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vs 뮤지컬 ‘키다리아저씨’

THEME RECORD | 평론가·칼럼니스트 추천 테마 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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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8년 11월 1일 3:28 오후

여성의 목소리로 노래하는 감성 서사

브로드웨이 버전 ‘풍성한 음악’과 오프 브로드웨이 버전 ‘감미로운 음악’

 

뮤지컬은 노래로 서사를 이끌어가는 장르인 만큼 음악의 힘이 중요한 극예술이다. 하지만 여성 관객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는 장르이다보니, 뮤지컬에서는 극 중 남성 캐릭터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경향이 있다. 특히 한국에 소개되는 라이선스 뮤지컬을 보면 로맨스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작품이라 하더라도 남성 중심의 서사 안에 여성의 캐릭터가 묻히는 작품들이 많다. 이들과는 다르게, 최근 국내에서 공연된 뮤지컬 중 여성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이야기와 이를 이끄는 수준 높은 음악으로 눈길을 끄는 작품들이 있다. 본 글에서 소개할 두 편의 뮤지컬은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The Bridges of Madison County)’와 ‘키다리 아저씨(Daddy Long Legs)’이다.

 

서사를 이끄는 풍성한 음악의 힘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2014)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로버트 제임스 웰러의 동명 소설과 클린트 이스트우드·메릴 스트립 주연의 영화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마샤 노먼의 극본과 제이슨 로버트 브라운의 음악을 통해 뮤지컬로 재탄생한 이 작품은 2014년 2월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되었으며, 토니상에 이어 드라마 데스크상에서도 최우수 음악상과 오케스트레이션상을 연달아 수상하며 음악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로서는 그리 크지 않은 규모로 제작된 이 작품은 1960년대 미국 아이오와의 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4일이라는 짧은 기간 요동치는 두 주인공 프란체스카와 로버트의 감정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특정한 사건보다는 캐릭터들의 관계와 감정 변화가 극을 이끌어가는 주요 요소인 만큼 음악으로 전달되는 감성이 극의 중심에 놓이는 작품이다. 브로드웨이 초연에서는 ‘지킬 앤 하이드’ ‘드라큘라’ ‘라이트 인 더 피아자’ 등에서 활약한 베테랑 뮤지컬 배우 켈리 오하라가 프란체스카 역을, 작품의 개발 단계에서부터 참여한 스티븐 파스퀄이 로버트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국내에서는 2017년 옥주현과 박은태 캐스팅으로 충무아트센터에서 초연되었으며, 2018년 재공연에는 차지연과 김선영이 프란체스카 역, 박은태와 강타가 로버트 역으로 출연하며 화제를 모았다.

브라운의 음악은 역동적인 리듬과 넓은 음역을 사용하여 시종일관 풍성하게 무대를 채운다. 팝적인 감성을 지닌 선율을 클래시컬하게 편곡해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악기들이 지니는 본연의 매력을 잘 살려내는 것 또한 그의 음악이 지닌 강점 중 하나다. 특히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는 오페라를 연상케 하는 클래식한 노래에서부터 포크 음악·컨트리 음악 등 다양한 장르로 구성된 19곡의 넘버가 극 안에 자연스레 녹아들며 탄탄하고 섬세하게 서사를 이끌고 있다. 그중 지나온 시간 동안 프란체스카의 억눌려 있는 감정을 격정적으로 드러내는 ‘잡힐 듯한 꿈(Almost Real)’은 극의 몰입감을 배가시키고, 이후 이 작품의 대표 넘버 ‘널 알기 전과 후(Before and After You)’ ‘단 한 번의 순간(One Second & a Million Miles)’으로 이어지면서 절정의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배우들의 매력이 한껏 발휘되는 곡들이다.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음반은 2014년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캐스트 버전으로 출시되어 있다. 음악이 선사하는 매력이 큰 뮤지컬인 만큼 국내 캐스트의 음반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으리라 예상하지만, 아직 라이선스 버전의 음반이 제작될 계획은 없어 아쉬움을 남긴다.

 

음악이 선사하는 작은 뮤지컬의 큰 매력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 (2015)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와 마찬가지로 ‘키다리 아저씨’ 역시 1912년 출간된 진 웹스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이다. 존 케어드의 극본과 폴 고든의 음악으로 완성된 이 작품은 2009년 캘리포니아의 루비콘 씨어터에서 초연되었다. 이후 2012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공연되었으며, 추가 개발을 거쳐 2015년 9월 오프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선보인 후 2016년 6월까지 공연되었다. 2010년 남캘리포니아 지역의 공연 시상식인 오베이션상에서 대본상·음악상·여우주연상을 받았으며, 2016년 드라마 데스크상에서 극본상을 받은 바 있다. 국내에서는 2016년 초연 이후 2017년과 2018년 이지숙·임혜영·유리아·신성록·송원근·강동호 등이 참여하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는 남녀 주인공만 등장하는 2인극으로, 익명의 후원자에게 편지를 쓰는 고아 제루샤와 이를 읽어나가며 그녀와의 거리를 좁혀가는 제르비스의 관계에 오롯이 집중한다. 두 주인공이 실제 만나는 순간을 제외하고는 대화가 아닌 방백과 노래로 채워지는 작품이기에 각 캐릭터의 섬세한 감정은 감미로운 선율 속에 켜켜이 녹아들어 있다. 보육원을 벗어나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일상 속에서 하루하루 성장하는 제루샤와, 이를 지켜보며 조금씩 변화하는 제르비스의 감정이 소박하지만 서정적인 무대 위에서 큰 울림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특히 1막 후반에 등장하는 ‘컬러 오브 유어 아이즈(The Color of Your Eyes)’는 두 사람이 처음으로 대면하며 호감을 나누는 순간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제루샤가 부르는 ‘행복의 비밀(The Secret of Happiness)’은 이 작품의 메시지를 가장 잘 드러내는 곡이자 아름다운 멜로디와 가사가 돋보이는 곡이다. 또한 제르비스의 감정의 변화를 고스란히 전달하는 ‘나의 맨해튼(My Manhattan)’, 두 사람이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며 함께 부르는 마지막 곡 ‘올 디스 타임(All This Time)’ 등도 음악이 이끄는 서사의 힘을 발견할 수 있는 넘버들이다.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는 초연인 2010년 버전과 2015년 오프 브로드웨이 버전으로 각기 다른 두 개의 음반이 출반되어 있다. 그중 국내에 소개된 오프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에서는 초연부터 제루샤를 연기한 메간 맥기니스와 제르비스 역으로 새롭게 합류한 폴 알렉산더 놀란이 참여하였다.

 

여성에 의한, 여성의 이야기

두 편의 뮤지컬 모두 서사의 중심에 여성이 서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남성 중심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여성 캐릭터의 삶과 감성이 음악 전반에 녹아들며 극을 이끄는 주축이 된다는 점에서 신선한 매력을 선사한다. ‘그녀’들이 부르는 넘버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많은 이 음반들을 통해 그들의 탄탄한 역량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지혜원(경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객원교수·공연 칼럼니스트)

 

이달의 추천 음반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The Bridges of Madison County (Original Broadway Cast Recording)

Ghostlight / B00JM5CAHA / 켈리 오하라(프란체스카)/스티븐 파스퀄(로버트)/제이슨 로버트 브라운(작곡)/바틀렛 셔(연출)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

Daddy Long Legs (Original Off-Broadway Cast Recording)

Ghostlight / B017IT8OG2 / 메간 맥기니스(제루샤)/폴 알렉산더 놀란(제르비스)/폴 고든(작곡)/존 케어드(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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