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상상력이 빛나는 복합문화도시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6년 5월 1일 12:00 오전

해마다 봄이면 부천은 꽃 축제로 온 도시가 들썩인다. 그리고 이어지는 만화 축제, 영화 축제들은 사람과 문화의 힘이 돋보이는 부천의 풍경을 다채롭게 변화시킨다. 도시의 다양한 축제는 예술을 생활로, 생활을 예술로 스며들게 하는 힘을 지녔다. 만화와 영화, 클래식 음악이 융합된 상상력의 메카, 문화 도시 부천을 찾아가보았다

찾아가는 지역 순례의 아홉 번째 도시는 부천. 90여만 명의 인구가 사는 도시로 현재 원미구, 소사구, 오정구 등 3개구로 나뉘어 있다. 봄에 피는 복숭아꽃이 시의 상징이어서 해마다 봄이면 복숭아꽃 축제가 열린다. 또한 숲으로 둘러싸인 자연환경 덕에 부천중앙공원, 상동호수공원, 서촌공원, 원미공원 등 시민들을 위한 휴식 공간이 사랑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문화예술공간은 부천시민회관을 비롯해 복사골문화센터 아트홀, 복사골갤러리, 오정아트홀, 부천교육박물관, 부천활박물관, 부천유럽자기박물관, 한국만화박물관, 부천만화도서관 등이 있다.
부천시민회관은 1988년 개관해 그동안 다양한 공연과 행사로 부천 시민의 대표적인 문화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1152석의 대공연장과 348석의 소공연장이 마련되어 있다. 복사골문화센터 아트홀은 606석의 중극장 규모로 프로시니움 무대를 갖춘 공연장으로 연극, 음악, 무용 등의 공연과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복사골갤러리 또한 지역 예술가들의 전시와 경인미술대전 등 굵직한 전시를 비롯해 사진, 도예, 서예, 각종 개인전 등 다채로운 기획 전시 및 대관 전시가 열리고 있다. 부천은 전문 테마 박물관이 잘 구성되어 있는 도시로 유명하다. 다양한 주제의 테마 박물관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산 교육장으로 어린이와 학생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부천 시민들의 문화 예술 공연을 책임지고 있는 부천시예술단의 활동도 눈여겨볼 만하다. 한국 오케스트라 성장에 핵심 역할을 해온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1988년 창단되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이어진 말러 시리즈를 통해 말러의 음악 세계를 재연한 탁월한 곡 해석으로 우리나라에 말러 신드롬을 일으키기도 했다. 정기연주회를 비롯해 찾아가는 음악회, 아침의 클래식, 해설음악회 등 눈높이를 맞춘 다양한 공연으로 시민에게 다가가고 있다. 임헌정에 이어 2015년부터 박영민이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를 맡고 있다. 부천시립합창단(상임지휘자 조익현) 역시 다채로운 레퍼토리로 부천 시민들의 정서 함양을 위해 노력해왔다.

부천 문화예술의 전반적인 행정과 지원·운영을 담당하는 부천문화재단은 2001년 국내 최초의 기초 자치단체 문화재단으로 출범했다. 문화예술진흥을 위한 정책개발, 다양한 문화예술프로그램 운영, 문화예술교육 지원, 지역문화 전문 인력 양성과 지원, 예술단체 지원, 문화 공간 운영, 위탁기관 및 문화시설 운영 등의 일을 맡아왔다. 2016년은 부천문화재단이 창립한 지 15년째 되는 해로 현재 펼쳐지고 있는 다양한 공연과 아트밸리 사업 등 예술교육 사업을 통해 문화도시로서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부천문화재단의 생활문화페스티벌, 악기 라이브러리, 무지개다리 등 다양한 사업은 다른 지역에서도 관심을 가질 만큼 문화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문화예술교육 분야의 주요 사업으로 ‘꿈의 오케스트라 부천, 놀라운 오케스트라’ 운영 역시 부천만의 의미 있는 사업으로 활발히 추진 중이다.

