 있나?

방준석 세상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음악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터를 잘 닦고 싶다. 또한 스스로 재미있는 일을 많이 하면서 살고 싶다.

백현진 관습에 젖지 않고 항상 깨어 있으려 한다. 방백 공연이 끝나면 1월 27일부터 PKM갤러리에서 한 달 간 개인전을 연다. 전시와 함께 매일 2~3시간씩 퍼포먼스도 개최한다.

영화음악감독 방준석
칠레와 미국에서 자랐고, 1994년 이승열과 록 그룹 유 앤 미 블루를 결성해 데뷔했다. 영화 ‘텔 미 썸딩’(1999)을 시작으로 ‘공동경비구역 JSA’ ‘라디오 스타’ ‘너는 내 운명’ ‘만신’ ‘경주’ ‘사도’ ‘베테랑’ 등의 영화음악을 작곡했다.

가수·화가 백현진
1997년 어어부 프로젝트 1집 ‘손익분기점’을 발표하며 데뷔했고 ‘개, 럭키스타’ ‘21세기 뉴 헤어’ ‘탐정명 나그네의 기록’과 솔로 음반 ‘반성의 시간’을 발매했다. 음악과 미술 활동을 병행하며 국내와 이탈리아 밀라노, 독일 쾰른에서 개인 전시회를 개최했다.

사진 방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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