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예술과 함께하는 젊음의 축제

찾아가는 지역 순례의 열 번째 도시는 원주. 유난히 산이 많아 도시가 온통 초록빛으로 물들어 있는 원주는 인구 33만여 명이 사는 도시로, 고속버스와 고속열차 등 다양한 교통이 발달해 이제는 수도권에서도 하루 안에 충분히 왕복할 수 있을 만큼 거리도 가까워졌다. 문인과 예술가들에게 사랑받는 원주는 치악산국립공원과 원주 8경, 한지문화재, 원주 다이내믹 댄싱카니발, 중앙시장 먹거리와 즐길 거리로 가득하다.

원주를 대표하는 문화예술공간은 치악예술관과 백운아트홀, 중앙동 상설 공연장, 따뚜 공연장, 한지테마파크, 뮤지엄 산, 박경리문학공원, 토지문화관, 돼지문화원 등이 있다. 원주문화재단이 위탁 운영 중인 치악예술관은 그동안 원주를 대표하는 문화예술 공간으로 다양한 공연을 통해 시민들에게 사랑받아왔다. 특히 2016년에는 강원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사업에 선정돼 지원을 받게 되었다. 이에 상주단체 지원사업을 통해 더욱 전문적인 공연장 운용 시스템을 정착하고, 지역 공연예술단체와 협력을 통해 우수 공연 레퍼토리를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2007년 개관한 백운아트홀은 가변형 음향 반사판과 다채로운 무대 막 전환이 가능한 다목적홀로 클래식 음악과 뮤지컬, 연극, 무용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소화할 수 있는 중·대형 공연장이다. 뮤지컬이나 연극을 좋아하는 젊은 층에게 인기가 많다.

뮤지엄 산은 사계절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의 품에서 문화와 예술을 만날 수 있는 전원형 뮤지엄으로 2005년 건축가 안도 다다오에 의해 도시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산과 자연으로 둘러싸인 아늑함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뮤지엄은 오솔길을 따라 웰컴 센터, 잔디주차장을 시작으로 플라워가든, 워터가든, 본관, 스톤가든 그리고 제임스 터렐관으로 이어져 있다. 대지와 하늘, 사람으로 연결하고자 하는 건축가의 철학이 담겨 있는 곳이다.

원주 문화의 전체적인 지원사업과 교육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원주문화재단은 현재 문학·시각예술·공연예술·다원예술 단체와 예술인의 창작 발표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꾸준히 문화예술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고, 지역문화산업 육성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와 프로젝트 개발사업도 지원하고 있다.

원주문화재단이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 문화예술사업 중에는 원주 푸른꿈 오케스트라와 매주 토요일 지역문화예술기관과 함께 모든 아동과 청소년, 가족이 문화예술을 향유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체험, 실연, 감상, 캠프 등 다양한 형태의 프로그램을 체험하는 교육 프로그램인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원주 지역 청소년 스스로 축제의 장을 형성하고 즐길 수 있는 청소년예술축제지원 등이 있다.

원주시립예술단의 활발한 문화예술 활동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1988년 창단된 원주시립합창단과 1997년 창단된 원주시립교향악단은 원주시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단원들의 젊은 패기와 지휘자의 열정으로 이뤄낸 원주시립합창단(상임지휘자 정남규)의 성장은 2007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 합창의 가장 큰 축제인 한국합창대제전에 연속 8회 초청될 만큼 호평을 받아왔다.

