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아시아를 향한 문화 도시

LOCAL SCOPE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6년 11월 1일 12:00 오전

광주를 찾아간 날은 마침 광주비엔날레가 성황리에 한창 진행 중인 때였다. 예부터 광주(光州)라는 지명은 찬란한 햇빛으로 표현되는 번영의 고장을 의미한다. 예향의 도시로 알려진 광주. 그곳은 민주화의 아픔과 상처를 민주·인권·평화의 가치로 승화시킨 문화예술 콘텐츠를 가지고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향해 비상의 날갯짓을 하고 있었다

찾아가는 지역 순례의 열네 번째 도시는 광주. 광주는 인구 147만 도시로 북동쪽으로 담양군, 북쪽으로 장성군, 서쪽으로 함평군, 남쪽으로 나주시, 남동쪽으로 화순군에 접한다. 서울·부산·대구·인천·대전에 이어 국내 제6위를 차지하는 대도시이며, 호남지방 최대 도시다. 현재 광주를 중심으로 화순·담양·장성·나주 등 반경 30km 안의 지역이 1일 생활권을 형성하고 있을 뿐 아니라, 소비 도시에서 생산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광주는 교육 도시로도 유명하다. 전남대학교를 비롯해 광주대, 조선대, 호남대, 광주교대 등 고등교육 기관이 많아 교육 도시로서 면모를 갖추고 있다.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도서관 시설도 잘되어 있다. 광주에는 시립 무등도서관을 비롯해 여러 공공도서관이 있고, 박물관은 국립 광주박물관과 시립 민속박물관, 대학 부설 박물관 등이 있어 시민들이 편하게 이용하고 있다. 언론기관으로 광주일보·전남일보·광주매일신문·무등일보 등이 있고, 텔레비전 방송국과 라디오 방송국도 시민의 소중한 발과 귀가 되어주고 있다.

문화공간은 극장과 예술공연장 등 각종 공연장을 비롯해 야구장·실내체육관·실내수영장·승마장·테니스장 등이 구비되어 있다. 빛고을시민문화관, 광주문화예술회관, 광주 유스퀘어문화관 금호아트홀을 비롯해 작년에 개관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가장 주목할 만한 문화공간이다. 광주문화예술회관은 1991년에 개관한 이래 현재까지 2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광주의 문화 중심지로 그 역할을 담당해왔다. 회관에는 총 7개 예술단체 300여 명의 전문 상임단원이 소속되어 활발하게 활동 중이며 전통음악과 교향악, 창극부터 발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수준 높은 공연을 시민들에게 선보여 문화예술의 저변 확대와 지역 인재 양성에 기여해왔다. 대극장, 소극장, 국악당에서는 매일 다양한 공연이 무대에 오르고 야외에는 조각공원이 조성되어 있어 시민들이 여유와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문화단체로는 광주시립교향악단과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광주시립발레단, 광주시립국극단, 광주시립합창단, 광주시립소년소녀합창단, 광주시립극단이 있다. 광주시립교향악단은 광주가 ‘예향의 도시’로서 명맥을 이어오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 1976년 광주시립교향악단은 시민 주도로 결성되었다. 광주 지역 음악인들이 1969년 ‘광주시민교향악단’이라는 민영 오케스트라를 자발적으로 결성하여 관현악 활동을 시작했다. 이 고장에 음악예술을 정착시키겠다는 장신덕 지휘자와 단원들의 신념이 결실을 맺어 7년 후 1976년 7월 시민교향악단은 시립교향악단으로 발전했다. 장신덕 초대 상임지휘자 이후 이용일, 국내외 정상급 지휘자들이 지휘봉을 잡고 광주시립교향악단을 발전시켜왔다. 지난 40여 년간 290회의 정기연주회를 비롯, 500회가 넘는 다양한 연주회를 통해 폭넓은 레퍼토리와 탄탄한 연주력으로 객석을 감동시켰다. 또한 공연장에 찾을 수 없는 교도소, 군부대, 장애인학교, 광주시민을 위한 찾아가는 연주회 등 신선한 행보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참신한 기획 프로그램으로도 주목받았는데 5·18 광주민주화운동 30주년인 2010년 5월, 시민합창단과 시립교향악단 단원 518명이 말러의 교향곡 ‘부활’을 연주해 음악계뿐 아니라 시민사회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2016년 11월 1일부터 김홍재 상임지휘자와 제12대 지휘자로 부임할 예정이다. 재일 지휘자 김홍재는 얼마 전까지 울산시향 상임지휘자로 활동했으며, 일본 도호음악대학을 졸업하고 오자와 세이지를 사사하며 대학 시절 도쿄시티필하모닉의 부지휘자로 발탁된 인물이다.

