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마틸다’ ,달콤 쌉싸름한 동화 속 초능력의 소녀

환상적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뮤지컬 ‘마틸다’, 한국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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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8년 9월 4일 12: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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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의 머리 위로 아이들이 타고 있는 그네가 날아든다. 아이들은 앉아서, 서서, 그리고 엎드려서 자신의 몸보다 훨씬 거대한 그네를 타며 어른이 되면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해 천진난만하게 노래한다. 또 다른 장면에서는 학교 정문을 상징하는 격자무늬의 철문이 색색의 알파벳 블록으로 탈바꿈한다. 학생들이 문을 타고 올라가 블록을 끼워가며 수행하는 안무로, 굉장히 높은 기술과 정교한 호흡이 필요하다. 크런쳄 학교의 고학년 선배들이 신입생들에게 학교의 무서움을 알려주는 노래로, 알파벳 A부터 Z까지의 발음이 순서대로 들어가도록 쓰인 가사가 재치 있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으로 친숙한 작가 로알드 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마틸다’(연출 매튜 와처스)의 장면들이다. 똑똑하고 책 읽기를 좋아하는 소녀 마틸다가 부모와 학교 교장의 부당함에 제힘으로 맞서며 자신과 주변 인물을 변화시켜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로알드 달만의 독특한 캐릭터 설정과 기발한 상상력은 139년 전통의 영국 극단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RSC)를 만나 입체적으로 재탄생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 이후 25년 만에 선보이는 RSC의 뮤지컬 ‘마틸다’는 2010년 초연 이후 영국 올리비에상·미국 토니상의 다수 부문에서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아시아 최초이자 비영어권 최초로 오는 9월, 한국에서 뮤지컬 ‘마틸다’를 선보인다.

 

아이 같지 않은 아이, 어른답지 않은 어른

어른들에 맞서는 강인한 아이들을 그려낸 작품이기에 힘이나 안무 측면에서 성인 배우들에게 압도당해선 안 된다. 5주간의 아역 연습이 끝나고 성인 배우들이 연습에 합류했는데, 마틸다 역의 안소명 배우는 ‘자신의 예상보다 뛰어난 성인 배우들의 실력에 놀랐다’고. 그렇지만 더욱 열심히 해서 그들보다 잘 해내고 싶다는 소녀의 말에서 마틸다 역과 어울리는 카리스마가 엿보였다. 독서광이자 천재인 다섯 살 소녀 마틸다 웜우드는 자신이 창작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을 좋아한다. 주인공의 특성을 살려 작품에서는 알파벳과 책으로 뒤덮인 대규모의 프로시니엄 무대를 구축했고, 다섯 살의 나이를 고려해 마틸다 역의 아역 배우는 130cm 내외의 신장이어야만 한다는 조건을 오디션에서부터 내걸었다. 우연히 자신이 눈으로 물체를 움직이는 힘을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마틸다는 초능력을 활용해 악의 축인 어른들을 응징한다.

마틸다가 물리쳐야 할 대상 1호는 그녀의 부모인 웜우드 부부다. 미세스 웜우드는 사교댄스에만 탐닉해 임신과 육아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미스터 웜우드는 책을 혐오하는 사람으로, 도서관의 어려운 책을 모두 읽어내는 마틸다를 괴상한 아이라 생각하고 끊임없이 학대·방임한다. 마틸다의 퇴치 대상 2호이자 강력한 아우라를 풍기는 미스 트런치불은 마틸다가 입학한 크런쳄 학교의 교장이다. 배역 이름에서 드러나듯이 여성 캐릭터로, 1996년 개봉한 동명의 영화에서는 팸 패리스라는 여성 배우가 연기한 것과는 달리 뮤지컬에서는 거대한 체구와 긴 팔을 가진 트런치불의 신체적 측면을 고려해 남성 배우가 연기한다. 미국 브로드웨이 공연에서 트런치불 역할을 맡았던 크리스토퍼 시어버는 혐오스러운 캐릭터였음에도 불구하고, 독특한 캐릭터를 충분히 소화해 내 많은 인기를 끌었다. 마틸다가 초능력을 발휘하는 장면과 미스 트런치불 교장의 무시무시한 레이저 감옥 등 동화적 상상력을 구축하기 위한 특수효과는 영화 ‘해리포터’와 뮤지컬 ‘고스트’의 마술 효과를 만들어 낸 폴 키이브가 맡았다.