원주시립교향악단(상임지휘자 김광현)은 임헌정을 초대 명예음악감독으로 초빙하여 1997년 창단한 이후 정치용 명예음악감독을 거쳐 오며 상임지휘자 박영민에 이르기까지 수준 높은 음악 세계를 구축해왔다. 2015년부터는 차세대 지휘자로 주목받는 김광현이 제2대 상임지휘자로 임명되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원주에는 축제도 많다. 가을이면 펼쳐지는 원주 다이내믹 댄싱카니발과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남한강 축제, 섬강 축제, 시화인 장미를 테마로 개최되는 장미축제, 민족의 지혜와 멋이 담겨 있는 다양한 한지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원주한지문화제가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교육기관은 초·중·고교를 비롯해 종합 대학도 여러 곳 있어 원주의 교육열은 어느 지역보다 높다. 상지대, 한라대, 연세대 원주캠퍼스, 강릉원주대 원주캠퍼스에서는 다양한 문화예술 교육을 통해 젊은이와 지역 주민이 함께 할 수 있는 여러 프로젝트도 진행중이다. 특히 원주는 조선 시대 교육기관이던 향교 가운데 원주향교가 명륜동에 자리하고 있어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깊다.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함께 의료기기·바이오·신소재·관광산업을 바탕으로 한 혁신도시 선정으로 더욱 관심이 높아져가는 원주는 현재 시민들 스스로 역동하는 에너지를 하나로 모아 도심을 재구성하고 창조적 문화 콘텐츠와 인프라를 넓히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3·1 만세 운동이 펼쳐졌고 한국전쟁 당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웠던 순국선열의 정신이 새겨 있는 곳, 지금도 군사 도시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원주는 21세기 새로운 시대를 맞으며 이제 더욱 역동적이고 창조적인 문화예술 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순간을 맞고 있다.

INTERVIEW ① 원주문화재단 이재원 축제감독
국내 최대 규모의 거리 퍼레이드형 축제

원주는 축제의 도시다. 산과 물이 아름다운 자연환경 덕분에 사계절 내내 다양한 축제가 원주를 더욱 역동적인 도시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그중에서도 최근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에서도 원주를 찾게 하는 효자 축제가 바로 원주 다이내믹 댄싱카니발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거리 퍼레이드형 축제. 가을이 되면 원주의 거리를 뜨거운 열기로 달구는 이 축제는 원주 원도심에서의 프린지 공연을 시작으로 버스킹, 마당극에 이르기까지 자유로운 공연 문화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며 공연예술형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원주문화재단에서 원주 다이내믹 댄싱카니발 이재원 축제감독을 만났다. 이재원은 연극과 문화예술경영학을 전공하고 극단 로템, 극단 서전시어터를 거쳐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와 한국소극장연합회, 한국연극협회 이사를 지냈다. (재)원주문화재단 사무국장, 원주 다이내믹 댄싱카니발 예술총감독으로 원주와 인연을 맺었고 현재는 원주문화재단 축제감독으로 재직중이다.

여기 와보니 정말 경치가 좋습니다. 원주가 요즘 혁신 도시로 주목받고 있고 문화예술 부분에서도 많은 성과를 이뤄냈는데요.

원주는 교통의 요충지여서 유동인구도 많고 젊은 연령층도 많습니다. 문화가 다양하고 역동적인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지요. 특히 혁신도시 선정으로 요즘 원주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져가고 있는데요. 대학도 많아서 젊은 친구들의 활동도 활발합니다. 기획 단계부터 직접 문화예술 공연에 참여하고 진행까지 하면서 공연 문화 분야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는 예도 많습니다. 이 모든 것이 원주가 다이내믹하고 건강한 도시로 자리매김하는 데 큰 역할들을 하고 있이죠.

강원도는 역사적으로 예술가들의 활동이 많았던 곳이기도 하죠?

신사임당을 비롯해 조선 후기 훌륭한 여성 서학자들이 원주에서 활동을 했죠. 문학가 박경리 선생님도 원주에서 작품을 쓰셨고요. 아무래도 산과 물이 좋은 자연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보고, 듣고, 느끼는 감성이 발달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도심을 이루고 있는 공간에 바로 붙어 있는 원주만의 지리적 위치가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게 한 것 같고요. 지금도 협동조합의 메카라 불릴 만큼 원주는 소통의 중요한 통로가 되고 있습니다. 일제강점기에나 한국전쟁 당시 독립운동과 항쟁도 이곳에서 많이 있었고 1970, 80년대에는 생명사상이 발전하여 원주가 민주화 운동의 중요한 성지가 되기도 했지요.