문화 축제로는 광주김치축제, 광주비엔날레가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광주고싸움놀이(중요무형문화재 33)도 해마다 관심을 받는 행사다. 광주비엔날레는 2년마다 열리며, 제1회는 1995년 9월 20일~11월 20일 광주광역시 중외공원 전시관 등에서 세계 50개국 90여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 가운데 본전시·특별전·기념전 등 13개 대형 전시회가 열렸고, 행사 기간 동안 민속·무용·음악·연극 등 부대 행사도 펼쳐졌다. 다양한 주제로 사랑받고 있는 광주비엔날레의 2016년 주제는 ‘예술은 무엇을 하는가?’로 9월 2일부터 11월 6일까지 비엔날레전시관, 아시아문화전당, 무등현대미술관, 우제길미술관, 의재미술관, 518민주화운동기록관 등에서 펼쳐졌다.

아시아 문화 도시를 향해 도약하고 있는 광주는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뿌려야 했던 아픔과 상처, 그리고 새로운 도약이 공존하는 도시다. 물론 지역의 낙후된 시설 정비와 시민들의 문화 공연에 대한 더욱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 그리고 기획 면에서 광주만의 정체성을 문화에 녹여내야 한다는 중요한 과제도 갖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인 축제가 펼쳐지고 역동적인 문화 에너지가 끓어오르는 광주는 더 이상 아픈 역사로 물들었던 아픔의 도시가 아니다. 세계적 문화 축제가 펼쳐지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라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 공간이 세워진 만큼 이제 광주만의 혼과 예술정신을 문화 속에 담아내길 바란다.

FOCUS ON 1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 1년, 아시아 문화의 허브를 꿈꾸다

2015년 광주에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개관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은 아시아 문화 교류와 콘텐츠의 창작·제작·전시·공연·유통이 함께 이루어지는 복합문화시설로 세계를 향한 아시아 문화의 창을 비전으로 한다. 아시아의 과거, 현재의 문화예술과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신념이 만나 미래지향적 결과물을 생산해내는 국제적 예술기관이자 문화교류 기관이다. 5·18 민주화운동의 인권과 평화의 의미를 예술적으로 승화한다는 배경에서 출발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아시아 문화에 대한 교류, 교육, 연구 등을 통해 서로 이해하고 아시아 각국이 함께 동반 성장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으로 설립되었다. ACC에서는 연구·창작·제작의 단계를 통해 수집된 연구물과 자원을 활용해 제작된 결과물로 일 년 내내 다양하고 역동적인 프로그램 전시, 공연, 교육, 축제, 기타 행사들이 펼쳐진다. 공간은 민주평화교류원, 문화정보원, 문화창조원, 예술극장, 그리고 어린이문화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문화창조원은 새로운 세상을 향한 아시아 문화창조자들의 공간으로 문화창조원 창·제작센터는 인문·예술·과학이 결합된 융·복합 콘텐츠를 기획하고 개발하는 랩(LAB) 기반의 플랫폼으로 국내외 연구기관과 전문가의 협업으로 개발한 첨단 미디어, 융·복합 콘텐츠의 쇼케이스와 예술공학 관련 전시, 아시아 연구 기반의 전시, 그리고 참여형 오픈랩을 운영한다.

