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역사와 교육 위에 세워진 예술도시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6년 7월 1일 12:00 오전

청주를 찾아간 날은 6월 3일부터 22일까지 펼쳐지는 제1회 대한민국연극제로 분위기가 한창 뜨거웠다. 대한민국 16개 광역시·도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극 축제는 거리 공연, 체험관, 참여행사, 먹거리 장터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함께 이어져 시민 모두가 즐거운 문화축제의 현장에서 초여름의 낭만을 즐기고 있었다. 유난히 푸른 숲이 많은 교육의 도시. 공예와 미술, 유서 깊은 유적지가 많은 청주로 떠나보자

청주를 찾아간 날은 6월 3일부터 22일까지 펼쳐지는 제1회 대한민국연극제로 분위기가 한창 뜨거웠다. 대한민국 16개 광역시·도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극 축제는 거리 공연, 체험관, 참여행사, 먹거리 장터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함께 이어져 시민 모두가 즐거운 문화축제의 현장에서 초여름의 낭만을 즐기고 있었다. 유난히 푸른 숲이 많은 교육의 도시. 공예와 미술, 유서 깊은 유적지가 많은 청주로 떠나보자

찾아가는 지역 순례의 열한 번째 도시는 청주. 청주는 인구 83만여 명이 사는 도시로, 예부터 교육 도시로 유명했다. 충청북도 서부에 자리하고 있으며 석교, 상당산성, 용두사 같은 명승지를 비롯해 청남대, 수암골, 대청호, 미동산수목원 등 청주 시민뿐 아니라 다른 지역 시민도 자주 찾는 명소가 꽤 많다. 충청북도 도청소재지로서 정치·행정·경제·교육·문화의 중심지인 청주는 동쪽으로 괴산군과 보은군, 서쪽으로 세종특별자치시와 충남 천안시, 남쪽으로 대전광역시, 북쪽으로 진천군·증평군과 접하기 때문에 수도권에서 하루 안에 충분히 왕복할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교통의 요지다.

청주를 대표하는 문화공간은 청주 예술의전당,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국립청주박물관, 에밀레박물관,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오창전시관, 대청미술관 등이 있다. 특히 2019년에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수장고이자 첫 비수도권 분관이 청주에 들어설 예정이다. 국제공예비엔날레의 무대가 되었던 연초제조창은 청주 근·현대사의 중요한 역사적 건축물로 남아 있다. 현재는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이 그 자리를 물려받아 청주시 문화의 꽃을 피우고 그 영광을 이어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1946년 건립되어 2004년 폐창 이후 7년간 방치되어 있던 옛 청주연초제조창을 2011년 이래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개최 장소로 활용하게 된 것은 단순히 문화 공간의 탈바꿈을 넘어 국내 최초로 도심 재창조를 위한 기초를 다진 선례가 되었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가 있다. 옛 청주연초제조창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공예클러스터 조성 등을 통해 청주 문화예술의 새로운 르네상스를 꿈꾸고 있다. 청주 옛 연초제조창의 담뱃잎 창고였던 동부창고 역시 300평의 근현대 목조트러스 구조의 창고로 현재 7개 동과 넓은 광장 2개가 시민들의 문화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올 7월에는 청주시립미술관이 얼마 전까지 청주 KBS 방송국에서 사용하던 건물을 새롭게 건축해 개관한다.

청주예술단의 활발한 문화예술 활동 역시 청주를 훌륭한 문화 도시로 성장케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청주시립교향악단, 시립합창단, 시립국악단, 시립무용단은 전통과 현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공연을 들려주기 위해 노력해왔다. 1973년 청주 관현악단으로 출발한 청주시립교향악단은 초대 지휘자 이상덕을 시작으로 현재 8대 지휘자인 류성규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 함께 호흡을 맞추며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시립합창단은 1980년 창단하여 1995년 청주 예술의전당 개관과 함께 현재의 상임체제가 정비되었다. 2015년 공기태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가 취임하여 폭넓은 레퍼토리를 선보이고 있다.