부천의 교육기관은 서울신학대학교, 가톨릭대학교 성심캠퍼스가 있으며 경기예술고등학교에서 전문 예술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부천에는 흥미로운 축제도 다양하다. 복사골예술제를 비롯해 만화 도시로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1998년부터 매년 여름에 펼쳐지는 부천만화축제(BICOF)와 1999년 시작된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BIAF)은 부천을 대표하는 축제다.

부천만화축제는 유쾌한 볼거리와 상상력 가득한 만화 축제의 장으로 만화 콘텐츠를 이용한 다양한 행사가 마련된다.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은 대한민국 최초의 애니메이션 페스티벌로 전문가와 일반인, 학생 등이 참여하는 국제경쟁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이다. 이 밖에 저예산 및 독립영화의 국제적 메카를 지향하기 위해 1997년부터 시작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도 부천의 대표적인 축제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장르 영화제인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프로그램으로 정체성을 확고히 한 대표적인 장르 영화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호러, 스릴러, SF 등 세계 각지에서 온 장르 영화들과 다양한 이벤트, 부대 행사들이 펼쳐진다.


▲ 복사골예술제

▲ 예술교육프로그램 부천아트밸리

5월이면 부천 최대 문화예술 축제인 복사골예술제가 열린다. 복숭아로 유명하던 부천의 옛 정취를 되살리는 예술제로 1985년 시작된 부천을 대표하는 시민 축제다. 이 밖에 원미산의 진달래꽃, 도당산 벚꽃, 춘덕산의 복숭아꽃이 필 무렵 펼쳐지는 부천 봄꽃 축제도 회색빛 도시를 아름답게 물들이는 축제 중 하나다. 가을에는 부천역 마루광장에서 전국버스킹대회, 라온페스티벌, 전국비보이경연대회 등 생활예술 축제가 열려 시민들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풍성한 문화를 체험하고 즐길 수 있도록 새로운 광장 문화의 지평을 열고 있다.

이처럼 문화 도시를 상징하는 부천은 그동안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꾸준한 투자와 지원으로 부천만의 정체성을 갖춘 여러 문화 콘텐츠를 많이 발전시켜왔고 활발한 해외 문화 교류로 지금도 성장 중이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숙제도 있다. 클래식 음악 발전과 높은 수준의 연주력에도 불구하고 낙후한 공연장과 시설 등은 하루 빨리 개선해야 할 과제다. 또한 지역 안의 다양한 시민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다채로운 문화를 하나로 집중시킬 수 있는 계기와 공간도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이미 전문 연주홀 착공 계획을 갖고 있고, 만화와 영화 등 특성화된 콘텐츠의 발전이 뚜렷한 만큼 융합을 통한 창조적 문화 콘텐츠와 인프라가 확산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특히 부천의 문화예술사업에서 가장 눈여겨볼 만한 것은 부천아트밸리 같은 예술교육 프로그램이다. 문화예술 교육사업은 사람을 향한 투자이며, 한 도시를 정서적으로 풍요롭게 성장시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성장 엔진이기 때문이다.

INTERVIEW 1 김만수 부천시장
시민이 문화 예술의 주체가 되는 도시

부천을 찾아간 날은 마침 꽃 축제로 도시가 다채로운 색깔로 물들어 있었다. 과거 콘크리트 회색빛 이미지의 도시에서 21세기 역동적인 문화 도시로 탈바꿈한 데에는 부천시의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지원, 시민들의 애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부천 문화예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조명하기 위해 김만수 부천시장을 만났다. 김만수 시장은 연세대 사회학과를 거쳐 가톨릭대 사회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청와대 대변인, 청와대 춘추관장, 제16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전문위원 등을 거쳤다. 부천과는 부천시의원 2~3대 기획재정위원장을 맡으면서 인연을 맺었다. 2010년 제20대 부천시장에 당선되었고 2014년 재선에 성공하여 현재까지 부천시장을 연임하고 있다.