민주평화교류원은 아시아문화교류·협력네트워크의 중심 공간으로 역사적 건물을 지상에 남겨 기념비화한 곳이다. 민주평화교류원은 광주의 역사적 기억을 민주·인권·평화의 가치로 승화시킨 콘텐츠를 통해 아시아 문화교류·협력 네트워크의 중심 역할을 할 계획이다.

예술극장은 아시아 동시대 공연예술의 창·제작 허브로 가장 진취적인 작품의 기획과 제작, 담론의 생산, 그리고 순환이 총체적으로 이루어지는 국제적인 허브다. 광주라는 작은 동심원에서 시작해 한국, 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로 아시아의 동시대 공연예술이 들어오고 나가는 창이 되는 것이 목적이다. 대중성과 예술성을 담은 다양한 작품이 무대에 올라 자유롭고 창의적인 세계를 펼쳐왔다. 장르의 한계를 초원한 새로운 공연은 어린이부터 노년층까지 어린이 계층이 즐길 수 있는 기획 공연과 초청 공연이 사랑을 받았다. 극장1, 극장2, 극장3, 문화정보원, 어린이문화원으로 나뉘어 있다.

극장1은 공연이 아시아 공연 예술의 창·제작, 유통 플랫폼으로서 국제적 허브가 될 공간이다. 한 면에 빅 도어를 열어 실내외 공간을 확장해 사용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가변형 블랙박스 형태의 공연장이다. 제작인의 창의적 아이디어에 따라 프로시니엄 극장부터 L자 로드, T자 콘서트, 원형 아레나 형태의 극장까지 무대와 객석을 자유자재로 변형해 사용할 수 있다. 실내 객석 수는 최대 1120석까지 가변적으로 설치 가능하며 빅 도어를 열어 무대와 객석을 야외로 확장할 수도 있다.

극장2는 일반 프로시니엄 공연장으로 연극, 무용, 클래식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다. 객석 수는 512석으로 클래식 음악을 위한 음향 반사판 및 오케스트라피트가 마련되어 있다. 윌리엄 켄트리지의 오페라 ‘율리시즈의 귀환’, 광주시립발레단의 ‘봄의 제전 G.’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선보였다. 극장3은 광장형 공연장으로 소규모 공연 및 세미나, 강연, 리사이틀 등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객석 수는 248석이다.

어린이극장은 100석 규모의 반원 형태 어린이 전용 공연장으로 계단형 객석이어서 부모와 아이가 함께 공연을 볼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만든 어린이 창·제작 공연인 ‘깔깔나무’ ‘작은 악사’ ‘쿵짝 1920’ 등의 작품이 시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한국의 전통 기왓집 모양의 넓은 마당인 아시아문화광장은 낮이면 안개 분수가, 밤이면 형형색색 아름다운 빛들이 뿜어내는 근사한 광경을 만든다. 비스듬히 경사가 져서 큰 무대를 설치해놓고 모두가 어울리는 축제를 하기도 좋은 공간이다.

문화정보원은 아시아 문화를 연구하고 아카이브를 보존하고 교육하는 센터로 아시아 문화 연구를 기반으로 한 저널, 포럼, 출판 등 다양한 형태의 지식 생산 및 다층적 연구의 장을 제공한다. 아시아문화자원을 체험·관람하는 라이브러리파크와 수집·관리·보전을 위한 자원센터, 문화 인력 양성을 위한 아카데미를 운영한다.

어린이문화원은 어린이의 감성과 창의성, 세상과의 공감 능력을 향상시키는 교육적 체험과 놀이를 제공하는 문화공간이다. 어린이 문화자원을 조사·연구·개발하고 문화의 다양성을 기반으로 교류와 유통을 활성화하며 다양한 창작 활동과 체험을 통한 교육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ACC의 디자인은 자연과의 충실한 연계가 돋보이는데, ‘빛의 도시’ 광주에 대한 정신적 연계를 형성하기 위해 특별히 자연을 많이 이용했다. 또한 프로그램에 따라 공간의 모습을 변화할 수 있도록 건축했으며, 아름다운 조경 시설 또한 문화전당의 자랑이다.