시립국악단은 1985년 비상임체제로 창단되어 1995년 상임체제로 재창단되었다. 초대지휘자 서한범을 시작으로 2016년 취임한 조정수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까지 청주 시민과 국악 애호가들을 위한 다양한 공연을 펼쳐왔다. 시립무용단은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토속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오늘날 우리의 삶을 표현하며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초대 안무자 윤승희를 비롯, 현재 5대 예술감독 겸 상임안무가인 박시종이 새로운 기획과 공연으로 다양한 예술 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청주의 문화예술 교육기관으로는 충북예고를 비롯해 한국교원대·충북대·청주교대·서원대·청주대 등이 있다. 무엇보다 청주는 우리나라의 중요한 역사 유물을 보전하고 있는 곳이다. 청주 문화예술의 꽃은 ‘인쇄’다. 청주고인쇄박물관에는 우리나라의 중요한 역사 유물인 금속활자본 ‘부조직지심체요전’이 보관되어 있는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현존 금속활자본이다.

청주는 방송 매체가 많은 지역이기도 하다. 한국방송공사 청주방송국·청주문화방송·기독교청주방송, 신문사로는 충청일보·중부매일신문·동양일보가 있고, 교육의 도시답게 도서관도 많은데 교육부 산하 충북중앙도서관·충북학생도서관 등이 있다.

청주를 대표하는 축제는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있다. 공예와 디자인 분야를 아우르는 최초의 공예비엔날레로서 1999년 첫 개최 이후 밀도 있는 기획을 통해 해마다 세계 60여 개국, 300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행사로 성장했다. 또한 1999년 시작된 청주국제공예공모전은 미래 공예의 새로운 담론을 이끌어내는 작가의 해로운 해석, 도전 정신을 바탕으로 공예 그 이상의 가치를 모색해왔다.

이 밖에 청주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곳으로는 사당산성, 운보 김기창 화백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운보의 집, 대통령의 휴식처 청남대와 마동창작마을, 수암골 벽화마을 등이 있다.

INTERVIEW ① 충북문화재단 김경식 대표이사

“예술교육이 행복의 열쇠”

한반도 중앙에 있는 충청북도는 청주시·충주시·제천시 등 3개 시와 괴산군·단양군·보은군·영동군·옥천군·음성군·증평군·진천군 등 8군으로 나뉘어 있다. 그중에서도 청주는 충북의 도청소재지로 교육과 문화예술의 도시다.

옛 시가지 골목길을 걷다 보면 오래되어 정겨운 건축물과 풍경들이 눈에 띄고 신시가지에는 높은 빌딩과 아파트, 현대화된 청주의 현재를 느끼게 한다. 특히 고인쇄박물관을 비롯해 공예나 미술 분야의 성장이 눈에 띄는 청주의 문화예술은 충북 지역의 문화예술 발전의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충북문화재단 김경식 대표이사(청주대 영화학과 교수)는 문화예술이야말로 21세기 미래를 바꾸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충북 문화예술의 전반적인 행정과 지원, 운영을 담당하는 충북문화재단의 역할이 뭉서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를 만나 충북 문화예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충북문화예술의 특징을 꼽는다면요?

충북의 문화는 중원문화, 서원문화, 금강하류문화로 나뉘는데 각 지역마다 특성 있게 균형적인 발전을 꾀하고 있습니다. 충북은 역사적으로 조상들의 투쟁 정신과 혼이 살아 숨 쉬던 곳이기도 합니다. 신채호, 이상철, 손병희 등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을 한 훌륭한 인물들이 탄생하고 활동했던 곳이지요.

이런 역사적 배경을 요즘 젊은 친구들도 알아야 할텐데요.

문화예술, 역사를 모르고 미래의 발전을 기대할 수는 없겠지요. 요즘 학생들은 특히 역사에 대한 의식이 부족한 편인데, 이 모든 것이 사람을 키우는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식만 가르치는 교육으로는 우리 삶을 바꿀 수가 없지요. 삶에 감동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우리 사회는 너무 삭막하기 짝이 없습니다.