 

고약한 외모와 괴력을 소유한 미스 트런치불 역할 뮤지컬 배우 최재림

선한 눈매와 남성적인 목소리를 가진 배우 최재림이 연기하는 미스 트런치불이라니. 정당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악(惡)’ 그 자체이자 여성인 캐릭터를 어떻게 소화할지 상상되지 않았다. 뮤지컬 ‘마틸다’ 속 미스 트런치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러한 생각은 기우임을 자각했다. 작품에 대한 열정과 확신에 가득 찬 그는 곁에 있는 사람에게까지 에너지를 전이하는, 흡입력 있는 배우였다.

 

미스 트런치불은 어떤 역할인가?

뮤지컬 역사상 이런 캐릭터는 없었다고 자부한다. 굳이 비슷한 걸 꼽으라면 각 작품의 메인 악당들인데, 그와는 또 결이 다르다. 주인공과의 악연이 있거나 주인공을 질투하는 것이 아니라 악 그 자체로 존재하기 때문에 특수성이 있다.

미스 트런치불 역할의 분장이 매우 독특하다. 거울에 비친 본인의 모습을 처음 봤을 때 어땠나?

한숨이 나왔다.(웃음) 의상까지 입고서 분장실에서 딱 나갔는데, 배우와 스태프 모두 극한의 혐오감을 가감 없이 드러내더라. 극악한 비주얼에 비해 생각보다 분장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는다. 일반 대극장 분장 시간과 비슷하다. 대신 의상을 착용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린다. 트런치불의 의상 자체가 빳빳한 섀미 재질의 옷이라 일반 옷처럼 당겨서 입기가 좀 어렵다.

해외 공연 영상을 봤을 때 트런치불이 여성이라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았다. 그럼에도 분명 여성 캐릭터임을 인지하고 하는 동작이 있을 것 같은데.

연습 초반에는 여성의 목소리를 내려고 했는데, 연출의 말에 생각의 전환이 됐다. 지나치게 인위적인 목소리로 연기하다 보면 관객이 단순하게 저 배우가 목소리를 바꿔서 연기하는구나 하고 인지한다는 것이다. 그 뒤로 남자 목소리로 연기하지만, 너무 굵은 남자 목소리만 나오지 않도록 주의한다. 솔로 곡들을 소화할 때의 안무도 독특하다. 리본 돌리기와 뜀틀을 활용한 안무를 선보인다. 전 세계에서 뜀틀을 가장 잘 뛰는 트런치불 역할의 배우로 해외 안무가가 인정했다. 트런치불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국가대표 해머던지기 선수였다는 것이다. 본인의 운동 수행능력에 대한 어마어마한 자부심이 있기 때문에 스포츠라고 느끼는 모든 것을 수행할 때는 완벽해야 하는 강박감이 있다. 이를 안무를 통해 보여줘야 해서 조금 부담이 된다.

혹시 자신이 미스 트런치불과 닮은 부분이 있다면?

버릇이 없거나 공공시설에서 예의를 지키지 않는 아이를 보았을 때 치밀어 오르는 울컥함. 이에 기반을 둔 응징을 그녀는 망설임 없이 한다. 동질감이라기보다 그런 점에 있어 대리만족하는 부분이 있다. 아주 작게라도 캐릭터와 닮은 점이 있어야 관객이 공감하는 연기를 할 수 있다.

아역 주연·성인 조연·성인 앙상블이 작품에서 수행하는 역할이 궁금하다.

웜우드 부부나 트런치불 등 성인 조연은 세상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나쁜 어른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마틸다를 포함한 아역 주연이 수행하는 역할은 크런쳄 학교 신입생들이고, 성인 앙상블은 이미 이 학교에 찌들어 있는 고학년 역할을 맡는다. 실제 5·6학년 정도의 역할을 성인들이 맡는 셈인데, 이들은 크런쳄 학교가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알려줄 뿐 아니라 저학년생들을 끊임없이 괴롭힌다. 그러나 이들도 작품이 끝날 때쯤에는 변화에 동참하게 된다.

아시아 최초·비영어권 최초 공연인 만큼 기대가 크다. 어떤 트런치불로 기억되고 싶나?

등장했을 때 충격과 공포를 선사해 시선을 돌리고 싶지만, 볼 수밖에 없는 트런치불. 너무 싫지만, 동시에 너무 재밌어서 뇌리에 깊이 남는 트런치불로 기억되고 싶다.

글 권하영 기자 사진 신시컴퍼니

 

뮤지컬 ‘마틸다’

2018년 9월 8일~2019년 2월 10일 LG아트센터

황예영·안소명·이지나·설가은(마틸다)/

김우형·최재림(미스 트런치불)/

최정원·강웅곤(미세스 웜우드)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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