11월에는 개관 1주년을 맞아 11월 24일부터 27일까지 기념 페스티벌을 갖는다. ‘세계를 향한 아시아 문화의 창: 아시아를 위한 심포니’에는 광주시립교향악단, 일본 모던 앙상블, 리틀 자이언트 쳄버 오케스트라, 홍콩 뉴 뮤직 앙상블, 타오 댄스 씨어터 등이 참여한다.

INTERVIEW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공연사업본부장 김희정
예술의 장르와 국경 넘나드는 게 목표

개관 1주년을 맞이했는데 그동안의 성과와 해결하고 보완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개관 프로그램이었던 ‘아우워 마스터’와 ‘아시아 윈도우’를 통해 공간을 극대로 활용한 실험을 성과로 꼽고 싶다. 이 시즌 프로그램에 국제적 컨템퍼러리 아티스트들이 초청되어 다양한 작업을 했다. 연극, 무용은 물론이고 필름, 실험예술, 소리예술, 전시까지 장르 구분이 의미 없을 만큼 다양한 프로그램이었다. 이 과정을 통해 신생 극장에 필요한 ‘다지기’를 짧은 시간에 이룬 것 같다. 다만 예술가를 중심으로 한 실험 기간 동안 극장의 대중적 인지 파급에 소홀했다는 질타를 많이 받았다. 앞으로는 문턱을 낮추고 좀 더 편한 극장으로 만드는 것이 과제라고 생각한다.

여러 공간과 공연 중 가장 반응이 좋았고 의미 있었다고 평가되는 건 무엇인가?

예술극장1에서 열린 공연은 사실 어떤 것이 최고라고 뽑기가 무색할 만큼 모든 공연이 다 좋았다. 극장 1은 가변형 블랙박스 극장이라 공연마다 다른 모습으로 변신한다. 어떤 한 공연으로 소개되는 모습은 이 극장의 본질이 아니다. 변신하는 모습을 따라가면서 나도 계속 놀란다. 3월에 공연된 독일 민중극장의 ‘테사 블롬슈테트는 포기하지 않는다’는 프로시니엄 극장으로 세팅했고, 5월 피지카타 다쓰미의 ‘방언’에서는 극장 장비를 최대 활용한 움직이는 극장의 모습을 보여줬다. 6월 샹젤리제 오케스트라 연주에서는 3D 매핑과 아레나 형식의 극장으로 바로크 음악뿐 아닌 극장의 아름다움으로 감탄을 받았다. 여름 월드뮤직 페스티벌과 ‘이국정원’ 시네마 공연에서는 극장 한 면의 빅 도어를 열어 실내와 야외를 연결하는 무대를 만들었다. 현재 극장 1의 가변성을 최대로 활용한 ‘극장 최적화 레퍼토리 개발’을 민간 공모로 진행 중이며, 이 공모 프레젠테이션을 위한 극장 시연회에 189명의 공연기획자가 전국에서 참석했다.

어린이 문화원을 특별히 따로 만든 배경이 있나?

아시아의 문화 다양성을 어린이들에게 교육하는 공간이 필요했다. ACC 건립 계획이 시작된 2002년 이미 아시아 주제 교육을 예비한 건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린이 문화원은 이러한 목적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계속 개발하고 있다. 또한 문화원 내에 있는 ‘어린이 극장’ 덕에 공연본부에서 제작하는 공익성 높고 재미있는 교육아동청소년이 많은 관객을 만나고 있고, 또 여기서 업그레이드되어 해외로 초청되고 있다.

