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악기는 어떤 나무로 만들어지나요?

수많은 나무 중 현악기 재료로 선택되는 나무는 무엇이며, 그 이유가 궁금해요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6년 4월 1일 12:00 오전

취미로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는 아마추어 학생입니다. 그동안 저렴한 보급형 악기를 사용하다가 고가의 수제 악기를 구입했더니, 예전보다 소리가 좋아져 연습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그런데 악기를 바꾸고 신기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앞판의 나무와 뒤판의 나무 색깔이 다른 겁니다. 각기 다른 나무를 사용한 것 같은데, 한 악기에 여러 나무를 사용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가요? 바이올린 외에 다른 현악기에 사용되는 나무들에도 차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박찬양(대구시 북구 호국로)

현악기는 몇 가지 종류의 나무로 만들어질까요? 언뜻 보면 한 가지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부분마다 각기 다른 나무를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어요. 현악기에는 크게 세 종류의 나무가 쓰인답니다. 어떤 나무가 악기와 찰떡궁합일까요. 지금부터 현악기의 재료로 선택되는 나무와 그 이유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현악기는 대부분 가문비나무(스프루스), 단풍나무(메이플), 흑단(에보니) 세 가지를 혼합해 만듭니다. 한국에선 다소 낯선 가문비나무는 외국 영화에 등장하는 크리스마스트리용 나무입니다. 웬만한 아파트 높이와 맞먹는 침엽수로, 진동을 고르게 전달한다는 장점이 있죠. 때문에 울림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현악기의 앞판, 현의 소리를 전달하는 브리지, 사운드 포스트와 베이스 바에 쓰입니다. 특히 베이스 바는 앞판의 진동을 퍼뜨리고, 브리지의 압력을 버텨내야 하기에 단단한 나무가 필요해요. 이때 내구성이 좋은 가문비나무는 좋은 재료가 됩니다.

밀도가 높은 단풍나무는 튼튼한 갑옷처럼 외부 충격을 최소화하죠. 보통 악기의 옆판과 뒤판, 넥에 쓰이며 현악기를 구성하는 나무 중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합니다. 흡사 호랑이의 줄무늬를 떠오르게 하는 독특한 가로줄 문양은 가공 과정에서 단풍나무 안의 섬유질이 반응하면서 생기는 것이라 하네요.

지판·턱받침·줄감개 등 손이 자주 닿는 부분에는 습기와 오염에 강한 흑단을 사용합니다. 특히 금속 현과 자주 마찰하는 지판은 더욱 단단해야겠죠? 양 창자를 꼬아 만든 거트현을 사용한 바로크 시대에는 지판을 가문비나무로 제작했지만, 금속 현을 사용하면서부터 지판에 홈이 파이자, 결국 제작자들은 나무 중 ‘가장 딱딱한’ 흑단을 선택합니다. 윤기 나는 검은 빛깔을 띠는 흑단은 오보에와 클라리넷의 몸통에 사용되기도 합니다.

이제 활을 살펴볼까요? 활대는 말총으로 만든 활털을 팽팽하게 당겨줘야 하기에 장력을 잘 견디는 ‘페르남부쿠우드’를 주로 사용합니다. 브라질 페르남부쿠 해안의 모래에서 자라는 붉은 빛의 열대 수종인데 현재 남벌로 인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모든 나무는 나뭇결이 곧고 나이테 간격이 일정할수록 품질을 높게 평가받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서식지의 기후가 나무에겐 굉장히 중요해요. 가문비나무의 경우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 기슭 군락지의 나무를 최고로 삼습니다. 이 지역의 나무들은 실제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비롯한 이탈리아의 명기들의 재료로 사용되죠. 단풍나무는 유럽의 발칸반도, 흑단의 경우 인도 남부에서 자란 품종이 대접받습니다.

국내에서 악기를 제작하더라도 재료가 되는 목재들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합니다. 품종은 같아도 우리나라 기후에서 자란 나무는 현지의 그것과 다르기 때문이죠. 어쩌면 현악기는 세계 각지 출신의 나무가 모인 ‘화개장터’일지도 모르겠네요.

용어 정리
사운드포스트 악기의 몸통 중앙에 세워진 작은 나무 기둥
베이스 바 악기의 앞판 안쪽에 붙은 대들보 역할의 나무 바

도움 주신 분 이성열(이성열 스트링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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