재단의 2016년 비전과 전략 목표도 ‘창조하는 문화예술, 함께하는 감동 문화’던데요. 구체적으로 충북문화재단에서는 시민들의 감동이 있는 삶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충북 지역 문화예술이 발전하고 기반을 더욱 강화할 수 있도록 문화소외계층을 위한 다양한 제도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함께 모일 수 있는 문화 공간도 더욱 활성화하고 있고요. 지역예술가들이 창조적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사업도 돕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시민들이 생활 속에서 문화예술의 풍요로움을 맛볼 수 있는 것이 중요한데, 그래서 시민들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창의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문화소외계층을 위한 다양한 제도가 눈에 띄네요.

기초생활수급자나 문화소외계층에게도 문화와 여행, 스포츠 관람의 향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통합문화이용권 사업과 찾아가는 문화활동 지원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문화예술을 육성하고 기반을 확충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통해 도내 문화예술 인프라 구축을 확대하고자 노력하고 있고요. 문화예술 공간도 잘 활용될 수 있도록 충북문화관과 충북문화예술인회관을 운영해 지역학교와 연계한 문화예술 체험학습의 공간으로도 이용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문화예술을 접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필요할까요?

시민들이 공연장을 찾고 문화 예술을 즐기기 위해서는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문화를 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문화예술 교육이지요. 이를 위해서는 훌륭한 문화기획자를 양성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지역마다 특성화된 문화예술교육에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하지요. 결국 우리가 문화예술을 접한다는 건 우리의 삶을 좀 더 풍요롭고 여유 있게 자신을 돌아보고 치유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는 겁니다. 많은 사람이 직장과 학교, 가정에서 끝없는 경쟁과 압박으로 고통받고 있고 가정에서의 대화도 요즘은 많이 사라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문화예술 교육은 무엇인가를 배우는 단순한 한 과목이 아니라 사람을 키우는 모든 교육의 중요한 기초인 것이지요.

그렇다면 충북지역은 어린 학생과 청소년들의 문화예술 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요?

문화예술교육은 인성과 정서 순화, 창의성, 전문성을 키워주는 최고의 양분입니다. 그렇기에 부모들의 첫 번째 의무 역시 자녀들의 재능을 발견해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재능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아이들에게 문화예술을 비롯해 역사, 철학, 문학 같은 기초 학문을 가르쳐야 합니다. 결국 많은 정보와 지식을 융·복합해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창의력이지요. 두뇌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서 자녀들의 문화예술 교육이 절실히 필요한 것입니다. 저는 지금 우리 사회의 경제적 위기 역시 문화 기반이 약했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고 봅니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무서운 범죄도 가정과 학교에서 인성 교육을 하지 못하고 따뜻하게 품어주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정서를 순화할 수 있는 문화예술 인성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토록 우리 사회가 각박하게 변한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예술교육을 통해 감성을 키우고 정서를 순화할 수 있는 시간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문화예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궁극적으로 무엇일까요?

헤르만 헤세는 예술의 목적을 ‘인생을 살 만한 걸 깨닫게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람들은 예술을 통해 지친 마음을 위로받고 아픈 마음을 치료받게 됩니다. 그렇게 문화 예술을 접하며 삶을 살아갈 용기와 힘, 영감을 얻게 되는 것이지요.

여러 지원사업 중 차세대 문화기획자 양성에 역점을 두고 계신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예술가들은 예술에 집중하고 훌륭한 문화기획자들이 다양한 문화기획을 많이 해서 문화예술계가 균형 있고 풍요롭게 발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입니다. 각 지역마다 특성화한 문화자원을 발굴해 스펀지에 물이 스며들듯 시민들의 마음속에 문화예술의 아름다운 정서가 골고루 전해진다면 충북시민들의 행복지수도 높아질 겁니다. 그래서 공연 때마다 각 지역 도민들에게 공연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도록 관객 DB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문화예술을 산업으로 연결시키는 것도 중요한 과제일 텐데요.

문화예술 각 분야마다 창의적으로 접근해 하나의 광역 벨트를 엮어 스토리텔링화한다면 훌륭한 문화관광산업으로 연결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문화예술은 앞으로 우리 사회의 경제성장에 중요한 동력이 되어줄 겁니다.