아시아에 광주를 알리기 위해서는 광주의 정신이 깃든 작품도 많이 올라야 할 것 같고 광주만이 보여줄 수 있는 정체성도 있어야 할 것 같은데, 현재 시민들과 광주 문화예술단체들의 참여도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

본부장으로 일해온 7개월 동안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이 지역과의 협력이다. 서울을 비롯한 타지에서도 관객이 찾아오지만 결국 광주가 중심축이 되어야 한다. 최근 올린 톨스토이 ‘홀스또메르’의 경우 초청 공연을 협력 제작으로 기획했다. 지역 배우 오디션을 했고 서울 배우들과 광주·전남 배우들이 여름 동안 극장에서 작품을 만들었다. 창·제작 극장이라는 목적과 지역협력, 두 개를 만족한 기획이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초청 작품은 어떤 면으로든지 극장 및 지역과 아울러 만드는 포맷으로 기획할 예정이다. 그리고 시민 참여를 높이기 위해 시민 오케스트라 프로젝트 ‘장롱 속 악기를 꺼내드립니다’를 진행 중이며, 이를 통해 광주·전남의 생활예술 연구 자료를 확보했다. 시민 오케스트라 경연대회 외에도 개인 오디션을 통해 말 그대로 장롱에 묵혀둔 음악의 꿈을 찾아주는 교육+공연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방송 다큐멘터리로 제작 중이며 곧 방송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세계에 알려진 민주화의 성지로서 ‘광주’에 자리한 극장으로서, 그 역할에도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10월에 올린 한-독 공동 제작 연극 ‘벽-이방인’이 대표적인 예다. 이민자와 탈북자에 관한 작품인데, 세계가 공통적으로 고민하는 인권 문제를 다룬 작품을 ACC에서 세계 초연하고 이어 베를린국립극장에서 공연한다.

아시아문화전당이 다른 타 공연장들과 차별화하는 점, 그리고 최종적으로 목표하는 가장 큰 비전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아.시.아’다. 2017년 프로그램의 슬로건이 ‘아시안 게이트웨이’인데, 아시아를 주제로 들어오고 나가는 공연예술의 창이 되고자 한다. 그리고 극장의 설립 목적이 ‘창·제작’이다, ACC 레퍼토리가 되는 자체 제작을 늘릴 생각이다. 최근 제작한 ‘작은악사’가 좋은 예인데, 이 공연은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음악감성극이다.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의 민담을 개발하여 ACC 아시아연구소에서 그림책으로, 그리고 극장에서 공연으로 제작했다. 특히 중국에서 중앙아시아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 중화권 공연 투어를 짧은 시간에 성사시켰고, 또 미국의 극장에서도 문화다양성 교육으로 초청되었으며 투어로 계획 중이다. 11월에 열리는 개관 1주년 공연 축제에는 ‘아시아의 소리’를 주제로 전 세계 창작곡을 공모하여 선발된 20개국, 70여 개 작품이 연주된다. 홍콩뉴뮤직앙상블, 대만 소거인차이니즈앙상블, 동쿄뉴뮤직앙상블, 중국의 타오예 무용 등이 공연자로 참가한다. 장르는 개의치 않는다. 가변형 극장만큼 열린 예술, 예술가가 편하게 실험하고 도전적인 작업을 시도해볼 수 있는 극장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그 철학 속에서 Made in Korea를 Made in Asia로, 국경을 넘어 문화를 통해 아시아를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하고 싶다.

INTERVIEW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지휘자 김광복
국악은 광주 시민의 자존심

예향의 도시 광주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장르는 단연 국악이다. 특히 올해 창당 20주년을 맞은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은 오랜 시간 광주 시민들의 삶의 애환을 공감하며 위로하고 때로는 격려하며 그 역사를 함께해왔다.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제5대 지휘자 김광복은 1994년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초대 지휘자였으며, 국악 발전에 많은 공헌을 한 인물이다. 김광복은 한국국악협회 주최 제1회국악경연대회 1등, 광주예술문화상, 임방울 국악대상을 비롯해 빛고을국악관현악단 단장과 아시아민족음악교류협회 이사장, 전남대 국악과 교수를 역임했다.

“광주는 남도 특유의 멋을 지닌 곳이지요. 국악의 참 멋이 있는 곳이라 시민들 가슴속에 이미 흥을 아는 피가 흐르고 있어요. 그동안 음악은 광주 시민들의 삶을 위로해주고 아픈 역사의 현장에서 용기와 힘을 나누며 상처를 어루만져주었습니다. 이제 그 아픔을 우리만의 문화로 승화시킬 때인 것 같아요.”

