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밤의 재즈 클럽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6년 6월 1일 12:00 오전

선선한 바람 사이로 더위가 고개를 내미는 여름의 밤. 몽환적인 재즈 선율에 취해보는 건 어떨까. ‘객석’ 기자들이 다녀온 서울 시내 재즈 클럽 5곳을 소개한다


선선한 바람 사이로 더위가 고개를 내미는 여름의 밤. 몽환적인 재즈 선율에 취해보는 건 어떨까.

‘객석’ 기자들이 다녀온 서울 시내 재즈 클럽 5곳을 소개한다

한국 대중음악의 성지, 올댓재즈

이태원의 한 골목, 어둑한 입구를 통과해 계단을 총총 오르면 쿵쿵 울리는 드럼 소리와 붉은빛 조명이 가슴을 설레게 한다. 천장이 높은 복층 구조로, 무대 반대쪽 벽면이 유리로 되어 있어 탁 트인 느낌이다. 1976년, 이태원의 대로변 건물 3층에 처음 문을 연 재즈 클럽 올댓재즈는 2011년 해밀턴호텔 뒤쪽으로 자리를 옮겨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당시 건물주의 요청으로 35년의 역사가 담긴 보금자리를 허문다는 소식에 많은 이가 안타까워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규모도 커지고 관람 환경도 개선되었다.

올댓재즈는 미국계 중국인 마명덕 씨가 처음 설립했다. 한국전쟁 탓에 끊긴 재즈의 맥이 이곳에서 되살아났다. 미8군 군악대가 공연을 했고, 유복성·신관웅·최선배 등 1세대 재즈 음악가들이 이곳을 거쳤다. 레이 브라운, 야마시타 요스케 등 해외 재즈 연주자들도 한국에 오면 꼭 올댓재즈를 찾았다.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도 무명 시절 이 무대에 섰으며 가수 김건모, 드러머 남궁연도 자리를 지키고 앉아 질리도록 재즈를 들었다.

1986년, 마명덕 씨가 미국으로 돌아가자 10년 간 출석부에 도장을 찍듯 올댓재즈를 찾으며 DJ와 지배인을 거친 진낙원이 이곳을 떠맡았다. 그는 40년 간 한국 재즈의 역사를 이곳에 차곡차곡 담고 있다.

현재 올댓재즈는 1년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재즈 공연을 연다. 월~목요일, 일요일에는 2부로 나누어 두 팀의 공연을 선보이고,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3부까지 운영한다. 기자가 방문한 날에는 정수욱 트리오와 필 윤 그룹(Phil Yoon Group)이 무대에 올랐다. 연주자의 코끝에 맺힌 땀방울까지 들여다보이는 간격을 두고 열정적인 연주를 감상하니 마치 음악 안에 풍덩 빠져 있는 느낌이 들었다. 관객은 연주자들이 짜릿한 합주를 선보이거나, 개개인의 애드리브가 길어질 때마다 자유롭게 환호하고 박수치며 무대를 즐겼다.

올댓재즈는 한국 대중음악의 문화유산인 동시에 재즈 음악가들의 현재진행형 아지트다. 여전히 뜨겁고, 신선한 올댓재즈의 공기를 만끽해보길.

주소 용산구 이태원로27가길 12
연락처 02-795-5701
운영시간 오후 6시~익일 오전 1시(일∼목) 오후 6시~익일 오전 2시 30분(금·토)
입장료 5000원

각종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 원스 인 어 블루문

재즈를 좋아한다면, 혹 재즈를 잘 몰라도 자유로운 라이브 분위기에 젖어들 수 있는 재즈 클럽이 원스 인 어 블루문이다. 1998년 당시 재즈 불모지이던 강남에 처음 문을 연 이래, 각종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푸른 네온사인의 분위기 있는 재즈 클럽’으로 빈번하게 등장한 바로 그곳이다.