원주문화재단에서는 그동안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예술활동 지원사업을 해왔는데, 대표적인 사업을 꼽는다면 무엇인가요?

문화예술지원사업은 전문예술과 시민예술, 그리고 신진예술과 특성화사업으로 나누어 지원을 해왔는데 시민들이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하고 향유할 수 있도록 초점을 맞춰왔습니다. 지역문화 콘텐츠 개발 지원사업과 지역밀착형 공연예술 지원사업을 통해 원도심이 시민에 의해 자연스럽게 활성화되도록 지원하고 적극적으로 도와왔고요.

문화예술교육사업 활동 중 차세대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돋보입니다.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원주 푸른꿈 오케스트라’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꿈의 오케스트라는 원주의 문화예술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든든한 기반이 되고 있지요. 5년에 걸쳐 아이들에게 음악을 통해 세상을 느끼고 자신감을 갖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줌은 물론, 거기서 성장하면 60명으로 구성된 청소년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할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지역의 예술가들과 청소년들이 만나서 문화예술을 직접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청소년 아카데미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고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를 통해 가족이 함께 문화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도 인기가 많지요. 특히 원주 지역 청소년 스스로 축제의 일원이 되어 기획하고 함께 공감대를 형성해가면 직접 만들어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좋은 피드백이 많이 오고 있습니다. 교육이 바탕이 되어야 문화예술을 실제로 누리고 즐기며 감상할 수 있는 분위기가 정착되고 인프라가 확산될 수 있기 때문에 문화적으로 함께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에 특히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단기간의 성과보다는 미래를 바라보고 하는 투자일 텐데요.

문화예술 인프라는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어서 그 안에서 시민들이 직접 느끼고 참여할 수 있는 교육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과연 문화예술을 시민들이 어떻게 피부로 느끼는지 정책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사람들도 미래 세대에게 문화적 가치를 어떻게 키워드로 가져갈 것인지 원주라는 지역의 특성에 맞게 창의적으로 접근할 필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근래 원주 원도심 재생을 통해 문화가 자연스럽게 확산되어가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예전에는 완전히 폐허였던 중앙시장 건물 2층에서 예술가들이 작업 활동을 시작하면서 점점 청년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지역 상인들과 함께 교류하고 소통하며 이제는 새로운 도심의 한 브랜드를 만들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창의적인 문화 정책과 시행에 대해 강조하셨는데, 아직까지 우리나라가 다른나라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 미흡한 측면이 있다는 의미인가요?

외국의 도시에서 성공적으로 정착된 문화 행사나 정책을 우리나라 도시에 그대로 따라 시행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이 없습니다. 살아온 문화 배경이 전혀 다른데 자신의 것에 대한 연구 없이 다른 곳에서 성공한 결과만을 그대로 옮기는 건 정말 위험한 일이지요. 한국식 도심 재생은 지나치게 결 과물에 집착한 나머지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그것이 해결된다면 좋은 정책과 결과도 함께 따라오리라 여겨집니다.

우리나라 환경에 맞는 문화적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이군요.

국민의 소양이 다르고 각 지역마다 역사와 배경,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거기에 맞는 맞춤형 문화정책이 필요하지요.

▲ 원주 다이내믹 댄싱카니발 공연 현장

그런 면에서 근래 큰 반응을 일으킨 원주 다이내믹 댄싱카니발이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2016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 ‘문화관광축제’에 선정되기도 했는데요.

