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상프로방스 부활절 페스티벌에서 만난 이반 피셰르

자유로운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엉뚱한 지휘자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6년 6월 1일 12:00 오전

말러 교향곡 3번을 성공적으로 연주한 피셰르/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만나다

아마도 2016년 3월 22일은 평생 잊을 수 없는 날 가운데 하나가 될 것 같다. 정말로 예상치 않은 사건과 우연이 이러한 방식으로 하루 안에 펼쳐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올해 4년째를 맞는 엑상프로방스 부활절 페스티벌에서 이반 피셰르가 지휘하는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이하 BFO)가 개막 연주를 한다는 소식을 접한 몇 달 전부터, 이 연주회는 무슨 일이 있어도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늘날 팽배한 긴장과 비인간적인 세계 속에서, 필자에게는 이들의 연주가 곧 행복, 꿈, 기적이기 때문이다.

파리 리옹 역에서 7시 37분에 출발하는 테제베를 타야 했는데, 파리 시내 지하철의 문제로 이 기차를 놓치고 말았다. 거의 광인처럼 달렸지만 눈앞에서 기차를 놓쳤다. 파리에 살면서 타야 하는 테제베를 처음으로 놓친 순간이기도 했다. 부활절 페스티벌 측에 기차를 놓친 사실을 알리고, 다음 기차를 타기 위해 표를 교환했다. 달리는 테제베 안에서 페스티벌 직원과 몇 차례 문자를 교환했다. 이반 피셰르는 비록 예정보다 훨씬 늦은 시간이지만 필자와의 인터뷰에 응하겠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놓치지 않기 위해 필자는 이반 피셰르와 BFO에 대한 본인의 열정을 상기시켰다. 실제로 이들의 파리 연주를 모두 다 들었고, BFO의 음반도 대부분 들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들의 존재와 활동이 필자에겐 거의 ‘음악’ 자체와 동일하다는 사실이었다.

이반 피셰르가 묵고 있는 호텔에 도착했다. 곧 이반 피셰르가 약간 피곤한 기색으로 로비로 내려왔다. 그의 피곤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BFO는 말러 교향곡 3번으로 미국 순회연주를 마치고 헝가리로 돌아가기 직전 마지막으로 엑상프로방스에서 부활절 페스티벌 개막 연주를 하는 것이었다. 피곤한데도, 그는 특유의 인자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인사를 나누며 악수를 청했다.

음악의 힘을 아는 이반 피셰르, 그를 온전히 이해하는 BFO 이야기

당신이 BFO와 더불어 이루어놓은 것에 큰 존경심을 갖고 있다. BFO의 파리에서의 연주회를 모두 들었다. 때로는 너무나 감동적이고 아름다워 현실이 아닌 꿈속에서 연주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또 BFO의 음악가들과 당신의 관계는 다른 오케스트라 지휘자들의 그것과는 매우 다른, 서로 신뢰하는 동시에 자유로운 관계라는 느낌을 준다. 음악가들 모두는 정말로 최선을 다해 연주를 하지만, 또한 당신에게 복종한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당신은 어떤 방식으로 BFO와 함께하며 연주회를 준비하는가?

(이반 피셰르는 몸을 약간 웅크린 상태에서 앞으로 내밀고는 본인을 잠시 응시했다. 답변보다는 마치 질문을 준비하는 사람처럼. 그때 그 시선은 매우 강렬하고 깊이 있었다.)

우선 당신이 우리 연주의 가치를 알아주고, 들을 줄 아는 것에 대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그러나 과연 내가 당신의 질문에 만족스러운 답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다만 몇 가지 이해의 열쇠를 줄 수는 있을 것 같다.

우리는 분명 다른 오케스트라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연습을 하고 연주회를 준비한다. 우선 나와 BFO 음악가들과의 관계는 전적인 상호 신뢰에서 출발한다. 나는 정말로 엉뚱한 음악적 발상을 할 때가 많다. 초대를 받아 지휘를 하는 다른 오케스트라에서라면 이러한 생각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 그러나 BFO는 내가 좀 정신 나간 지휘자라는 것과, 매우 자주 황당한 음악적 발상을 한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더불어 나의 음악적 발상이 터무니없는 것도 아니고, 종종 아주 흥미로운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내가 어떠한 아이디어를 말하면, 아무런 다른 설명이 없어도 그들은 단지 그것을 시도하는 차원이 아니라,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고 음악적으로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를 완벽히 예측할 줄 안다. 그래서 나는 BFO 음악가들과 정말로 하나라는 것을 느낀다. 이러한 관계는 다른 오케스트라에서는 절대로 만들어질 수 없다. 또한 우리의 리허설은 아주 친숙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진행된다. 다른 오케스트라와 음악가들은 종종 연주회를 준비하는 일이 매우 엄숙하고 어려운 일이라는 분위기를 갖고 있지만, 우리는 전혀 그렇지 않다.

이번 연주회 프로그램인 말러 교향곡 3번은 말러의 다른 교향곡과 비교하더라도 매우 특별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모두 6악장으로 구성되어 연주 시간만 1시간 30분이 넘는 이 작품을 당신은 어떠한 관점을 가지고 해석했는가?