부천시장을 6년 째 연임 중인데, 부천은 클래식 음악뿐 아니라 만화, 영화 등 다양한 문화예술 부문에서 발전을 이뤘는데요.
20년 동안 부천은 문화예술도시로서 비전을 가꿔왔지요.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1988년 창단되어 클래식 음악계의 발전에 밑거름이 되었고, 1996년부터 시작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만화축제는 부천을 문화도시로 성장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문화예술 각 분야마다 창의적인 생각과 도전으로 자신들만의 영역을 구축해왔기에 문화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저 역시 시장으로 재직하면서 문화예술사업 부문에 비전을 갖고 지속적인 애정과 지원을 아끼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문화예술의 발전은 단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에서 지원을 지속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요.
투자를 할 때는 무엇을 가치 있게 보느냐가 중요합니다. 문화예술은 정신을 풍요롭게 하고 사람과 사람이 소통할 수 있게 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요소이지요. 시민들 역시 그런 마음을 갖고 있었기에 부천시의 문화예술 정책을 지지해주셨을 테고요. 이제는 시민들의 꾸준한 지지와 기대를 열매로 보여줄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부천시는 4년 전부터 ‘아트밸리’ 사업을 진행하면서 실제로 시민들이 문화예술 작업에 어떻게 참여하고 함께 나눌 수 있을지 고민하고 실행해왔습니다.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에서 저마다 괄목할 만한 성장이 있었기 때문에 이제 문화예술이 더 융성해 시민들이 직접 체험하고 삶 속에 스며들 수 있도록 문화 소통의 창구를 활짝 열어줄 계획입니다.

시민들은 무엇보다 문화예술의 발전이 경제성장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문화를 통해 정서뿐 아니라 경제적 삶도 윤택해져야겠지요. 문화예술의 성장은 여러 면에서 그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요소가 됩니다. 그리고 이제는 시민들이 훌륭한 공연과 영화를 보면서 행복을 느끼는 데에서 한 발 나아가 직접 문화예술의 현장에서 체험하고 감동을 느끼는 것을 중요시하는 시대로 변하고 있습니다. 악기 동호회를 통해 악기를 배우거나 만화가에게 만화 그리는 법을 배우거나, 아이들의 교육에 문화를 접목하여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만들어주는 다양한 문화예술 교육이 필요한 것이지요. 시민들의 삶 속에 예술이 연결될 수 있도록 다채로운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내고 예술가를 육성하는 것이 우리 시의 몫이라 생각합니다.

부천시는 오래전부터 문화도시를 표방하며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꾸준한 지원과 투자를 해왔는데, 시민들이 실제로 그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부천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문화를 즐기고 배우며 향유해왔습니다. 클래식 음악의 경우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높은 위상 때문에 클래식 음악 마니아층도 굉장히 두텁고요. 그만큼 자부심도 높지요. 클래식 음악뿐 아니라 만화와 영화에서도 부천만의 정체성을 띠고 있어 젊은 층의 문화예술에 대한 욕구와 관심도 큽니다. 요즘은 시에서 아이들 문화예술교육을 염두에 둔 다양한 프로그램과 공연을 통해 시민이 자연스럽게 문화예술 콘텐츠에 접할 수 있도록 하는 행사도 많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문화예술의 성장을 위해서는 리더의 마인드가 중요할 텐데 개인적으로 문화예술에 관심을 갖고 지원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문화예술만큼 사람의 심성을 가꿔주고 의식을 변화하게 하는 것이 없지요. 문화와 예술은 사람들이 조화롭게 지낼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을 갖게 합니다. 경제가 풍요로워지고 시민 의식이 향상될 수 있는 여러 요소 중 가장 중요한 분야가 문화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화와 예술 안에는 인성교육, 정서교육 등 우리 삶에 필요한 아름다운 덕목을 키울 수 있는 열쇠가 숨어 있지요. 그러니 시민들에게 이런 문화예술의 아름다운 가치를 전해주기 위해 노력하는 건 당연할 수밖에요.