그는 2015년 국립아시아 문화전당이 개관되고 2015년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가 개최되는 등 광주가 아시아 문화를 아우르는 큰 도전 앞에 섰다며 국제적 문화도시로 도약하는 데 국악의 역할이 크다고 말했다.

“1994년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의 창단을 이끈 지휘자로서 우리 연주를 통해 국악계의 새로운 혁명을 일으키고 싶었어요. 박제된 국악을 끌어내고 손질하고 새로 만들어 우리의 생활 속에 함께 숨 쉬며 살 수 있기를 바랐지요. ‘국악의 생활화’를 목표로 지금껏 달려왔습니다.”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은 1994년 9월 1일 창단해 그동안 광주의 국악발전과 전통의 창조적 계승을 위해 수준 높은 연주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 동시대 정서를 함께 공유하기 위해 재즈 및 대중음악, 뉴에이지 음악의 폭넓은 연주를 통해 국악의 대중화에 앞장서왔다. 또한 주제별 연주회로 테마가 있는 공연을 해왔으며, 사회복지시설 및 문화소외계층을 위한 찾아가는 예술단 활동도 꾸준히 진행해왔다. 또한 동시대의 역사적 음악회인 5·18 민중진혼 음악회, 아시아 명인 초청 연주회 등을 통해 다양한 연주를 들려주었다.

해외 공연 또한 활발히 진행돼 1997년 8월 미국 뉴욕 시 초청 연주회, 2006년 중국 광저우 시 초청 공연, 2009년 중국 베이징 초청 공연, 2010년 중국 베이징 명성황후(광주시립무용단 합동공연), 2011년 중국 정율성 국제음악제 등 외국에서도 한국음악의 아름다움을 전하며 호평을 받았다. 한-몽골 교류 연주회를 비롯해 아시아 지역 작곡가들을 위촉, 그 나라의 독특한 음악을 국악화하는 등 색다른 음악적 해석도 계속 선보일 예정이다.

전남대 교수로 재직하며 수많은 국악인을 키운 김광복 교수는 전남대 재직 당시 문화관광부법인인 사단법인 아시아민족음악교류협회를 설립하여 아시아 음악인들과 폭넓은 교류를 나누며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광주는 국악의 도시지요.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이 이제 아시아 음악을 어우르며 아시아 음악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시민들과 음악인들이 힘을 모아야 합니다. 광주에서 아시아 문화예술인들이 넘쳐나는 문화의 장터를 이뤄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우리 악단이 해야 할 역할이 무척 중요할 것 같아요.”

그는 시민들의 문화적 정서가 깊이가 있고 소리를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 광주에는 명인, 명창도 무척 많다며 예향의 도시가 된 것은 풍류를 즐길 줄 아는 시민들의 예술성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남대 교수로 재직할 때 전공생뿐 아니라 다른 전공을 하는 학생들에게도 교양과목으로 국악의 이해 시간을 마련해 강의했습니다. 인기가 무척 많았어요.(웃음) 국악을 쉽고 편하게 가르치려 했고, 그러면서도 음악의 본질을 놓치지 않도록 노력했습니다. 강의 전에 연구도 많이 했고요. 다른 나라의 음악과 문화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음악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바탕이 되어야 하죠. 그것을 바탕으로 우리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나갈 수 있는 것이고요. 국악은 가장 자연과 가까운 소리입니다. 그러면서 과학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악기를 통해 사람이 그 아름다움을 전하지요. 그래서 국악을 들으면 소리가 편하고 자연스럽습니다. 우리 민족의 감성과 잘 어울리지요. 그동안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은 광주 시민들의 아픔과 상처를 함께 보듬었습니다. 앞으로는 광주가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도록 용기도 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국악은 언제나 광주 시민들 곁을 지켜왔으니까요.”