말러의 3번 교향곡은 그의 교향곡들 가운데서도 매우 복잡한 작품이다. 마치 커다란 벽화를 보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이 작품은 매우 철학적이면서도, 또한 매우 순진하기에 흥미롭다. 말러의 음악 세계를 이해·해석하는 데 가장 어려운 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철학적 심오함과 천진난만함이 공존하지 않고서는 말러의 음악 세계를 제대로 해석할 수가 없다. 그 조화를 찾는 것은 아주 힘든 일이다. 말러가 니체의 철학 사상에 경도되었고, 그의 시를 3번 교향곡에 사용한 것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그럼에도 말러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속에는 아이와 같은 순수함이 있다.

결국 말러는 마지막 6악장의 메시지처럼 이 곡에서 사랑을 말하고자 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작품에는 깊이 있고 복잡한 관점을 거친 뒤에 사랑으로 결말을 맺는, 심오함과 천진난만함이 교차하고 있다. 한 예로, 1악장에서 말러는 자연의 공포 앞에 놓인 어린아이가 된다. 말러의 교향곡을 말할 때 우리는 자연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하지만, 이 교향곡에서의 자연은 아름다운 풍경 같은 자연이 아니다. 공포의 대상으로서 자연이다. 어린아이는 자신이 알지 못하는 자연의 존재에 대해 큰 두려움을 느낀다.

당신은 최근의 난민 사태에 대해 침묵하지 않았다. 직접 헝가리 국경으로 가서 난민들에게 먹을 것과 필요한 물품들을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베를린에서 사이먼 래틀, 다니엘 바렌보임과 더불어 난민들을 위한 음악회를 열었다. 이러한 사회적 참여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음악가일 뿐이다. 하지만 사람들을 이해하고, 그들이 교감을 나눌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은 음악가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음악은 사람들이 서로 존중하고 사랑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정말로 중요한 매개다. 그렇기에 오늘날과 같이 여러 가지 상황이 어렵고 힘든 시기에 음악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우리는 그래도 평화로운 상태를 유지해왔고, 그러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세계대전을 겪지 않은 세대는 지금의 평화 상태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지 못할지도 모른다. 불행하게도 국제사회의 긴장은 점점 더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일수록 우리들은 음악을 통해 스스로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BFO와 당신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오케스트라의 방향에 대해 알고 싶다.

BFO는 미래의 오케스트라가 어떤 모습일지에 대한 실험과 고민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오늘날 교향곡을 전문적으로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들이 일종의 ‘개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향곡 전문 오케스트라들이 연주하는 레퍼토리는 제한적이다. 예를 들어 바로크 시대의 레퍼토리는 시대악기를 바탕으로 하는 전문 앙상블들이 연주한다. 그리고 현대음악, 특히 생존해 있는 작곡가들의 작품들은 소규모 현대음악 전문 앙상블에 의해서 연주된다. 재즈나 민속음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결국 일반적인 오케스트라들이 연주하는 레퍼토리는 모차르트에서 메시앙까지가 전부라고 할 수 있다. 미래에 오케스트라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현재의 제한적인 레퍼토리를 넓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폭넓은 음악들을 듣고 싶어 한다.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서는 오케스트라 운영에 새로운 개혁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예로 BFO에는 시대악기를 가지고 바로크 음악을 전문적으로 연주하는 음악가들이 있다. 더불어 트랜실비아와 발칸반도의 민속음악을 연주할 줄 아는 음악가들도 있다. 또 다른 음악가들은 또 다른 음악적 경험으로 BFO에 다른 가능성을 열어준다.


▲ 말러 교향곡 3번을 성공적으로 마친 이반 피셰르/부다페스트페스티벌오케스트라 ©Caroline Doutre

저녁 연주회가 있기 몇 시간 전에 마지막 리허설을 참관했다. 파리에서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 지휘자들의 연습을 많이 지켜보았지만, 몇 가지 풍경이 나에게 신선한 감흥을 주었다. 하나는 최종 리허설이 끝난 뒤 이반 피셰르가 거의 30분 이상 단원들 사이를 느긋하게 오가며 대화를 나누는 것, 또 하나는 단원들이 너무나 자유롭게 지휘대 위에 올라가 총보의 이곳저곳을 펼쳐보며 확인하는 풍경이었다. 저녁의 연주회 또한 잊을 수 없을 정도로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연주였다. 불과 이틀 전 파리 필하모니에서 구스타보 두다멜이 지휘하는 LA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해석과도 너무나 달랐다.

사실 BFO는 최근 예상치 않은 어려운 상황을 맞이했다. 부다페스트 시가 특별한 설명도 없이, BFO의 예산을 80퍼센트나 삭감했다. 이러한 결정은 이반 피셰르의 인도주의적 행동과 그의 헝가리 정부에 대한 비판 때문이란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이반 피셰르와 BFO는 오늘날 음악적으로, 인간적으로 최고의 가능성을 들려준다. 이들은 음악이 단순히 고도의 훈련과 기교를 바탕으로 아름다움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음악에 대한 순수하고 깊은 사랑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믿음을 잃지 않게 해준다. 이반 피셰르와 BFO는 진정한 음악을 대변한다. 그러므로 음악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부다페스트 시와 헝가리 정부가 내린 간접적인 사망선고에 대해 항변해야 한다. 만약 이들이 사망한다면, 이는 음악에 대한 사망선고와 마찬가지일 것이므로.

사진 Festival de Pâq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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