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과 광주예술고등학교가 주최한 마스터클래스를 통해 꿈을 키우는 학생들
“연습하기가 너무나 싫고 괴로울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영감은 게으른 자를 찾지 않는다’(차이콥스키)라는 말이 있어요. 이 말이 과연 ‘열심히 연습한 사람에게는 영감이 찾아온다’는 뜻일까요? 전 아니라고 봐요. ‘영감은 그것을 바쁘게 찾으러 다니는 사람에게 찾아온다’라고 해석하죠. 연습실 밖으로 나와 연습을 즐겁게 만들어줄 수 있는 공간, 시간, 사람을 찾아보세요. 그것이 연습실에서 한두 시간 더 고민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랍니다.”
2016년 12월 5일, ‘월간객석의 꿈을 주는 마스터클래스’의 다섯 번째 시간으로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가 광주예술고등학교를 찾았다. ‘객석’은 미래를 책임질 예비 예술가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라나는 예술학도에게 선배와의 만남의 장을 제공하고, 예술가로서 자긍심을 고취하고자 마스터클래스를 기획했다. 2015년 8월, 발레리나 서희가 선화예술중·고등학교에서 첫 번째 마스터클래스를 가졌고, 이듬해 7월, 같은 장소에서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10월에는 바이올리니스트 최예은이 오디오가이 스튜디오에서 학생들의 멘토로 나섰다.
총 세 명의 학생이 조진주에게 지도를 받았다. 1학년 양승윤 학생과 2학년 조세은 학생이 각각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과 3악장, 3학년 채지은 학생이 바흐 바이올린 소나타 1번 푸가를 연주했다.
조진주는 학생들에게 ‘음악성’과 ‘주체성’을 강조했다. 무대 위에서 긴장한 상태로 음정·박자에 집중하는 학생들에게 작곡가의 의도, 곡의 전체적 흐름을 생각하도록 유도했다. 또한 손목에 힘을 넣거나 빼는 법, 활을 움직이는 방법 등 원칙을 따르기보다는 자신의 몸을 정확히 알고 사용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조세은 학생에게는 “소리에 심지가 있다”고 칭찬하며 “무엇보다 ‘의도’가 정확해야 원하는 소리를 낼 수 있으니 악보를 보며 생각하는 습관을 기를 것”을 조언했다. 채지은 학생에게는 “음악적으로 구조가 잘 잡혀 있다”고 격려하며 “중음을 깔끔하게 연주하려면 몸과 마음에 나만 아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 ‘비움’을 통해 ‘준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스스로의 몸을 파악해보는 게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약 2시간의 공개 레슨을 마치고 사전에 학생들을 통해 받은 질문 내용을 바탕으로 인터뷰를 가졌다. 호기심과 활기가 넘쳤던 현장의 이야기를 지면에 옮긴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소리를 악기로 표현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때로는 어떤 소리를 내고 싶은지도 잘 모르겠고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비슷한 주제로 미국에 있는 제자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음… 우리는 빠르게 흐르는 세상에 살고 있죠. 스마트폰을 들고 엄지 몇 번 두드리면 안 되는 일이 없는 편한 세상에 살아요. 악기를 할 때도 학생들이 비슷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시도한 만큼, 노력한 만큼 결과물이 빨리 나오지 않으니 답답하다고 여기죠. 악기를 연주하는 일은 ‘노동’과 다름없어요. 직접 경험하고, 반복을 통해 단련하고,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지속해야 원하는 소리와 가까워질 수 있죠.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탐구해보세요. 머리와 몸이 연결되는 지점을 찾는 일이 바로 ‘훈련’이고, 이 과정은 연주자에게 꼭 필요한 일입니다.
레슨 받을 때 선생님이 힘을 빼라는 말을 자주 하시는데, 그 방법을 잘 모르겠어요.
관절을 유용하게 사용하면서 근육에 실린 불필요한 힘을 빼는 연습이 필요해요. 말은 쉽지만 몸으로 하기가 어렵죠? 그래서 자신의 몸을 제대로 아는 게 중요해요. 전신거울 앞에서 연습하면서 어떤 동작을 취했을 때 어떤 음색이 표현되는지, 어떤 각도에서 어느 정도 세기를 낼 수 있는지 스스로 파악해보세요. 이러한 과정은 의사가 진단을 내리듯 해결의 열쇠가 될 겁니다. 악기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세밀해요.
피아노 반주자에게는 어떤 것을 요구하나요?
오랫동안 한 피아니스트(김현수)와 연주 활동을 하고 있어서 이제는 요구사항이 그리 많진 않아요. 가끔 처음 만나는 피아니스트와 하게 되면 리듬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죠. 로봇처럼 정확한 음과 박자만을 고집하는 피아니스트와는 호흡을 맞추기가 정말 어려워요. 베토벤 같은 경우 슬러가 길게 그려 있는데 이걸 지키는 피아니스트가 별로 없죠. 음악적으로 함께 숨을 쉬어야 자유로운 연주를 선보일 수 있는 것 같아요.
연습하기가 싫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연습을 알차게 잘하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연습은 늘 하기 싫죠.(웃음) 저도 그랬어요. 연습에 대해서는 주변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을 거예요. ‘하루에 여섯 시간 이상 연습하지 마라’ 또는 ‘많이 할수록 좋다’ 등. 무엇보다 자신의 페이스를 아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학생 때 집중력이 그리 좋지 않아 짧은 시간 동안 강도 높은 연습을 했어요. 50분 간 땀이 흐를 정도로 몰입해 연습하고, 10분은 꼭 쉬었죠. 그리고 작은 목표를 많이 세웠어요. 50분 동안 딱 두 개의 프레이즈만 완벽하게 연습하자, 결심하고 실천하면 배움의 속도는 느려도 완벽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더라고요. 아무런 계획도, 의미도 없이 시간을 낭비하는 게 가장 좋지 않은 연습법인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음악을 하려면 영리함이 필요한 것 같아요. 내가 잘하는 건 고집스럽게 밀고 나가고, 소질이 없고 잘 안 되는 건 과감하게 포기하는 용기가 필요하죠. 저는 어릴 때 포기하는 법을 배우지 않아 많이 힘들었거든요. 잘하는 걸 찾아서 하기도 아까운 시간이니 여러분은 행복하게 성장하길 바랍니다.
진행 김선영 기자(sykim@gaeksuk.com) 글 김호경 기자(ho@gaeks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