원주 다이내믹 댄싱카니발은 국내 최대 규모의 거리 퍼레이드형 축제입니다. 다이내믹 댄싱카니발 축제 기간 중 원주 원도심에서 다양한 장르의 프린지 공연이 열리는데 정말 반응이 뜨겁습니다. 버스킹부터 마당극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연들이 댄싱카니발 주행사장의 특설 부대뿐 아니라 태장동·우산동·중앙동 문화의 거리 야외 공연장 등 도심 곳곳에서 펼쳐지지요. 올해도 시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소에서 다양한 시간대의 다채로운 공연으로 시민들에게 다가갈 예정입니다. 특히 9월 6일부터 11일까지 펼쳐지는 2016 프린지 페스티벌은 자유로운 공연 문화가 무엇인지를 제시해줄 수 있는 모델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이런 공연들이 공연예술형 축제로 도약해가는 원주 다이내믹 댄싱카니발을 더욱 개성있고 풍성한 축제로 만들어줄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이 시기에 어떤 공연이 펼쳐지는지 궁금합니다.

다양한 공연 가운데 음악과 함께하는 문화예술 테마 공연으로 한국 전통의 날에 원주 다이내믹 댄싱카니발의 서막을 알리는 행사가 펼쳐집니다. 수준 높은 무형문화재 단체들을 초청해 ‘대한민국 농악대축제’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세계인들이 축제에 많이 참여하고 관심이 높기 때문에 국악의 향연으로 이 축제를 시작하는 것이 의미 있을 것 같아서 첫 날 농악대축제를 열기로 정했습니다. 군악의 날은 원주가 군인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라 지역의 성격을 살려 36사단과 함께하는 화려한 군악의 세계를 들려주는 무대입니다. 클래식 & 합창의 날에는 원주시민이 직접 합창단이 되어 무대에 오르는 시간인데, 모든 세대와 소통하고 교류한다는 화합의 의미를 지니고 있지요. 이날 꿈의 오케스트라 300인도 메인 무대에 오를 예정입니다. 원주를 대표하는 원주시립교향악단과 원주시립합창단 등 전문예술단체도 함께 공연을 선보일 계획이고요.

그럼 본격적인 댄싱카니발 당일에는 어떤 프로그램이 진행되나요?

일상이 축제가 되고 축제가 일상이 되는 댄싱카니발은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것이어서 오랜 시간 공들여 연습한 댄싱을 시민들이 팀별로 참가해 경연을 벌입니다. 다양한 장르의 퍼포먼스를 감상할 수 있는 댄싱카니발 퍼레이드도 이때 펼쳐집니다. 작년에 이 축제를 보기 위해 원주따뚜공연장에 모인 시민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뜨거움 그 자체였습니다. 올해 상금도 총 1억5000만원이어서 축제 규모가 크고 시민들의 관심도 무척 높습니다. 이제는 세계 각지에서 자비로 축제 참가를 신청할 만큼 원주 다이내믹 댄싱카니발은 세계인의 축제로 그 명성을 더해가고 있습니다.

원주 다이내믹 댄싱카니발이 원주를 대표하는 문화예술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 원주가 앞으로 문화예술 도시로 더욱 성장하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는지요.

무엇보다 원주 다이내믹 댄싱카니발이 단순한 문화 행사가 아닌 진정한 문화예술 축제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 지금도 모든 스태프, 시민들이 한 마음이 되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고요. 그리고 이 축제가 단순한 축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쁨의 에너지가 우리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원동력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다른 지역에서, 다른 나라에서 우리 원주를 찾는다면 축제를 통한 진정한 행복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겠지요. 열린 공간에서 사람들이 만나고 교류하고 즐기고, 예술가들이 신명나게 자신만의 예술을 펼칠 수 있는 시간. 원주는 세계인이 행복해하는 진정한 한국식 에든버러 축제를 꿈꾸고 있습니다.

▲ 원주 따뚜공연장에서는 다양한 공연이 펼쳐져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INTERVIEW ② 원주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김광현
“클래식 음악이 지루하다고요?”