글 국지연 기자(ji@gaesuk.com) 사진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INTERVIEW 광주시립발레단 예술감독 신순주
광주만의 창작 발레로 세계를 홀리다

광주 시민들이 사랑하는 장르 중 하나인 발레는 예술의 고장 광주에서 1976년 10월 창단되어 올해 40주년을 맞았다. 대중성 있는 장르가 아닌 발레가 한 지역에서 이렇게 오랜 역사를 거쳐 이어져왔다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광주시립발레단은 그동안 국내 여러 도시를 순회하며 스펙터클한 작품들을 공연해왔고, 그 결과 다양한 작품이 제작되었다.


▲ 창작발레 ‘봄의 제전G.’

2015년부터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신순주는 유니버설 발레단에서 무용수로 활동하며 활발한 예술 활동을 해온 인물로 고전 레퍼토리뿐 아니라 세계적 안무가인 김판선의 작품을 스타 무용수 안남근, 윤전일과 함께 꾸민 격정의 몸짓, 인간의 감정으로 말했던 모던 발레 ‘불안한 축’을 무대에 올려 큰 호평을 받았다. 특히 올해 시립발레단 창단 40주년을 기념해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공동 제작한 ‘봄의 제전 G’는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재해석해 한국 특유의 제의식과 씻김굿의 정서, 한지로 채워진 무대, 전통악기로 이뤄진 음악이 한데 어우러진 창작 발레다. 한국을 대표하는 안무가 이정윤이 안무를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광주 시민들이 워낙 발레를 사랑해 발레의 역사는 깊지만 여러 시스템의 문제로 처음 발레단을 맡았을 때는 어려움도 있었지요. 예산도 많이 부족했고 단원들의 열정을 이어가면서 계속 좋은 공연을 올리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하지만 모두들 열심히 해준 결과, 좋은 조건으로 우리만의 창작품으로 무대에서 오르고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이 무척 기쁘고 자랑스럽습니다. 특히 ‘봄의 제전 G’는 앞으로 광주시립발레단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 무대였기에 더욱 의미 깊게 느껴집니다.”

아시아 문화중심 도시 광주의 대표적인 문화 상품으로 개발하기 위해 제작된 한국 창작발레 ‘봄의 제전 G’는 한국 문화의 아름다움을 섬세하고 세련된 신체 언어인 발레로 표현하며 동서양의 조화를 이뤘다는 평을 받았다.

“이 작품은 인류의 보편적이고 근원적인 제의로서 원시적이면서 현대와 가상의 미래적 요소를 확장한 작품이에요. 한지를 활용한 무대와 국악의 선율을 담은 특별한 작품이죠. 한국인의 정서와 서정미가 함축된 발레라 청중도 굉장히 좋아했고 무용수들도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또 김주원, 유전일 같은 최정상급 무용수들이 함께해 저희 단원들도 좋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무대였습니다.”


▲ 발레 ‘호두까기 인형’

광주시립발레단은 이미 2009년부터 개최해온 한·중 공연 예술제를 통해 국제 문화 교류를 해 왔고 앞으로도 한국 창작 발레로 완성된 광주시립발레단만의 콘텐츠들을 만들 계획이다.

“시민들을 위한 발레 학교, 찾아가는 발레 교실 등 가까이서 발레라는 예술을 시민들이 더욱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광주를 기반으로 아시아 문화 예술을 재창조하는 새로운 도전들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글 국지연 기자(ji@gaeksuk.com) 사진 광주시립발레단

FOCUS ON 2 광주, 전통과 현대를 잇다
빛고을에서 즐기는 예술적 일상

전통문화관

광주의 어머니산인 무등산 자락에 위치한 전통문화관. 전통문화의 보존과 무형문화재의 전승을 목표로 2012년 문을 연 전통문화관은 웅장한 산세와 시원하게 흐르는 계곡을 휘장처럼 두르고 세대와 세대를, 또 전통과 현대를 잇고 있다.

광주은행의 전신인 호남은행의 설립자 무송 현준호 선생이 주거 공간으로 사용하기 위해 지은 한옥 ‘무송원’은 지금의 자리로 옮겨져 광주문화재단의 관리 아래 전통문화관으로 새로 태어났다.