▲ 착한 피아노 전시


▲ ‘보름달 뜨면’ 콘서트 현장

얼마 전 펼쳐진 ‘리본 프로젝트-열한대의 피아노’ 공연이 충북문화재단이 추구하는 문화예술 정신을 잘 표현해주는 것 같습니다.

5월 21일 충북문화재단과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이 공동 주관하는 ‘리본프로젝트-열한대의 피아노’ 공연을 청주 청반 문화산업단지 광장 ‘보름달 뜨면’ 콘서트에서 가졌습니다. 도민들의 반응이 정말 뜨거웠지요. 도민들로부터 사용하지 않는 피아노 11대를 기증받아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킨 뒤, 피아노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다시 기부하는 선순환 구조의 문화 나눔 프로젝트였는데, 그림을 그려 넣거나 조소 작품을 붙이는 등 아티스트 11명의 손길이 깃든 피아노가 새롭게 재생되어 많은 시민의 환호를 받았습니다. 누군가의 품속으로 돌아갈 피아노, 누군가의 꿈을 키우는 도구로 다시 태어난다는 것이 모두의 마음에 따뜻한 선물을 주었지요. 그 풍경 속에 함께한 도민들의 환하게 웃는 행복한 모습을 보면서 이런 것이 ‘행복한 삶’ 아닌가, 우리가 지향해야 할 문화예술의 정신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희망을 갖게 되었고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문화예술을 통해 충북 시민들의 삶이 건강하고 행복해지는 것. 그래서 문화가 산업으로 이어져 좀 더 따뜻하고 행복하고 풍요로운 도시로 성장하는 것. 이것이 충북문화재단이 존재하는 이유라는 것을요.

글 국지연 기자(ji@gaeksuk.com) 사진 김성환(HARU)

INTERVIEW ② 청주시립교향악단 류성규 상임지휘자

주제가 있는 아름다운 음악회

1973년 청주 관현악단으로 출발한 청주시립교향악단(이하 청주시향).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이며 시민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청주시립교향악단의 마에스트로 류성규를 만났다.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지휘과와 드레스덴 국립음대 오케스트라 지휘전문 연주자 과정, 최고연주자 과정을 졸업하고 독일 현대 오페라 프로젝트의 부지휘자와 수석 오페라 코치를 겸임했다.

그동안 청주시향에서 주력하던 기획 공연으로 세계기행 연주가 시민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들었습니다.

독일, 프랑스, 체코, 러시아 유럽을 중심으로 음악들을 골라 프로그램화했는데 자연스럽고 큰 무리 없이 잘 진행된 것 같습니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진부하지 않도록 곡을 균형 있게 선곡하는 데 공을 들였지요. 단원들도 흥미 있어 하고, 무엇보다 여러 주제를 갖고 음악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좋았습니다.

오케스트라를 어떻게 이끌고 계시나요?

자유와 자율, 서로 존중해주는 걸 가장 중시합니다. 일일이 모든 일에 신경 쓰기보다는 연습 시간에 음악에만 집중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교육도시 청주의 예술교육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청주는 교육열이 높고 시민들의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관심도 높습니다. 학교도 많아서 충북 음악교사들을 위한 연수 교육을 할 때 때때로 오케스트라 분야에서 선생님들께 조언과 도움을 드리고 있습니다. 학교 교가를 녹음할 때 청주시향이 녹음을 해 주거나 지역마다 행사가 있을 때도 찾아가 음악을 들려드리기도 합니다.

독일에서 지휘 공부를 하셨는데, 그곳의 교육은 한국과 다른가요?

독일에서 공부하는 한국인 음악도가 많습니다. 재능도 무척 뛰어나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보다는 독일인들이 클래식 음악의 본질에 더 접근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투박해도 뭔가 그 안에 혼이 살아 있다는 걸 느꼈지요. 독일 교육 시스템 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선행학습이 없다는 것입니다. 음악뿐 아니라 언어, 역사, 철학 등 다양한 문화인문 교육이 바탕이 되어 좀 더 폭넓고 깊은 지성인들이 예술을 하는 분위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지요.

청주가 동아시아 문화교류 도시로도 선정되었는데요.