현재 진행 중인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인 ‘아트밸리’ 사업이 궁금합니다.
청소년부터 시민, 실버 세대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문화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자는 목표로 시작한 사업입니다. 가장 먼저 학생들에게 실시했는데요. 부천시 122개 학교 학생들이 전통예술, 음악, 연극, 무용 등 12개 분야 227개 프로그램을 배울 수 있는 사업이지요.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은 정규 수업 시간에 자연스럽게 문화예술 교육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동안 성장한 만화·영화·음악을 중심으로 형성된 부천만의 탄탄한 문화적 인프라가 아트밸리 사업을 도입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아트밸리 사업의 강사는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부천시립합창단, 한국만화가, 예총소속 예술인 등 문화예술가들이 맡고 있는데요. 2014년 10월부터는 학생들에 이어 이제 시민, 실버 세대까지 아트밸리 사업에 모델로서 참여할 수 있도록 시민아트밸리 사업을 확대했습니다. 이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 더 많은 전문 강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요즘 가장 사회적인 문제로 자리 잡은 청년 일자리 확보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부천에 웹툰과 만화가 발전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과거 만화는 청소년 유해 매체 중 대표적인 콘텐츠에 속했습니다. 음지의 문화였지요.(웃음) 만화가들이 예술가로 대접받는다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원혜영 시장님이 계실 때 이들이 서로 모일 수 있는 사랑방 문화가 형성되면서 만화가 음지에서 양지로 서서히 그 무대를 옮길 수 있었습니다. 부천에 한국만화진흥원이 창설되었고, 때마침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만화와 기술이 만나 갑자기 새로운 문화 콘텐츠로 떠올라 그에 대한 관심이 급상승한 것이죠. 그렇게 웹툰이 차세대 한류 콘텐츠로 자리 잡으면서 부천은 명실상부 만화 수도로 자리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럼 만화의 발전이 도시의 경제성장으로도 이어졌나요?
우선 좋은 일자리를 많이 창출할 수 있었어요. 또한 만화와 웹툰 세계화의 교두보를 마련하면서 경제적으로도 좋은 결과들이 있었습니다. 2015년에는 중국 하얼빈 시 동만사업발전기지, 엔타이 시, 웨이하이 시와 만화 애니 교류를 위한 MOU를 체결하기도 했고요. 오는 5월 중국 엔타이 시에 한국만화체험관이 개관하면 부천시는 이곳을 거점으로 삼아 웹툰산업의 중국시장 등 해외 시장 진출의 주도권을 확보하려고 합니다.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풍경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포스터

부천판타스틱영화제 역시 인기가 높습니다.
1990년 지방화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부천시의 정체성을 어디서 어떻게 찾을 것인가 고민의 과정을 거쳐 생긴 테마가 바로 ‘문화’였고, 영화제 도입이었습니다. 아울러 시의 비전으로 ‘문화도시 부천’을 설정했고요. 1997년 제1회 부천판타스틱영화제가 개최되면서 여러 우여곡절의 역사도 있었지만 이제 정착되어 시민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수도권 최고의 영화제이면서 아시아 최대 장르 영화제로 자리매김한 것은 시민들의 지지와 젊은 마니아층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지요. 올해 20회를 맞는 부천판타스틱영화제는 7월 22일 일본 자매 도시 가와사키 시의 오케스트라와 합동 공연을 할 예정입니다.

문화예술사업 발전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사람이지요. 문화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람입니다. 그동안 부천필을 이끌었던 임헌정 지휘자가 있었기에 부천의 클래식 음악계도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고, 또 새로운 도전의 사명을 갖고 포디엄에 오른 박영민 지휘자가 있기에 앞으로 더 진화한 부천필의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지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끊임없이 창작 활동을 했던 만화가들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엄청난 인기를 누리는 웹툰의 인기가 가능했을까요?

그럼에도 부천이 넘어야 할 숙제도 있을 텐데요.
부천은 각각의 문화예술 분야마다 독창성이 있고 실력과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진 도시입니다. 이제 그것을 담을 하드웨어가 필요한 시점이죠. 부천시예술단의 경우 뛰어난 실력을 가졌음에도 전문 홀과 연습 공간이 마땅치 않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전문 예술 무대를 위한 홀도 만들고 다른 지역, 다른 나라에서 우리의 음악과 영화, 만화 관람을 위해 찾을 수 있는 공간이 절실한 때입니다. 그런 필요성을 공감하고 부천시와 시민들이 모두 한마음으로 문화 도시의 새로운 역사를 써나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부천 문화예술만의 정체성은 무엇인가요?
‘융합’이지요. 도전과 창조는 부천이 오래전부터 지향해온 가치입니다. 문화예술이 더 발전하고 새롭게 창조되기 위해서는 예술하는 사람이 자꾸 모일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서로 다른 분야의 예술이 만나 융합을 통해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만들 수 있기 때문이지요. 부천은 세계적인 비보이 팀을 배출했고, 지금도 많은 젊은이와 예술가들이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을 융합해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고 있습니다.