1층에 자리한 무대를 중심으로 좌석이 배치된 2·3층까지 하나의 홀로 구성된 내부 공간을 둘러보고 나면, 이곳이 재즈 뮤지션들의 라이브 공연 감상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곳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기에 아티스트 사이에서도 연주하기 편하고, 사운드도 좋은 클럽으로 손꼽힌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원스 인 어 블루문에는 날마다 음악이 흐른다. 국내 정상급 재즈 뮤지션뿐 아니라 운 좋으면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의 라이브 연주를 바로 눈앞에서 감상할 수 있다.

선호하는 연주 스타일과 뮤지션이 있다면 홈페이지(www.onceinabluemoon.co.kr)에 공지된 한 달 치 공연 스케줄을 미리 체크해 1부와 2부로 나뉘는 연주에 맞춰 방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공연 시간 요일별 상이). 물론 어렵지 않은 재즈곡을 부담 없이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언제든 방문해도 만족스러운 연주를 즐길 수 있다. 공연 시작 전후, 인터미션 중 스크린에 등장하는 전설적인 재즈 가수들의 공연 영상 역시 소소한 볼거리다. 1층 좌석은 라이브 공연을 생생하게 즐기고 싶은 손님들이 애용하는 편, 예약 없이 갔다간 바로 2층으로 발길을 옮겨야 한다. 만약 연인과 함께라면 무대를 내려다보는 2층 좌석을 추천한다.

주소 강남구 선릉로 824
연락처 02-549-5490
운영시간 오후 6시~익일 오전 1시(월·화), 오후 6시~익일 오전 2시(수~토), 오후 6시~자정(일)
입장료 음료 및 식사비에 포함

일상에 에너지를 불어넣는 ‘즉흥 여행’, 클럽 에반스

미국 재즈 피아니스트 빌 에번스(Bill Evans)의 이름을 딴 클럽 에반스는 재즈 밴드 크리스탈 레인의 베이시스트 홍세존이 2001년에 설립한 재즈 클럽이다. 홍세존 대표는 클럽 에반스를 기반으로, 다양한 공연을 개최하는 에반스 라운지, 음반·공연을 기획하는 레이블 에반스, 신인 연주자들을 발굴하는 에반스 플레이어 프로젝트와 에반스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한국 재즈의 미래를 모색하는 데 앞장서왔다. 지난 15년 간 클럽 에반스에서는 5000회가 넘는 공연이 열렸고, 이곳을 거쳐 간 연주자 수도 1만 명이 넘는다. 그래서일까. 마포구 서교동의 한 건물 2층에 자리한 클럽 에반스에 들어서니 아늑하면서도, 씩씩한 기상과 정신이 느껴졌다.

클럽 에반스는 매일 저녁 9시, 재즈 공연을 개최한다.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잼 데이(Jam Day)’를 운영하는데, 1시간가량 초대 아티스트가 공연을 하고 이후 클럽을 찾은 관객들과 잼(함께 연주하는 즉흥음악) 시간을 갖는다. 월요일은 스탠더드 넘버 악보집 ‘리얼 북(The Real Book)’에 실린 곡, 화요일은 클럽 에반스 홈페이지에 게재된 곡으로 진행한다. 프런트에서 신청서를 작성하면 참여할 수 있다.

이곳을 찾은 신현빈 씨는 “한 달째 매주 화요일마다 클럽 에반스에 방문하고 있다. 기타를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관객 앞에서 프로 연주자와 호흡하며 공연할 수 있다는 건 큰 기회다. 많은 사람 앞에 서면 긴장하는 습관도 한 달 새 많이 고쳤다”고 말했다. ‘잼 데이’는 신인 연주자들에게는 기회의 장을, 관객에게는 생동감 넘치는 연주를 만끽할 수 있는 자유로운 시간을 선사한다.