청주는 오케스트라뿐 아니라 합창단, 무용단, 국악, 미술, 공예 등 굉장히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예술 단체도 많고요. 특히 청주시장님이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으셔서 여러 문화예술 사업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청주시향의 올해 계획은 무엇인가요?

올해까진 기본적인 레퍼토리를 중심으로 연주했다면 내년부터는 좀 더 심화된 레퍼토리로 그동안 듣기 어려웠던 작품이나 창작곡을 연주하려고 합니다. 도쿄 필하모닉 트럼펫 수석과 바순 수석의 협연처럼 시민들에게 익숙지 않은 악기와의 협연 무대도 많이 가지려 하고요.

청주시향이 꿈꾸는 소리가 있다면요?

사람에게도 역사가 있듯이 음악 사운드가 완성되기 위해서도 역사가 필요합니다. 시향은 청주시향의 역사와 시간을 함께한 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서 더 조화를 이루고 블렌딩되면서 청주시향만의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을 테고요. 연주에서 다양한 조화를 이뤄내는 것이 쉽지 않지만, 그렇기에 그 과정을 극복하고 만들어진 음악은 아름다운 가치가 있다고 믿습니다.

글 국지연 기자(ji@gaeksuk.com) 사진 김성환(HARU)

INTERVIEW ③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안승현 비엔날레부 차장

삶과 가장 가까운 예술, 공예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1999년부터 2년에 한 번씩 청주 연초제조창에서 개최돼 공예의 흐름을 읽고 미래 가치를 제시하는 축제의 현장이다. 한 나라의 공예 역사를 알아보고 공예 예술의 세계적 교류를 이뤄가는 초대국가관, 젊은 공예 작가를 발굴·육성하는 공모전을 비롯해 다양한 기획전과 특별전 등을 선보인다. 2015년 축제에서 진행됐던 프로젝트로 기네스 세계 기록에 등재됐고, 2017년엔 제10회 비엔날레를 맞이해 더욱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의 안승현 비엔날레부 차장을 만나 축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어떻게 처음 시작되었는지요.

1999년 청주에 거주하던 공예가, 관련 정책 담당자 등이 함께 비엔날레를 개최하고자 뜻을 모으면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축제를 열 수 있는 공간이 없어, 일단 임의로 청주 내 체육 시설을 사용했지요. 그러다 연초제조창으로 옮겨 비엔날레를 계속했습니다. 2004년 폐창된 후 방치됐던 연초제조창을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것이지요. 청주시도 이러한 프로젝트를 도시재생사업의 좋은 예로 보면서 점차 지원을 확대했습니다.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는데 어느새 작년으로 9회를 맞았네요.

제9회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는데요. 비엔날레의 전시 콘텐츠들도 매우 호평을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국내외 많은 인사가 참여해 우리나라의 공예 수준을 국제무대에 알릴 수 있는 계기였습니다. 또한 청주 시민들이 공예의 가치를 느끼고 다양한 부대시설을 통해 예술과 문화 안에서 하루를 즐길 수 있는 축제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전 세계 시민이 함께 참여한 CD 프로젝트가 축제의 성공에 한몫을 했지요. 축제가 끝난 후에도 프로젝트를 보존하는 일에는 여러 어려움이 따르지만, 계속해서 시민들이 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현재 CD 프로젝트를 축소해 청주첨단문화산업단지 외벽에 설치해놓았습니다.

작년 비엔날레 성공에 이어 앞으로 어떻게 청주의 공예 사업을 이끌어갈 계획인지 궁금합니다.

‘공예세계화’팀을 구성하고, 영국을 비롯해 지금보다 더 많은 해외 예술가를 초청하며 우리 공예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고자 합니다. 그리고 생활공예인을 양성할 계획입니다. 생활에서 하는 공예 활동이 축적돼 실제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주도록 돕는 것이죠. 사람들이 직접 재료를 만지며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정성과 마음 그리고 소통입니다.

또 이번 9~10월에 열리는 청주국제공예페어에서 관람객들이 하루 종일 즐겁게 놀다 갈 수 있길 바랍니다. 굳이 공예품을 사지 않더라도 작품을 감상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는 그런 페어가 되었으면 합니다.