시장으로서 앞으로의 비전이 궁금합니다.
부천은 인구가 90만에 달합니다. 신·구도심의 문화 격차를 해소하고 문화예술인과 시민, 국내·국외인이 함께 어우러져 다양한 축제를 통해 경쟁력 있는 문화 콘텐츠를 키워 문화예술 도시로서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시민 모두 문화예술의 향유자이면서 그들 또한 미래의 문화예술 창조자가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그동안 전문가 위주의 문화 영역이 시민 위주로 바뀌어 이제 시민이 삶을 예술로, 예술을 삶으로 승화시키고 생활 속에서 문화예술의 주인공이 되는 진정한 문화특별시 부천을 완성하고 싶습니다.

INTERVIEW 2 부천필하모닉 상임지휘자 박영민
우리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부천시민들에게 가장 큰 자부심이자 한국 오케스트라 발전에 견인차 구실을 해온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이하 부천필). 부천필은 1988년 창단 이후 지금까지 새로운 도전으로 주목받아왔다. 창단 이듬해 서울대 임헌정 교수를 상임지휘자로 영입하며 뛰어난 연주 실력과 폭넓은 레퍼토리로 국내뿐 아니라 세계무대에서도 인정받는 오케스트라로 성장했다. 2016년 부천필은 새로운 비상을 준비한다. 국내뿐 아니라 유럽 및 아시아 무대에서 주목받아온 박영민을 상임지휘자로 영입해 더욱 다채롭고 풍성한 레퍼토리로 한층 진화한 사운드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비전으로 부천필을 이끌고 있는 마에스트로 박영민을 만나보았다.

작년부터 부천필을 맡고 계신데, 지금까지 함께한 소감은 어떤가요?
훌륭합니다. 물론 어디든 완벽한 단체는 없겠지요. 작년에는 첫해여서 서로 알아가는 단계였다면, 올해부터는 새로운 시리즈나 해외 공연들을 제대로 이어나갈 계획입니다.

부천필은 다른 지역에서도 부러워할 만큼 훌륭한 실력을 갖춘 오케스트라인데, 실제로 부천시민들은 부철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시민층이 다양하다 보니 부천필 공연과 존재에 대한 반응도 다양하겠지만, 관객이 많이 늘고 있는 건 확실합니다. 물론 프로그램에 따라 선호하는 관객층은 다른 것 같습니다. 정기연주회에서 펼치는 말러나 브람스, 베토벤 같은 레퍼토리를 연주할 땐 클래식 음악을 전문적으로 듣는 골수팬이 많지요. 정기 연주회 때는 외부에서도 연주를 들으러 직접 오시기도 합니다. 가족음악회, 야외음악회, 해설이 있는 음악회들은 가족과 연인, 친구와 함께 오는 경우가 많고요. 분위기도 훨씬 자유롭고 편안한 편이지요.

오랫동안 원주시향 지휘를 맡아오셨는데, 오케스트라마다 분위기와 색깔이 분명 다르겠지요?
원주는 작은 도시라 단원 수도 적고 규모도 더 작습니다. 그렇게 작은 것이 장점이면서 단점이기도 하지요. 부천은 규모도 크고 단원도 많아서 대규모 곡 편성이 가능한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물론 식구가 많으니 소소히 생기는 문제도 더 많지만요. 부천필은 사무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주고 있고, 기획력 있는 공연도 많아 지휘자가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더 잘 조성된 것 같습니다.