익숙한 연주 방식을 거부하고, 어제와 다른 소리를 창조하며, 열린 마음으로 서로 자율성을 존중하는 것. ‘재즈 정신’으로 무장한 클럽 에반스를 나오며 일상에 에너지를 불어넣는 쉼표 같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소 마포구 와우산로 63
연락처 02-337-8361
운영시간 오후 7시 30분~자정(월~금), 7시 30분~익일 2시(토·일)
입장료 10000원

관객이 주인공인 재즈 클럽, 디바 야누스

비 오는 일요일 저녁, 디바 야누스로 들어서니 세찬 빗줄기에 걸맞은 리드미컬한 선율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벽면 곳곳, 재즈 거장들의 사진이 눈에 띄었다. 은은한 조명의 아담한 무대 한쪽에선 본 공연에 앞서 리허설 연주가 한창이다. 테이블에 자리 잡은 청중은 연주되는 곡에 맞춰 리듬을 타며 흥얼거리거나 가볍게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화기애애한 그들의 모습은 디바 야누스의 편안한 분위기를 대변하는 듯했다.

서초동에 자리한 디바 야누스에서는 매주 일요일 저녁, 주인장인 재즈 보컬리스트 말로와 피아노·드럼·더블베이스 뮤지션들이 어우러져 작은 축제를 연다. 무대를 압도하는 말로의 매력적인 음색으로 연주의 포문을 여는 1부와 일반 신청자가 직접 참여하는 잼 공연인 2부로 나뉜다. 즉흥 무대인 잼 공연은 관객이 연주자가 되고 연주자가 관객이 되는, ‘격을 파하는’ 공간이자 ‘눈높이’ 무대다.

야누스적 매력을 한껏 내뿜은 말로의 무대에 이어 2부는 철저한 관객 주도형 무대다. 총 10명의 신청자는 관객의 자리에서 디바의 자리로 옮겨 그들만의 재즈를 선보였다. 조금은 긴장한 듯 노래 부르는 참가자부터 전문 보컬리스트급 솜씨를 뽐내는 사람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참가자들은 저마다 기량을 발휘했다. 일반 참가자들의 노래 중간에 펼쳐지는 전문 뮤지션들의 즉흥 연주는 보너스다.

재즈를 ‘자유로움’의 아바타라고 했던가. 자유란 자기의 존재 이유다. 주인공으로서 ‘나’와 청중으로서 ‘타자’ 자리를 동시에 체험해보고 싶다면, 일요일 저녁 디바 야누스로 향하기를 권한다.

주소 서초구 서초대로 54길 9-8
연락처 010-523-3934
운영시간 오후 7시~11시
입장료 10000원

자유로운 영혼들의 아지트, 재즈다

붐비는 합정동 거리, 작은 건물 지하에서 푸른빛이 새어나온다. 재즈다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이다. 계단을 내려서니 입구에 기댄 고흐의 자화상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고흐 ‘밤의 카페 테라스’를 연상케 하는 인테리어와 무대에 걸린 ‘별이 빛나는 밤에’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까지, 온통 ‘고흐’로 가득하다. 재즈다를 운영하고 있는 트럼피터 김예중은 “자유로움이 묻어나는 고흐의 작품에서 재즈 정신을 느껴 클럽 전체를 고흐 풍으로 꾸몄다”고 말했다. 낡은 트럼펫, 전구가 반쯤 나간 샹들리에, 드라이플라워 등 언밸런스하게 배치된 소품들은 마치 어린 시절의 비밀 아지트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재즈다에는 술이 없다. 이곳의 주메뉴는 커피다. 재즈에 관심 있는 어린이나 청소년이 언제든 방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재즈 선율과 묘하게 어우러지는 쌉쌀한 커피 향은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매일 저녁 라이브 공연이 펼쳐지며, 목요일마다 ‘잼 데이’를 운영한다. 김예중을 포함한 클럽 호스트가 먼저 곡을 연주하고, 즉석에서 파트별로 연주자를 지원받는다. 곡목도 무대 위에서 협의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짜인 것이 없다. 드럼, 베이스, 피아노 등 악기를 불문하고 많은 지원자들이 무대에 올라 새로운 조화를 만들어냈다.

즉흥적인 재즈의 선율과 자유로운 터치의 고흐 작품이 어우러진 아지트 재즈다. 이곳에서 여름밤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주소 마포구 양화로6길 19
연락처 010-5360-2821
운영시간 오후 6시~자정
입장료 10000~15000원(음료비 포함)

Back to site top
Transl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