공예만이 가진 특별한 가치는 무엇인가요?

공예는 삶입니다. 인간의 삶에 가장 가까운 예술이 바로 공예지요. 특히 나무, 흙 등 자연의 재료로 만들어지는 것이 공예입니다. 작년 비엔날레를 방문했던 런던 크래프트 위크(런던 공예 축제) 관장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제 명품은 대량생산품이다. 명품을 넘어 정신적 가치를 지닌 공예가 진정한 럭셔리가 될 것이다’라고요. 사람들이 이러한 공예의 가치를 느끼는 계기가 된다는 것만으로도 비엔날레와 페어는 성공적이라 할 수 있겠지요.

글 김지희 인턴 기자(editor1@gaeksuk.com) 사진 김성환(HARU)

FOCUS ON ①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삶·문화·예술이 하나가 되는 곳

유어예(游於藝). 예술의 세계에서 유유히 노닌다는 말이다. 생활이 문화가 되고, 예술이 삶이 되어야 함을 강조하는 말이기도 하다. 경계가 없는 일상과 문화예술을 통해 생생한 즐거움과 자연스러운 감동을 향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주에는 이러한 유어예의 가치를 키워가는 생활밀착형 문화예술기관이 있다. 언제, 어디서나 편안하게 시민들이 문화예술을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이다. 재단은 다양한 예술사업과 문화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다른 지역과는 구별되는 후원회를 결성해 문화적 취약 청소년들의 오케스트라 활동을 돕는 ‘청주꿈나무오케스트라’ 사업, 다문화 가치를 형성하기 위해 ‘多가치 도란도란 & 나누기’책을 출판하는 등 문화적 소통을 이끌어내는 ‘무지개다리’ 사업 등이 특기할 만하다.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와 청주국제공예페어는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이 진행하는 가장 국제적인 규모의 사업 중 하나다. 매년 비엔날레와 공예페어를 번갈아 진행하며 청주가 지닌 공예 예술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특히 작년으로 9회를 맞았던 2015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에서는 연초제초창 외벽을 CD로 장식하는 프로젝트 ‘CD 파사드’가 진행됐다. 이 프로젝트는 청주 시민들과 한국·일본·중국·미국·캐나다 등 9개국 31개 도시에서 모은 폐 CD로 이뤄져 세계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올해 개최되는 공예페어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버려져 있던 공간과 물품을 활용해 도시 공간을 예술 작품으로 변화시킨 이러한 성과를 이어갈 예정이다.


▲ 청주꿈나무오케스트라

연초제조창, 동부창고, 청주첨단문화산업단지, 한국공예관 등 여러 문화 시설도 재단에서 관리하고 있다. 재단은 근대 한국의 산업 유산인 담배 창고 연초제조창을 개조해 청주 문화예술의 부흥지를 형성했다. 청주첨단문화산업단지는 연초제조창의 대지 일부를 활용해 건설된 청주의 대표적 복합문화공간이다. 단지에 들어서면 눈을 돌리는 곳곳마다 예술 작품이 전시돼있다. 피아노를 단장해 새로운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시킨 ‘리본 프로젝트’, 한·중·일 문화 교류를 위한 ‘젓가락 페스티벌’에서 만든 조형 작품을 비롯해 유·초년생들을 위한 문화 콘텐츠 교육 시설인 ‘청주에듀피아’와 작은도서관이 눈에 띈다. 그뿐 아니라 단지에는 공예·소프트웨어·영상미디어 업계에 종사하는 다양한 사업체가 입주해 있어 문화예술 발전의 산실이 되고 있다.