지휘자로서 자신만의 리더십이 있나요?
특별한 리더십이라기보다는 공동의 목표가 ‘음악’이라 생각하고, 단원들을 그 목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단원들이 지휘자를 잘 따르는지 궁금합니다.
자식도 말을 안 듣는데요.(웃음) 물론 음악적으로 지휘자를 잘 따라줍니다. 그 외에는 각자 생활이 있으니 사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려고 합니다.

올해 의미 있는 연주가 많습니다. 바그너의 탄호이저 전막 연주도 눈에 띄는데요.
부천시민회관의 음향이나 여러 조건이 최적화된 상태는 아니지만, 그래도 해본 적이 있기 때문에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바그너의 이 작품은 국내에서는 미개척 분야인 만큼 연주되는 경우가 드물고, 전막 연주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부천필 역시 지금 새로운 음악 도전이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도전해보고 싶었습니다.

지난번 바그너 탄호이저 서막 공연 때 잠시 해설을 한 것이 굉장히 좋은 반응이었다고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쉽지 않은 작품이기 때문에 간단히 설명을 하고 시작했는데, 곡을 감상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들 하시더군요. 바그너 작품은 새로운 도전인 데다 직접 독일 바이로이트에 가서 음악을 듣고 즐기는 골수팬이 많은 작곡가이기 때문에 연주에 대한 다양한 평이 나올 수 있겠지만, 바그너 음악 자체가 지닌 독특한 매력을 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바그너는 스토리텔링과 음악 효과 이면에 자신의 철학과 시대정신을 서사시로 풀어낸 작곡가이기에 우리가 지금 다루는 건 그의 극히 일부 음악이지만, 그의 음악 세계를 제대로 표현해보고 싶은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바그너 곡은 호흡이 굉장히 긴데, 특유의 긴 호흡을 그대로 따라가면서 바그너 작품만의 포인트를 잘 살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힘든 과정일 텐데, 단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아직 시작이고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가지 못해 단원들이 그렇게까지 길고 힘든 과정일 거라곤 생각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곧 반응이 오겠지요.(웃음)

5월에 개최되는 ‘2016년 라 폴 주흐네 가나자와 음악 축제’에 공식 초청받았는데요.
이 축제는 클래식 음악에 대한 편견과 상식을 뒤집는 독특한 콘셉트로 전 세계 음악 팬들에게 뜨거운 관심을 받아온 축제입니다. 올해의 주제는 ‘자연과 음악’인데. 작곡가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킨 ‘자연’에 대한 경의를 바탕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상상력이 넘치는 음악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기획한 만큼 앞으로 부천이 지향하는 다양한 문화 융합 축제의 의미 있는 모델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시리즈 공연이 준비되어 있던데요.
베토벤의 작품 중 사랑받는 곡을 만나는 ‘베토벤 릴레이’, 색채감 짙은 프랑스 정통 클래식 레퍼토리 ‘프렌치 클래식’, 수준 높은 정통 오페라를 맛보는 ‘BPO 오페라’ 등 격조 높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연주할 계획입니다.

부천은 클래식 음악과 함께 문화예술 간의 융합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있는데, 정통 클래식 음악 지휘자로서 그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집중도 필요하고 분야별로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공연에 있어서는 메인과 사이드의 개념이 분명해야 균형을 이룰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정체성을 잃을 수 있다는 거죠. 부천시에서 다른 분야의 문화예술 분야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정체성을 명확히 한다면 그 안에서 진행되는 새로운 융합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클래식 음악의 경우 어떤 부분이 보완되어야 한다고 보시나요?
전문 홀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봅니다. 부천을 대표하는 훌륭한 문화예술 인프라가 있으니 홀이 생기면 거기서 이뤄낼 수 있는 것이 많을 거라 여겨집니다.

부천필을 이끄는 자휘자로서 새로운 비전이 있다면요?
부천필은 ‘산에 올라가봤다’가 아니라 이제 ‘어떻게 올라갈 것인가’에 대해 생각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음악이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달라지는 것이 아니고 그저 오늘 연습, 내일 연습, 계속 연습하면서 조금씩 나아지고 달라지는 것이겠지요. 부천필은 오랜 시간 동안 언제나 청중의 삶 가까이에 머물러왔습니다. 음악을 통해 삶의 슬픔을 어루만져왔고, 때로는 인생의 환희를 그 누구보다 뜨겁게 응원해왔지요. 앞으로도 진지한 성찰이 배어 나오는 원숙한 연주로 훌륭한 작품들을 들려드릴 것을 약속합니다.