원주시립교향악단(이하 원주시향)은 임헌정을 초대 명예음악감독으로 초빙해 1997년 창단했다. 이후 정치용 명예음악감독을 거쳐 초대 상임지휘자 박영민에 이르는 동안 참신한 기획과 레퍼토리로 원주 시민의 사랑을 받아왔다. 교향악축제에 11년 연속으로 초청되는 한편 모차르트 페스티벌, 대한민국 국제 음악제 등에서 초청 연주를 가졌다. 특히 창단 15주년을 맞아 기획한 시벨리우스 교향곡 전곡 연주는 국내 음악계에 큰 이슈가 되었다. 말러와 브루크너 등 대편성 관현악곡부터 소규모 앙상블에 이르기까지 편성을 가리지 않는 방대한 레퍼토리와 수준 높은 연주는 원주를 대표하는 문화 아이콘으로 클래식 음악 대중화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연간 수십 회에 이르는 찾아가는 음악회를 통해 음악을 쉽게 접하기 어려운 문화 소외계층을 비롯한 다양한 지역에 클래식 음악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있는 원주시립교향악단. 2015년부터 제2대 원주시향 상임지휘자로서 지휘봉을 잡은 김광현의 비전을 들어보았다. 김광현은 서울대 지휘과 재학 중 샤를 뒤투아에게 한국 대표 신예 지휘자로 발탁되어 일본 미야자키 페스티벌에서 규슈 심포니를 지휘했고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음대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귀국 후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부지휘자로 재직했다.

원주시향을 이끈 지 2년째입니다. 연주를 함께한 소감은 어떤가요?

이전에 부지휘자로 몸담았던 경기필과는 규모나 시스템 면에서 많이 다른 부분이 있지만, 작은 규모의 오케스트라라고 하기엔 그동안 연주한 레퍼토리와 음악적 도전이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비교했을 때 전혀 뒤지지 않습니다. 그동안 오케스트라와 제가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었다면 앞으로는 의미 있는 진짜 도전을 더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상임지휘자로 취임하면서 원주시향에 변화가 있나요?

가장 크게 변화를 준 것은 교향악단의 음악성과 대중성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한 점입니다. 무엇보다 프로그램을 청중에게 어떻게 제시하고 흥미롭게 풀어갈지 그 방법들을 달리하려고 많이 노력했죠.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이었나요?

제가 평소 TV 예능 프로 보는 걸 좋아하거든요.(웃음) 예능 프로를 보다 보면 PD들이 시청자들을 어떻게 하면 즐겁게 하고 집중하게 할지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 예능 프로를 보면서 ‘클래식 음악 기획에도 청중이 원하는 것이 무엇일지 연구하는 자세를 적용해보면 어떨까?’ 생각을 많이 했었지요. 아울러 클래식 음악 레퍼토리를 선곡하고 청중에게 전달할 때 더 마음에 와 닿게 할 방법들에 대해서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계속 고민했었고요. 그중 작년에 가장 좋은 반응을 이끌었던 기획 공연은 신청곡 콘서트였습니다. 라디오에서 청취자가 사연을 보내고 음악 신청을 하고 들려주는 것처럼 청중에게 미리 애청곡을 받아 사연을 들려주고 연주도 직접 해주는 식의 공연이었죠. 자신의 사연이 뽑히지 않은 청중도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자신의 추억과 음악이 만날 수 있는 경험을 모두 함께 누릴 수 있다는 건 연주자들에게도 정말 행복한 일이었습니다. 앞으로도 그런 새로운 기획과 시도들을 많이 해보려고 합니다.

2대 상임지휘자로 임명되면서 ‘원주시민에게 사랑받고 원주시의 자랑이 되는 교향악단’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는데, 시민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원주시향이 존재하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원주시민들의 정신을 풍요롭게 해주고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는 데 있습니다. 그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 시민의 사람을 받는 교향악단이 되자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것이고요, 단원들도 마음을 모아주었고 무엇보다 거기에 맞는 공연 기획들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서 이 캐치프레이즈가 시민들의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신청곡 콘서트와 신인 음악가들과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전설의 음악가를 한 무대에 세우는 ‘처음, 그리고 전설’, 대학 강의 도중 몰래 들어가 깜짝 연주를 해주는 ‘게릴라 콘서트’, 프러포즈 이벤트로 감동을 선사한 ‘로맨틱 콘서트’ 등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지요.