연초제조창의 담뱃잎 창고였던 동부창고에서도 여러 문화예술 활동이 진행된다. 총 7개 동으로 나뉜 동부창고에서는 하우스콘서트·영화 상영·전시회·공예 아카데미 등이 진행된다. 또한 공연 연습 공간을 제공해 시민들이 더욱 자유롭게 문화예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2004년 동부창고가 폐창되며 그곳에 살았던 비둘기 서식처와 연초제조창 근무자들이 실제 사용하던 여러 물품, 그리고 목조로 건축됐던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역사박물관으로서도 활약한다. 역사를 간직한 모습 덕에 ‘제빵왕 김탁구’ ‘덕혜옹주’ ‘더프리즌’ ‘군함도’ 등 여러 영화·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글 김지희 인턴 기자(editor1@gaeksuk.com) 사진 김성환(HARU)

FOCUS ON ② 수암골 벽화마을&마동창작마을
예술이 익는 마을

강나루 건너서/밀밭 길을//구름에 달 가듯이/가는 나그네//길은 외줄기/남도 삼백리//술 익는 마을마다/타는 저녁 놀//구름에 달 가듯이/가는 나그네
-박목월 ‘나그네’-

저녁노을은 지고 있고 술을 익히는 집집마다 굴뚝 연기가 피어나는 그 풍경. 술 익는 마을은 정처 없는 나그네에게 떠나온 집과 가족을 떠올리게 한다. 오랜 기간 담그고 익히는 술은 나그네의 삶과는 정반대 특성을 지니고 있다.

어느 한 곳 마음 둘 데가 없어 세상과 괴리되고, 집단 속에서 부유하는 현대인도 어쩌면 모두 심정적인 나그네일지 모른다. 이들에게 술 익는 마을같이 따스한 정취를 떠올리게끔 하는 곳이 있다. 예술이 익는 마을, 청주의 수암골 벽화마을과 마동창작마을이다.

수암골 벽화마을

지역 개발로 과거의 모습이 많이 사라진 여느 곳과는 달리, 수암골 벽화마을은 시간이 멈춘 듯한 곳이다. 수암골 거주민들과 청주민예총 소속 예술가들이 과거 정취를 지키고자 뜻을 모아 만들어낸 벽화마을이기 때문이다. 청주민예총 미술가들과 학생 20여 명 정도가 거주민들의 협조 속에서 공공미술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이로 인해 지금까지 수암골에는 골목길 문화가 보존될 수 있었다. 또한 예술가들과 마을 주민들이 수암골생활문화공동체 ‘마실’을 구성해 골목의 정취를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펼치고 있다. 마을 주민이 직접 진행하는 수암골 관광 안내, 벽화 체험 프로그램, 마을 카페 등이 마실의 주요 활동이다.

갑작스럽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거주민들과 소통하여 만들어진 벽화이기에 그림의 내용은 모두 마을과 관계가 깊다. 마을 사람들을 그린 벽화, 아이들이 많지 않은 마을이기에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벽화, 담벼락의 모양을 그대로 살린 벽화들이 골목을 수놓고 있다. 드라마 ‘카인과 아벨’ ‘제빵왕 김탁구’에 등장했던 벽화와 마을의 모습도 눈길을 끈다.

충청북도 청주시 상당구 수암로 58

마동창작마을

마동창작마을은 20년 전 서울에서 내려와 청주 마동에 뿌리를 내린 서양화가 이홍원 내외의 작업 공간이다. 이들은 원래 학교로 사용되던 이곳을 작업장이자 생활공간,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학교의 대문은 항상 열려 있다. 또한, 전국 방방곡곡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마음 편히 쉬다 갈 수 있도록 학교의 교실 한 칸에는 셀프카페가 마련되어 있다. 방문객들과 항상 가깝게 소통하고자 노력하는 이홍원 내외의 마음이 느껴지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과거 여러 예술가가 거쳐 가며 자유롭게 작품 활동을 해왔고, 현재는 이홍원 내외와 돌 조각가 한 명이 함께 상주하고 있다. 그들의 작품이 학교 곳곳에 설치돼 자연스럽게 예술 공원을 이루고 있다. 종종 공연이나 문화예술 프로젝트가 진행되기도 해서 관람객들과 마동 주민들에게 편안한 휴식 공간이 되어주고 있다. 청주 외곽에 위치해, 도심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정감이 느껴지는 곳이다.

충청북도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마동리 83-2

글 김지희 인턴 기자(editor1@gaeksuk.com) 사진 김성환(HARU)·마동창작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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