사진 심규태(HARU)

FOCUS ON 부천으로 축제 떠나기
도시의 중심에서 문화를 외치다

삶과 예술이 하나되는 곳, 복사골 예술제
매년 봄, 온 도시에 꽃향기 무르익을 때면 부천을 대표하는 문화 축제 ‘복사골 예술제’가 곧 시작됨을 알 수 있다. 예부터 소사의 복숭아는 대구 사과, 구포의 배와 함께 전국 3대 과일로 불렸다. 그러나 소사읍은 부천시로 승격되며 점차 전원도시의 모습을 잃어갔고, 부천예술문화총연합회는 복숭아꽃이 만개하던 옛 고장의 정취를 되살리고자 1985년 복사골 예술제를 개최했다.
올해 32회를 맞은 복사골 예술제의 슬로건은 ‘통통(通通)’으로, 환경과 사람 그리고 문화예술을 서로 통하게 만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축제는 오는 5월 5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4일간 진행되며 전문 예술인, 시민단체, 예술동호회 등이 참여해 부천 곳곳에서 즐길 거리를 선보인다. 총 37개 이상의 공연·전시, 시민 참여 프로그램과 한국 음식 및 세계 음식 코너를 진행해 온 가족이 두루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을 마련한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포함된 황금연휴 기간인 만큼 알차게 즐기고 싶다면 미리 종합 일정표를 참고하는 것이 좋다.

만화 수도를 이끄는 쌍두마차, 부천국제만화축제 BICOF·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BIAF
부천은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통해 도시의 경계를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는 중이다. 부천시는 음지로 여겨지던 만화 영역을 양지로 이끌어 K-pop을 잇는 새로운 한류 콘텐츠로 자리 잡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예로 1998년에 시작된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가 있다. 오는 7월 27일부터 31일까지 열리는 제18회 부천국제만화축제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70+30’을 주제로 만화를 통해 전쟁과 평화를 다루며, 지금까지의 만화와 웹툰을 포함한 앞으로 변화할 만화의 세계를 다각도로 조명해 세계무대로 향하는 비전을 제시할 계획이다.


1998년 만화축제에 이어 1999년에는 애니메이션의 장기적 발전 가능성을 토대로 한국 최초의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BIAF)이 개최됐다. 오는 10월 21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제18회 페스티벌은 일반 경쟁 형식으로, 전문가와 일반인, 학생도 참여 가능하며, 수준 높은 작품과 강연을 비롯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이 ‘2016 한·불 상호 교류의 해’의 공식 인증을 받은 만큼 올해에는 어떤 볼거리로 꾸며질지 기대를 모은다.

문화특별시의 상징,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BIFan
영화는 부천의 문화예술 성장을 주도해온 상징적 존재다. 부천필을 필두로 문화도시의 이미지를 구축하기 시작한 부천시는 1997년 부천국제영화제조직위원회의 주관 아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를 개최하면서 문화특별시로 거듭났다. ‘사랑, 환상, 모험’을 주제로 장르 영화를 집중 조명하며 영화 마니아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아온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상상력, 대중성, 미래지향성을 중심으로 주류 상업영화가 아닌 비주류 영화를 지향해왔다. 2001년에는 아시아 최초로 ‘유럽판타스틱영화제연맹(EFFFF)’에 준회원으로 가입해 국제적 인정을 받았다. 이후 2008년, 아시아 판타스틱영화제작네트워크(NAFF)를 출범시켜 우리 영화를 세계에 알리고, 나아가 아시아 영화의 세계화에 힘쓰고 있다.
2016 제2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오는 7월 21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되며 호러, 스릴러, SF, 판타지, 애니를 포함한 다양한 장르의 장·단편 영화를 선보여 국내외 영화 팬들의 취향을 모두 충족시킬 예정이다.

사진 심규태(H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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