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타고 한 시간 정도를 출퇴근하는 독자입니다. 예전에는 환승역에 도착할 즈음이면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왔는데, 언제부터인가 국악이 나오더라고요. 환승 음악으로 쓰인 국악곡은 어떤 음악인가요? 그리고 다른 지역의 환승 음악도 국악곡을 사용하는지 궁금해요.
임아란(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수도권에는 지하철 노선이 14개나 되죠. 노선이 많을수록 중요해지는 것이 시간단축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환승역’입니다. 서울 시내만 해도 67개 환승역이 있네요(직접 세어봤습니다…). 그만큼 수도권 시민이 하루 중 가장 많이 듣는 음악이 환승 음악이 아닐까 싶습니다. 매일 듣지만 그만큼 익숙해 지나치기도 쉬운 음악, 지하철 환승 음악에 대해 지금부터 상세히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예전에는 환승역을 알리기 위해 클래식 음악을 사용했습니다(2009년 이전). 음악은 지하철 운영사별로 각기 달랐어요. 서울메트로와 한국철도공사가 공동 운영하는 1·3·4호선은 모차르트의 세레나데 13번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지크’ 중 3악장 미뉴에트, 서울도시철도가 운영하는 5~8호선은 비발디의 ‘조화의 영감’ 중 6번 A단조를 사용했죠. 서울메트로가 단독으로 운영하는 2호선은 음악 없이 휘파람새 소리만 활용했고요.
현재는 운영사 구별 없이 모두 김백찬 작곡의 창작국악 ‘얼씨구야’를 사용합니다. 장구의 자진모리장단에 맞춰 대금과 해금이 선율을 연주하고, 가야금이 반주를 하는 흥겨운 국악곡이죠. 원곡의 길이는 35초가량입니다. 생각보다 짧죠? 본래 연주용으로 작곡된 곡이 아닌, 국립국악원 ‘생활음악 시리즈’의 하나로 창작된 ‘벨소리용 음악’이었기 때문입니다. 지하철에서는 원곡 중 앞부분의 8초만 떼어 사용합니다.
‘얼씨구야’가 환승 음악으로 채택된 배경을 알기 위해서는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해요. 2005년, 국립국악원은 일상생활 속의 국악 저변 확대를 위해 ‘생활 속의 우리국악(이하 생활국악)’이라는 프로젝트를 기획했습니다. 음악의 쓰임별로 종류를 나누고, 작곡을 의뢰해 2007년 총 100곡(휴대폰 벨소리 40곡, 통화연결음 40곡, 수양 음악 20곡)을 완성했죠. 공익 목적으로 작곡된 곡이기에 완성된 음원은 학교와 관공서에 무료로 배포됐습니다. 이때 지하철 운영사들도 배포처에 포함됐죠.
그 후 한국방문의해(2010~2012)를 앞두고 서울메트로가 환승 음악을 국악으로 변경하기로 결정합니다. 물론 국립국악원에서 전달받은 음원들도 후보에 포함돼 있었죠. 후보 중 전문가 감수와 청취회, 시민 모니터링을 거쳐 선정된 곡이 바로 ‘얼씨구야’입니다. ‘얼씨구야’는 2009년 3월 1일부터 1~4호선에 사용됐고, 이후 5~8호선, 분당선 등에 순차적으로 확대돼 9호선을 제외한 서울지하철 전 구간에서 동일한 환승 음악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2009년 7월 개통된 9호선은 독자적인 종소리를 사용합니다.)
수도권 외에도 창작국악을 환승 음악으로 사용하는 곳이 또 있습니다. 바로 부산입니다. 부산은 2009년부터 1호선에 경쾌한 소금 선율이 돋보이는 음악그룹 바이날로그의 ‘벨소리’, 2호선에 소금과 해금의 선율이 어우러진 ‘멋쩍은 데이트’, 3호선에 함경도 민요를 편곡한 ‘돈돌날이’를 각각 환승 음악으로 삽입했습니다. 모두 ‘생활국악’에 수록된 곡이죠. 현재는 바이날로그의 ‘벨소리’로 모두 통일하는 대신 가야금 버전으로 편곡한 ‘부산찬가’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각각 시청역과 중앙역의 도착 음악으로 사용하는 등 부산만의 특색을 살렸습니다.
출발역과 종착역을 알리는 음악에도 창작국악을 사용하는 추세입니다. 서울도시철도(5~8호선)의 종착 음악으로는 부산 1호선의 환승 음악과 같은 ‘벨소리’를, 대전 1호선의 출발에는 숙명가야금연주단의 ‘터키 행진곡’, 종착에는 황병기의 가야금독주곡 ‘춘설’을, 광주 1호선의 출발에는 부산 3호선에 쓰이던 ‘돈돌날이’를 사용합니다. 공항철도는 2013년부터 종착 음악으로 ‘신호음악 12’를 쓰고 있다고 하네요.
대전 지하철을 제외하고는 모두 국립국악원의 ‘생활국악’ 시리즈에 수록된 음악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사용된 곡은 공통적으로 조금 빠른 장구 장단에 가야금이 반주를 하고, 소금(혹은 대금)이나 해금이 선율을 얹은 형태를 띱니다. 가벼운 편성이죠. 목적이 뚜렷한 신호 음악이기에 느리고 무겁기보다 경쾌하고 희망찬 느낌을 담았습니다. 아, 깜박 잠들었다가 내릴 때도 있으니까요. ‘생활국악’ 시리즈는 영리 목적이 아니라면 누구라도 국립국악원 홈페이지(www.gugak.go.kr)에서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