대문을 지나면 먼저 푸른 잔디가 싱그러운 너덜마당이 눈에 들어온다. 울창한 숲을 벽으로, 너른 하늘을 천장으로 삼은 이곳에선 각종 행사와 공연이 펼쳐진다. 마당을 지나 현대와 전통이 오묘하게 어우러진 한옥에 들어서면 1층에는 전시관을 비롯해 실내 무대인 서석당·입석당·새인당과 문간채가, 지하 1층에는 각종 무형문화재의 기능과 예능을 배우는 전수실과 남도의례음식 체험이 가능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 곳에서는 다양한 체험과 공연이 진행되고, 광주시가 지정한 무형문화재에게 직접 전통문화예술을 배울 수도 있다.

무형문화재 8인-박화순(남도창동편제 제9호), 감남종(판소리고법 제11호), 이임례(판소리강산제 제14호), 정춘실(판소리동편제 제15호), 방야순(판소리동초제 제16호), 최영자(남도의례음식 제17호), 이애섭(남도의례음식 제17호), 문명자(가야금병창 제18호)-은 문화관 내에 상주하며 남도판소리와 가야금병창을 비롯한 무형문화재의 전승과 전수 교육이 이뤄지는 ‘전통문화예술강좌’, 외국인과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전통문화예술 체험 ‘풍류노리’를 직접 진행한다. 또 무형문화재와 함께 그들의 삶을 탐방하고 체험하는 ‘생생문화재’와 매주 토요일에 열리는 토요상설공연 등이 마련돼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시간도 준비돼 있다. 오감만족 체험과 전통소리학교를 비롯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은 낯설게만 느껴지던 전통문화와 예술을 녹음이 우거진 자연과 함께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매년 10월에는 문화관을 포함한 무등산 인근의 문화공간(의재미술관·우제길미술관·무등현대미술관 등)이 시민과 한 마음으로 어울리는 무등울림축제가 열린다.

광주비엔날레

빛고을 광주에선 2년마다 약 3개월간 도시 전역에 시각문화예술의 소통과 교류가 이뤄지는 축제의 장이 펼쳐진다. 세계적인 미술 축제로 자리매김한 국제현대미술제 ‘광주비엔날레’다. 광복 50주년과 ‘미술의 해’를 맞은 1995년. 광주는 5·18 민주항쟁 이후 국제사회 속에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도시의 민주 정신을 새로운 문화적 가치로 승화시키고, 광주 특유의 전통문화예술을 매개로 세계인과 소통하기 위해 비엔날레를 창설했다. 이 거대한 예술 축제는 광주의 시민정신과 예술적 전통을 바탕으로, 국제적 문화생산의 중심으로 거듭나기 위한 범도시 차원의 새로운 도약이었다.

인류가 지닌 사회문화적 현실과 이슈, 미래를 내다보는 가치를 주제로 깊이 있는 담론을 제시하는 작품을 전시하고, 국제학술회의의 역할을 겸하는 비엔날레는 미술전뿐 아니라 도슨트 프로그램과 소외계층, 사회약자, 학교 밖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힐링 아트’, 현대미술을 감상하며 심리치료를 겸하는 시간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 시민의 활발한 참여와 원활한 소통을 꾀한다.

11월 6일까지 진행되는 제11회 비엔날레는 예술을 매개로 지역이 활성화되고 외부와 연계되는 시민 참여형 전시를 주로 선보여온 마리아 린드(Maria Lind) 예술감독의 진행 아래 100여명의 아티스트는 ‘예술은 무엇을 하는가’를 주제로 작품을 전시한다. 작가들은 각각의 작품을 통해 ‘미술이 어떻게 사람의 일상과 사회 내부에 들어와 파장을 일으키는가’에 대한 총체적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전시 및 다양한 행사는 광주비엔날레전시장을 비롯해 국립아시아문화의전당,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우제길미술관, 무등현대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등 작가들이 직접 작업 공간으로 선택한 광주 곳곳에서 진행된다.

글 정원 인턴 기자(jw@gaesuk.com) 사진 전통문화관·광주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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