클래식 음악 공연이 너무 가볍다는 우려의 목소리는 없나요?

오케스트라 무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연주력이죠. 원주시향은 최고 연주력을 키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고 지금도 노력 중입니다. 대중이 좋아할 만한 흥미로운 기획 연주일수록 연주가 좋아야 진정한 빛을 발하는 법이죠. 연주가 좋다면 가볍다는 목소리는 큰 의미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진심이 전해지는 무대가 중요한 것이니까요. 이런 노력으로 말미암아 결국 올해는 저희 공연을 찾는 관객이 두 배 이상 많아졌고, 정기회원 역시 열 배 이상으로 늘어났습니다.

다양한 매체나 문화예술 장르를 통해 아이디어나 영감을 받으시는 것 같아요.

작년에 재미있게 봤던 TV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보면 음악의 역할이 드라마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을 수 있지요. 예전에는 음악이 그저 배경음악으로 쓰였다면 ‘응답하라 1988’에서는 당시 유행하던 음악들이 가사까지 그대로 나옵니다. 가사의 의미를 전달하면서 드라마의 주제도 자연스럽게 전하기 위해서죠. 그야말로 과거의 노래지만 우리 마음과 추억을 말해주었던 음악들. 그것은 진정한 클래식이고 한 시대를 이야기해주는 메시지를 가장 강력하게 전하고 있는 것이죠. 그렇게 음악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들은 관심만 있다면 TV나 라디오, 신문, 잡지, SNS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도 충분히 배울 수 있고 적용할 수 있습니다.

열린 공연장이나 찾아가는 음악회도 많이 한다고 들었습니다.

원주시민이 한 명이라도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가야지요. 저는 원주시민이라면 원주시향의 연주를 누구나 한 번쯤 모두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관객이 별로 오기 힘든 곳에도 직접 찾아가 우리의 존재를 알릴 수 있다면, 원주시향이 가는 곳이 더 풍요롭고 다채로운 곳으로 변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우리의 역할을 충분히 다 하는 거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왜 거기까지 와서 연주를 하지?’가 아닌, ‘우리가 왔기 때문에 이곳이 빛난다’는 역발상의 사고가 필요한 것이지요.

음악 해설도 굉장히 재미있게 하신다고요?

해설을 할 때 절대 가르친다는 느낌을 주는 멘트는 하지 않습니다. 음악을 즐기기 위해 온 청중을 가르치고 싶은 생각도 물론 없고요. 다만 살짝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고 길을 인도해주는 거죠. 청중이 자연스럽게 음악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마음으로 해설을 하면 청중이 훨씬 좋아하는 것 같아요.

올해 어떤 활동 계획이 있나요?

음악적으로 최고 수준이 되도록 노력하면서 원주시향의 명예음악감독인 임헌정·정치용 교수님을 초청하여 공연하고, 1대 상임지휘자였던 박영민 교수님도 초청해 연주회를 가질 계획입니다. 6월 정기연주회 때는 바이올린, 그리고 ‘여인’이라는 주제로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씨가 협연할 예정이에요. 기획연주회로 살롱 콘서트를 통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연주할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원주시향의 비전을 말씀해주세요.

원주시민 중 한 명에게라도 감동을 주는 것. 그것이 원주시향이 존재하는 목적입니다. 그래서 우린 원주시민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서 연주할 것입니다. 클래식 음악을 가지고 얼마나 다채롭고 입체적인 생각을 하느냐에 따로 발전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하면 시민들이 행복하게 클래식 음악을 접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시민들에게 기쁨과 위로를 음악으로 줄 수 있을까. 원주시향은 앞으로 그것만 생각하겠습니다.

글 국지연 기자
사진 심규태(HARU)

focus on ① 박경리문학공원과 토지문화관
원주에서 만나는 소설가 박경리의 자취

▲ 1970년대 박경리의 모습

문인들은 유독 강원도를 사랑했다. 분주한 도시의 일상 대신 풍광 좋은 강원도 어느 자락에 기거하며 온전히 글에 몰두하는 모습이 과연 문인의 전형답다고 할 수 있다. 소설가 박경리가 그 대표적인 인물로, 별세할 때까지 강원도 원주에 30여 년 살면서 작가 인생 후반의 주옥같은 작품들을 지어냈다.

박경리(1926~2008).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한국 현대문학의 대모이자 시인 김지하의 장모. 생명주의자. 수많은 수식어가 있지만 그 어떤 말도 그녀를 온전히 담아내기란 어렵다.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는 유언 같은 시구(詩句)를 통해 거목의 뒷모습을 어렴풋이 바라볼 뿐이다.

박경리가 살아온 시대는 그 어느 때보다 험난한 시절이었고, 그녀는 누구보다도 그 세월을 혹독하게 살아냈다. 시련은 가족을 통해 그녀를 덮쳤다. 박경리의 어린 시절, 그녀의 아버지는 다른 여자와 두 집 살림을 차려버렸다. 결혼하여 단란한 가정을 꾸렸으나 그녀의 남편은 한국전쟁 중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되어 결혼 4년 만에 사망한 것으로 전해진다. 세 살배기 아들마저 먼저 떠나보낸 박경리는 삯바느질을 해가며 딸과 함께 생활을 꾸려갔다. ‘오적’과 ‘타는 목마름으로’의 시인 김지하를 사위로 들였으나 그 역시 유신 독재에 맞서 싸우며 여러 번 옥살이를 하는 등 숱한 고초를 겪었다. 스스로 “내 삶이 평탄했다면 글을 쓰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을 만큼, 박경리의 굴곡진 삶은 여느 소설보다도 더 극적이었다. 그 모진 삶을, 그녀는 글로 풀어냈다. ‘김약국의 딸들’ ‘시장과 전장’ ‘성녀와 마녀’, 그리고 ‘토지’ 등의 작품은 그렇게 탄생했다.

복잡한 서울은 평탄치 않은 그녀의 삶을 더욱 고단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서울을 떠나 원주에 터를 잡기 시작한 것이 1980년. 작고한 2008년 5월 5일까지 30여 년 가까이 원주에 살았던 박경리는 이곳이 고향도 아니건만 특별한 애착을 보였다. “원래의 대지, 본질적인 땅이란 의미로 해석되는 원주(原州), 이름 그 자체를 나는 사랑했는지 모른다.”(에세이 ‘꿈꾸는 자가 창조한다’ 중에서) 바로 그 땅에서, 박경리는 소설 ‘토지’의 4부와 5부를 완성하며 수십 년간 이어진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 박경리 문학의 집

그녀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공간들이 원주 곳곳에 마련돼 있다. 단구동에 자리한 박경리문학공원은 박경리의 옛집을 중심으로 조성되었다. 그녀가 18년 동안 머물며 ‘토지’를 완결한 옛집과 함께 손수 만든 연못과 텃밭이 그대로 남아 있다. ‘토지’ 속 주인공들의 고향 평사리를 연상케 하는 평사리마당과 ‘토지’ 2부의 배경인 간도 용정의 이미지를 본떠 만든 용두레벌도 함께 꾸며놓았다. 박경리 문학의 집은 박경리의 유품과 ‘토지’에 관한 자료들이 전시된 공간으로, 그녀의 집필 활동과 일상생활의 자취를 만나볼 수 있다.

▲ 박경리 문학의 집 내부 전시실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 인근 매지리 안쪽에 자리한 토지문화관은 박경리가 후진 양성을 위해 생전에 만든 공간으로, 작업실과 식사 등을 제공하며 문인과 문화예술인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한다. 매년 국내외 입주 작가를 모집해 창작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1층에는 그녀의 유품이 전시되어 있다. 박경리는 말년을 이곳 토지문화관에서 보냈다. 함께 머무는 후배들을 위해 박경리는 손수 밥을 지었고, 밤늦도록 불이 켜진 그녀의 거처를 보며 입주 작가들도 창작열을 불태웠다고 한다. 소설가 박범신은 박경리를 ‘하숙집 아줌마’라고 불렀더랬다. 토지문화관은 박경리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공간이자, 동시에 그녀의 정신을 이어받은 문인과 예술가들이 미래를 준비하는 창작소로서 그 역할을 해내고 있다.

글 이정은 인턴 기자
사진 심규태(HARU)·박경리문학공원·토지문화재단

focus on ② 자연 속에서 즐기는 문화예술
원주의 자연을 거닐며 예술을 만나다

치악산과 백운산 등 수려한 자연경관이 둘러싸고 있는 도시 원주. 아름다운 경치에 예술이 더해진다면 그것이 바로 풍류 아닐까. 호젓하고 평화로운 풍경과 문화예술이 함께 어우러지는 원주의 명소들을 소개한다. 원주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자연 속에서 예술을 벗 삼아 유유자적 시간을 즐길 수 있으니 꼭 방문해보길 권한다.

뮤지엄 산

안도 다다오가 건축을 맡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곳에 방문할 이유는 충분하다. 원주 시내에서 북서쪽을 향해 차로 30여 분 거리에 자리한 ‘뮤지엄 산’은 한솔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전시 공간으로, ‘2015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된 곳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자연과 건축과 예술의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안도 다다오의 건축이 원주의 자연환경과 어떻게 어우러지는지 확인할 수 있는 곳. 80만 주의 패랭이꽃과 180여 그루의 하얀 자작나무 길로 꾸며진 플라워 가든, 건물이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이미지를 선사하는 워터가든, 신라 시대 고분을 모티브로 한 스톤가든 등 뮤지엄 외부에서부터 아름다운 풍광을 한껏 즐길 수 있다. 다양한 미술 전시가 열리는 청조갤러리와 종이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페이퍼갤러리로 구성된 뮤지엄 본관은 원주의 여유로운 자연 풍경과 함께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품과 같아 관광객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뮤지엄 산의 가장 안쪽에 자리한 ‘제임스 터렐관’에서는 ‘빛과 공간의 예술가’로 불리는 아티스트 제임스 터렐의 작품 ‘스카이스페이스’와 ‘호라이즌 룸’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이곳에서는 일반 관람과는 별도로 매주 금·토요일 일몰 시간대에 ‘일몰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해가 지는 순간 그 공간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을 마련한다. |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오크밸리2길 260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

캠퍼스의 낭만. 구식일지는 몰라도 들을 때마다 설레는 이 말은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말이다. 울창한 나무들이 죽 늘어서 신촌의 백양로를 연상케 하는 진입로를 지나면, 붉은 벽돌로 지은 고전적인 학교 건물들이 곳곳에 들어선 아름다운 교정이 펼쳐진다. 호젓한 산과 고요한 호숫가를 낀 캠퍼스를 누군가와 함께 걷다 보면 없던 연정도 돋아날 듯하다. 매지호수는 대학교가 들어서기 전부터 원주 청춘 남녀들의 단골 데이트 코스로 유명했다는 후문. 호수 앞에 자리한 노천극장은 강원도 우수 경관 건물로 지정될 만큼 그 모습이 아름다우며, 다양한 공연과 축제가 열려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또한 교내에서는 원주시립교향악단 연주회가 종종 열린다. 다양한 관객을 만나려는 원주시향의 노력의 하나로, 노천극장과 정의관 등 캠퍼스 곳곳에서 원주시향의 아름다운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공연 일정에 맞춰 방문하여 음악도 감상하고 자연을 가득 품은 캠퍼스도 거니는 일석이조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도심에서의 공연 감상과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강원도 원주시 연세대길 1

글 이정은 인턴 기자
사진 뮤지엄 산·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